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85)
***********************************************
****************************************************
285화
93. 무엇을 위해
1.
광기는 전장 속의 피를 연료 삼아 더욱 거세게 불타오른다.
“뚫어라!”
적의 반격 의지는 이미 무너져 내렸다.
안 그래도 허술한 진형을 갖추고 있던 적들의 연결 고리는 우리 교단의 기병대에 의해 하나도 남김없이 끊겨 버렸다.
적들은 분명히 많다.
하지만 그들의 희미한 결속력마저 분쇄해 버린 이상, 녀석들은 지휘 체계를 아예 상실해 버렸다.
백명교도, 하물며 중국 정부도.
따로따로 노는 그놈들을 더 이상 통제할 수는 없었다.
나는 라파엘이 업그레이드해 준 슈트를 통해 시야를 확장시켰다.
시야 우측 상단에 드론들이 제공해 주는 전장 상황이 떠오른다.
리멘 교단은 이미 적의 좌익을 완벽하게 짓밟았다.
내 지시에 따라 루나가 이끄는 병력이 곧장 적들의 후방으로 향해서 퇴로를 차단했다.
우리의 병력이 많지는 않아서 완전한 퇴로 차단은 불가능하다.
포위를 통해 가둬 두고 패기에는 적의 병력이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굳이 포위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우리의 목표는 적의 단절.
적의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해서 루나 쪽에는 에이든을 붙여 두었다.
“흐하하하하하!”
에이든의 투기가 잔뜩 담긴 외침이 전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에이든은 그냥 물 만난 물고기였다.
베스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그는 적의 숫자가 얼마가 됐던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앙-.
그가 휘두르는 도끼는 적들의 방어선을 무참히 박살 낸다.
드론을 통해 일찍이 파악했던 적의 전쟁 병기?
아무리 수준 높은 기술의 병기라고 한들, 에이든의 힘을 받아 내진 못했다.
우우우우우우웅.
내 쪽에도 거대한 전쟁 병기 한 기가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나는 피식 웃으면서 창을 소환해 냈고, 머뭇거림 없이 녀석을 향해 창을 던졌다.
집채만 한 창은 엄청난 속도로 병기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그러자 잠시 후.
파아아아아앙!
병기는 푸른색 불꽃과 함께 산산조각 났다.
그 불꽃 사이로 리멘 교단의 성기사들이 용감하게 돌진했다.
성기사들을 향해 마법, 검, 총알, 그 밖의 난생처음 보는 무기들이 쏟아졌지만, 그 누구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리멘께서 우리를 지켜 주신다!”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짓밟아라!”
수많은 전장을 극복해 낸, 그야말로 역전의 용사들이 최선두에 선다.
한 점으로 결속된 힘은 이미 옅어진 적의 방어선을 잔뜩 헤집어 두기 시작한다.
확실한 기선 제압이었다.
우측 상단의 전장 화면을 통해서도 적의 방어선 전체가 출렁거리는 게 보였다.
그러나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적들은 이세계에서 넘어온 놈들이 대부분이다.
즉, 고대 신의 허락 없이는 돌아갈 수 없는 놈들이 대부분이란 뜻이다.
궁지에 몰린 쥐들은 고양이조차 문다.
진짜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전장에서는 승리만큼이나 강력한 동기부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생존.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모름지기 가지고 있는 생존 본능은 극한의 상황일수록 더욱 강하게 발현된다.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살기 위해 발악하는 놈들만큼이나 위험한 건 없으니까.
“슬슬 움직일 때가…….”
그때였다.
귓가에 연결되어 있는 통신 장치를 통해서 라파엘과 자현이의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본대 합류합니다.
-중앙부터 뚫습니다.
때맞춰 들어오는 본대의 진격 소식.
나는 씨익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늦는 줄 알았잖아요.”
-그럴 리가요.
-형님 혼자 재미 보는 건 억울하잖아요? 라파엘만 재미 보고 있었단 말이죠.
‘망치’가 마음 놓고 적의 측후방을 두드릴 수 있던 데에는 누구보다도 라파엘의 영향력이 가장 컸다.
강력한 화력 지원으로 적들을 정신 못 차리게 해 줬던 것이다.
안 그래도 부실한 지휘 체계인데, 라파엘의 화력을 비롯한 각종 폭격에 노출되니 말 다 했지 뭐.
-15초 뒤, 마지막 포격이 착탄합니다. 착탄 후에 곧바로 진격을 개시합니다.
“빨리 오세요. 늦게 오면 맛있는 거 내가 다 먹어요.”
-드론들을 통해 적들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녀석들을 확인했습니다. 슈트 시스템을 통해서 정보를 전송해 뒀습니다.
라파엘의 말과 함께 우측 상단의 전장 지도에 표식이 몇 개 찍힌다.
굳이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 주는 우리의 라파엘.
나는 전송된 적 지휘 개체들의 좌표를 확인하면서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 이래서 자주 손발을 맞춘 사람들이 중요하다.
척 말하면 척 알아듣잖아?
-리멘 교단 측에서는 지휘관을 최우선적으로 제거해 주면 될 것 같습니다.
“저놈들은 저랑 에이든이 맡겠습니다. 리멘 교단의 지휘권은 루나에게 넘겨줄 테니, 전술 지침은 루나에게 말하면 될 겁니다.”
적들은 이미 수십 갈래로 찣겨 나갔다.
이제 남은 건 쪼개진 파이를 맛있게 입에 집어넣는 것뿐.
콰우우우우우우-!
나는 적들의 가운데에서 솟아오르는 거대한 비행 괴수를 바라보면서 가볍게 몸을 풀었다.
드래곤과 비슷하게 생긴 생명체.
녀석이 내뿜는 적의가 피부 끝을 따갑게 때려 대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내 역할은 바로 저런 특이 개체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빠르게 끝냅시다.”
이번 전투를 질질 끌 생각은 없었다.
베이징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 길에 어떤 장애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지금은 눈앞의 장애물부터 치울 때다.
나는 나를 태우고 달려가던 백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백설아, 나 다녀온다.”
『올 때 츄르!』
“끝나고 잔뜩 멕여 줄게.”
『알았어. 나는 루나한테 합류하면 되지?』
“역시, 똑똑해.”
잠깐의 인사를 끝으로.
부우우우웅-.
슈트의 비행 기능을 통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라파엘이 상당 부분 개선해 줬지만 비행 가능 시간은 불과 15분.
소모되는 비용도 천문학적인 수준이라 손끝이 떨리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15분 내에 다 끝낼 수밖에.
그렇게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비행 괴수들을 향해 쇄도했다.
2.
리멘 교단 소속의 성기사이자 리멘 교단의 선지자인 강주원은 정신없이 앞을 향해 달려 나갔다.
“하아.”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른다.
쉴 새 없이 검을 내리쳐 적의 숨통을 끊었는데도, 적들은 끊임없이 몸을 일으켜 달려든다.
사방이 온통 적이다.
난생처음 보는 기괴한 몬스터들이 시시각각 그를 향해 달려들었으나, 그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카아아아아앙-!
그의 옆에는 수많은 동료들이 있었다.
그와 등을 맞대고 있던 성기사가 방패를 들어 강주원을 향해 날아들던 창을 튕겨 낸다.
“선지자님, 등은 저에게 맡기십쇼. 저희를 믿고, 계속 나아가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강주원은 자신을 대신해 공격을 막아 준 푸른 머리의 사내를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에덴에서 넘어온 선배들.
그리고 그는 저 사내의 이름이 ‘셀로스’라는 것도 떠올렸다.
에덴에서 넘어온 이들은 지구의 교육생들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며 교육했다. 강주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남자는 훈련 때만 해도 자신을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던 선배 중 하나가 아니던가?
하지만 동시에 에덴의 선배들은 강주원, 그를 한 명의 선지자로서 존중해 주었다.
선지자.
리멘 교단을 대표하는 자들이며, 리멘으로부터 사명을 부여받은 자들.
그는 교황이자 은인인 김시우가 자신에게 처음 손을 내밀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테러 현장에서 갈피를 못 잡고 헤매던 자신에게, 수많은 위협에 노출되었던 못난 자신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었던 교황.
강주원은 원인 불명의 병에 걸려 신음하던 동생이, 완치되어 자신을 껴안았던 순간도 떠올렸다.
그 모든 행운은, 그 모든 행복은 온전히 리멘 교단으로부터 왔다.
불행으로 가득 찼던 그의 인생에 한 줄기 빛을 내려 준 존재들.
리멘, 교황, 그리고 리멘 교단.
그들은 은인이었으며, 동시에 새로운 가족이었다.
“선지자님.”
그와 등을 맞댄 셀로스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그거 아십니까?”
“……예?”
“선지자님의 신성력은 이미 저희들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실전 경험? 실전 경험도 다른 애송이들보다 훨씬 압도적이었죠. 물론 에덴에서 넘어온 저희들 눈에는 비슷비슷했지만…….”
카아아아앙-.
그는 다시 한번 적의 공격을 방패로 튕겨 내면서 말을 이어 갔다.
“……그래도 다른 애송이들과는 싹수부터 달랐다구요. 그래서 저희들은 선지자님께 기대가 참 큽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입니다.”
카아아아아아아앙-!
“이제 슬슬 저희들의 기대에 부응해 주실 때가 된 것 같지 않습니까?”
콰우우우우우!
하늘에서 거대한 괴수가 떨어진다.
강주원은 그 괴수의 대가리 위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를 이곳까지 오게 해 준 고마운 은인.
김시우.
다시 시선을 돌려 지상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그 어느 때보다 성난 기세로 적들을 박살 내고 있는 루나와 적들의 피를 뒤집어쓴 채로 주먹을 후려갈기는 레오가 서 있었다.
“비록 우리 어린 선지자 두 분은 안전을 위해 신전에 모셔 두었지만…… 언젠가는 그분들도 장성하여 교단을 지켜 주실 겁니다.”
강주원은 그의 이야기가 서울 신전에 잔류한 ‘진승우’와 ‘김시연’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첫 만남부터 자신을 살갑게 대해 줬던 어린 두 동생들.
리멘 교단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한가족이 되었다는 걸 여실히 깨닫게 해 주었던 그 사랑스러운 동생들.
그는 곧 어째서 셀로스가 자신에게 그 이야기를 해 주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교황 성하께서는 생전 몰랐던 저희들과 저희들의 세계를 위해 싸워 주셨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들도 기꺼이 성하와 성하의 세계를 위해 싸우러 왔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선지자님.”
“예.”
“리멘 교단이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는 이유에 대해서 알고 계시지요?”
카아아아아아앙-.
셀로스의 질문에 강주원은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부드럽게 고쳐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이 어지러운 전장을 둘러보았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이들.
저들이 저렇게 치열하고 절박하게 싸우는 이유를, 강주원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단지 셀로스는 그 이유를 다시 한번 되짚어 주었을 뿐.
“……지키기 위해서.”
이들 모두는 지키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서 있다.
에덴에서 넘어온 이들도.
지구에서 태어난 이들도.
결국,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셀로스는 강주원의 대답에 크게 미소를 지었다.
“맞습니다. 그러니까 한 가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콰지지직-.
방패를 던져 적의 머리를 박살 낸 셀로스가 강주원을 돌아보았다.
“선지자님께서 저희들을 지켜 주십시오. 본인 스스로도 이미 알고 계시잖습니까? 당신에게는 이미 충분한 자격과 능력이 있다는 것 말입니다.”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아.
허공에서 거대한 불덩이가 날아왔다.
모든 걸 불태울 것만 같은 그것이 바닥에 닿는다면, 수많은 동료들이 재가 되어 버릴 것이다.
강주원은 천천히 그 불덩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화르르륵.
그의 손에서 새하얀 불꽃이 피어올랐다.
리멘의 선지자로서 허락된 성화가, 그 성스러운 불꽃이 그의 전신에서 흘러나왔다.
[당신에게 진정한 선지자>로서의 사명이 부여됩니다.] [리멘>이 당신을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봅니다.]성화는 푸른 불덩이를 남김없이 먹어 치운 후, 지쳐 가는 동료들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강주원은 자신의 손에 남아 있는 새하얀 불씨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던 셀로스가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로 말했다.
“바로 그겁니다, 선지자시여.”
이제는 자신이 그들을 지켜 줄 차례였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