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78)
278화
5.
류진영은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고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원래부터 알고 있었지만…… 리멘 교단은 미친놈들뿐이야. 저 사람들이 우리 적이 아닌 게 정말 다행…….’
이곳에 게이트를 비롯하여 백명교의 활동이 보고되었을 때, 류진영은 각성자 인생 처음으로 막연한 공포를 느꼈었다.
왜냐하면 이건 전쟁의 시작이었으니까.
일본은 그동안 전쟁의 영향력이 가장 적었던 국가였다.
중국 내전에 직접적으로 병력을 파견하지도 않았으며, 그저 뒤에서 동맹군들의 병참기지 역할을 수행했다.
그랬던 일본이 이제는 전쟁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게 되었다.
이번 토벌전이 일본 참전의 시발점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정말 큰 각오를 하고 이곳에 왔다.
첫 전투를 승리로 거두는 것이 앞으로의 전쟁에 있어서 아주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류진영에게 일본이 보유한 최정예 각성자들을 붙여 주었다.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어야만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을 테니,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류진영과 일본의 최정예 각성자들 앞에 펼쳐지는 장면들은 그들의 예상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었다.
콰지지지지직-.
끼에에에에에에에엑-.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리멘 교단의 병력이 일방적으로 적들을 몰아붙인다.
센다이 성지에 설치되어 있던 미사일 발사대에서 솟아오른 천벌 미사일들이 몬스터들을 가차 없이 폭격하고 있었고, 쉴 새 없이 하얀색의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리멘님을 위하여!”
“불신자들을 정화하라! 사악한 이들을 몰아내라!”
리멘 교단의 성기사와 사제 들은 하얀색 불꽃이 뜨겁지도 않은지 거칠 것 없이 불길 속으로 파고든다.
성기사들은 철퇴와 검을 휘두르며 적의 목숨을 끊었고, 사제들은 주먹으로 대가리를 박살 낸다.
‘……중국 내전이 저들을 저렇게까지 성장시킨 건가?’
류진영은 지금까지 자신이 리멘 교단의 전투원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2기 교육생에 속한 일본인들과 꽤 친분이 있기도 했고, 그들의 전투 방식은 자주 견식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의 눈에 들어오는 건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들이었다.
순간적인 판단력.
변수에 대응하는 부드러운 임기응변까지.
숱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유기적인 조직력은 분명 베테랑들만 보여 줄 수 있는 힘이었다.
‘저런 각성자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저들의 전투력이라면 일찍이부터 주목받았어야만 했다.
개개인이 S급 각성자를 넘보는 듯한 강력한 전투력.
설마, 리멘 교단이 여태까지 병력을 숨겨 왔던 걸까?
“에덴에서 넘어온 성기사와 사제 들입니다. 에덴에 드리운 암흑을 거두어 낸 위대한 용사들이지요.”
“아, 라파르트 대주교님.”
류진영은 어느새 본인의 옆에 선 라파르트 대주교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리멘 교단의 실무를 담당하는 실세.
그러나 류진영은 이 노인 역시 괴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리멘님께서 이 땅을 구원하기 위해 저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저들이 에덴에서 넘어왔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놀랍군요.”
믿지 못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미 루나와 레오라는, 에덴 출신의 이계인이 있었으니까.
류진영은 리멘이 실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까지는 충분히 그녀가 일으킨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들이 보여 주는 강함은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에덴이라는 세계는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저런 괴물 같은 자들이 즐비해 있단 말인가.
“정말 강한 군대입니다. 여태껏 저런 군대는 본 적이 없습니다. 비결이 있습니까?”
그는 나지막하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자 라파르트 대주교가 씁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에덴에 있는 모든 이들이 저들처럼 강한 건 아닙니다. 저들이 강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무엇입니까?”
“저들은 전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이기 때문이지요.”
류진영은 언젠가 김시우가 자신에게 해 주었던 옛날이야기를 떠올렸다.
멸망 직전에 놓였던 세계를 구하고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저들이 강했기에 살아남은 게 아닙니다. 저들은 살아남았기에 강해진 겁니다. 저들은 옳은 길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진 동료들의 목숨을 짊어진 채로 싸웁니다.”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 또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단련된 존재들.
라파르트 대주교는 그 어느 때보다 힘찬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저들이야말로 지금의 리멘 교단을 만들어 낸, 살아 있는 역사입니다.”
성기사들이 빛을 머금은 채로 어둠을 꿰뚫는다.
이질적이고 끔찍하게 생긴 괴물들을 향해 가차 없이 응징을 내린다.
그들을 향해 몰려든 수천의 적들은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로 쓸려 나간다.
“에덴에서 살아 숨 쉬는 모든 이들은 한 남자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그에게 빚을 갚기 위해서 기꺼이 이 세계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콰아아아아앙!
몬스터들이 뭉쳐 만들어 낸 해일 가운데를 거대한 빛의 창이 꿰뚫는다.
그 창은 넓은 길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길을 통해 앞으로 달려 나가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뒤를 따라 다른 성기사와 사제 들도 일제히 돌격을 개시한다.
“우리가 모시는 리멘께서 자신의 사도로 임명하신 분. 에덴에 즐비했던 죽음을 몰아내고, 그 땅 위에 다시 생명이 피어날 수 있게 해 주신 분.”
라파르트 대주교는 천천히 전장을 주시했다.
그리고 전장의 선두에 서서 병력을 이끄는 이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이 바로 우리들의 교황 성하십니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성하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목숨을 바칠 겁니다. 목숨으로 갚아도 부족할, 너무나도 큰 빚이기 때문입니다.”
몬스터들이 무너져 내린다.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은 모두 공포에 휩싸인 채로 뒤로 도망친다.
게이트에서 밀려 나오는 몬스터.
전장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몬스터.
공포에 질려 미쳐 버린 몬스터.
녀석들은 한데 뒤엉켜서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아.”
류진영은 가장 앞에서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있는 김시우를 바라보며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어째서 리멘 교단에 속한 이들이 김시우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지 알 것도 같았다.
민족의 배신자라고 불렸던 자신을, 그 구렁텅이에서 꺼내 준 게 누구였던가.
바로 저 남자다.
저 남자는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자신에게 선뜻 손을 내밀어 주었다.
덕분에 그는 명예도, 사랑도 되찾았다.
“라파르트 대주교님.”
그는 나지막하게 라파르트 대주교를 불렀다. 그러자 라파르트 대주교가 웃으면서 답했다.
“예, 말씀하시지요.”
“저도 저 남자에게 빚이 있습니다. 그러니 함께 싸우겠습니다.”
다른 일본 각성자들은 이곳에 대기시키더라도 그만은 함께 싸우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조금씩이나마 이 빚을 갚아 나가고 싶었다.
류진영의 말에 담긴 진심을 느꼈을까?
“이곳은 제가 맡고 있겠습니다. 편히 다녀오시지요. 성하께서도 좋아하실 겁니다.”
라파르트 대주교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류진영은 라파르트 대주교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후, 곧바로 순간 이동을 사용하며 전장 속으로 뛰어들었다.
라파르트 대주교는 그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다들 그렇게 조금씩 갚아 나가는 겁니다.”
전투는 어느덧 절정으로 치닫는 중이었다.
6.
에덴에서 넘어온 병력은 분명히 강하다.
그냥 딱 놓고 보더라도 지구의 어지간한 각성자들은 뺨을 후려칠 수 있는 수준이다.
그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매일을 지옥 속에서 살아온 자들이 약할 리가 있나.
하여간에 그 정도로 강한 병력에게, 성전>이라는 말도 안 되는 버프가 적용되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유전 하나를 터트려 넣은 꼴이다.
효과는 당연히 미친 수준이지.
“밀어붙여!”
“야, 이 새끼들아! 정신을 어디에다가 놓고 다니는 거야? 어! 전쟁이 누구 장난이야?”
“전투 끝나고 보자. 이 새끼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어!”
에덴에서 넘어온 녀석들은 쉴 새 없이 지구 출신 성기사와 사제 들을 갈군다.
전투 중에 방심은 금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붙이고, 쉴 새 없이 움직이게 한다.
전투는 실전 경험을 고스란히 전수해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저런 건 내가 일부러 저들에게 부탁한 부분이기도 했다.
경험은 많을수록 좋다.
경험이 많을수록 전장에서의 생존률이 높아진다.
콰아아아아앙-.
나는 나로부터 도망치려던 트롤 한 마리의 목을 통째로 날려 버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승기는 이미 우리가 잡았다.
적들은 패주하여 살길을 도모하고 있었으나, 녀석들에게 활로는 없었다.
다만, 숫자가 너무 많다.
뚫어도 뚫어도 게이트에서 기어 나오는 놈들의 숫자가 더 많다.
지난번에 플루토로부터 베낀 공간 이동 기술을 사용하면 코어까지 단번에 다가설 수는 있겠다만, 몬스터들이 한 마리라도 빠져나가지 않게 하려면 게이트 바로 앞까지 본대를 진격시켜야 한다.
마법 지원을 받으면 조금 더 수월했을 것 같기도 하고.
게이트에서 기어 나오고 있는 놈들을 얼음으로 얼리거나 돌로 만들어 버리면 병목현상이 일어날 것 같기도 한데 말이지.
그때였다.
우우우웅.
내 옆에 잠깐 마력이 감지되더니, 익숙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우야.”
“오, 진영이 형.”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라파르트 대주교님에게 지휘권을 넘겨주고 왔다.”
“일본 각성자들이 순순히 따를 것 같지는 않은데요.”
내 말에 진영이 형은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
“말 안 들으면 대주교님께서 쥐어 패시겠지.”
“그렇긴 하죠. 아무튼 잘 오셨어요. 안 그래도 마법사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나는 게이트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제가 직접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서 코어를 파괴하고 나올 겁니다.”
“코어가 안쪽에 있어?”
“불행히도 그렇네요.”
코어가 밖에 있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이번 경우는 질이 좀 나쁘다.
코어가 게이트 내부에 있는 경우.
즉, 직접 안으로 들어가서 박살을 내고 와야 한다.
몇 번 경험한 적이 있던 형태라서 무리는 없지만, 문제는 저 안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다.
나는 손가락으로 게이트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형님이 게이트에서 나오는 놈들을 묶어 주세요.”
진영이 형은 디재스터급 귀환자.
대마법사의 경지를 넘보고 있거나, 어쩌면 이미 그 경지에 들어섰을지도 모르는 마법사다.
설화나 강채아 씨보다 훨씬 뛰어난 마법사라는 뜻이다.
내 말에 진영이 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력을 끌어 올렸다.
“절반 정도. 절반 정도는 막을 수 있어.”
“시간은?”
“5분 정도?”
“그 정도만 벌어 줘도 됩니다. 우리 본대가 게이트 앞까지 진격할 시간만 벌어 주시면 돼요.”
신성력은 수성할 때 더 큰 빛을 발하는 기운이다.
게이트의 앞까지 도착할 수만 있다면, 게이트쯤은 우리 병력으로도 충분히 틀어막을 수 있다.
곳곳에 숨어 있는 백명교의 신도 놈들이 변수가 되겠지만, 그건 이제 일본 각성자들에게 맡기면 될 테고.
“바로 시작한다.”
“예.”
진영이 형은 마력을 방출하면서 주문을 읊었다.
언어의 축복을 받은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주문.
그렇다는 말은 마력이 깃든 주문, 즉 시동어라는 뜻이다.
그렇게 한 5초쯤 지났을까?
콰드드드득.
대지에서 거대한 뿌리들이 자라나면서 게이트를 휘감기 시작했다.
“들어가라.”
“예. 레오, 루나, 게이트 앞까지 밀어붙인 다음에 방어진 형성해!”
내 명령에 저 멀리서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있던 레오와 루나가 동시에 소리쳤다.
“예!”
좋아.
일단 이곳은 확실히 주도권을 잡을 거고, 이제는 빠르게 게이트를 넘어가서 코어를 마무리 지을 차례.
우우웅.
나는 격을 슬쩍 끌어올리면서 단숨에 공간의 틈을 파고들었다.
격을 이용해 공간을 접어 버린 후, 그 접은 틈 사이로 파고든다.
그것이 내가 습득한 공간 이동의 간단한 원리.
순식간에 1km가 넘는 공간을 뛰어넘어, 그대로 게이트 안으로 파고들어 갔다.
그러자 곧 게이트 내부의 풍경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불타오르고 있는 땅.
그리고 그 땅 위에서 신성력을 내뿜으며 몬스터들을 게이트 너머로 내몰고 있는 ‘얼굴 없는 자들’.
쿠르르르르릉.
땅이 뒤집어지며 곳곳에서 빌딩 크기의 거인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기 시작한다.
나는 녀석들을 향해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자, 너희들도 죽어 봐야지?”
지옥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