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72)
272화
5.
사이렌이 울려퍼진 지 2시간 뒤.
중국 랴오닝성의 성도 선양.
“음, 자현 군이 올 줄 알았습니다만, 교황 성하께서 이리 직접 나서 주실 줄이야.”
라파엘은 웃으면서 나를 반겨 주었다.
그렇게 말하는 라파엘의 주위에는 엄청난 살상력을 지닌 드론들이 셀 수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움직이는 요새.
나는 라파엘을 향해 가볍게 손을 들어 주었다.
“가끔은 일탈을 좀 해 줘야죠.”
“총사령관이 이렇게 쉽게 나서도 됩니까?”
“에이, 어차피 바지 사령관인데요. 정식 직위도 아니잖아요?”
정식 사령관과 참모진은 당연히 군에서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원정군에서 내 입김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상태.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내가 실세라는 말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사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라서 부정하진 못하겠다.
“리멘 교단 3기 교육생들의 전투 성과가 나쁘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사람 간의 전쟁이 이어질 줄 알았는데, 차라리 잘된 일이죠.”
“중국 정부에서 몬스터 토벌을 아예 포기한 모양새입니다, 쯧.”
위이이이잉- 콰아아아앙!
라파엘은 손에서 입자포를 발사하면서 혀를 찼다.
라파엘이 발사한 입자포에 허공에서 날아다니던 와이번들이 픽하고 쓰러진다.
단동을 점령한 이후, 우리들은 만주 지역의 상황이 꽤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게이트 토벌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는지 셀 수 없이 많은 몬스터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전쟁은 전쟁인데, 마치 몬스터와의 전쟁을 이어 나가는 기분.
잃어버린 땅 수복전 페이즈 2 같은 느낌이랄까?
“상황이 어떻습니까?”
“뭐, 보시다시피. 저쪽의 이레귤러가 꽤 재밌는 친구입니다. 중국산 이레귤러라고 해서 무력을 앞세운 놈인 줄 알았더만, 그게 또 아닙니다.”
휘이이이이잉-!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 건 거대한 바람의 장막이었다.
마법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힘.
마법이 한번 정제된 마력을 사용한다면, 이건 약간 원시적인 마력을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다.
“누구인지는 알겠네.”
우리 쪽의 정보망에 있는 능력이다.
중국에는 자연의 힘을 주로 사용하는 능력, 마치 정령을 부리는 듯한 이레귤러가 있다.
“류 하오쥔.”
순리의 오른팔이자 ‘도사’라고 불리는 이레귤러.
중국의 이레귤러들 중에서 유일하게 못 만나 본 이레귤러기도 했다.
추가적인 정보에 따르면 굉장히 비열하고 여색을 밝히는, 한마디로 개망나니 같은 놈이라고 했는데…….
꼴에 이레귤러는 이레귤러다.
스케일 하나만큼은 제 주인인 순리보다 낫다.
“도시 전체를 바람을 통해서 방어해 낸다. 이거 약간 결계 같은 느낌이 듭니다.”
라파엘은 드론을 통해서 이런저런 지표들을 측정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바람 속에서 마력의 흔적이 느껴진다.
“마정석을 사용한 것 같네요.”
“그 비싼 걸…… 이딴 식으로 사용할 거면 차라리 팔기나 하지, 쯧.”
“난민들 먹여 살릴 식량은 없고, 시간을 끌 마정석은 있고…… 쯧.”
요서 쪽으로 모든 병력이 빠진 줄 알았다만.
저 도시에 도대체 뭐가 있기에 이레귤러를 배치해 둔 걸까?
궁금하긴 하다.
라파엘은 바람의 장막을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나에게 말했다.
“분석은 끝났습니다. 장막을 구성하는 공기를 싸그리 불태워 버리면 무너질 겁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간만에 몸 좀 풀까 합니다.”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라파엘은 금세 내 속셈을 알아차렸다.
“그럼 저는 도시의 민간인들을 구출하는 데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혼자서 가능…….”
촤르르르륵.
순식간에 바닥에서 조립되기 시작한 로봇 개들.
라파엘은 그 개들 중 한 마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이런 상황이 나올 줄 알고 따로 생산해 둔 녀석들입니다. 숫자는 대략 3천 마리 정도?”
“걸어다니는 로봇 공장이세요?”
“하하! 좋은 표현이군요. 구조는 저에게 맡기십시오.”
“이런 능력을 지니신 분이 어째서 저를 전폭적으로 도와주신대? 국적을 포기하신 김에 아예 국가를 새로 하나 세우시죠?”
내 장난기 섞인 말에 라파엘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말씀드렸잖습니까, 돌아갈 세계가 있다고. 교황님, 부탁 하나만 하겠습니다.”
“편하게 하세요.”
나를 지금까지 도와준 라파엘의 부탁이라면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라파엘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연구에 진척이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지구 곳곳에 다른 차원과의 통로가 개방되고 있습니다. 아마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그 고대 신이라는 존재들과 연관되어 있겠지요.”
고대 신들은 다양한 차원으로 퍼져 있던 존재들.
그들이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응당 차원 간의 통로를 개방한 채로 들어와야 한다.
라파엘은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원리는 알겠습니다. 원리는 알겠는데…… 그 원리를 이용해서 차원문을 개방하려면 자격이 필요한 것 같더군요.”
“……신격.”
그 부분에 대해서는 테라에게 이미 들었다.
주신급의 성좌, 그러니까 신격만이 그 차원 통로를 개방할 수 있다.
“교황님께서 저에게 제가 있던 곳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나에게 있어서 지구는 고향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또다른 유배지일 수도 있다.
가족들을 저쪽 세계에 둔 라파엘처럼 말이다.
나는 라파엘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합니다.”
“역시, 교황님은 관대하십니다.”
“지구상에 미친놈은 하나라도 줄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제 귀여운 동생을 위해서……라고 해 두죠.”
내 말에 라파엘이 크게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쑥스러워하시기는.”
“크흠.”
헛기침을 몇 번 내뱉었다. 그리고 양 주먹에 신성력을 끌어모았다.
“하여간에 다녀오겠습니다.”
“길을 뚫어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해야 하는 법이지.
나는 피식 웃은 다음, 곧바로 장막을 향해 몸을 내던졌다.
휘이이이이이이이-!
칼날 같은 바람이 내 온몸을 갉아 먹을 듯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6.
장막을 뚫고 도시 내부로 진입했다.
“흠.”
선양의 풍경은 지금까지 내가 본 중국의 도시 중에서 가장 멀쩡했다.
파괴된 곳 없이 아주 말끔한 모습.
딱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대피 작업은 따로 없었나 보네.”
이곳의 시민들도 대피를 하지 못했다는 것.
즉, 스케일이 크게 싸우게 되면 민간인 희생이 불가피해진다는 뜻이다.
이거야말로 인간 방패다.
“누가 순리 오른팔 아니랄까 봐 비열한 것 좀 봐라.”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인데, 윗물부터가 속으론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니 제대로 돌아갈 리가 있나.
“후우.”
선양에서 가장 높은 빌딩.
그곳에서 이레귤러의 기운이 적나라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시야에도 정확하게 들어온다.
백색 도포에 백우선을 들고, 수염을 아주 멋들어지게 기른 중년의 남성.
“제갈량 코스프레도 아니고, 쯧.”
누가 보더라도 삼국지의 제갈량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레귤러.
저놈이 바로 류 하오쥔일 것이다.
녀석은 높은 곳에서 나를 내려다보면서 가볍게 백우선을 휘저었다.
그러자.
콰르르르릉-!
마른 하늘에서 갑작스럽게 날벼락이 떨어진다.
그것은 환각이나 장난질 따위가 아니라, 진짜 번개였다.
화르르륵.
날벼락이 떨어진 자리가 폭탄이라도 터진 듯이 깊숙이 파였고, 그 자리에서 거센 불길이 타올랐다.
문제는 그 자리에.
“살, 살려 주세요!”
“꺄아아아아악!”
죄없는 민간인들이 있었다는 거다.
보통 이레귤러라면 자국의 민간인들을 보호하는 게 정상 아닌가?
지금 자국의 민간인이 벼락을 맞고 죽었는데.
“……웃어?”
백우선을 살랑살랑 흔들면서, 입꼬리를 올린 채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목구멍 너머로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불쾌감.
백명교도도 아닌 놈이 이만큼 혐오감을 이끌어 내는 것도 참 쉬운 일이 아니다.
「김시우, 네놈이 이 땅에 발을 디딘 건 실수다! 비록 순리 님께서 네놈에게 패하셨지만, 이곳에서만큼은 결과가 다를 것이야.」
스스로를 도사라고는 말하지만, 행동 방식 자체는 마법사와 거의 흡사하다.
마법사들이 진지 구축에 아주 능한 만큼, 저 녀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기의 흐름조차 인위적인 걸 봐서는 이미 도시 곳곳에 함정이 설치되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한 가지 더.
“백명교가 제물을 바치던 곳이었나?”
이곳의 지하에서 고대 신의 신성력이 진득하게 느껴진다.
백명교가 자신의 신들에게 제사를 드리는 제단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녀석들이 지키는 데에는 역시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위대한 분들께서 나에게 새로운 힘을 허락하셨다. 이미 이곳은 성스러운 땅, 이곳에서 그분들의 명을 거역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녀석이 그 말을 하기 무섭게, 곧 내 눈앞에 붉은색의 메시지창이 떠오른다.
[해당 지역은 다른 신격의 성지>로 성포된 지역입니다.] [해당 지역에서 종교 : ???>를 지닌 자들의 전투력이 대폭 강화됩니다. 성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성지>의 구심점을 파괴해야만 합니다.]테라가 메시지창을 통해서 이런저런 정보를 제공해 주려고 했지만, 나는 도리어 메시지 알림 기능을 해제했다.
“나쁜 놈들을 패 주겠다는데 뭐 그렇게 알려 주는 게 많아? 그냥 죽기 직전까지 팬 다음, 한 대 더 패서 죽여 버리면 되지.”
그때였다.
스르르르륵.
스르르륵.
“꺄아아아아악!”
“허어어억!”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멀쩡해 보였던 건물들의 형상이 일그러지기 시작했으며, 곧 그 사이에서 얼굴 없는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다.
내가 지금까지 보고 있었던 도시가 거짓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공간> 자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저적.
허공 속에서 뻗어 나간 금>은 곧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 냈다.
그 균열 뒤로 주황색의 하늘이 드러난다.
잠시 후.
휘이이이이잉-!
균열은 엄청난 힘으로 주위의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완전한 파괴 속에서 새로운 질서가 태어날 것이다.」
저건 류 하오쥔 혼자서 만들 수 있는 함정이 아니었다.
고대 신들이 직접 손을 대야지만 만들 수 있는 재앙.
나는 그 끔찍한 풍경을 바라보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딴 짓을 벌여 놓고서는……. 너희들이 도대체 정화자랑 다를 게 뭐냐?”
머릿속이 명확해진다.
정화자?
백명교?
내가 봤을 땐 그 둘은 별반 다르지 않다.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는 놈들이나, 세상을 파괴하고 새롭게 창조하겠다는 놈들이나.
둘 다 거기서 거기다.
인류의 적, 해악.
“그래서 내가 너희들을 똑같이 대우하는 거야, 이 쓰레기 새끼들아.”
나와 리멘 교단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에덴에서도 그러하였듯, 그저 지킬 뿐이다.
나는 어느새 균열 위로 이동한 류 하오쥔을 바라보며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류 하오쥔, 너 혹시 산 채로 척추가 뽑혀 본 적이 있어?”
「……뭐?」
“없나 보네. 좋아.”
아, 다행이다.
“오늘 내가 너한테 그 진귀한 경험을 선물해 줄게. 사양하지 마.”
내가 처음이라서.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