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63)
263화
5.
“좋아.”
새빛교회의 화재를 진압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빈손으로 내려갔을 때와는 달리, 돌아올 때는 수확이 있었다.
“요새 우리 지하 심문실이 인기가 참 많아. 안 그러냐, 레오야?”
“심문실의 가장 적절한 사용법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겁니다. 이곳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악인 역시 끊이지 않다는 뜻이지요.”
“맞는 말이야.”
나는 의자에 슬쩍 앉으면서 입꼬리를 비틀었다.
심문실에 끌려온 인간들은 총 네 명.
전인석 그리고 백명교의 신도 둘.
마지막으로 방금 전에 막 교도소에서 다시 끌려온.
“분명히 저를 교도소로 보내 주신다고…….”
“일단 사자대면 좀 하고 다시 보내 줄게. 생각이 바뀌었거든.”
“성실하게 답변하겠습니다!”
마약 유통상 성준.
이렇게 해서 이번 사건과 관련되어 있는 관계자 네 명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성준은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인 표정으로 전인석을 가리켰다.
“제가 회개를 건넨 사람 맞습니다! 가장 많은 약을 구매했었습니다!”
“그래? 옆에 둘은?”
“음, 옆의 둘은 처음 보는 얼굴입니다.”
시작된 진흙탕 싸움.
성준의 고발을 가만히 듣고 있던 전인석은 지지 않겠다는 듯, 백명교의 신도 둘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둘은 김 집사, 이 집사입니다. 저희 교회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던 사람들인데, 어째서 이곳에…….”
“백명교에서 네 교회에 심어 둔 스파이들이던데.”
“……예?”
“그것도 몰랐어? 에라이, 이 한심한 새끼.”
“커허어억.”
퍼어어억.
전인석의 옆에 서 있던 루나가 녀석의 복부에 발을 꽂아 넣었고, 전인석은 피를 토하면서 벽으로 날아갔다.
“어린아이한테 마약을 처먹이고서는 신사적인 대우를 기대했던 건 아닐 거라고 본다.”
루나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기껏해야 시연이 또래의 어린아이들에게 마약을 투여한 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죄다.
“교회에 불을 지른 것도 너희니까…… 그런데 너희 둘은 여전히 대답할 생각이 없는 거야?”
나는 백명교의 신도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들 역시 이곳의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루나와 레오가 그들에게 확실하게 공포를 심어 두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전인석이 ‘김 집사’라고 부른 여신도.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최대한 성실하게…… 답하겠습니다.”
“그래, 바로 그 자세야. 너희 둘, 백명교에서 나온 거 맞지?”
“……예.”
굿 캅 배드 캅은 언제나 효과적인 방법이다.
루나에게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는 몰라도, 내가 부드럽게 질문하니 그녀가 술술 입을 열었다.
“주요 임무는?”
“교회 내부에서 회개가 잘 투약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역할이었습니다. 더불어 어린아이들에게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에 대한 연구도 병행했습니다.”
“감히 네가 위대한 분들의 뜻을 배신하는 것이냐! 구원받지 못할 년. 네년은 공허의 끝에서 메말라 죽어 갈 것…… 커허어어억!”
그녀의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백명교 신도가 처절하게 소리쳤다.
나는 그 남자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으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닥치고 있어.”
“네 이노오오오오오옴!”
우드드득.
너무 시끄러워서 턱을 잡고 으스러뜨렸다. 그리고 성화를 피워 올려 성대를 지졌다.
“너한테는 나중에 따로 물어볼 테니까 순서를 기다려라. 성숙한 시민 문화를 보여 달란 말이야. 레오야?”
“예, 성하.”
“복도로 끌고 나가. 이놈은 나중에 따로 심문한다.”
레오는 고개를 끄덕인 후, 반항이 심한 놈을 질질 끌며 복도 끌고 나갔다.
나는 그 모습을 마지막까지 지켜본 다음, 다시 시선을 ‘김 집사’에게 두었다. 그리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나는 협조적인 사람한테는 막 대하지 않아. 대충 내 스타일 알겠지?”
“예, 예.”
“아주 좋아.”
우리 교단의 심문 기술은 단연 세계 최고다.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다.
심문 과정에서 실수로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그러면 그냥 신성력으로 치료하고 심문을 진행하면 된다.
우리 교단의 심문을 받고 있는 도중이라면 마음대로 죽을 수조차 없다.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뽑아낼 때까지.
심문은 끝없이 계속된다.
“혹시 심문 도중에 마음이 바뀌면 말해. 예를 들어 갑자기 입을 열고 싶지 않아졌다든가, 끝까지 백명교에 남아 있고 싶다든가. 그런 것들.”
“아, 아닙니다. 성실하게…… 성실하게 답변하겠습니다.”
“루나한테 아주 잘 배웠네. 루나야, 고생했다.”
“제 전문이잖아요.”
도대체 서울로 올라오는 중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이 여자, 기합이 아주 바짝 들어가 있었다.
나는 벽에 처박혀 있던 전인석을 다시 끌고 와서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리고 그 셋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서로 가지고 있는 정보를 맞춰 보자고. 교차 검증 바로바로 해 보고, 누군가 틀린 말을 하는 것 같으면…… 너희들이 더 잘 알지?”
이제부터 이곳에서 거짓은 말할 수 없다.
나는 의자에 편하게 앉은 다음,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루나야.”
“예, 성하.”
“게임을 시작하자.”
“넵.”
진실 게임이 시작되었다.
이곳에서 거짓을 말하는 대가는 오로지 죽음뿐.
그렇게 기나긴 심문이 시작되었다.
6.
“생각보다 규모가 크네.”
밤을 새워 진행된 심문.
백명교에서 퍼뜨리고 있는 ‘회개’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장소에 퍼져 있었다.
“교회, 절뿐만 아니라 학생들이나 일반인들까지…… 아주 그냥 제대로 사업을 벌이셨구만.”
도저히 이 짧은 시간 동안 벌인 짓이라고 믿을 수 없는 규모.
회개는 각계각층에 벌써 퍼져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신도들의 신앙심을 높여 주는 듯 보이지만, 결국 그 신앙심은 고대 신들에게로 향하게 된다라……. 영락없는 사이비 마약이네.”
결국, 종교 시설에 침투하여 그곳의 신도들을 전부 백명교에 끌어들인다.
이 녀석들이 ‘회개’를 통해 노리던 효과였다.
“증언을 통해 확보한 종교 시설에 즉각적으로 병력을 파견했습니다.”
레오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나에게 보고를 이어 나갔다.
“이능관리부에서도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능관리부 소속 특수조사국에서 전면적으로 조사에 나설 예정입니다.”
“백명교 놈들의 모든 혐의를 밝혀내야 해. 그놈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워야만 한다.”
얼마 전 정치권과의 대형 스캔들 이후, 백명교는 정신도 못 차린 채로 두들겨 맞고 있었다.
검찰, 경찰의 수사망은 물론이며 여론, 언론의 질타까지.
리멘 교단의 대항마라고 불렸던 백명교가 무너져 내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번 교회 방화 사건이 백명교의 소행인 건 슬쩍 말해 줬지?”
“세종 일보 측에 제보를 해 두었습니다.”
“이제는 안 시켜도 잘하네.”
“모든 것이 성하께서 잘 가르쳐 주신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여론전에서 우리가 확실히 기세를 가져왔다.
리멘 교단을 비난하던 여론은 이미 온데간데없다.
대한민국인 모두가 힘을 합쳐서 백명교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오늘 아침 이루어진 이능관리부의 공식 기자회견도 불난 집에 기름을 부어 버린 셈이 되었다.
이능관리부 임시 대변인 김동식 실장, 신종 마약 ‘회개’와 전면적인 전쟁 선포!>
신종 마약 ‘회개’는 어떤 약인가?>
일부 전문가, ‘회개’와 ‘백명교’의 연관성 제기!>
백명교를 옹호했던 언론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장 선두에 서서 백명교를 비난한다.
그렇게라도 죗값을 치르겠다는 듯, 그 누구보다 격렬하게 비난 여론을 조성한다.
나는 집무실의 의자에 앉아 TV를 바라보았다.
TV에서는 연신 백명교와 관련된 범죄 행위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쯤 되면 백명교 측에서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아야 하지만, 녀석들은 감감무소식이다.
대한민국에 진출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마치 대한민국 전체를 집어삼킬 것 같았건만.
……어째서지?
“백명교에서는 모든 걸 포기한 것만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대응이 없다.
순순히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만 같은 모양새다.
이렇게 쉽게 밀려날 거였으면 도대체 왜 대한민국에 재진출을 했던 걸까?
나는 곰곰이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했다.
이건 차라리 일부러 시간을 끌기 위해서 미끼를 던진 듯…….
“……그거였네.”
우리 교단의 역량을 대한민국에 고정시키는 것.
우리 교단이 다른 곳을 살펴볼 수 없게 만든 후, 다른 곳에서 본인들의 계획을 진행시킨 것이다.
“교란.”
대한민국에서 리멘 교단을 몰아내기 위해서 녀석들이 이곳으로 들어온 게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를 대한민국에 몰아넣기 위해서 이곳으로 진출했던 거다.
그렇다면 우리를 이곳에 몰아넣은 후,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려고 했던 걸까?
“레오야.”
“예, 성하.”
“중국 북부 쪽에 심어 둔 우리 정보원들 숫자가…….”
“성하께서 대한민국을 우선시하라고 말씀하셔서, 일단 최소한의 인력만 남겨 둔 상태입니다. 이단심문관 대부분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활동 중입니다.”
“우리가 잘못 판단했던 것 같다.”
백명교가 대한민국에 재진출한 것은 단순히 지연책에 불과하다.
우리의 시선을 최대한 다른 곳으로 돌리게 만든 후, 본인들의 계획을 진행시키기 위한 지연책.
“지금 당장 중국 북부 쪽으로 이단심문관들 파견해.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 미국 정부에 협조 요청 보내. 중국 북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최대한 빠르게 파악해 봐.”
만약 백명교 놈들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다면, 그 장소는 중국 북부임이 틀림없었다.
내 명령을 들은 레오가 고개를 작게 숙인 뒤, 곧바로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백명교, 이 새끼들.”
우리의 눈을 돌리고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거야?
7.
신의주에 위치한 어느 건물의 지하.
희미한 녹색등이 자리 잡고 있는 지하실 한가운데에 금발 머리의 소녀가 다소곳하게 앉아 있었다.
“대교구장님, 리멘 교단 측에서 다시 정보력을 중국 북부에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좀 빠르군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들이 지금 와서 움직인다고 한들, 크게 바뀌는 건 없습니다.”
소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회개는 얼마나 유통되었죠?”
“지방에 위치한 개척 교회, 절 등 각종 종교 시설들을 중심으로 많이 퍼져 나간 상태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에서 전수조사에 나선다고 합니다.”
“전수조사라…… 지연시킬 수단은?”
“현재로서는 전무합니다. 우리로부터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받은 자들이 모두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음, 김시우 교황님께서 힘을 많이 쓰셨네요.”
소녀는 부하의 말에 아쉽다는 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아쉬운 대로 어쩔 수 없죠. 김시우 교황님께 보내 드릴 선물을 준비하도록 하세요.”
“광신 말씀이십니까?”
회개를 복용한 이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또 다른 축복, 광신.
백명교의 명령에 따라 그들은 광신도로 변하여 고대 신의 이름을 사방으로 전파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무력 충돌이 동반되겠지만, 원래 새로운 질서는 파괴 위에서 피어나는 법이다.
그렇게 해서 회개 복용자들은 백명교의 위대한 대업에 동참할 수 있을 테니, 그들에게도 그건 축복과도 같은 일일 것이다.
“네. 회개가 생각보다 덜 유통되기는 했는데, 대한민국을 불길에 휩싸이게 하기엔 충분할 것 같아요.”
대교구장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녀의 미소를 마주한 부하는 허리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부하.
대교구장은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새로운 질서가 이 땅 위에 도래할 날이 임박했답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