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31)
31화
3.
니네 광산 달더라.
일명 ‘니광달’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가 굉장히 좋았다.
말끝마다 형제님을 붙여 주다가 던진 변화구라서 그런지,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유롭게 웃고 있던 강병수의 표정에 균열이 갔다.
그러나 녀석은 확실히 프로는 프로였다.
일순간 찡그려지던 표정을 눈 깜짝할 사이에 수습하더니, 오히려 본인의 안경을 고쳐 쓰면서 말했다.
“저희 측에서는 시우 님이 처음부터 마정석 광산을 노리고 그라운드 제로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정보는 당연히 이능관리부 측에 제공받으셨겠지요.”
순서가 잘못되어 있는 걸 보니 아주 큰 오해가 있는 모양이다.
보아하니 내가 이능관리부랑 이야기를 한 후에 결정을 내린 걸로 생각하는데, 굳이 그 오해를 풀어 줄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이미 대립각을 세운 놈들이다.
그리고 오해를 풀고 관계를 개선할 필요도 없는 새끼들이고.
첫인사부터 사람을 고용해서 이빨을 드러낸 놈들인데, 그딴 놈들이랑 굳이 오해를 풀 이유가 있겠냐고.
게다가 교만의 마기의 원인이 저쪽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강병수의 개소리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 긍정의 표시로 여겼는지, 강병수는 여전히 개소리를 이어 갔다.
“대형 길드들이 적법하게 점유하고 있던 마정석 광산을 강제로 강탈하신 부분에 대하여, 저희 전국 각성자 연합에서는 유감을 표합니다.”
“오, 계속해 봐요.”
“이곳의 마정석 광산은 현재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대형 길드들의 아주 소중한 성장 동력원이기도 했습니다. 대형 길드들은 대한민국의 성장이라는 의미 있는 가치 앞에서 다들 욕심을 접어 두고 서로 균등하게 마정석을 채굴해 왔습니다.”
이야기만 들어 보면 본인들이 아주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히어로들이다.
나는 그 뻔뻔한 개소리를 지껄이는 강병수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 정도 되는 개소리를 지껄이면 양심의 가책이라는 걸 느낄 법도 한데, 강병수의 표정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욕심을 접어 두셨다는 분들이 영역 다툼하는 개새끼들마냥 싸워 대시던데?”
“그건 어디까지나 실무자들 간의 충돌이 있었을 뿐이지요. 안 그래도 연합 측에서 중재에 나설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모두가 대의를 위해서 서로 양보하면서 마정석을 캐고 있었는데, 내가 욕심쟁이마냥 혼자서 다 처먹어 버렸다, 이건가?”
내 말에 강병수는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꼭 그런 뜻은 아닙니다. 다만, 실질적인 점유를 하고 있던 저희들과 미리 이야기를 나눴으면 하는 아쉬움일 뿐입니다.”
“아, 아쉬운 마음에 그 쓰레기들을 시켜 우리를 병신 만들려고 했다?”
“음, 저희는 잘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불미스러운 사고가 있으셨던 모양이군요.”
“인정할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안 했으니 넘어가죠. 좋아요, 고작 그딴 소리를 하려고 온 건 아니실 테고, 본론이나 꺼내십쇼 형제님.”
저 말들은 어디까지나 뒤에 나올 희대의 개소리를 위한 떡밥이었을 뿐이다.
나는 곧바로 본론을 요구했고, 강병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리멘 교단에게 마정석 광산 채굴량의 50프로를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거기에 채굴부터 가공, 판매까지, 저희들이 구축한 인프라를 이용하실 수 있는 권리를 드릴 것이며, 또한 교단 운영이 수월하실 수 있도록 적지 않은 기부금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아마 만족스러운 액수일 겁니다.”
그건 분명한 회유였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나를 반병신 만들 생각이었던 이 녀석들이 이렇게 바뀐 이유는 딱 하나뿐이다.
[신도의 숫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메인 퀘스트를 업데이트 중입니다. 예상 소요 시간 7시간 32분]내가 지닌 파급력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거대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이미 그 질문에 대한 대답도 미리 생각해 뒀었다.
그렇기 때문에 강병수의 제의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대답해 줄 수 있었다.
“평화 협상 정도로 생각하시고 온 모양인데, 병수 형제님. 생각해 봐요. 먼저 칼을 쑤시려다가 실패하니까, 와! 대단해! 앞으로 잘 지내자? 아무리 생각해도 웃기네.”
하여간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던 새끼들이었다.
양심마저도 없는 저 당당한 꼬라지를 봐라.
나는 슬슬 표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 강병수의 어깨에 내 오른팔을 둘렀다.
그러자 드디어 강병수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고, 강병수의 뒤에 있던 자들이 당장에라도 전투를 벌일 듯 마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들의 반항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우우우웅-!
어느새 내 몸에서 뻗어 나간 신성력들이 그들의 몸을 옭아맸기 때문이다.
“나와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으면, 칼을 쑤시라고 명령을 내린 놈들이 직접 찾아와서 무릎 꿇고 사죄하는 게 먼저야.”
“……저희는 기회를 드렸습니다.”
“이야, 정.말.무.섭.다.”
“분명 오늘의 선택을 후회하실 겁니다.”
나는 나를 노려보기 시작한 강병수의 턱을 오른손으로 움켜쥐면서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리고 한껏 나른해진 목소리로 말을 맺었다.
“돌아가서 전해. 사과하러 안 오면 내가 직접 찾아가겠다고. 혹시 심방이라고 아냐?”
4.
전각련 친구들은 조용히 물러났다.
녀석들로서도 별다른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를 향해 이빨을 대놓고 드러낸 놈들을 봐줄 정도로 내가 성격이 유순한 편은 아니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쉬운 법이거든.
내 의지를 확실히 전달해 두었으니 조만간 다시 부딪치게 될 것이다.
아무튼.
그 이후부터는 일이 아주 무난하게 잘 풀렸다.
민수 씨의 소개로 온 아나키>라는 마이스터 길드의 대표와 신성석 광산에 대한 채굴 계약도 성공적으로 맺을 수 있었다.
강호 대표.
내가 지구에 와서 처음 보는 생산 계열 플레이어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꽤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안 그래도 요새 대형 길드 놈들이 마정석 광산을 통제해서 우리 애들도 미칠 지경이었는데, 믿어 주신 만큼 화끈하게 성과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흐하하하!
에덴의 이종족 중 하나였던 드워프들을 연상시키는 호쾌함.
그는 신성석 광산을 보자마자 새로운 광석에 도전 의식이 불탄다면서 흔쾌히 우리와 계약을 맺었고, 그렇게 나는 고민 중 하나를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민수 씨가 그들의 실력에 대해서는 보증할 정도였으니 실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채굴 과정에서 마력 폭발이 빈번히 일어나는 마정석과는 달리, 신성석은 전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성석은 신성석을 채굴하는 자들에게 축복을 내려 준다.
피로를 풀어 준다던가, 상처를 회복시켜 준다던가 하는 축복.
그리고 신성력 감응도가 높았던 광부들 중에는 진짜 기적을 경험한 사람도 심심치 않게 있다고 들었다.
이를테면 탈모를 극복했다던가, 그런 것들 말이다.
“그런데 교황님. 아까 강 대표께 하셨던 말씀들이 사실입니까?”
계약을 체결한 후, 새롭게 건설된 축성소로 향하는 길.
민수 씨가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떤 거요?”
“그…… 탈모…….”
“아아, 물론이죠. 에덴에서 저희 리멘 교단은 풍성한 머리숱으로 유명했답니다.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설마, 민수 형제님?”
“아, 아닙니다. 그냥…… 아는 사람이…….”
그렇군.
겉으로는 머리가 되게 풍성해 보이는데, 그런 고충을 지니고 있을 줄이야.
나는 민수 씨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민수 씨의 신성력 감응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신성력을 각성하기만 한다면 민수 씨가 원하는 결과를 얻게될 가능성이 농후하긴 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추후의 일.
아직 확실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일부러 말을 아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신전 뒤편에 건설된 축성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가 지난밤에 무려 5,000의 신성 점수를 지불하여 건설한 시설.
레오에게도 익숙한 시설이었기 때문에 레오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구에서 보니 더 반가운 기분입니다. 다만 에덴에 비하여 상당히 작은 느낌이군요.”
확실히 레오의 말대로 교황청의 축성소에 비해서 아주 작은 편이기는 했다.
뭐, 사실 처음부터 교황청에 있던 메머드급 축성소를 지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아직은 레벨 1이라서 그런가? 생각보다 작긴 하네.”
“추후에 증축이 가능한 것입니까?”
“아마 그렇겠지.”
“리멘의 자애로움은 정말 그 끝을 알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지구의 시스템과 협력을 통해 가능한 기적이긴 하지만, 굳이 레오에게 말해 줄 필요는 없으니 그렇다고 쳐 두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그들과 함께 축성소 내부로 들어갔다.
축성소.
어떠한 것에 축복을 내리는 장소라는 의미를 지닌 곳이기도 하다.
쉽게 말하자면.
“마치 공방…… 같군요.”
“정확한 비유입니다, 민수 형제님.”
민수 씨의 저 찰떡 같은 표현대로, 신전에 딸린 공방이라고 보면 되시겠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은 작은 공방.
30평 남짓한 크기의 공방이었지만, 내부에 있을 만한 시설은 다 있었다.
가장 먼저 성수가 조금씩 솟아오르는 간이 분수대부터 시작하여, 다섯 개의 작업대까지.
확실히 민수 씨의 말대로 누가 봐도 공방이기는 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표현을 굳이 정정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공방에서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축성소에서는 성물을 만들어 낸다.
에덴에서는 리멘을 섬기는 드워프들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덕에 양질의 성물들이 제작되고는 했는데, 지구에서는 어쩔는지는 잘 모르겠다.
신성력이 깃든 방어구라든지, 아니면 드워프들이 성심성의를 다해 만들고 리멘이 직접 축복을 내려 준 성검이라든지, 그런 기적에 닿은 성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리는 없고.
상황이 얼추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하고자 들어온 셈인데, 다행스럽게도 시스템은 여전히 친절했다.
[당신의 신전에 귀속된 축성소 Lv. 1>에 입장하였습니다.] [현재, 당신의 축성소에서 제작할 수 있는 성물의 목록을 표시합니다.]1. 보급형 성수: 신성력이 극소량 함류된 성수입니다. 신체의 회복력을 증가시켜 주며, 마기를 지닌 대상에게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2. 신성석 팔찌: 신성석 일부가 홈에 끼워진 팔찌입니다. 제작에 사용된 신성석의 등급에 따라 효능이 결정되며, 착용자의 자연 회복력에 도움을 줍니다.
*축성소에서 제작할 수 있는 성물의 가짓수는 축성소의 레벨을 올리거나, DLC 상점을 통해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교황 DLC가 아니라 그냥 종교 경영 DLC 아니냐?”
“무슨 말씀이십니까, 성하?”
“아무것도 아니야. 뭐 그게 그거긴 하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본 없이 돌아갈 수 있는 종교 단체란 없다.
에덴의 교황청에서 가장 최악의 근무 조건을 자랑했던 부서가 재정부였을 정도로, 거대한 교단으로 커 나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게다가 이곳은 자본주의가 에덴과 비교도 할 수 없이 발달된 지구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축성소야말로 앞으로 내가 심혈을 기울여서 관리해야 할, 그야말로 핵심 시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신성석 팔찌라.”
리멘 교단이 자랑하는 최고의 히트 상품.
신성석 팔찌가 제작 가능한 성물 목록에 있었다는 점이다.
팔찌 형태로 제작되어, 착용자의 건강에 이로운 효과를 끼치는 팔찌.
흡사 예전에 지구에서 유행했던 유사과학인 게르마늄 팔찌, 일명 건강 팔찌를 연상시키는 그것은 저렴한 가격 덕택에 아주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성물이었다.
지구의 건강 팔찌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신성석 팔찌는 실제로 몸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곧 채굴될 최상급의 신성석을 사용한다면, 눈에 띄일 만한 효능을 발휘할 것임이 틀림없었다.
“건강 팔찌…… 신흥 종교…… 이거 누가 봐도 그림이 좀 그렇긴 하네. 진짜 사이비 종교 같기는 해.”
“교황 성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축성소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축성 사제가 필요한 것으로 압니다.”
“그렇지. 물건은 장인들이 만들 수는 있지만, 그 물건에 신성석을 통해 축성 작업을 하는 건 사제가 해야 하니까.”
마무리 작업은 반드시 사제가 담당했던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래서 축성 사제라는 전문적인 직분도 만들어 뒀던 것인데, 레오의 말대로 지구에는 전문적인 축성 사제가 없었다.
리멘한테 데려와 달라고 부탁하기에도, 인과율이라는 놈이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걱정하지 마.”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방법이야 만들어 내면 되지.
축성 사제가 당장 없다면, 축성 사제를 임시로 임명하면 되는 법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오에게 말했다.
“레오 루멘.”
“예, 교황 성하.”
“너를 임시로 축성소를 관리하는 축성 사제로 임명한다. 앞으로도 리멘 님을 위하여 더욱 더 봉사해 주도록.”
“……성하. 성서를 번역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 지경…….”
“내가 곧 인력 보충해 줄 테니까, 당분간만 고생하자. 조만간 리멘한테 말해서 꼭 축성 사제 데려와 줄게. 나 믿지?”
“하지만 그건…….”
안 되겠다.
뜸을 들이는 걸 보니 비장의 무기를 쓰는 수밖에 없겠다.
나는 머뭇거리는 레오의 얼굴을 바라본 다음, 아주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해 줘.”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