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69)
269화
5.
전쟁 준비는 청와대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비상소집된 국회에서는 전쟁 준비와 관련된 법안들이 급속하게 통과되었으며, 대형 길드를 비롯한 각성자 병력들의 소집도 빠르게 이루어졌다.
중국 내전에 참전하기 전의 조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
평소에 늑장 대응으로 유명했던 일부 정부 부처조차도 이번에는 미친 속도로 업무를 처리하더라.
그건 흡사 광기였다.
“일 제대로 처리하란 말이야!”
“그거 그렇게 미적미적 미뤄서 되겠어? 어? 우리가 조금 더 해 줄 테니까, 빨리 처리 좀 하라고 해!”
“야 이 새끼들아! 우리 애들이 저 떼놈들한테 죽었는데, 지금 밥이 처넘어가?”
익명 게시판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회사에서 광전사 본 썰’, ‘오늘도 한계를 넘는다…….’ 등의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
대한민국은 원래 그런 나라다.
까도 우리가 까고, 남이 우리를 까면 한마음이 되어서 개처럼 물어뜯는 민족.
그것이 한민족이고, 그것이 대한민국이다.
심지어 다람쥐조차 다른 지역의 다람쥐보다도 억셀 정도.
대한민국이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는 국가가 딱 두 개 있는데, 바로 일본과 중국이다.
일본은 최근에 과거사를 사죄하고 논란이 되던 모든 문제에 대해 저자세로 나오고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악감정이 희석된 편이었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았다.
디멘션 오프닝 이후로 주장했던 패권.
각성자 숫자로 압박해 오던 지난날들.
중국 내전 덕분에 일부 동정 여론이 생성되기도 했었으나, 우리 국토를 넘어온 지금 더 이상 동정 여론이 존재할 수 없었다.
결국,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남은 건.
“피의 보복이다!”
“원수를 갚아라!”
“복수, 결코 복수.”
복수심과 악기뿐.
누군가는 이 상황을 두고 우려를 표했지만, 사실 내가 봤을 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전쟁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그건 또 아니네요.”
집무실에서 인터넷의 여론을 살피고 있던 루나의 혼잣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집 애가 옆집 애한테 맞다 못해 맞다 죽었어. 그럼 당연히 눈이 뒤집히지. 그게 대한민국이고, 그게 대한민국 사람들이야.”
설사 우리 애가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혼내는 건 우리가 혼내야 한다.
다른 사람이 해코지를 하면? 눈이 뒤집히는 게 당연한 결과다.
실제로 이미 대한민국 정부는 외교전을 시작했다.
중국의 불법행위에 대해 비난하기 시작했으며, 미국과 일본 역시 대한민국 정부의 편을 들어 중국을 압박하는 중이었다.
겉으로는 일단 그런데, 서 대통령이 오늘 아침에 나에게 해 주었던 이야기가 신경 쓰인다.
-UN에 파견되어 있던 중국 측 유엔 대사도 지금 상황에 크게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즉, 중국 내부에서도 협의되지 않은 돌발 행동이 벌어졌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인류가 멸망을 향해 전속력으로 액셀을 밟고 있다…… 정도로 정리하면 되겠네.”
디멘션 오프닝 이래로 최악의 혼란스러운 시기.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세계 3차 대전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중동에 이어 동북아시아의 원자로가 폭발한 거고, 다른 국가들도 이번 전쟁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주장하고 있었다.
원자로니, 세계 3차 대전이라느니, 사실 그딴 건 나한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국 남부의 의견은?”
“현재, 상하이 당서기장 주최로 비상대책 회의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이세민 씨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 중이라고 하는데, 아마 그들 역시 대한민국의 편에 서서 싸울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네.”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생각만 남아 있다.
언데드와 인간, 두 존재들이 주로 맞붙었던 지난번 중국 내전과는 다르게 이번 전쟁은 인간과 인간의 전쟁이다.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중국 남부는 독립을 선언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흉악한 전쟁 범죄를 일으킨 중국 정부는 정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고, 본인들이야말로 중국 대륙의 적법한 정부다. 이거겠지?”
“그렇습니다. 현재, 상하이를 비롯한 남부 지역의 정치인들은 중국 정부를 두고 신정국가라고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개판이네. 진짜 개판이야.”
더할 나위 없이 혼란한 동북아시아다.
오호십육국 시대도 이렇게 정신없진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지.
이런 혼란한 시기에 옳은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한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루나에게 말했다.
“정부에서는 개전 시기를 2주 뒤로 잡고 있으니까, 우리 교단도 그에 맞춰서 준비를 끝내자.”
“네, 성하.”
백명교가 일으킨 소요 사태와 게릴라전을 통해서 우리 교단의 신입들이 경험을 쌓은 게 오히려 호재일지도 모른다.
“훈련 시작 3개월도 안 돼서 전장에 투입하는 건 원래 미친 짓이긴 하지만…… 심판의 검 덕분에 다들 말도 안 되는 성장을 보여 주긴 했죠. 성하, 이번 전쟁도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거예요.”
“그 희생자를 줄이는 게 우리들의 역할인 거야.”
“최선을 다할게요.”
나는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향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1주만 더 빡세게 굴리고, 남은 1주는 가족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게 해. 긴 싸움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 정도 여유는 즐기게 해 줘야지.”
전속력으로 달리기 위해서는 잠시 숨을 고를 필요가 있었다.
지금이 아니고서는 숨을 고를 시간조차 없을 것이다.
내 지시에 루나는 고개를 숙인 후, 천천히 집무실 밖으로 나섰다.
그렇게 루나를 내보낸 다음 나는 창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하늘 높이 떠오른 태양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여름.
그것도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다.
전쟁을 하기에는 최악의 계절.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이 예상된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이 전쟁은 폭염 속에서 이루어지게 생겼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멸망을 막거나.
아니면 멸망을 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
“리멘.”
오늘따라 리멘이 보고 싶어 그녀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하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테라의 말대로 리멘이 나를, 그리고 지구를 위해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걸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말해 주면 좋을 텐데.
“후우.”
나도 당분간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겠다.
나는 무겁게 숨을 뱉어 냈다.
6.
중국과의 개전 5일 전, 전쟁 전 맞이하는 마지막 주말.
나는 아주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외출을 했다.
이건 시연이의 소원이었다.
-큰오빠, 나랑 같이 놀이공원 가자! 가족들 전부 다 같이!
시연이가 말한 ‘가족’은 피가 섞인 사람들 말고, 조금 더 포괄적인 개념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시연이의 부탁인데 못 들어줄 게 뭐야?
그래서 결국 우리는.
“우와아! 저기 봐 봐.”
“김시우 교황님?”
“옆에 누나랑 폴더좌도 같이…… 꺄악! 시연이 봐. 너무 귀여워!”
“루돌프랑 베스도 같이 왔잖아?”
“미쳤다.”
“세상에. 다들 빨리 사진 찍어!”
“야, 카메라 조심해. 저번에 누가 현장에서 김시우 직촬하다가 핸드폰 다 박살 났다면서. 너 핸드폰 어제 바꿨잖아. 김시우가 기분 나쁘다고 박살 내기라도 하면…… 허억!”
우리를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시민들.
지난번 소요 사태 현장에서 휴대폰을 박살 냈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저기이.”
근래에 들어 부쩍 신체 능력이 향상된 시연이의 귀에도 그 이야기가 들렸던 모양이다.
나는 그냥 지나치려고 했건만, 시연이는 아무래도 쉽게 지나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시연아, 아무리 그래도 화를 내면 안…….
“언니들! 우리 오빠 나쁜 사람 아니에요. 아무 사람 휴대폰이나 박살 내는 사람 아니에요! 지난번에는 그 사람들이 희생자들을 찍고, 협조도 안 해 주고 방해해서 그랬던 거예요. 다들…… 다들 그것도 모르고. 흐으으윽, 우리 오빠만…… 나쁜 사람 만들고 있고…….”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갑자기 울어 버리네?
귀여운 시연이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자 가장 당황한 건 시연이의 앞에 서 있던 여자들이었다.
그녀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시연이를 달래기 시작한다.
“미, 미안해요.”
“저희는 그냥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울지 마요. 울지 마요.”
“우리 오빠…… 나쁜 사람…… 아니…….”
시연이가 눈물을 흘리자 순식간에 조성되기 시작하는 여론.
“맞아. 그때 후기 보니까 나쁜 건 그 사람들이더만.”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게 구경거리는 아니잖아요. 김시우 교황님이 어떤 분이신데, 누가 김시우 교황님 욕하는 거야?”
“어이, 당신들! 자세히 알고나 말해!”
장담하건대 이 모든 반응은 시연이가 노린 것이다.
근래에 들어 시연이가 영악해졌다는 보고는 받았는데, 이 정도로 영악해졌을 줄이야?
처음 우리의 뒷담화를 한 그녀들은 나를 향해 연신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그런 그녀들을 향해 살포시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괜찮습니다. 제가 설명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니까요. 마음에 담아 두지 않을게요.”
이런 자리에서는 그냥 용서해 주는 게 베스트다.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그들은 연신 허리를 숙이더니 재빠르게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다른 시민들이 연신 박수를 쳤다.
“역시, 김시우 교황님이시다!”
“너무 자비로우셔!”
우레와 같은 환호 속에서 시연이는 내 품속에 쏙 안겼다.
시연이를 달래기가 참 쉽지 않을 텐데, 이것 참 곤란…….
“헤헤, 오빠 나 잘했지?”
“뭐야, 시연이 우는 거 아니었어?”
“내가 왜 울어! 이렇게 즐거운 날에 안 울어.”
항상 순진하고 착하기만 했던 우리 시연이가 이렇게나 영악해졌을 줄이야.
……아니지.
어쩌면 나에게만 순진한 모습을 보여 줬던 게 아닐까?
인욱이도 가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던 걸 보면…….
“인욱아.”
“형이 생각하는 게 맞아. 내가 몇 번 말했잖아.”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렴 어때?
시연이가 눈치도 좋고, 머리도 좋고, 연기도 잘한다는 건데.
우리 교단의 선지자 말고 배우라도 시키고 싶은 심정이다.
세상에 우리 시연이의 대단함을 자랑하고 싶다니까?
나는 품속에 안긴 시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시연아, 놀이 기구 타러 갈까?”
“응!”
“뭐 타고 싶어?”
“롤러코스터!”
키 제한에 걸리진 않겠지?
일단 한번 가 보도록 하자.
그렇게 우리 ‘리멘 군단’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롤러코스터 대기 줄에 도착할 수 있었고.
“앗! 먼저 타세요.”
“어머! 먼저 타세요.”
“김시우 교황님! 팬입니다!”
“아니, 여러분들, 이렇게 안 해 주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거기, 앞에 계신 분들! 여기 김시우 교황님께서 오셨습니다. 우리들의 영웅을 위해 한 번씩만 양보합시다!”
“좋습니다!”
“좋아요!”
기대하지도 않았던 성원 속에서 줄을 양보받았으며, 덕분에 대기 시간 2시간의 놀이 기구를 불과 10분 만에 타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었다.
시연이가 요새 훈련을 받으면서 키가 훌쩍 큰 덕분에 키 제한에 걸리진 않았다.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후, 시연이는 내 옆에서 레일의 꼭대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서워하는 걸까?
역시, 어린아이답게 무서워하는 게 분명…….
“큰오빠.”
“응?”
“저기 꼭대기에서 떨어질 때, 신성력을 바닥을 향해 방출하면 살 수 있겠지?”
시연이의 전혀 예상치도 못한 질문.
내가 벙쪄 있자 루나가 대신 대답해 줬다.
“음, 좋은 질문이야, 시연아. 손으로 방출을 하면서도 낙법까지 병행해야 해. 그래야 충격을 줄이고 부상도 안 입을 수 있거든. 괜찮으면 언니가 직접 시범이라도 보여 줄까?”
“우와! 저 보고 싶어요! 언니!”
“그래, 그럼 내가 여기 직원에게 미리 말을…….”
“……다들 그만해. 제발.”
전쟁을 앞두고 마인드 컨트롤이라도 하려고 놀러 왔는데…….
이래 가지고는 힐링은 개뿔, 머리가 하얘지겠다, 이 녀석들아.
아무튼.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가족 나들이는 계속되었다.
이 순간만큼은 잠시 다가올 전쟁에서 해방된 것만 같았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