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83)
283화
3.
광기다.
“전쟁, 결단코 전쟁.”
“언제라도 리멘을 위해서 이 한 몸 바치리!”
“그거다, 바로 그거야. 우리 모두는 리멘님을 위하여 언제든 몸을 불사를 정신이 필요하다. 너희들의 힘은 누구로부터 오는가?”
“리멘!”
“리멘!”
이건, 분명 광기다.
“리멘을 위하여!”
“리멘의 이름을 드높이며 죽을 수 있는 건 우리 모두에게 영광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내 앞에서 전의를 북돋고 있는 에덴의 원정대원들을 바라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이 짧은 기간 동안 지구의 교육생들에게는 큰 변화가 생겼다.
센다이시 방어 작전을 성공적으로 끝낸 후, 휴식은 없었다.
전투를 통해서 교육생들의 미진한 점을 발견한 걸까?
지옥 같은 훈련이 시작되더라.
레오와 루나는 에덴에서 온 선배들이 후배들을 합법적으로 조질 수 있게 허락해 주었고, 원정대 사령관 리하니스 로울러의 주도하에 뼈를 깎는 훈련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거다.
“리멘님을 믿어라! 그리고 리멘님이 너희들에게 내려 주신 소중한 동료들을 믿어라!”
작전 개시 6시간 전.
리멘 교단의 전 병력이 한곳에 모여 사열을 끝내 두었고, 연단 위에서는 리하니스 로울러, 그러니까 리스가 전의를 북돋고 있었다.
나는 계단 위에서 팔짱을 낀 채로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많이 컸죠?”
루나는 내 옆에서 뿌듯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 리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네.”
“옛날에 검도 제대로 못 쥐던 꼬맹이가 진짜 많이 컸어요. 무기술은 저보다 뛰어난 것 같다니까요?”
“너보다 뛰어날 수가 있냐. 그건 솔직히 과장된 거지.”
루나에게 주어진 은총을 생각해 봤을 때, 분명 그건 과장된 표현이었다.
루나는 손에 닿는 모든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자기 때문이다.
우리 교단의 선지자들은 하나같이 특별하다.
특히, 전투에 관해서만큼은 루나의 은총을 따라갈 친구는 없었다.
“그런데 루나야.”
“네에.”
“요새 급격하게 좀 세진 것 같다?”
루나의 몸에서는 더없이 강대한 신성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한 가지 신기한 건, 리멘의 신성력뿐만 아니라 내 신성력도 얼핏 느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로 넘어왔을 당시의 루나는 디재스터급과 이레귤러급 사이의 힘을 지니고 있었는데, 근 1년 동안 급격하게 강해졌다.
레오 역시 마찬가지.
특히, 리멘이 지구에 강림한 이후로는 더욱더 말도 안 되는 성장세를 보여 주고 있었다.
지구의 교육생들의 성장보다 더 큰 폭으로 강해지고 있다니까.
아마 지금 수준이면…….
“근래에 틈만 나면 에이든이랑 붙었지?”
“훌륭한 수련 상대니까요. 에이든한테도 역시 신성력을 상대로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윈윈이라고들 하잖아요.”
에이든과도 충분히 손을 섞을 수 있을 정도.
그래도 친구가 참 좋다.
내 부하 직원들 강해지라고, 손수 나서서 대련을 해 주더라.
“늙은 양반이 힘도 좋아요. 저랑 레오랑 번갈아 가면서 상대해 주더라니까요?”
“……별로 안 늙었을 텐데.”
“겉이 그렇지, 속은 늙은이라니까.”
“그건 맞지.”
부족을 통합시키고 귀환한 늙은 대족장을 너무 무시한 게 아닌가 싶다.
하여간에 덕분에 우리 측에는 이레귤러급에 준하는 전투원들이 두 명 추가되었다.
단순히 노력으로만 가능했던 경지는 아니다.
사실, 리멘이 직접 힘을 내려 주었거든.
어찌 되었든 우리 교단의 힘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다.
아마 지구의 리멘 교단 역사상 지금보다 강한 시기는 없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신구의 완벽한 조화.
간부들의 성장.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면, 지금보다 적기는 없겠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다음,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연단에 서서, 사열되어 있는 병력을 바라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눈가의 독기가 더욱 확실하게 느껴진다.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투원들.
나는 웃으면서 그들에게 말했다.
“자랑스러운 우리 형제자매님들. 지겨운 소리는 리스가 다 했으니까 저는 짧게 말하겠습니다.”
전장은 언제나 위험한 곳이다.
누군가에게는 지금 내가 하는 말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법.
그렇기에 내가 이들을 이끄는 자로서 해 줄 수 있는 말은 언제나 하나뿐이다.
“살아서 다시 돌아옵시다. 제가 교황으로서 여러분들에게 내리는 명령은 그것뿐입니다. 살아서 봅시다. 살아서 함께합시다.”
저들이 살기를 바란다.
나를 위해서 기꺼이 다른 세계로 와 준 이들.
그리고 나를 믿고 기꺼이 리멘 교단에 투신한 이들.
모두가 살아서 돌아왔으면 한다.
나는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리멘께서 우리를 지켜 주시기를.”
그러자 성기사들과 전투 사제들도 일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따라 외쳤다.
“리멘께서 우리를 지켜 주시기를!”
“리멘께서 우리를 지켜 주시기를!”
우리의 목소리가 들린 걸까?
파아아아앗-.
신전으로부터 거대한 빛이 흘러나왔고, 곧이어 내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리멘>이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여신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모든 능력치와 스킬 레벨의 효과가 한 달 동안 10프로 상승합니다.]리멘이 지구에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 빛은 부드럽게 모두를 휘감았다.
그리고 그때, 내 귓가에 리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번에도 내 아이들을 잘 부탁해, 시우.
에덴에서 수도 없이 들었던 목소리.
나에게 자신의 아이들을 부탁하는 그녀에게, 나는 슬쩍 툴툴거리는 말투로 답했다.
“그런데 뭐 하나만 묻자, 리멘.”
-뭔데?
“나는 네 아이 아니야?”
-아닌데?
그럼 뭘까?
하지만 나는 잠시 후에 울려 퍼진 그의 목소리에, 아무 말 없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임명한 보호자잖아? 이를테면 내가 엄마고, 시우가 아빠지. 안 그래?
……할 말 없게 만드는 데는 정말 재능 있다니까.
4.
우리 교단의 병력이 준비를 끝낸 이후, 곧바로 본격적인 전투준비가 시작되었다.
이미 라파엘의 드론들을 통해 요하 너머의 상황에 대해서는 확인이 끝났고, 성지에 설치된 임시 사령부에서 전략 회의가 시작되었다.
“게이트들을 의도적으로 생성해서, 병력을 끌어모으고 있는 정황이 확인되었습니다.”
라파엘이 개발한 차원 현상 감지기는 이번에도 아주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원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정보가 가장 중요한 법인데, 라파엘의 합류 덕분에 그 걱정은 조금 덜었다.
“확인할 수 없는 이종족들이 다수 섞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종족들 모두 문명을 지니고 있으며, 지휘 체계를 지니고 있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주의할 점은?”
“고도화된 기술을 지닌 이종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지구보다 문명 수준이 높은 이종족이 사용하는 하이 테크놀로지 병기들이 보입니다. 저 거대한 기계들 보이십니까?”
라파엘은 홀로그램 드론을 통해서 허공에 영상을 띄운다.
그곳에는 오우거는 가볍게 뛰어넘는 크기의 로봇 같은 것들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딱 봐도 위협적인 전쟁 병기다.
“그 밖에도 다양한 이종족들이 확인됩니다. 엘프와 비슷한 종족들도 있으며, 마법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종족도 있습니다.”
반투명한 모습으로 어슬렁거리는 이종족.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귀신이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녀석들도 보였고, 아주 그냥 가지각색이다.
다양한 차원계에서 다양한 이종족들을 끌어모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오크나 트롤 같은 놈들도 곳곳에서 보이고 있었다.
온갖 이종족들이 다 모이는 바람에 물량만큼은 얼추 우리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저렇게 다종족으로 구성되었을 때는 반드시 약점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지휘 체계가 단일화되진 않았을 겁니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불가능하다.
몸집만 거대할 뿐, 빈틈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반면에 우리 쪽은 지휘 체계가 단순하다.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일본 각성자들이 있으나, 이들의 지휘권 역시 우리 쪽에 귀속되는 걸로 확정을 지어 둔 상태다.
“일점 돌파.”
따라서 저 방어선을 뚫기 위해서는 한 점에 힘을 집중시키는 게 답이다.
“방어선 중 한 지역을 뚫고, 적을 뒤에서 친다.”
“예. 그 전략을 수정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강채아 님.”
“흠.”
강채아 씨는 홀로그램을 살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던 진영이 형이 말했다.
“일종의 망치와 모루 전술인 셈인데…… 이런 경우 망치 역할을 할 병력이 제일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기동력을 살려 돌파한 이후, 곧바로 적의 뒤를 치는 게 중요합니다. 제공권도 확보되지 않은 지역이라 공수작전도 불가합니다. 즉, 직접 뚫고 가야 한다는 소리죠.”
진영이 형의 지적은 당연한 거였다.
이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저 ‘망치’ 역할을 할 병력이다.
돌파력이 높아야 하고, 기동력도 뛰어나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망치 역할을 해 줄 훌륭한 군대가 하나 있다.
나는 전략지도에 표기된 적의 방어선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희 리멘 교단에서 그 역할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방어선이 두껍습니다. 신속한 돌파가 가능하겠습니까?”
“에이든과 제가 앞장섭니다.”
“충분하겠군요.”
“그리고 저희 교단에서 이번 작전을 위해 따로 공수해 온 게 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라파엘은 이번 전투 내내 화력 지원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따라서 직접 돌파를 감행하는 것은 우리 리멘 교단에 에이든을 더한 병력.
정리하자면 이렇다.
망치 : 리멘 교단, 에이든>
모루 : 라파엘, 천자현 포함 나머지 병력>
모루가 든든하게 버텨 줘야 망치가 제대로 때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내렸다.
나름 괜찮은 밸런스다.
레오와 루나의 성장세를 생각해 보면 망치 쪽에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요하를 건너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형태가 ‘망치와 모루’와 비슷해 보일 뿐이지, 전술의 요점은 간단하다.
이레귤러들을 이용해서 적을 마구잡이로 흐트러트린 후, 공황 상태에 빠진 적들을 잡아먹기.
‘망치와 모루’가 아니라 ‘잔뜩 헤집기’가 더 적절한 전술 이름이 아닐까?
적진으로 들어가서 난전을 유도하는 건 리멘 교단의 전문 영역이다.
“설화를 비롯하여 마법사들이 강을 일시에 얼릴 겁니다. 화력 지원만 충분하다면, 단숨에 방어선을 뚫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자칫하다가는 적의 증원군에 의해 우리 쪽 망치가 포위당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강채아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그러니 신속함이 생명이죠.”
“……리멘 교단은 항상 어려운 길을 스스로 걸어가네요.”
“어렵지만 확실한 길이니까요. 에덴에서보다는 훨씬 쉽습니다.”
수만의 악마들을 상대로도 기꺼이 뛰어들었는데, 고작 저딴 오합지졸들 상대로 무서울 리가 있나.
애초에 이번 전쟁은 시간이 생명이다.
시간을 질질 끌수록 우리에게 안 좋다.
베이징에서 열린다는 고대 신들의 회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모르겠다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
“최대한 빨리 베이징까지 뚫어야 합니다.”
늦으면 큰일이 벌어질 거다.
플루토 같은 고대 신들이 한 놈이라도 더 모이게 된다면, 그리고 그들이 힘을 합치게 된다면.
일은 내가 감당하기 힘든 지경까지 치닫게 될지도.
“해로는 여전히 사용하기 힘듭니까?”
나는 플랜 B를 위해 강채아에게 물었으나, 강채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알 수 없는 기상 악화로 인해서 베이징으로 향하는 모든 항로가 제한된 상태입니다.”
그것 역시 고대 신들 짓인 게 틀림없겠고.
땅을 어떻게 하지는 못하는 걸 보니, 땅은 아마…… 테라가 담당하는 영역이기 때문일 터.
결론은 이번 작전을 성공시키는 거다.
이번 작전에 실패하게 된다면 우리에게 남는 선택지는 최정예들을 뽑아 위험한 하늘길을 뚫고 베이징까지 투입하는 것.
사실상 맨손으로 사지에 걸어 들어가는 셈이니 그 방법까지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회의는 여기까지.”
전투에 사용될 전술도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제 남은 건 전투뿐.
“작전 개시 시간은 지금으로부터 3시간 후. 오후 3시로 결정하겠습니다.”
우리들의 승리는 의심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그렇게 전투의 서막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