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9)
29화
5.
내 공식적인 미튜브 첫 라이브 방송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30분.
하지만 그 30분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제목: 나는 죄인입니다]내용: 저같이 미천한 놈이 진정으로 귀한 분들은 몰라뵙고 그동안 함부로 비방하고 다녔습니다. 함부로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함부로 욕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그 누구보다 열심히 리멘님의 이름을 퍼뜨리고 다니겠습니다.
ㄴㅋㅋㅋㅋ이 새끼 그 새끼 아님?
ㄴㅇㅇㅇ맞음. 평소에 리멘 교단 같은 거 누가 믿겠냐고 욕하고 다니던 새끼임. 고정 닉네임인데 그동안 올렸던 게시글 싹 지웠네?
ㄴ걱정ㄴ 이미 제가 박제해서 리멘 교단 메일로 보내 뒀음
ㄴ리멘께서 보고 계십니다. 다들 아름다운 언어 사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ㄴ리멘 갤러리를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들어와서 좋은 말씀 나누실 형제님들은 언제든지 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ㄴ지랄. 니들 정부랑 김시우인가 뭔가. 하는 놈이 짜고 치는 판에 말려드는. 거임. 이거. 그냥 정부에서. 전각련 견제하려고. 일부러 밀어주는. 거라고. 또 속냐. 병신들아?
ㄴ할배ㅋㅋ 페이크 뉴스 좀 그만 보이소ㅋㅋ 외신들조차도 일제히 보도하고 있는데 음모론 좀 적당히 퍼뜨리십쇼
ㄴㅋㅋ제발 . 좀 그만 쓰세요ㅋㅋ 할배 몸에 있는 점 싸그리 뽑아 버리기 전에ㅋㅋㅋㅋㅋ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위의 게시글이야말로 현 상황을 아주 절묘하게 요약한 게시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터넷에서 그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와 리멘을 비방하고 다녔던 악질들은 이제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활발하게 리멘 교단을 까 댔던 인원들은 사라졌거나, 아니면 우리 교단의 극성 지지자가 되었거나, 둘 중 하나의 길을 택했다.
“정말 답답합니다.”
그라운드 제로의 신전에서 나와 함께 인터넷의 반응을 살피고 있던 민수 씨가 속상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무엇이 그렇게 답답하십니까 형제님?”
“충분히 보여 줬음에도 여전히 음모론을 주장하는 저들이요. 얼마나 더 보여줘야 믿어 주려는지…….”
게시글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우리를 음모론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남아 있기는 했다.
하지만 민수 씨와는 다르게 나는 크게 불만은 없었다.
“그것도 저들의 자유니까요.”
“하지만…….”
“인간이란 본디 의심의 생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워낙 종교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바뀐 나라이기도 해서, 리멘께서도 이해해 주실 겁니다.”
오히려 의심을 안 하는 게 더 이상하지.
저런 사람들은 우리가 아무리 보여 준다고 하더라도 믿지 않을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구태여 신앙을 강요하고 싶지도 않았다.
신앙이 자유인 만큼 불신 역시 자유일 테니까.
물론.
“개인적으로는 그 사람들 다 나가 뒈졌으면 좋겠습니다.”
“……예?”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니 오해는 하지 말아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하하!”
이해는 할 수 있다는 거지, 그렇다고 그들을 존중해 주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우리보고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놈들인데, 그런 놈들까지 존중해 줘야 할 이유는 없잖아?
하지만 내 옆에 있던 레오의 생각은 좀 다른 모양이었다.
내 말에 레오가 읽고 있던 성서를 덮으면서 말했다.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그들도 껴안을 수 있으신 분이 바로 리멘님이십니다. 리멘님의 자애로움은 상대를 가리지 않습니다. 다만.”
“다만?”
“불신자들을 직접 만나서 어째서 우리들을 불신하는지 들어 볼 필요는 있겠군요.”
나는 레오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한 다음,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물었다.
“너 여차하면 회개시킬 생각이지.”
그러자 레오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멘님께 불경을 범하면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회개를 시키는 수밖에요.”
“나 역시 누누이 말하지만 사람은 반으로 접히면 죽어. 그건 범죄라고. 대한민국이 이래 보여도 법치국가라니까?”
“곤란하군요.”
이단심문관 출신들이 이래서 문제다.
원칙주의자인 척하는 과격주의자들.
레오 같은 경우에는 대주교 자리에 오르면서 어느 정도 과격한 면이 줄어들긴 했다만, 원래 오랜 시간 동안 몸에 익은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앞으로 지구에서 독단적으로 누군가를 회개시키거나 그러면 안 된다. 앞으로 나한테 무조건 허락받고 움직여.”
“교황 성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레오가 지구에 완벽하게 적응할 때까지는 당분간 주시해야겠다.
아직 혼자 두기에는 너무 위험한 녀석이다. S급 헌터들도 가볍게 반으로 접어 버리는 놈인데, 마음먹고 사고 치면 어느 정도 스케일일지 가늠이 안 간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쉰 다음, 다시 민수 씨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맞다. 민수 형제님.”
“예, 교황님.”
“듣자 하니 생산직 플레이어들이 따로 모인 길드 같은 게 있다던데, 혹시 아는 곳 있습니까? 광석에 조예가 깊은 플레이어들이 있는 곳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 질문에 민수 씨는 조심스럽게 나에게 되물었다.
“음, 마이스터 길드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아는 곳이 몇 곳 있기는 합니다. 아마 광석을 다루는 플레이어들도 찾을 수는 있을 겁니다.”
아직 민수 씨에게는 정원 건너편에 숨겨져 있는 마정석, 아니 신성석 광산에 대해서는 설명해 주지 않았다.
애초에 마정석 광산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사람이니 모르는 게 당연하다.
“채굴에 능한 플레이어들이 필요합니다. 정부 쪽에 문의하기에는 그림이 별로 안 예뻐서요. 혹시 알아봐 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렵지는 않습니다. 안 그래도 예전에 미튜브 컨텐츠를 기획하면서 연이 닿았던 생산직 플레이어들이 몇 있으니, 최대한 빠르게 알아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무엇을 하시려는 건지…….”
“조금 색다른 포교 활동?”
나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창을 확인했다.
[DLC 상점을 통해 시설 축성소>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축성소 Lv. 1]●종류: DLC – 시설
●설명: 신성석을 이용하여 성물(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게 된다. 축성소에서 제작된 성물에는 축복이 내려지게 되며, 축성소의 시설 레벨이 높아질수록 다양한 축복을 부여할 수 있다.
●구매 비용: 신성 점수 5,000점
에덴에서 교황청 재정의 절반 이상을 거뜬히 책임져 주던 시설.
거기에 자본주의라는 요소가 결합되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시너지를 보여 줄지 기대되는 바로 그 시설.
축성소.
나는 눈앞의 메시지 창을 다시 한번 살핀 다음,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앞으로 우리 교단을 먹여 살리는 최고의 히트 상품이 되어 줄 예정이거든.
6.
“다녀왔습니다.”
정말 기나긴 하루였다.
나는 해가 저문 지 한참이 되고 나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진짜 정신없이 바쁜 하루였다.
하루가 끝나지 않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달까.
“큰오빠아!”
“우리 시연이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안 자? 그러다가 키 안 큰다?”
“나 아까 TV에서 오빠 나오는 거 봤다? 그래서 작은오빠한테 물어봤는데, 큰오빠한테 직접 물어보래!”
시연이는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는지 나를 보자마자 열심히 재잘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시연이는 곧 내 뒤를 슬쩍 쳐다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레오 아저씨는?”
“레오 아저씨는 당분간 일이 있어서 못 와. 안 그래도 레오 아저씨가 같이 놀러 못 가게 되어서 미안하다고 전해 달래.”
레오는 자발적으로 신전에 남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단 1의 강압도 들어가지 않았다. 본인이 먼저 신전에 남겠다고 해서 그냥 허락을 해 줬을 뿐이다.
신전을 수호하는 성기사단도 없는 마당에, 레오가 신전을 지켜 준다면 그것보다 든든할 수가 없다.
게다가 민수 씨네 인원 몇몇도 자발적으로 남기도 했고, 이능관리부에서 혹시 모를 사고를 위해 인원을 많이 배치해 뒀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레오 아저씨는 그 예쁜 곳에 있는 거야?”
“응. 앞으로 그곳이 오빠 직장이야.”
“나중에 작은오빠랑 같이 놀러 가도 돼?”
“당연하지. 여유가 생기면 오빠가 바로 데려가 줄게. 시연이 마음에 쏙 들 거야.”
솔직히 시연이는 그라운드 제로의 마력 오염을 완전히 제거한 다음에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다.
큰 문제가 없을 거란 건 잘 알지만, 보호자로서의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좋아!”
시연이는 내 대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내가 신발을 벗고 시연이랑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쯤.
“……형 왔어?”
안방에서 좀비 한 마리가 걸어나왔다.
다크서클이 눈 밑까지 드리워진 몰골.
인욱이는 그 어느 때보다 피곤해 보이는 표정으로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형 때문에 고생이 참 많다. 보약이라도 지어 줄까?”
인욱이에게는 따로 부탁을 해 뒀다.
내일부터 공개로 돌릴 우리 리멘 교단 미튜브 채널.
미튜브 운영에는 나보다는 인욱이가 더 적합할 것 같아서 맡겼는데, 아마 그것 때문에 하루종일 시달린 모양이다.
“보약은 무슨…… 아까 방송 보니까 일은 잘 풀린 것 같은데, 괜찮았어?”
“나쁘진 않았어.”
당장에라도 피곤해서 죽을 것 같은 인욱이한테 ‘유세혁이라는 놈 사지를 분질러서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줬고, 레오는 인간으로 종이접기를 했어’ 같은 흉악한 이야기를 굳이 해 줄 필요는 없지.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 둘의 대화를 들은 시연이가 눈을 비비적거리면서 말했다.
“큰오빠 왔으니까 나는 이제 자러 가야겠다.”
“시연이가 형 올 때까지 안 잔다 그러더라고.”
시간을 보니 벌써 11시다.
평소에 시연이가 잠드는 시간이 10시였던 걸 생각해 보면 졸린데도 상당히 오래 버틴 셈이다.
“시연이 오빠한테 궁금한 거 많다면서?”
“으음, 오빠가 리멘 교단을 이끄는 교황이고…… 그라운드 제로를 정화했고…… 여기까지는 아니까 그냥 나중에 물어볼래. 나 자러 갈게! 안녕히 주무세요.”
시연이는 그렇게 본인의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그런 시연이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다 아네? 네가 얘기해 줬어?”
“아니?”
“그런데 시연이가 어떻게 다 알아.”
내 말에 인욱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시연이가 우리보다 스마트폰 더 잘 쓸걸? 요새 미튜브건 뉴스건, 틀기만 하면 다 형 이야기만 나오는데 시연이가 어떻게 모르겠어. 그냥 우리 앞에서는 애교 부리려고 모르는 척하는 거지.”
그런 거였군.
시연이가 나랑 놀아 주는 거였어.
“다 컸네. 초등학교 3학년짜리가 오빠랑 일부러 놀아 주기도 하고.”
“빨리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 형도 잘 알잖아.”
“형 할 말 없게 만드는 거, 그거 진짜 못된 버릇이야.”
“내가 진짜 못된 동생이었다면 이렇게 잠도 제대로 안 자면서 일을 도와줬을까?”
누가 내 동생 아니랄까 봐 한마디 한마디 묵직하게 꽂는 것 좀 봐. 이쯤되면 유전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연속으로 팩트를 꽂아 넣은 인욱이는 컵에 따른 물을 들이켰다.
그리고 식탁 위에 있던 비타민 통에서 비타민 한 알을 꺼내면서 말했다.
“할머니한테 전화 왔었는데, 2주 뒤 비행기로 오신대. 이능관리부에서 전세기까지 띄운다던데…… 아, 그리고 형한테 말 좀 전해 달라시더라.”
“무슨 말?”
“손주 놈 때문에 이제 여행도 마음대로 못 하게 생겼다고. 한국 도착하면 등짝 아작 날 준비하고 있으래.”
“……큰 거 온다.”
내가 전화 걸 때는 그렇게 안 받으시더니, 일부러 나 무서워하라고 그러시는 것 같다.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 봐야 알겠지만, 정말 나 때문에 귀국하시는 게 맞을 거다.
오늘부로 나는 세계 최초로 그라운드 제로 정화에 성공한 각성자가 되어 버렸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요인이 된 셈이다. 그리고 요인의 가족 역시 요인이 되는 건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그나마 미국이 여전히 대한민국이랑 동맹 관계를 맺고 있어서 다행이지, 중국이나 일본에 있었으면 당장 데려오지 않았을까?
“아 몰라.”
복잡한 생각은 나중으로 미루자.
나는 고개를 가로저은 다음, 인욱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일단 오늘은 빨리 자자. 내일부터 할 거 엄청 많다. 미튜브도 운영해야지, 광산 업체도 알아봐야지, 전각련 놈들도 해결해야지…… 할 일이 태산이다, 태산이야.”
“나 오늘 밤새웠는데?”
“우린 형제잖아? 그래도 형은 네가 있어서 참 국밥마냥 든든해. 당분간 조금만 더 고생하자. 알겠지?”
내 길고 길었던 하루는 그렇게 인욱이를 가스라이팅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