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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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화
3.
다음 날 아침.
“후배님들, 너무 기합이 빠졌다!”
“고작 몸풀기 운동이다. 몸풀기 운동인데 다들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선배들은 후배님들에게 크게 실망했다!”
“끄아아아아아악!”
아침 일찍부터 성지에서는 비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달콤한 휴식?
반가운 환영 인사?
그딴 건 어제로 끝이다.
“도시 주변에 몬스터들이 출몰하고 있다는 소식이 보고되었습니다.”
“동으로 30km 지점. 트롤 군락 발견! 교두보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토벌이 필요할 듯합니다!”
이곳에 성지가 세워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도 못했지만, 일단 성지가 생성된 이상 최선을 다해서 안전을 확보해야만 했다.
그간 백명교와 중국 정부에서 얼마나 청소를 개떡같이 해 놨는지, 도시 주변에 위협 요소가 즐비해 있었다.
위험 몬스터들의 군락들부터 시작해서 각종 빌런들까지.
들어오는 정보에 따르면 도시의 암시장에서는 마약 거래와 인신매매가 당연하다는 듯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마디로 개판 5분 전 되시겠다.
덕분에 바빠진 건 우리 교단의 병력들이었다.
“대한민국의 본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교두보를 안정화한다.”
“전쟁에서 살아남는 데 필요한 건 두 개뿐이다. 하나는 리멘님에 대한 절대적인 신앙심! 또 다른 하나는 절대적인 무력! 쉴 새 없이 스스로를 단련한다!”
에덴에서 넘어온 원정대원들에게는 적응 기간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들은 원래 지구에 살았던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물론 일부 원정대원들은 지구의 높은 빌딩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내뱉고는 했지만 말이다.
나는 신전의 계단 위에 서서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성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내게 3성기사단의 부기사단장이자 이번 원정대의 사령관인 리하니스가 고개를 숙이며 보고를 했다.
“교황 성하, 분부하신 대로 모든 편제를 끝냈습니다. 25명씩 총 40개의 분대로 나누었으며, 지구의 교육생들 역시 그 숫자에 맞춰서 분배를 해 두었습니다.”
“고생했다, 리스.”
“……성하,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전시 중이고 제 이름을…….”
“리스라고 부르는 게 싫냐? 나름 애정을 잔뜩 담은 애칭인데.”
“……편하신 대로 부르시지요.”
리하니스 로울러, 별칭 리스.
요 녀석은 내가 에덴으로 막 납치당했던 초기 때부터 함께했던 녀석이다.
나이는 올해로 24세.
원래는 부모를 잃은 평민 고아 소년이었으나, 교단의 눈에 들어서 성기사가 된 케이스다.
성기사로서 임직을 받은 나이가 16세였지 아마?
쉽게 말하자면 소년병 출신이다.
에덴은 어린아이들의 목숨이라든지, 그런 윤리적인 부분보다는 생존이 우선시되었던 세계.
살기 위해서는 어린아이들도 무기를 들어야 했었지.
일단 리스는 어렸을 때도 무척이나 귀여웠는데, 성인이 된 이후로는 엄청난 미남이 되었다.
싹수부터 보이긴 했었다.
어렸을 때 내가 참 이뻐해 줬는데 말이야.
“듣자 하니 리스 네가 루나가 이곳으로 넘어온 이후로 임시 성기사단장을 맡고 있었다지?”
“예, 그렇습니다, 성하.”
“다 컸네, 다 컸어.”
“과찬이십니다.”
나는 리스의 등을 두드려 주면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리스는 내 칭찬에 부끄럽다는 듯이 살짝 고개를 돌리면서 헛기침을 몇 번 내뱉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끄러움이 많은 청년처럼 보일 수는 있겠지만…… 나는 이 녀석의 본모습을 알고 있다.
아니, 모두가 이 녀석의 본모습을 알고 있을 거다.
젊은 나이에 성기사단의 부기사단장 자리까지 올라갔다는 뜻은 딱 하나다.
그에 걸맞은 무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
리스의 별명이 아마 ‘남자 루나’였었지?
이 녀석은 전투 스타일부터 시작해서 성격적인 부분까지 루나를 많이 닮아 있었다.
그건 아마.
“루나랑 이야기는 하고 왔어?”
“……기사단장님께서 바쁘시다면서 자꾸 저를 피하고 계십니다. 귀찮게 좀 하지 말라고 짜증을 내시더군요.”
“와, 너도 진짜 징하다.”
이 녀석이 루나를 동경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히 사랑은 아니지만, 진짜 집착에 가까운 수준의 ‘동경’이었다.
루나의 전투 스타일은 따라 하려야 쉽게 따라 할 수조차 없는 것인데, 그걸 단순히 닮고 싶다는 이유로 모방에 성공한 미친놈이다.
즉, 재능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놈이란 거다.
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녀석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작게 숨을 뱉어 내며 말했다.
“이곳까지 와 줘서 고맙다, 리스.”
“성하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수천의 지옥이라도 건넜을 겁니다.”
“……최대한 많이 살려서 돌려보내 볼게.”
외지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만큼 쓸쓸한 게 또 어디 있을까?
그러나 리스는 내 말에 고개를 단호하게 가로저으면서 답했다.
“저희들의 목숨을 구해 주신 것은 성하십니다. 성하께서 구해 주신 목숨, 성하를 위해 사용하고자 모인 이들입니다. 그러니 부담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리스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리스야.”
“예, 성하.”
“내 앞에서 그렇게 웃지 말랬지? 잘생긴 놈이 자꾸 웃으면 재수 없다니까?”
“……시정하겠습니다.”
“그래.”
그래도 내가 지난 10년 동안 진짜 잘 살아오긴 했구나.
내가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했었던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구원으로 다가왔었던 거다.
그 순간들이 쌓여서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낳았을 터였다.
나를 도와주기 위해 차원을 넘어온 이들을 보고 뿌듯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 많은 이들을 살려서 에덴으로 돌려보내고 싶었다.
이럴 때일수록 내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백명교에서 슬슬 크게 움직일 때가 된 것 같은데.”
백명교의 움직임은 곧 거대한 파도를 일으킬 것이다.
문제는 그 파도가 어디에서 시작되느냐는 것인데…… 부디 내가 예상하는 범위 내에서 움직여 줬으면 좋겠다만.
“후우.”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기분이 찜찜한 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하루였다.
4.
예상했던 대로 이번에는 백명교의 턴이었다.
백명교의 수는 우리가 가정했던 경우 중 가장 최악의 형태로 놓였다.
“중동 전쟁의 양상이 뒤바뀌고 있습니다. 고대 신을 추종하는 무리들이 아프카니스탄을 넘어서 중국 쪽으로 진군하고 있습니다! 병력을 하나로 합칠 계획인 것 같습니다!”
“요하 너머에 중국 정부군을 포함한 대규모 병력이 배치되고 있습니다.”
백명교가 숨겨 두었던 전력은 양면 전선을 감당하기에 충분한 숫자였다.
도대체 언제 그렇게 광신도들을 만들어 뒀는지는 모르겠지만, 백명교의 신도 숫자는 상상 이상이었다.
신성력을 사용하는 신성 계열 플레이어들의 숫자는 정확한 집계가 힘든 수준.
그뿐만이 아니었다.
고대 신들이 다른 차원에서 데려온 몬스터들부터 시작해서, 지난번에 플루토와의 전투에서 확인되었던 ‘얼굴 없는 자’들까지.
엄청난 전력들이 중국 대륙 각지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국 남부에서 중국 북부를 치기로 한 이세민의 병력 역시 드센 저항에 가로막혔다는 소식이 전해져 들어왔다.
빠르게 요서 쪽으로 후퇴한 데에는 모두 이유가 있었다.
우리의 본대가 점령 지역을 정리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엄청난 규모의 방어선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그 이후에 이어진 후방 교란이었다.
“일본 센다이시 근방에서 측정 불가급 거대 게이트 생성. 몬스터와 ‘얼굴 없는 자’의 존재 확인. 백명교의 신도들로 추정되는 광신도들도 빠르게 그 세력에 가담하고 있습니다.”
“센다이시?”
“아무래도 신전을 노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 중국 내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큰 위기가 없었던 센다이시의 리멘 신전.
센다이시의 리멘 신전은 최후방이었던 만큼 우리 교단의 성물을 생산하는 시설들이 몰려 있었다.
그동안 벌어들인 신성 점수 중 상당수를 축성소에 투자했는데, 그 축성소 중 대부분을 센다이시에 건설했기 때문이다.
현재 리멘과 테라는 고대 신의 차원 간섭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황.
즉, 당분간은 그 둘의 도움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우리가 언제 도움을 받았었다고.”
그들에게 의존하는 건 좋지 않다.
리멘과 테라가 직접 관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그만큼 급박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정도는 우리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나는 성지에 설치된 임시 사령부의 의자에 앉아서 정보장교에게 물었다.
“센다이시에 출현한 적들의 숫자는 어느 정도랍니까?”
“현재까지 집계된 숫자는 3천을 넘습니다. 엄청난 속도로 몬스터가 증식되고 있다 합니다.”
“3천이라……”
만약 1기부터 3기 교육생만 있었다면 피해가 컸을 규모.
상황이 상황인지라 후방 쪽의 방비가 살짝 부족하긴 했는데 백명교 놈들은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그쪽을 파고들고 있었다.
전쟁을 좀 아는 놈들이다.
앞은 단단하게 가로막고 적의 후방을 교란하여 보급을 끊는다.
이건 수성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공식 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일본 정부에서 미리 대기시켜 두었던 병력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일본도 참전인가요?”
“총리 관저에서 공식 성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쯧.”
자국의 영토가 침략당했다는 건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명분 중 하나다.
아무리 백명교의 목표가 리멘 교단의 성지라고 한들, 녀석들이 일본의 영토를 침략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류진영 각성자를 지휘관으로 토벌 작전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나는 빠르게 이어지는 정보장교의 보고를 귀담아들으며 이리저리 셈을 했다.
게이트 자체는 이레귤러 없이 토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 게이트에서 지난번 플루토 같은 고대 신이나 그에 준하는 적들이 등장한다면?
센다이시는 우리 교단의 신전과 함께 다시 한번 잿더미가 될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우리의 선택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제가 교단의 병력을 이끌고 갑니다.”
성지 간 통로라는 엄청난 전략적 이점을 썩힐 순 없지.
에덴에서 넘어온 원정대와 기존 우리 교단 병력을 합치면 대략 2,500명.
단번에 투입해서 단번에 결정짓는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었다.
항상 말하지만 심플 이즈 베스트다.
나는 빠르게 결정을 내린 다음, 곧바로 레오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병력 준비시켜. 성지 간 통로를 이용해서 센다이시로 향한다.”
“알겠습니다, 성하.”
에이든과 라파엘이 이곳에 남아 있는 이상, 이쪽 전선이 쉽게 밀릴 리가 없다.
센다이 성지는 에덴에서 넘어온 우리 병력의 데뷔전으로 딱 알맞은 전장.
“후우.”
우리 교단의 힘을 제대로 보여 줄 순간이 임박했다.
5.
그로부터 30분 후.
일본 센다이시, 리멘 신전.
우리는 성지 간 통로를 통해 선양에서 바로 센다이시로 이동했다.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김시우 교황님.”
우리보다 먼저 도착했을 일본의 류진영 각성자, 그러니까 진영이 형이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맞이해 주었다.
아무래도 공식적인 자리이다 보니 존칭을 쓰는 모양이다.
나는 진영이 형과 가볍게 악수를 나누면서 미소를 지었다.
“잘 지내셨죠? 결혼식 때 뵐 줄 알았는데 이리 뵙네요.”
그와 악수를 나누며 슬쩍 저 멀리의 하늘을 살폈다.
보라색으로 물든 하늘은 게이트의 마력으로 인해 불길하게 빛나고 있었다.
“저희 쪽도 토벌 준비가 끝났습니다. 작전 지시를 따로 하달하시겠습니까?”
“민간인들 대피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죠?”
“이미 성지 주위에 만들어 둔 대피소로 대피가 끝났습니다. 평상시에 이런 경우를 상정한 대피 훈련을 자주 진행한 덕분에 빠르게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리멘 교단의 신전을 핵심 시설로 분류하고 있다고 들었다.
만족스러운 일 처리다.
적어도 이 지역에서 싸울 때에는 민간인들의 피해를 의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센다이시에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처리하겠습니다.”
“최악의 경우 도시의 일부를 포기하고 신전 방어에 집중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제가 구했던 도시가 저 때문에 망가지는 건 두고 볼 수 없죠. 걱정하지 마세요.”
이래저래 나랑 인연이 많은 곳이다.
우리 교단이 최초로 해외에 건설한 신전이기도 하고, 한일 양국 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준 곳이기도 하고.
하여간에 수많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장소다.
백명교가 이곳을 첫 번째 타깃으로 노리는 데에는 전부 이유가 있었다.
“혹시 리멘 교단 측에서 동원하는 병력 규모가…….”
진영이 형이 나에게 우리 교단의 병력에 대해서 문의하려고 하는 순간.
착착착.
신전 안에서 성기사들과 전투 사제들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전 앞의 공터에 일사불란하게 도열했다.
“……리멘 교단의 병력이 원래 이렇게 많았습니까?”
“일본 측은 이번 토벌 작전에서 백업만 해 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저희들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잠시 실례.”
나는 진영이 형의 양해를 구한 후,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성기사와 사제 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다.
그들은 모두 왼쪽 무릎을 꿇으며 내 지시를 기다렸고, 나는 그런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간악한 교단의 적들이 성지를 짓밟기 위해서 다가오고 있다. 이에 나는 리멘 교단의 교황으로서 그대들에게 명령한다.”
[성전을 선포합니다.] [해당 지역에 위치한 모든 리멘 교단 신도들의 전투력이 대폭 강화됩니다.]성지를 지키기 위한 전투.
이게 성전이 아니면 뭐가 성전이겠어?
“가서 모조리 쓸어버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