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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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화
5.
집으로 돌아왔다.
진짜 오랜만에 돌아오는 집이라서 그런지 반가움이 앞선다.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된장찌개 냄새가 솔솔 풍겨 온다.
“다녀왔습니다.”
인사를 하며 현관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안쪽에서 시연이가 쪼르르 달려 나오더니, 곧 나를 꼬옥 안아 주면서 말했다.
“여행 잘 다녀왔어, 오빠?”
“선물을 못 사 왔네.”
“오빠가 돌아와 준 게 선물이야! 헤헤.”
“형, 왔어?”
시연이와 인욱이는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
그리고 부엌 쪽에서도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찌개 식기 전에 빨리 와서 숟가락 들어라. 이야기를 해도 밥은 먹고 해야 할 것 아니니?”
“알았어, 할머니.”
할머니의 말을 따라 손을 씻은 다음 식탁에 앉았다.
식탁에는 진수성찬이 펼쳐져 있었다.
할머니표 돼지불고기부터 시작해서, 갈비찜, 된장찌개 등등.
할머니의 손맛이 잔뜩 담긴 반찬들과 흰 쌀밥이 영롱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할머니.”
“밥상에서는 이야기 많이 하는 거 아니야. 밥부터 일단 먹고, 다 먹고 이야기하자.”
“……응.”
오래간만의 집밥을 즐겁게 만끽한다.
시연이는 내 옆에 앉아서 내 밥 위에 자꾸 갈비찜을 올려 줬다.
“오빠, 많이 먹어. 할머니가 오빠 온다고 급하게 요리 잔뜩 했어.”
“……갈비찜도?”
“그건 오늘 아침에 나 먹으라고 해 주셨어!”
가족들이랑 식사를 하면 이런 게 너무 좋다.
이런 소소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시연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도, 인욱이가 무심하게 물컵을 건네주는 것도.
그런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할머니도.
내가 지켜 낸 행복들이 여기에 있다.
나는 미소를 품은 채로 열심히 밥과 반찬을 입에 집어넣었다.
어째서인지 먹으면 먹을수록 허기가 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우리 가족은 저녁 식사를 끝내고, 빠르게 식탁을 정리했다.
인욱이랑 시연이가 같이 설거지를 하고, 할머니랑 나는 식탁을 닦고.
넷이서 함께하니 정리는 금방 끝났다.
“과일 먹자.”
설거지를 끝낸 인욱이가 과일을 깎아서 거실로 나왔다.
우리 가족은 거실의 소파에 다 같이 앉아서 과일을 집어 먹었다.
할머니는 사과 한 조각에 포크를 찍은 후,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흐뭇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우리 손자가 가족들에게 할 말이 뭘까?”
나는 할머니가 건네준 사과를 우물우물 씹어 목으로 넘겼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가족들에게는 안 좋은 소식일 수도 있으니까.
“잠시 어디를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아.”
내 말에 할머니가 웃으면서 말했다.
“항상 집 밖으로 나돌던 놈이 새삼스럽게.”
“그래도 집엔 틈날 때마다 들렀잖아?”
“우리 손주 놈이 가까운 곳 간다고 새삼스레 말할 리는 없고…… 어디 멀리 외국이니? 미국? 유럽?”
“그것보다 좀 먼 곳.”
나는 내 옆에 앉아서 복숭아를 먹는 시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어 갔다.
“에덴에 잠시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에덴이라.”
“누군가를 반드시 찾아야 해. 아직 아무런 단서도 없어서, 에덴에서 찾아볼 생각이야.”
그 말을 듣고 가족들이 속상해할 줄 알았다.
하지만 가족들의 반응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할머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사과를 드셨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얼마나 다녀올 예정이니?”
“한 1주 정도?”
“다녀와라.”
“다녀와, 형.”
“오빠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다들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면서 허락해 준다.
기분이 살짝 얼떨떨하다.
극구 말릴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흔쾌히 허락해 줄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5년도 아니고 일주일이면 상관없지 않니? 그 세계로 다녀올 방법은 있나 보구나.”
“라파엘의 연구가 진척되었어.”
“그래, 그 친구가 재주는 있어 보이더구나.”
“……이렇게 쉽게 허락해 줘?”
“허락이라니. 네 고집이면 우리가 말려도 갈 텐데, 그럴 바에야 허락해 주는 게 맞지.”
할머니는 나를 너무 잘 알아서 문제다.
할머니는 그렇다고 치고, 그럼 인욱이와 시연이는?
“인욱아, 너는 형 걱정 안 되냐?”
“형은 지옥에다 던져 둬도 살아 돌아올 거잖아. 고대 신인가 뭔가, 그놈 잡으러 간다는 것보단 살아올 확률이 높지 않겠어?”
일단 인욱이 놈은 예상했던 대로고.
시연이는?
“리멘님 찾으러 가는 거잖아! 리멘님 빨리 찾아와야 해. 혼자서 얼마나 외로우시겠어? 오빠가 리멘님 옆에 있어 줘야지.”
도대체 누구한테 들은 건지는 모르겠다만, 내가 찾으러 가는 게 리멘이라는 걸 알고 있는 듯하다.
보나 마나 레오 아니면 루나겠지.
범인은 그 둘 중 하나다.
“오빠가 에덴 다녀와도 진짜 괜찮아?”
거듭된 내 질문에 시연이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나를 바라본다.
그러고는 어울리지 않게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오빠한테는 나만큼이나 리멘님이 중요하잖아? 나도 리멘님 정말 좋아해. 우리 가족들 이렇게 살 수 있게 도와주셨어. 할머니가 그러는데, 은혜는 반드시 갚아야 한대. 그래야 착한 사람이래.”
우리 가족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리멘으로부터 왔다는 말.
시연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나는 시연이가 기특해서 다시 한번 시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시연이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이제 우리 오빠도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는 않을 테니까, 난 괜찮아!”
예전에 내가 시연이한테 해 줬던 말이구나.
“고마워.”
“대신 꼭 리멘님 데려와야 해. 지난번에 내가 리멘님 일부러 모른 척했다는 거 말씀 못 드렸어.”
“노력해 볼게.”
일주일.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리멘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는 장담 못 하겠다.
하지만 작은 증거라도 찾았으면 좋겠다.
그녀가 아직 존재하고 있다는, 아주 작은 증거만으로도 충분하다.
계속해서 희망을 이어 나갈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나는 가족들의 허락을 받았다.
이제 남은 건 에덴으로 향하는 것뿐이었다.
6.
그로부터 2주 뒤.
라파엘이 마침내 차원 이동기 제작과 슈트 개조가 끝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에덴으로 가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 셈이다.
라파엘의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나는 곧바로 업무 인수인계를 시작했다.
“제가 없는 사이 교단의 모든 실무는 라파르트 대주교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공식 행사는 1주 동안 미뤄 두도록 하구요.”
전쟁은 끝났지만 여전히 세상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벌써부터 유럽에서는 패권을 두고 신경전이 시작되었다고 하더라.
동북아시아는 뭐…… 대한민국의 독주 체제다.
일본은 순순히 대한민국을 따르고 있고, 중국은 정신없고.
중국의 정치계는 현재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자는 쪽과, 기존의 정부를 계승하자는 쪽으로 나뉘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물론 동북아시아에서 무력 충돌은 없었다.
현재, 중국 최고의 무력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신중국각성자연합의 수장은 이세민 씨다.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각성자는 당연히 진영이 형이었고.
그러니까 동북아시아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세력들 모두가 리멘 교단에 우호적인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를 치는 간 큰 놈이 있을까?
유럽 쪽은 조만간 그레이스를 통해서 영향력을 좀 행사하긴 해야겠다.
싸우는 건 나쁜 거니까.
“제가 에덴으로 넘어갔다는 건 교단의 기밀입니다. 기밀 유지에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성하. 한데 제가 한마디만 보태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라파르트 대주교.”
“항상 실무는 제가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다녀오셔서 이런저런 소식만 전해 주십시오. 저도 개인적으로 에덴의 상황이 궁금합니다. 바예르, 그 친구에게도 안부 전해 주십시오.”
“지금 에덴의 리멘 교단을 관리하고 있는 게 바예르 총대주교였죠?”
“그렇습니다.”
에덴에도 그리운 얼굴들이 꽤 있다.
길지 않은 시간이겠지만 인사를 나누기에는 충분한 시간일 터였다.
“나 없는 사이 교단의 전투원들은 레오와 루나가 알아서 훈련시키고.”
“그것도 걱정하지 마세요.”
“훈련도 원래 저희가…….”
요새 간부들이 나를 너무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렇게 교황의 권위가 떨어져서야…… 쯧.
“다녀와서 기강 한번 잡아야겠네.”
지구는 걱정하지 않는다.
설사 교단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충분히 이겨 낼 수 있는 힘을 미리 구축해 뒀다.
“정 위험하면 에이든 불러다 쓰면 돼.”
“돈 달라고 할 텐데요? 에이든은 일단 용병이잖아요.”
“친구 사이에 돈거래 하는 거 아니라는 말도 덧붙여 주고.”
든든한 친구들도 교단과 함께였으니, 오히려 걱정하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하여튼 그렇게 해서 간부들에게 지시 사항을 모두 하달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금방 다녀올게.”
“다녀오십시오.”
간부들의 배웅을 받으며 집무실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곧장 ‘(구)광산’에 마련되어 있는 라파엘의 실험실로 곧장 향했다.
워낙 신전에서 가까운지라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교황님.”
현장에는 라파엘이 미리 마중을 나와 있었다.
“안에서 기다리시지.”
“교황님께서 친히 제 실험실로 와 주시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다크서클이…….”
“밤을 꼬박 지새워서 그런 듯합니다,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라파엘은 즐거운 표정으로 나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실험실은 예전보다 훨씬 간소해져 있었다.
“저도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해서 중요한 연구 자료들은 이미 포장을 해 두었습니다.”
“정리를 하시는 거네요?”
“실험실은 그대로 두고 갈 생각입니다.”
“그래도 괜찮…….”
“어차피 나중에 돌아와서 또 사용하게 될 테니까요. 일을 두 번 하는 건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나중에 돌아와서요?”
뭔가 이상한데?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지구로 돌아올 생각입니다. 그 세계, 기술은 발전했어도 낭만이 없거든요. 가족들도 아마 지구를 더 좋아할 겁니다.”
“그게 가능해요?”
“가능할 겁니다. 신성석과 비슷한 광물이 하나 있거든요. 돌아가는 대로 연구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물론 돌아가자마자 기계신 놈부터 족쳐야겠지만요.”
왠지 이 남자라면 돌아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친놈은 미친놈을 알아보는 법이니까.
그렇게 나와 라파엘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느새 차원 이동기에 도착했다.
우우우웅.
드론들이 날아다니면서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거대한 공간.
그 공간의 중심에 설치되어 있는 거대한 기계.
라파엘은 그 기계로 나를 안내하면서 말했다.
“교황님의 귀환 과정도 제가 담당하겠습니다. 작별 인사는 돌아오신 다음에 하도록 하시죠.”
“그래도 되겠습니까?”
“저야 좋지요. 교황님 얼굴 한 번 더 뵐 수 있으니까요.”
미친놈이지만 좋은 사람이다.
라파엘을 보면 항상 그런 생각이 든다.
라파엘은 웃으면서 나에게 손을 건넸고, 나는 그를 따라 웃으면서 손을 맞잡았다.
“두 번째 고향에 나들이 갈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물론입니다.”
“데이비드, 교황님께 슈트.”
우우웅.
내 오른쪽 손목에 작은 팔찌가 하나 채워진다.
“개조하면서 액세서리 느낌으로 변화를 줘 봤습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좋은데요?”
“만족하시니 다행입니다. 그럼, 기계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
우우우웅.
내가 들어서자 곧바로 차원 이동기가 가동하기 시작했다.
라파엘은 두 발자국 떨어진 채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부디 목표한 바를 이루고 돌아오시기를.”
이별의 순간은 아니었으니 가볍게 손을 흔들어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잠시 후.
위이이이이이이잉-!
파아아앗.
기계에서 거대한 신성력이 퍼져 나오더니 곧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7.
얼마쯤 눈을 감고 있었을까?
“리멘 교단은 이 땅에서 물러나라!”
“여러분,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곳은 교황님께서 처음 에덴에 도착하셨던 성스러운…….”
“알 게 뭐야! 교황이 이미 죽었다는 소문이 무성한데! 리멘 교단이 옛날 그 리멘 교단인 줄 알아?”
“전쟁이 끝난 지 벌써 10년이야, 10년! 언제까지 우리 왕국의 땅을 너희들이 점거하고 있을 셈이냐!”
“교황님께서는 여전히 살아 계십니다. 여러분들이 이러면 곤란…….”
“공식 석상에 안 나선 지 10년째야! 죽지 않고서야 그럴 수가 있겠어?”
소란스러운 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떴음에도 시야는 여전히 어두웠다.
아마도 동굴 안이라든지, 어떤 구조물 안인 것 같다.
화르륵.
성화를 피워 올려서 주위를 밝혔다.
그러자 바로 옆에 꽂혀 있던 심판의 검이 눈에 들어왔다.
심판의 검이 할 일을 다했군그래.
일단 검을 챙겨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나가는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고민한 다음, 주먹에 신성력을 잔뜩 끌어모아서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앙-!
그러자 벽이 박살 나면서 빛이 보였다.
나는 그 구멍을 통해서 밖으로 나섰다.
그러자 익숙한 풍경이 나타났다.
험한 산세.
지구와 비교할 수 없이 청량한 공기.
내가 처음 에덴에 도착했을 때 마주했던, 리멘의 오래된 신전.
신전의 앞에는 과격한 인상의 인파들과, 그 인파들을 막고 있는 리멘 교단의 성기사들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이곳이 틀림없이 에덴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허어어어어억!”
인파 속에 한 대머리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어 줬다.
“반갑습니다.”
“교, 교황!”
그러자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누군가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도망쳤고, 누군가는 무릎을 꿇으면서 갑작스럽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기 시작한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교황 성하께서 살아 계신 줄 모르고…….”
“저희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옵소서!”
갑자기 왜들 저런데?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심판의 검의 검등으로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고 넋이 나간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던 리멘 교단의 성기사들을 향해 말했다.
“나 돌아왔다고 전해 주세요.”
내가 돌아왔다.
이 에덴에.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