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61)
261화
85. 폭탄처리반
1.
“교황니이이임!”
“안녕하세요오!”
“교황님이다아아!”
성지 인근에 새롭게 설립된 우리 교단의 직속 보육원.
나는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미소를 지었다.
“잘들 지냈어?”
이곳에는 다양한 국적의 어린아이들이 지내고 있었다.
지난번 단동에서 데리고 왔던 어린아이들부터 시작해서, 예전에 정화자들에게 팔려 갈 뻔했던 국내의 어린아이들까지.
모두가 사랑스러운 어린아이들이다.
비극으로 인해 부모님을 잃었지만, 이 아이들까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해서는 안 되는 거다.
어린아이들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세상에는 희망이란 없으니까.
우리가 지금까지 지켜 온 이 아이들이야말로 내가 지금 옳은 길을 걷고 있다는 증거였다.
“다들 얼굴이 좋아 보이네.”
나는 웃으면서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지난번에 단동에서 데려온 아이들에게서는 미약하게나마 내 신성력이 느껴진다.
그 이유는 아마 녀석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내가 녀석들을 권속으로 거두었기 때문이리라.
리멘의 신성력이 아니라 나의 신성력을 받은 아이들.
그러나 그들 중에서 눈에 띌 만큼 두각을 드러내는 아이는 아직까지 없었다.
하긴.
승우나 시연이의 경우가 특별한 거지, 원래라면 이 정도가 정상이다.
“다들 학교는 잘 다니고 있지?”
“네에!”
“그래, 학교에서 괴롭히는 사람들은 없고?”
“시연 언니 덕분에 엄청 편해요!”
“맞아요. 시연 누나가 항상 챙겨 줘요!”
“……시연이가?”
내가 모르는 사실을 알려 주는 우리 아이들.
나는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시연이가 어떻게 도와주고 있어?”
내 질문에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대답한다.
“괴롭히는 애들 있으면 몰래 따라가서 혼내 주고요!”
“지난번에는 나쁜 형, 누나들한테 눈 깔고 다니라는 말도 해 줬어요! 맞다. 동네에서 건들거리는 거 보이면 죽는다고도 했었다!”
“헤헤, 엄청 멋있어요.”
“저는 나중에 시연 언니랑 결혼할래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시연이가 어린아이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패고 다닌 건가?
어쩐지.
이 근방의 학교들이 요새 학교 폭력을 근절했다고 자랑하고 다니더라.
그래, 학교 폭력이 아무 이유 없이 사라졌을 리가 없지.
시연이가 나 모르게 자경단원 역할을 하고 다녔던 모양이다.
……도대체 어느 틈에 그러고 다닌 거지?
그래도 좀 기특하긴 하다.
“지난번에는요, 고등학생 형들이랑 27 대 1로 떠서 전부 꿇렸다니까요?”
“27 대 1? 거기 어느 고등학교냐? 이 새끼들이 감히 우리 시연이를 상대로!”
“그 형들 요새 어르신들한테 봉사하느라 바빠요.”
“맞아요.”
아이들 사이에서 우리 시연이는 슈퍼스타나 다름없었다.
내가 그렇게 아이들로부터 온갖 증언을 듣고 있을 때.
“오빠!”
“성하!”
저 멀리서 시연이와 승우가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런 둘을 보육원의 아이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혀어어엉!”
“누나!”
둘보다 어린 아이들은 한걸음에 달려갔으며, 둘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들도 웃으면서 그 둘을 향해 다가갔다.
그만큼 우리 교단의 성자, 성녀가 아이들에게 잘해 준다는 뜻이겠지.
참 흡족한 모습이었다.
시연이는 부모가 없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잘 알고 있는 만큼, 그래서 더 보육원 아이들에게 마음이 가는 모양이었다.
“오늘 여기 올 거였으면 말하지! 우리랑 같이 왔으면 더 좋았잖아.”
시연이는 해맑게 웃으면서 나에게 안겼다.
나는 그런 시연이의 등을 두드려 주면서 말했다.
“애들이랑 같이 우리 시연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내 이야기? 내 뒷담화 했어?”
“요새 이 동네 주름잡고 있더라? 이러다가 대한민국 전부 접수하는 거 아니야?”
“대한민국의 모든 나쁜 사람들을 혼내 주는 게 내 목표야! 오빠처럼 될 거야!”
저 말을 듣고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싫어해야 할지.
그래도 이 아이들을 잘 챙겨 주는 모습이 아주 보기가 좋았다.
요새 열심히 돌아다닌다 했더만.
그런 일을 하고 다녔었구나.
기특한 것.
“승우야, 시연아.”
“예, 성하.”
“응!”
“너희들은 항상 지금처럼만 해 줘. 주변 사람들 잘 챙겨 주고, 어려운 사람들은 도와주고. 내가 바라는 건 딱 그것뿐이야.”
내 말에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명심하겠습니다.”
“나만 믿어, 헤헤.”
이 둘이야말로 우리 교단의 미래다.
이 둘을 잘 키워 내는 것 역시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기도 하고 말이다.
나는 고개를 들어 아이들의 얼굴에 피어오른 웃음을 살폈다.
부모와 가족을 잃었음에도 이곳의 모든 아이들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같이 힘을 내서 꿋꿋하게 견뎌 내고 있다.
구원이라는 단어가 이것만큼이나 잘 어울리는 장소가 있을까?
“내가 꼭 지킬 거야.”
시연이는 작은 주먹을 움켜쥐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시연이의 얼굴에서는 결연한 의지마저도 엿보인다.
이 녀석, 누굴 닮아서 이렇게 든든한지.
“그래, 시연아. 네가 애들 꼭 잘 챙겨 줘야 한다? 오빠가 계속 지켜볼 거야.”
“당연하지!”
시연이가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 주니까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이곳에 있는 모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내가 힘을 좀 내야지.
시연이는 나에게 안긴 채로 가볍게 얼굴을 부볐다. 그리고 은근슬쩍 나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오빠, 그런데 오늘 어디 가?”
“왜? 이상해?”
“오빠는 원래 이 시간이면 집무실에 있으니까.”
내 하루 일정을 빠삭하게 외우고 있는 우리의 시연이.
나는 그런 시연이를 향해 부드럽게 대답해 주었다.
“잠시 외부 일정이 좀 있어서, 가는 김에 겸사겸사 들렀어.”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심심해.”
“안 돼.”
단호하게 거절했다.
좋은 곳이라면 시연이와 함께 가도 괜찮겠다만, 오늘 내 목적지는 좋은 곳이 아니었거든.
지난번에 신전에 잡아 온 마약 유통상으로부터 정보를 좀 뽑아냈다.
녀석이 유통했던 ‘회개’를 가장 많이 구매했던 장소.
오늘은 그곳을 급습할 예정이다.
만약 ‘회개’가 백명교와 연관이 되어 있다면, 이 정보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뭔가 찾을 수 있겠지.
언론과 여론은 이미 백명교로부터 등을 돌린 상황.
이런 상황에서 마약 사건까지 터진다?
그러면 진짜 게임 셋이다.
백명교는 더 이상 이 땅 위에 발을 못 붙이게 되겠지.
“아무튼 시연이는 승우랑 같이 여기에서 놀고 있어. 알겠지?”
“응! 그러면 오늘 늦게 와?”
“그건 잘 모르겠네? 오빠가 나중에 전화 따로 해 줄게.”
“알았어.”
시연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슬슬 일을 처리해 보러 갈까?
2.
“여기입니까?”
“그렇습니다.”
나는 우리 교단의 이단심문관 이은택 씨를 대동한 채로 부산에 위치한 한 교회에 들어섰다.
겉으로는 아주 멀쩡하게 생긴 교회.
예배를 드리지 않는 날이라서 그런지 비교적 한산했다.
우리가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간단했다.
“성준이 말한 대로라면 이곳에서 ‘회개’를 가장 많이 구매했다는데.”
그것은 바로 이곳이 성준의 ‘VIP’였기 때문이다.
‘회개’는 의외로 종교인들이 많이 구매를 한다고 들었다. 목사, 스님 등등, 마약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 고객인 경우가 많다고 했던가?
그것은 아마 ‘회개’가 지닌 특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죄를 뉘우치고 신앙을 얻는 것은 모든 종교인들에게 필요한 덕목이기도 할 테니까.
다만, 이번 경우는 좀 특이하다.
“1주 간격으로 약을 공급받았고, 그것을 기점으로 이 교회의 신도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냄새가 많이 나긴 하네.”
백명교의 손길이 끼친 게 분명하다.
게다가 백명교의 본부가 건설되고 있는 부산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도 특이했다.
“우연의 일치는 아니겠어요.”
교회뿐만이 아니다.
쇠퇴해 가는 기성종교의 모든 종교 시설.
특히, 개신교의 개척 교회들 중에서 ‘회개’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백명교에서 손을 대지 않고서야 동시다발적으로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가 없었다.
“성하, 무언가 느껴지십니까?”
이은택 씨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나에게 물었다.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네요.”
“어떤 것이…….”
“이곳에 오기 전에 이 새빛교회에 관한 정보를 서 목사에게 물어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의외의 정보를 얻게 되었어요.”
나는 교회의 복도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어 갔다.
“이곳, 새빛교회는 2주 전에 이단으로 분류되었다더군요. 기존 개신교의 교리와 크게 어긋나는 일부 교리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이단으로 판정했다고 합니다.”
이곳은 더 이상 개신교에 소속된 교회가 아니다.
다른 노선을 걷기 시작한 장소.
시기가 ‘회개’가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때와 공교로울 정도로 겹친다.
“특히, 이곳의 담임 목사인 전인석 목사. 전인석 목사는 사람이 아예 바뀌어 버린 수준이에요. 원래는 자신감도 부족하고, 스스로의 신앙심에 대한 회의감까지 느끼고 있었다고 하던데, 지금은 교회의 부흥을 이끌 정도로 신앙심이 충만해졌다더라구요.”
인간은 한순간에 바뀌기가 쉽지 않은 존재였다.
서 목사가 나에게 제공해 준 정보, 그리고 마약 유통상의 증언으로 고려해 봤을 때.
“이곳은 백명교의 실험장일 수도 있습니다.”
백명교가 ‘회개’의 성능을 실험한 곳일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천천히 앞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던 복도 끝, 한 남자가 양복을 입은 채로 서 있었다.
말끔하게 뒤로 넘긴 머리.
단정한 양복.
그리고 인자한 느낌을 풍기는 안경까지.
“오늘은 예배를 드리지 않는 날인데, 어떤 용무로 이곳까지 오셨는지요?”
남자의 손 위에는 성경이 들려 있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제가 이곳의 담임 목사인 전인석 목사입니다.”
“리멘 교단의 교황, 김시우입니다. 전 목사님, 전 목사님이랑 이야기를 나눌까 했는데, 마침 이렇게 마중을 나와 주시네요? 일이 잘 풀리겠어요.”
나는 천천히 복도를 걸었다.
전 목사는 여전히 그 복도의 끝에 선 채로 나에게 말했다.
“리멘 교단에서 어쩐 일로 이곳에 오셨습니까?”
“혹시 ‘회개’라는 약물에 대해서 아십니까?”
“주의 자녀로서 죄를 고백하고 뉘우치는 것. 그것이 바로 회개지요. 한데 약물이라…… 도통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전 목사의 표정은 단 하나도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그 뻔뻔한 표정을 보니 더더욱 확신이 든다.
보통 약물을 유통하냐는 질문을 들으면 당황을 하거나 새하얗게 질리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저놈의 표정에는 계속해서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등장했음에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 도리어 당당한 모습이었다.
“보십시오.”
그는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러자 복도에 딸려 있던 문을 열고 시연이 또래의 어린아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흐리멍덩한 눈빛.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초점 없는 눈빛의 아이들.
아이들로부터는 희미한 신성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저는 주의 어린 양들에게 옳은 길을 일러주고 있었을 뿐입니다. 한데 갑자기 찾아오셔서는 마약이라니…… 좀 거북하네요.”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CCTV가 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저 CCTV와 어린아이들을 믿고 당당한 모양이다.
나는 피식 입꼬리를 올리면서 전 목사를 노려보았다.
“약물이라고만 했지, 마약이라고는 안 했던 것 같은데?”
“보통 약물이라고 하면…… 마약을 의미하지 않습니까?”
“뭐, 그런 디테일은 지금 와서 따질 필요는 없기는 해. 그 전에 뭐 한 가지만 묻자. 기독교식으로는…… 아, 이렇게 묻는 게 좋겠네.”
오래간만에 가죽 장갑을 꺼내서 손에 꼈다.
그리고 녀석의 두 눈을 마주하면서 말했다.
“전인석, 너 사탄 들렸어?”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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