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95)
***********************************************
*******************************
295화
3.
쩌저적.
허공이 갈라진다.
유신혁이 뿜어내는 마기가 게걸스럽게 주변의 모든 공간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격을 머금은 마기.
그것은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마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카아아아앙-!
유신혁이 휘두른 기다란 손톱을 심판의 검으로 쳐 냈다.
잠깐의 접촉이었지만 심판의 검을 타고 유신혁의 광기가 고스란히 흘러 들어온다.
녀석은 즐거워하고 있었다.
“제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십니까?”
녀석의 공격은 비단 나만을 향한 게 아니었다.
나에게 기다란 손톱을 휘두른 그 녀석은 곧장 옆의 신지혜를 향해 쇄도했다.
신지혜는 기다렸다는 듯이 회색빛 실을 뽑으면서 유신혁의 손톱을 잘라 냈다.
그러나 유신혁은 그에 개의치 않고 신지혜의 가슴팍을 어깨로 강타했다.
그러자 신지혜의 몸이 순간적으로 허공에 붕 떠오른다.
그 기회를 놓칠 유신혁이 아니었다.
우웅.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힌 유신혁은 곧장 신지혜의 몸 위로 올라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푸우우우욱.
뒤쪽에서 날아온 삼지창 하나가 유신혁의 가슴을 관통했다.
유신혁의 가슴팍에서는 검은색 피가 울컥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일반인이었으면, 아니 이레귤러였어도 즉사했을 공격이었다.
하지만 유신혁의 숨통은 끊기지 않았다.
오히려 녀석의 눈에서 불길이 타오른다.
“트라이던트? 이 정도로 죽을 수 있었다면 그건 축복이지요.”
유신혁이 비틀거리며 잠시 물러나자, 신지혜는 어느새 작은 날개를 퍼덕이면서 균형을 잡는다.
그리고 곧 사뿐하게 지상에 내려앉았다.
“사악하고 부정한 힘을 사용하는 자입니다. 교황께서 저자를 가만히 지켜보는 건 좀 불편하군요. 공공의 적은 저쪽 아니었습니까?”
“같은 편에 서 있는 것처럼 말하지 마. 너도 역겨우니까.”
“저자를 보십시오. 저게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신지혜는 손가락으로 유신혁을 가리켰다.
유신혁은 가슴에 꽂힌 삼지창을 거칠게 빼서 바닥에 던졌다.
삼지창이 빠진 자리에는 사람 머리통 하나가 들어갈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러나 유신혁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머리통을 부숴도 복구할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스르륵.
유신혁의 가슴팍이 어느새 깨끗한 상태로 돌아왔다.
입고 있던 셔츠도 함께 말이다.
저건 단순한 재생이 아니다. 재생이라기보다는…… 그래, 시간을 되감는 느낌이다.
상처를 입기 전의 몸으로 말이다.
“약한 공격은 재생하면 되는 거고, 즉사에 가까운 공격은 되감으면 되는 거고. 절 죽이고 싶으시면 제 영혼까지 한 번에 베어 내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세민 씨한테 검술이라도 더 자세히 배울 걸 그랬나?
하지만 아예 타격이 없는 건 아닌지, 유신혁이 피가 잔뜩 섞인 침을 바닥에 뱉었다.
“열매가 탐스럽게 익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그 열매를 게걸스럽게 집어 먹을 시간이죠. 교황님, 저 위로 가고 싶으신 거 아닙니까? 저 위로 가기 위해서는 대교구장을 죽여, 그녀의 피를 바닥에 흩뿌리면 됩니다.”
내 평생 가장 이해하기 힘든 놈이 바로 저놈이었다.
지금에 와서도 저놈이 무슨 생각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유신혁은 내 반응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 갔다.
“제가 못 미더우시다면 뒤로 그냥 빠져 계셔도 됩니다.”
그의 손에서 다시 기다란 검은색 손톱이 돋아났다.
무엇이든 베어 버릴 것 같은, 그런 날카로운 예기를 흘리는 손톱.
“대교구장님을 지켜라!”
“저들이 신전을 더럽히지 못하도록 해라!”
판테온 밖에서 진입한 백명교의 병력들이 유신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유신혁은 계속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손톱을 휘둘렀다.
딱 다섯 번이었다.
그가 다섯 번 손톱을 휘저었을 뿐인데.
푸우우우욱.
푸우욱.
달려들던 백명교의 병력 전원이 토막이 나 버렸다.
수십에 다다르는 인간을 토막 냈음에도 유신혁의 표정은 1도 바뀌지 않았다.
그저 생글생글 웃으면서 앞으로 걸어간다.
결국, 저놈의 본질은 학살자다.
마왕을 수족처럼 부리던 거대한 악.
이곳에는 두 개의 악이 있다.
스스로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악과 신의 가면을 쓴 악.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유신혁의 말대로 일단 위로 향하는 문을 여는 게 우선이다.
지이이이이이잉-!
신성력을 잔뜩 머금은 심판의 검이 거칠게 공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끊임없이 검신에 신성력을 밀어 넣었다.
위협을 감지한 주변의 신상들이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으나,
“어디를!”
“너희들 상대는 나야.”
에이든과 자현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신상을 막아 세웠다.
자현이나 세민 씨처럼 화려한 무기술?
그딴 건 사실 관심 없었다. 내가 선호하는 건 어디까지나 주먹과 힘으로 밀어붙이는 거였으니까.
그리고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무기술이 부족하다면 압도적인 힘으로 그것을 채우면 될 뿐이다.
“문이나 열어.”
검을 수직으로 휘둘렀다.
심판의 검에 잔뜩 응축되었던 힘이 일순간에 터져 나가며 공간을 찢는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응축된 신성력이 적들에게 닿자마자 곧바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제단 주위를 내가 피워 올린 성화가 뒤덮었다.
회색빛으로 타오르는 불길 속을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검격이 강타한 중앙에서는 한 남자가 한 여자의 목을 손으로 쥔 채로 서 있었다.
남자, 그러니까 유신혁의 전신에서 내 성화가 불타오른다.
마기를 지닌 존재에게 성화는 그 무엇보다 끔찍한 고통을 선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신혁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애초에 이 여자는 꼭두각시에 불과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열쇠 역할을 하고 있었던 거죠. 참 불쌍한 인생 아닙니까? 평생을 도구처럼 이용만 당하지 않았습니까.”
신지혜에게서는 더 이상 ‘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답했다.
“너, 뭘 알고 있는 거야?”
“여기까지는 세 번 클리어해 봤으니까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이 여자에게서 격이 사라졌다는 건 한 가지를 의미합니다.”
유신혁은 웃으면서 신지혜의 몸을 제단 위로 던졌다.
그러자 천장으로부터 휘황찬란한 빛이 쏟아져 내렸다.
“주신좌가 선출되었다는 것.”
빛 속에서 거대한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막대한 격이 느껴지는 문.
그 너머에서 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안 봐도 뻔했다.
“3일은 걸릴 거라고 했었는데.”
여신들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신혁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완전한 상태가 아니란 뜻이죠. 여신님들이 원하시던 대로 된 겁니다. 그럼, 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따라오시죠.”
유신혁은 제단 위에 올려 둔 신지혜의 몸을 다시 챙긴 다음, 천천히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저 녀석의 목표도 결국 저 위였던 걸까?
하지만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나는 빠르게 유신혁을 따라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4.
문을 넘어가자 지난번에 왔었던 그곳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상이 내려다보이는 구름 위.
과할 정도로 사치스럽게 지어진 대신전이 눈앞에 있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와는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지난번에는 튜닉 같은 걸 입고 있던 천사들이었으나, 지금은 모든 천사들이 갑옷을 입은 채 신전 앞에 사열해 있었다.
그리고 신전의 계단 높은 곳.
그곳에는 휘황찬란한 의자 하나가 마련되어 있었으며, 그 의자에는 익숙한 얼굴을 지닌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나와 유신혁을 내려다본다.
“내 소중한 아이에게 몹쓸 짓을 벌였구나.”
“죽음을 관장하시는 분이시여,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저는 잘 못 지냈습니다.”
“우리의 계획을 처음부터 끝까지 방해했던 놈이로구나.”
“알아봐 주시니 몹시 영광입니다.”
유신혁은 플루토를 향해 과장된 몸짓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그때, 내 뒤에서 두 여신이 걸어 나왔다.
“고생했다, 교황. 덕분에 잘 들어왔다.”
“시우.”
테라와 리멘.
리멘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지난번과 다를 바 없었으나, 테라는 아주 심각한 변화가 체감되었다.
“테라, 너.”
“계획대로 되어 가고 있다는 거지.”
테라는 내 등을 두드리면서 쓴웃음을 짓는다. 그러고는 내 앞쪽에 서 있던 유신혁을 향해 말했다.
“변덕이 심한 인간이로구나.”
“이런, 구 주신 테라님 아니십니까.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네 무덤을 여기로 정한 거냐?”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는 걸 알고 계시잖습니까. 그래도 전 참 복 받은 놈입니다. 죽을 자리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아마 테라는 이 녀석에 대해서 꽤 자세히 알고 있는 모양이다.
테라는 그의 너스레를 들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고는 녀석의 등에 주먹을 꽂아 넣으면서 말했다.
“방해나 하지 마라.”
“높으신 분들의 자리입니다. 하등한 저 따위가 감히 뛰어들 자리나 있겠습니까?”
그제야 나는 아까 전부터 느껴졌던 기이한 느낌에 대해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유신혁의 마기가 멈춰 있었다.
지상에서는 괴물처럼 날뛰었던 마기가 어느새 얌전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유신혁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가시지 않는다.
도리어 이 상황을 기대했다는 듯,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리멘, 저놈……”
“걱정하지 마, 시우.”
리멘은 내 손을 부드럽게 잡으면서 말했다.
지상에서의 전투로 인해 잔뜩 흥분되었던 감정이 빠르게 진정된다.
“플루토가 주신좌로 선출되었어. 죽음을 관장하는 이를 주신으로 선출했으니, 지상에는 죽음의 질서가 시작될 거야.”
그녀의 말을 들으며 플루토를 바라보았다.
테라에게서 빠져나간 ‘격’을 강탈해 간 듯, 플루토에게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강대한 격이 느껴지고 있었다.
가히 엄청난 격이었다.
만약 내 뒤에 리멘이 없었다면, 숨조차 쉴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던 일이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모든 게 우리의 계획대로 되었으니까.”
리멘은 내 손을 잡은 채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자신의 손을 놓지 말라던 그녀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앞으로 걸어갔다.
플루토는 그런 우리 둘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참으로 눈물겨운 모습이군. 이제 와서 항복이라도 하겠다는 거냐? 내게 무릎 꿇고 빈다면 기회를 주마. 둘이서 함께 폐위된 주신을 소멸시켜라.”
플루토의 목소리에는 강대한 격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래서 그 명령만으로도 내 몸이 들썩거렸다.
내 몸속의 격이 상위의 격이 행하는 압박에 의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플루토, 네 새끼가 모르는 게 하나 있는 것 같아.”
……믿을 수 없게도 리멘의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잡신 새끼 주제에 감히 누구에게 명령을 내리는 거야? 그것도 불완전한, 반쪼가리 주신이 말이야.”
“조그마한 세계의 주신 주제에 자만심이 과연 대단해.”
플루토는 미소를 짓는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러자 신전 앞에 자리 잡고 있던 천사들이 일제히 우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나는 주먹을 가볍게 움켜쥐면서 몸을 움직였다. 아니, 움직이려 했다.
“가만히 있어, 시우.”
리멘이 왼손으로 내 오른손을 꽉 움켜쥔 채로 말했다.
“내가 지켜 준다고 했잖아.”
“리멘, 너 싸우는 거는 잘 못-.”
그때였다.
파아아아아아앙-!
파아아아앙-!
우리를 향해 달려들던 천사들이 일제히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피가 쏟아져 내려야 정상이지만, 터져 나간 천사들은 꽃잎이 되어 휘날린다.
리멘은 허공에 날아다니는 꽃잎 하나를 오른손으로 살포시 움켜쥐면서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내 몫이야. 그러니 시우, 너는 끝까지 내 손을 잡겠다는 생각만 해.”
……리멘에게 이런 박력이 있었어?
내가 살짝 얼빠진 표정으로 대답을 못 하자 그녀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보챘다.
“대답.”
“……알았어.”
잠시 후.
그동안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리멘의 또 다른 모습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