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62)
262화
3.
사탄 들린 놈을 처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구마 의식 같은 건 사실 딱히 필요 없다. 기도를 드리고, 묶어 두고 예배를 드리고.
사실, 영화에서 나왔던 그 장면들은 우리 교단에게는 딱히 필요 없는 일이다.
사탄 들린 놈에게서 사탄을 벗겨 내는 방법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뒈지게 패면 되는 거야. 그래, 안 그래, 이 사탄 들린 새끼야.”
“맞습니다. 끄아아악! 맞습니다, 다 맞습니다!”
“이은택 형제님, 잘 지켜보세요. 최대한 복부 쪽이 빗나가게 후려치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복부 쪽에는 장기가 집중되어 있어서, 치료하려면 신성력이 좀 많이 들어가거든요. 아시겠습니까?”
“이미 레오 대주교가 교육을 해 주었습니다만, 교황 성하께서 이리 직접 알려 주시니 더욱 이해가 쉽군요.”
콰드드득.
“끄아아아악!”
나는 단호하게 전 목사의 팔을 꺾는 이은택 씨를 바라보면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겁니다. 실력이 많이 좋아졌네요.”
“제 고향에서는 뭐…… 다들 이 정도는 했습니다.”
“아, 맞다.”
이은택 씨가 북한 출신이었지?
그것도 정보원 출신.
레오로부터 듣기로는 이은택 씨에게 딱히 교육할 게 없었다고 했다.
적성을 잘 살린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살려 주십시오. 제발, 제발 살려 주십시오!”
전인석이 준비한 모든 계획은 무력화되었다.
마약에 중독되어 있던 아이들.
약에 홀려서 전인석의 명령에 따르던 아이들 모두가 정신을 잃은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내가 신성력을 풀어서 아이들의 정신에 간섭을 했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쯤 아이들은 행복한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내가 아이들까지 무차별적으로 밀어 버릴 정도로 막 나가는 놈은 아니다.
마약을 투여한 이 새끼가 잘못한 거지,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죄가 있겠냐고.
“회개에 대해서 처음 알려 준 사람이 누구야?”
나는 전인석의 오른팔 뼈를 다시 붙여 주면서 넌지시 물었다.
뼈를 부수고 다시 붙여 주길 반복한 지 벌써 열 번째.
고통을 최대한으로 느낄 수 있도록 일부러 신경 쪽은 건드리지 않고 있었다.
신경계가 손상된 것 같으면 신성력을 퍼부어서 계속 복구를 시켰으니, 이놈은 생살과 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30분 내내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고 보면 된다.
고통은 언제나 훌륭한 속죄의 수단이다.
“잘못했습니다…… 끄아아악! 잘못, 잘못했습니다!”
“저 아이들은 어디에서 데려온 거지?”
“교회 신도들! 끄르르륵. 신도들의 자식…… 끄아아아악!”
“그래?”
한 가정을 풍비박산 낸 놈이구만.
이래서 사이비 새끼들이 문제다.
사이비에 잘못 빠지면 집안이 무너지는 게 정말 한순간이다.
부모가 자식을 마약에 노출되게 만들다니.
이 얼마나 가슴 아픈 현실이란 말인가?
나는 녀석의 정강이뼈를 짓밟아서 아예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백명교지?”
“예, 예?”
“너한테 약을 건네준 거, 백명교 놈들이냐고 물어봤다. 많이 물어보지는 않을 거야.”
단도직입적으로 정보를 뽑아내고자 했다.
내 질문에 전인석은 몸을 벌벌 떨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겠습니다. 정말,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래?”
“예…….”
“그럼 그냥 여기서 죽-.”
“하지만…… 하지만 얼굴은 기억합니다. CCTV도 남아 있고……. 그, 그래요, 신성력도 사용했습니다.”
“확실해? 신성력?”
“예. 제가 이래 보여도 각성자라서, 신성력과 마력은 구분할 줄 압니다.”
원래는 성격도 유약하고 자신감도 없던 놈.
각성자도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구분을 할 줄 안다는 건…….
“너도 약쟁이구나!”
이 녀석도 약을 복용한 것이 틀림없었다.
아마 약이 없었다면?
이 녀석은 알아서 자멸했겠지.
하여간에 대단한 새끼가 아닐 수가 없었다.
나는 녀석의 대가리를 툭툭 주먹으로 치면서 말했다.
“주로 언제 언제 접선하지?”
“오늘 저녁이 접선하는 날입니다. 원래는 마약 유통상을 통해서 약을 제공받고, 그쪽에서 사람이 와서 그 약을 확인하는…….”
“그 유통상이 우리 신전 지하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아.”
“나에게 협조를 잘해야 할 거야. 죽고 싶으면 지금 미리 말하고.”
내 협박에 전인석은 내 바짓가랑이를 부여잡으면서 처절하게 소리쳤다.
“아닙니다.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털어놓겠습니다.”
“그래? 협조를 해 주겠다니 다행이네.”
이렇게 고통에 약해서 쓰나.
고통에 굴복하는 성격으로는 제대로 된 빌런이 될 수 없는 법이다.
약으로 사기를 치고 다니는 놈이 어련하겠어?
“그럼 잠시 내가 이곳에 있어도 되냐? 접선책 얼굴 좀 구경하고 싶은데.”
심증상 백명교의 인원인 게 분명하다.
신전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 증거를 확보해서 데려가는 것이 당장에는 베스트일 것 같았다.
나는 녀석을 깔고 앉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게 해 줄 거지?”
“물, 물론입니다.”
그래도 성준 그놈보다는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군.
전인석은 현 상황을 받아들이고 나에게 얼마든지 협조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은택 형제님.”
“예, 성하.”
“저는 아이들을 잠시 돌볼 테니까, 이 새끼 어디 못 도망가게 잘 묶어 두세요. 팔다리 힘줄 정도만 끊어 두면 될 것 같습니다.”
“예.”
이은택 씨는 내 지시에 따라 품속에서 단검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지체 없이 전인석의 아킬레스건을 끊어 버렸고, 이어서 힘줄까지 완벽하게 제거했다.
나는 전인석을 내려다보면서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지금 당장 씹어 죽이고 싶은 놈이었지만 일단은 참자.
백명교와 회개가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가 우선이었으니까.
4.
아무래도 내가 백명교 놈들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
화르르르륵-.
“성하!”
“이 개새끼들.”
우리가 새빛교회에 진입한 지 4시간 뒤.
교회 구석에 숨어서 백명교 놈들이 접근하는 것을 기다렸지만, 백명교 놈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띠리리리리리릭-!
곳곳에서 울리기 시작한 화재 경보음.
새빛교회 전체가 불에 타오르고 있었다.
“꺄아아아악!”
“엄마아아아아!”
교회 내부는 삽시간에 혼란에 휩싸인다.
내가 애써 진정시켜 두었던 어린아이들부터 시작해서, 교회 곳곳에 있던 어른들까지.
교회 건물이 불타오르기 시작하자 다들 패닉 상태에 빠졌다.
“기대했던 대답은 아닌데.”
나는 코끝을 업습해 오는 탄내를 맡으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발밑에서 벌벌 떨고 있는 전인석을 걷어차면서 말했다.
“저쪽에 언제 소식을 전달한 거야?”
“저는…… 저는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교회 내부에 너 말고 내통자가 더 있었구나?”
백명교 측에서는 이미 이 상황을 인지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들고 있었다.
모든 것을 불로 태워 버리는 것.
그것만큼 빠르고 정확한 증거 인멸 수단은 없었다.
“교회에 잔류하고 있던 인원은 몇 명이야?”
내 질문에 전인석은 여전히 벌벌 떨면서 답한다.
“어린아이들까지 포함해서 총 백 명 남짓 됩니다. 아마 대부분 지하에…….”
“지하에 따로 출구가 있어?”
“없습……니다.”
불을 이대로 내버려 둘 경우, 지하에 있는 인원들은 모두 죽는다고 봐야 한다.
기름 냄새까지 나는 걸로 봐서는 분명히 의도적인 방화다.
“이제는 진짜 추잡하게 나온다 이거지?”
나를 죽이자고 저지른 일이 아니다.
녀석들도 이깟 불로는 나를 죽일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녀석들이 노리는 것은 오로지 이 교회와 신도들뿐.
애초에 나쁜 놈들인 건 알고 있었다만, 이제는 그냥 빌런이나 다를 것 없이 움직이려는 모양이다.
“이은택 형제님.”
“예, 성하.”
“지하로 내려가서 건물 안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모두 찾아내세요. 하나도 빠짐없이 수색한 다음, 신성력을 있는 힘껏 방출하면 됩니다.”
“탈출로 때문입니까?”
“예, 신호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형제님이 위치만 알려 주면, 제가 밖에서 그곳까지 굴을 뚫어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굴을……. 아, 이해했습니다.”
이은택 씨는 내가 주먹을 흔드는 것을 보고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
일시적으로 구멍을 뚫는 거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 권능을 이용해도 되고, 아니면 주먹으로 뚫어 버려도 된다.
내 지시를 받은 이은택 씨는 곧바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전인석의 몸을 입구 쪽으로 걷어차면서 말했다.
“협상은 결렬이다. 이제부터 나는 너를 짐승 취급할 거야.”
“억울……합…….”
“애초에 네가 이딴 짓을 안 벌였으면 되었던 거잖아? 뭐가 그렇게 억울해.”
나는 천천히 교회의 입구를 향해 다가갔다.
백명교 쪽에서 손을 쓴 모양인지, 입구는 이미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그런데 백명교 새끼들도 대가리가 비어 있는 것 같긴 해. 내가 정말 이은택 씨랑 단둘이 이곳으로 들어왔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주먹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돌무더기를 향해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돌들이 부서져 내린다.
그리고 그 돌들 뒤에서 낯이 익은 병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교회 내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우리 교단의 성기사들이었다.
“심심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성하.”
루나는 오른손으로 어떤 여자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자를 질질 끌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불을 저지르고 도망가던데요?”
“고생했다. 다른 놈은 더 없었어?”
“한 놈이 더 있기는 했는데, 레오가 이미 그쪽으로 붙었어요. 금방 잡히겠죠, 뭐.”
“1층에 아이들이 있어. 아이들을 최우선적으로 구출해.”
“네에.”
“성수는 따로 가져왔지?”
“넉넉하게 가져왔어요.”
“성수로 큰 불부터 잡으라고 해.”
“넵. 이럴 때를 대비해서 방재 교육은 확실하게 했으니까, 소방서에서 출동하기 전에 큰 불은 잡을 수 있을 거예요. 얘들아! 교황 성하 말씀 들었지?”
루나가 기세 좋게 소리치자 다른 성기사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예!”
“그럼 다들 빨리 움직여!”
일사불란하게 교회 내부로 진입하기 시작하는 성기사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백명교 놈들이 이제는 갈 데까지 간 것 같다.”
“정공법이 실패했으니까 이제 남은 건 편법밖에 없겠죠. 성하께서도 이미 다 예상하셨던 거잖아요.”
에에에에에에에에엥-!
저 멀리서 들리기 시작한 소방차의 사이렌.
나는 그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루나의 손에 붙잡혀 있던 여자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 싼다. 때가 어느 땐데 불장난을 하고 있어? 백명교에서 그렇게 가르치던?”
그 말에 입을 꾹 다무는 여자.
대답하지 않아도 사실 상관은 없다.
“말을 안 하겠다고 한다면 우리에게도 방법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네가 언제까지 말 안 하는지 보자고. 루나야?”
“네, 성하.”
“이 숙녀분은 네가 담당해 줘야겠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저한테 맡기세요. 자기, 성하 말씀 들었지? 자기, 오늘 나랑 같이 찐한 밤을 보내는 거야. 쉽게 기절하면 안 된다? 나 그러면 진짜 실망할 거야.”
저 여자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으려나.
나는 어깨를 으쓱인 다음, 고개를 돌려 불타오르는 교회를 바라보았다.
“이딴 게 너희들이 말하는 새로운 질서냐?”
백명교가 바라는 새로운 질서는 이 끔찍한 비극 위에 세워질 것이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볼 생각은 없었다.
“어디 한번 발악해 봐.”
그래야 밟아 죽일 때 성취감이라도 있을 테니까.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