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73)
273화
89. 미친개한테 물리면?
1.
류 하오쥔은 언젠가 들었던 위대한 이들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너에게 새로운 질서를 주도할 힘을 선사하겠노니, 나를 받아들이고 더 높은 경지로 올라서라. 그리하면 너는 새로운 세상을 손에 넣으리라.】
【우리가 너에게 새로운 미래를 약속하마.】
지구로 돌아온 이후, 그가 처음으로 마주했던 거대한 벽.
지구로 돌아온 이후로 그가 태어났던 중국에서 온갖 향락을 누릴 수 있었다.
원하는 것은 다 가졌으며, 원하는 여자는 마음껏 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힘에 대한 갈망은 충족하지 못했다.
‘스승님들조차 나에게 주지 못했던 힘인데…….’
류 하오쥔은 ‘도원’이라는 세계에서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수행을 하다 왔다.
‘도원’은 도사들과 요괴들이 나타나던 세계.
그 세계에서 그는 세 명의 스승님을 두고 도술을 배웠다.
스승님들은 모두 좋은 분들이셨다.
괴팍하기는 했으나, 항상 섬세하게 류 하오쥔에게 가르침을 내려 주었다.
도술을 사용하는 법부터 시작해서 도사로서 지녀야 하는 마음가짐.
류 하오쥔은 그 세 명의 스승 밑에서 열심히 도술을 배웠고, 그 누구보다 빠르게 강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스승들은 그에게 더 이상의 가르침을 내려 주지 않았다.
이유는 하나였다.
-네 마음속에 여전히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구나. 욕심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어리석은 제자야. 힘이란 건 취할수록 멀어지는 법이다.
스승들은 언제나 류 하오쥔의 탐욕을 경계했다.
더 많은 것을 탐내려고 할 때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뿐, 류 하오쥔에게 새로운 경지를 보여 주지 않았다.
힘이 있음에도 사용하지 못했고, 인정받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류 하오쥔은 지구로 돌아오게 되었다.
지구로 귀환한 이후로는 탄탄대로였다.
한때 그 누구보다 무서웠던 정부는 귀환한 그에게 천하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때부터 그의 전성기가 시작되었다.
순리와 힘을 합쳐서 정적을 하나둘씩 제거해 나갔고, 더욱 많은 권력을 얻게 되었다.
인민을 위한 봉사?
애초에 그딴 건 생각하지도 않았다.
약한 자들이 밟히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며 자연의 섭리였다.
스승들은 류 하오쥔의 그런 생각을 극도로 혐오했으나, 지구로 돌아와서 사귄 순리는 그런 그의 생각에 기꺼이 동조해 주었다.
그렇게 향락도 슬슬 질려 갈 때쯤, 백명교라는 종교 집단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들은 그에게 ‘신’을 만나게 해 주었고, ‘신’은 류 하오쥔의 갈망을 충족시켜 주기로 약속했다.
스승들이 그토록 막으려고 했던 경지.
인간에서 벗어나는 ‘탈각’의 경지를 약속했던 것이다.
‘신’과의 약속에 따르면 자신은 분명히 인간의 경지를 벗어나 아득히 높은 존재가 되었어야만 했다.
분명히 그랬어야만 했는데.
콰드드드드득.
“크아아아아아아아악!”
“팔이 뽑혀 본 것도 처음이야? 이 새끼 이거, 너무 곱게 자랐네. 이레귤러들은 보통 다 이 정도는 버티던데.”
“나는, 나는 이미 인간의 껍데기를 벗어던졌…….”
“벌써 정신이 나간 건가?”
그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류 하오쥔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범주에 있었다.
‘신’들의 힘을 받아들인 이후, 그는 본인에게 적수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도술은 그 어느 때보다 강대했다.
자연의 모든 것이 그의 명령에 따랐고, 중국 최고의 이레귤러라고 할 수 있는 이세민조차도 압살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괴물은 이세민과 달랐다.
“지진, 벼락, 태풍. 다 좋아. 다 좋은데, 신체는 단련 안 했어? 체력이 국력이다. 그 말 모르냐?”
김시우.
대한민국에 갑자기 출현한 이레귤러.
그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미친놈일 줄은 몰랐다.
벼락에 정통으로 맞아도 기절하지 않는다.
땅조차 증발시킬 정도의 벼락이었음에도 김시우는 온몸에 연기를 피워 올리면서 달려들었다.
칼날 같은 질풍도, 대지를 뒤집어 버리는 지진도.
류 하오쥔의 능력 중 그 무엇도 김시우를 막아 세울 수 없었다.
“살, 살려 줘.”
이미 뽑혀 버린 오른쪽 팔에서는 쉴 새 없이 피가 솟구친다.
기운을 운용하여 지혈하려고 노력했지만, 어째서인지 환부 부근에 이상한 기운이 스며들어 있었다.
환부로부터 기어 올라오는 고통이 그의 전신을 잠식해 간다.
치욕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류 하오쥔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목소리로 김시우에게 빌었다.
“나는…… 나는 그냥 순리랑 백명교가 시킨 대로 했을 뿐이야. 잘못 없어. 정보, 그, 그래 정보! 정보라면 뭐든지 알려 줄게.”
일단, 이 상황을 벗어나야만 한다.
일주일 내내 공을 들였던 결계들이 단숨에 돌파당하고 말았다.
아무리 발광을 해도 이 괴물로부터 벗어날 순 없을 것 같았다.
목숨을 부지해야 한다.
복수를 하기 위해선 살아남는 게 우선이다.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
이 인간, 아니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괴물은 자신의 상대가 아니었다.
치욕스럽더라도 자비를 구걸하자.
군자복수 십년불만.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을 참아도 늦지 않는다. 이 치욕의 상황만 넘기고, 다시 이 괴물에게 칼을 꽂아 넣으면 된다. 살아만 있다면 기회는 온다.
“내가 말했지.”
“항복한다고! 항복!”
“척추 산 채로 뽑아 준다고.”
김시우는 웃으면서 류 하오쥔의 목을 움켜쥐었다.
항복을 받아 주지 않는 미친놈.
류 하오쥔은 몸을 버둥거리면서 간절하게 소리쳤다.
“나 이레귤러라니까? 노예라도 될게. 응? 앞장서서 중국을 무너뜨리는 걸 도와줄…….”
그때였다.
환청일까?
그의 귓가에 가장 엄했던 스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더라도 반드시 숨어 지내라. 너에게 허락된 생명이 그리 길지 않다, 제자야.
스승의 말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류 하오쥔은 떨리는 눈으로 김시우를 바라보았다.
김시우는 그런 류 하오쥔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면서 말했다.
“네가 왕웨이보다 못하구나. 왜 순리가 끝까지 네놈을 안 쓰려고 했는지 알겠네. 왕웨이보다 무능하기가 쉽지 않은데, 아마 네가 전 세계의 이레귤러 중 가장 병신일 거야. 내가 장담하지.”
“제발…….”
“이레귤러란 놈이 아직도 받아들인 힘이 뭔지를 몰라? 그건 말이야…… 아, 늦었나?”
류 하오쥔은 자신의 심장으로부터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거대한 벌레가 심장을 파먹는 듯한 고통.
그 고통에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시야가 조금씩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누가 사이비한테 넘어가래?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산 채로 뽑아는 줄게.”
콰드드득.
그 말을 끝으로 류 하오쥔의 시야가 새까맣게 물들었다.
그 어둠 너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무것도.
2.
힘에 취한 놈만큼 처리하기 쉬운 상대가 없다.
원래 힘이란 건 항상 경계해야만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이 아무리 강대하다고 한들, 언제나 전력을 다할 각오로 나서야 된다.
힘에 취한 자들의 말로가 대부분 이렇다.
천둥벌거숭이처럼 설치다가 한 방에 꽥 하고 죽는 것.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류 하오쥔의 최후는 녀석의 성격과 아주 잘 어울렸다고 볼 수 있겠다.
개망나니의 최후로 ‘산 채로 척추 뽑히기’는 딱 걸맞은 게 아닐까?
문제는 그다음이다.
콰르르륵.
척추가 뽑혀 나가면서 쓰러진 류 하오쥔의 몸에서 검은색 벌레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류 하오쥔의 몸에서 기생하고 있던 벌레들.
그 벌레들을 누가 심었는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벌레 새끼들 아니랄까 봐, 하는 짓도 벌레 같네.”
백명교.
이레귤러의 몸속에다가 저딴 벌레를 심어 둘 생각을 하는 건 백명교뿐이다.
류 하오쥔의 몸에서는 일말의 신성력까지 느껴졌었다.
류 하오쥔은 아마 죽는 순간에도 고대 신 놈들이 자신에게 세례를 내려서 강하게 만들어 줬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고대 신들이 이 녀석의 몸에 심어 둔 건 힘 따위가 아니다.
저건 저주다.
영혼까지 갉아먹어서 무언가를 소환하게 만드는, 기생충 같은 저주.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내 눈에는 보인다.
“그래, 이렇게 쉽게 끝나면 내가 더 섭섭하지.”
류 하오쥔의 척추를 뽑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5분.
고작 5분 가지고는 그동안의 욕구가 해소되지 않는다.
【대척점에 선 자.】
【헤아릴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하라.】
벌레들이 일제히 검은 독액을 허공으로 내뿜는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독액 속에서 거대한 낫을 든 해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켈레톤 따위의 언데드가 아니었다.
그 해골로부터 강대한 신성력이 느껴졌으며, 높은 격까지 느껴졌다.
[해당 지역의 인과율이 폭주합니다.] [인과율이 @!#!@#! 마비~~!#%]메시지 표시 기능을 해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붉은색 메시지가 떠오른다.
테라가 보내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창에 표기되던 글자들도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정도로 강대한 적.
【고향으로 돌아오니 좋구나. 이곳은 원래 우리의 세계였다. 긴 세월을 지나 고향으로 돌아온 것인데, 마땅한 환영 인사가 없어서 섭섭하군.】
해골은 가볍게 낫을 흔들었다.
그러자 뼈뿐이던 녀석의 몸체에 검은색 벌레들이 달라붙었고, 벌레들은 곧 살로 변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해골은 인간으로 변화한다.
검은색 머리를 길게 내려뜨린 남자.
그는 주변의 시체 중 하나가 입고 있던 검은색 양복을 슬쩍 보더니,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스르륵.
잠시 후, 그의 나신 위에 정장이 생성된다.
“오랜만에 필멸자의 모습을 하니 마음에 들어.”
푸른색으로 빛나던 남자의 눈은 어느새 심연과도 같은 흑색으로 물든다.
그는 그 심연과도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의 제안만 받아들였다면 너 역시 우리의 형제가 되었을 것이다. 막내로서 우리가 아주 예뻐해 줬을 텐데…… 이래저래 아쉬울 따름이다.”
그건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신탁이 아니었다.
생생한 육성.
마치 살아 있는 자의 목소리 같았다.
그 목소리를 어디선가 들은 듯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
아, 테라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구나.
그는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들여다보았다.
“지구의 인간이면서 다른 차원의 신성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부터가 흥미롭다. 우리의 형제 하나와 애완동물을 잡아먹었다고 들었어. 보기보다 먹성이 좋아 보여.”
“내가 생각하던 고대 신들과는 좀 다른데? 촉수도 없고, 그렇다고 말이 끊기지도 않고…… 조금은 ‘신’ 같다?”
“형체를 상실한 형제들과 나를 비교하지 말거라. 형체를 잃어버린 형제들은 원래부터 격이 낮았던 놈들이다. 다른 차원의 신격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본질을 잃어버린 셈이지.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남자는 웃으면서 낫을 휘둘렀다.
그러자 회색 빛으로 물든 하늘이 도화지처럼 반으로 갈라졌다.
남자가 낫으로 그은 선을 중심으로 색도 명확하게 분리된다.
회색빛과 주황색.
균열에서 흘러나오는 신성력들이 소용돌이치듯 남자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테라, 보고 있냐?”
인과율이 무너지고 시스템이 교란되고 있어서 힘든 걸까?
테라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대신 시스템 메세지창으로 대답을 대체했다.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죽음]●종류 : 메인 – 시나리오
●설명 : 플루토, 하데스, 명왕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던 고대의 신격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를 이곳에서 몰아내야만 합니다.
●완료 조건 : 그를 죽이거나 몰아낼 것.
나는 웃으면서 메시지창을 닫았다.
그리고 눈앞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류 하오쥔으로 스트레스를 제대로 못 풀었으니까 저놈한테 풀어야겠다.
이런 걸 보고 꿩 대신 닭이라고 하지.
……아니, 닭 대신 꿩이려나?
“내가 지금까지 상대했던 신격들 대부분이 약골이어서 섭섭했거든. 그러니까 이번엔 제발 날 실망시키지 말아 줘.”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