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310)
310화
3.
인욱이에게 쓴맛을 보여 준 후, 곧바로 신전의 집무실로 향했다.
신전의 집무실에서는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맞이했다.
『주인!』
바로 우리의 백설이였다.
백설이는 오랜만에 가족을 만난 것처럼 나에게 달려와 머리를 비볐다.
가족은 가족이지.
귀여운 녀석.
나는 백설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씨익 미소를 지었다.
“잘 있었어?”
『주인이 없으니까 너무 심심했어. 다른 친구들은 세계 여행하고 있고……. 페어리들이랑 시연이 덕분에 버텼다니까.』
여기서 말하는 ‘다른 친구들’이란 영물인 베스와 루돌프를 의미한다.
그 둘은 전쟁이 끝난 직후, 살아남은 영물들을 찾으러 간다고 했다.
언젠가는 돌아온다고 약속했으니 때가 되면 돌아올 것이다.
똑똑똑.
내가 백설이를 쓰다듬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있을 때, 누군가 내 집무실을 두드렸다.
“성하.”
“들어갈게요.”
바로 레오와 루나의 목소리였다.
루나는 여행을 떠났다고 했는데…… 벌써 돌아온 건가?
“들어와.”
내가 허락하자 레오와 루나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둘은 나를 보자마자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했다.
“성하께서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나 없는 동안 지구에 별일은 없었지?”
“정세가 좀 혼란스럽긴 합니다만, 라파르트 대주교가 노련하게 외교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로마의 교황청과 협력하여 유럽 쪽에도 영향력을 확장하는 중입니다.”
“그래?”
“예. 프랑스랑 스페인에서 리멘 교단의 신전을 세워 줄 생각이 없냐는 요청도 들어와서, 근래에 정신이 없습니다.”
내가 없는 1주 동안 꽤 많은 일이 벌어졌구나.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루나 너는 어디 여행 갔다고 했는데, 용케 바로 왔네?”
“잠깐 바다 좀 보고 왔어요. 성하께서 돌아오셨다는데 바로 와야죠. 에덴은 어떠셨어요? 여전히 아름다웠나요?”
“음, 놀라지 말고 들어.”
잠시 숨을 고른 후, 그들에게 에덴에서 겪었던 일들을 전해 주었다.
10년 뒤의 에덴에 도착했던 것부터, 대륙의 정세와 교황청의 상황까지.
한 30분 동안 열심히 이야기를 했다.
내가 각 왕국의 국왕들을 협박하고 왔다는 대목에서는 둘 다 흡족하게 웃더라.
그렇게 내 이야기가 다 끝났을 때, 루나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성하의 후임이라……. 한번 보고 싶네요.”
“귀여워.”
“승우나 시연이에 비교해서는요?”
굳이 애들끼리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승우와 시연이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아무르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아예 다르다.
아무르는 교황으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은 아이다.
승우와 시연이는 나를 돕는 선지자의 역할이고.
“귀여운 건 아무래도 우리 시연이가 더 낫지.”
“그래도 한번 보고는 싶네요. 라파엘에게 한번 부탁해 볼까요?”
“우리의 에덴 여행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는 걸 막자고? 그게 할 소리냐?”
“말이 그렇다는 거죠, 말이.”
라파엘은 내가 돌아오자마자 본격적인 귀환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3일 후 돌아간다고 한다.
친구와 작별할 시간이 다가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많이 섭섭하진 않다.
언젠가는 가족들을 데리고 지구로 온다고 했기 때문이다.
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앞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리멘님에 대한 단서는요?”
가장 중요한 질문.
그 질문이 나오자마자 백설이와 레오의 반응도 진지해졌다.
나는 한숨을 크게 들이쉰 다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리멘은 아직 존재해. 증거들은 찾았어.”
“찾지는 못하셨구나.”
“계속 노력해 봐야지. 단번에 찾을 거라고는 기대 안 했어.”
내 눈앞에서 완전히 흩어졌던 리멘이다.
그런 그녀를 하루아침에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안 했다.
그녀가 아직 존재한다는 확신은 얻었으니, 이제 남은 건 내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그녀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리멘을 찾는 건 길게 볼 생각이야.”
“길게요?”
“급하게 생각해 봤자 달라질 건 없거든. 그리고 리멘을 찾는다는 이유로 세상을 방치해 둘 수는 없잖아?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해야 할 일은 하면서 리멘을 찾아다닐 생각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이니까.
급하게 생각해서도, 그것에 매달려서도 안 된다.
리멘 때문에 아무런 일도 못 하는 것이야말로 리멘이 가장 싫어하는 일일 테니까.
“리멘을 찾을 방법은 다 같이 고민해 보도록 하고……. 일단은 교단 내정에 신경을 좀 쓰자.”
지구의 전쟁은 아직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게다가 에덴과는 상황부터가 달랐다.
에덴에서는 대부분의 왕국이 마족에게 무너져 내린 상황이었지만, 지구는 기존의 국가들이 체계를 유지 중이었다.
덕분에 안정되는 속도는 아주 빠르지만, 벌써부터 일부 국가들은 제3세계에 영향력을 투사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 중이라고 한다.
힘을 합쳐서 적들을 잘 몰아냈던 선진국들과는 달리, 아프리카나 중남미, 중동 쪽의 피해는 꽤 누적된 상황이기도 했으니까.
이 혼란부터 확실하게 정리하자.
에덴으로 넘어가기 전에는 내가 경황이 없어서 직접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죄 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것만큼은 막아야지.
“일단 가까운 곳부터 신경을 써 보자고.”
교황으로서의 공식 업무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평화의 시대에서 교황이 해야 할 일은 딱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평화 유지.
우리가 바티칸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말을 안 들으면 조금 팰 수도 있다는 것 정도?
나는 전화를 들어 곧바로 어디론가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받았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대통령님, 김시우입니다.”
-여행 다녀오신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벌써 돌아오신 겁니까?
“예, 그렇게 되었네요. 지금 시간 괜찮으십니까? 한번 찾아뵐까 하는데.”
늘 그렇듯이 서신우 대통령의 목소리에서는 피곤함이 잔뜩 묻어 나왔다.
그러나 서신우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물론이지요. 마침 잘되었습니다. 구 청와대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앞이네요.”
구 청와대는 교단의 신전 바로 앞.
빠르게 전화를 끊은 나는 곧장 서 대통령이 기다리고 있을 구 청와대로 향했다.
4.
“어서 오십시오, 김시우 교황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구 청와대에 도착하자마자 서 대통령이 나를 반겨 주었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안쪽으로.”
대통령의 안내를 받아 접객실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나보다 먼저 선객이 와 있었는데, 그 선객 역시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유 장관님.”
“여기서 뵙게 되니 정말 반갑습니다. 아, 그리고 이제 저는 장관이 아닙니다.”
“그래도 제 마음속엔 영원한 장관이신데요? 그냥 제가 편한 대로 부르면 안 될까요.”
“하하…….”
내 말에 유선호 장관이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서 대통령은 우리 둘의 대화를 들으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직접 차를 내린 다음, 나에게 건네주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두 분이 이렇게 찾아와 주시니 즐겁군요. 요새 말동무가 많이 없었습니다.”
“이제 이곳을 사용하시는 겁니까?”
“계획 중에 있습니다. 차기 정권에서 결정할 일이기는 하지만, 이곳을 다시 사용하는 건 일종의 상징이기도 하니까요.”
디멘션 오프닝 이후 서울의 상당수가 파괴되었다.
그리고 그 사태가 끝난 지금, 이곳에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대한민국이 디멘션 오프닝을 극복해 냈다는 증표가 될 터였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다음 정권에서 결정할 일이다.
서 대통령은 정치적 노림수를 남발할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잠깐만.
어쩌면 유선호 장관이 여기에 있는 이유도 다음 정권 때문인가?
“여기 계시는 유선호 장관께서 다음 대선에 출마하실 생각이라고 합니다. 마침내 마음을 정하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 있어서 아주 기쁜 일이죠.”
언젠가 심심해서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유선호 장관이 압도적 1등이더라.
디멘션 오프닝 이후 처음 조직된 이능관리부를 이끌었던 남자.
그것이 국민들이 기억하는 유선호 장관의 모습이었다.
나는 씨익 웃으면서 유선호 장관에게 말했다.
“제가 좀 도와드린 셈이네요.”
그러자 유선호 장관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만약 교황님께서 안 계셨다면…… 저는 무능한 일개 장관에 불과했을 겁니다. 교황님께서 등장하시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각련에 의해 많은 권리를 빼앗긴 상황이었지요.”
노인은 잠시 옛날을 회상하는 듯, 눈을 감은 채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긴.
내가 딱 지구로 돌아왔을 때까지만 해도 이능관리부는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 강한 공권력을 지니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정부에서 너무 큰 힘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이트가 추가로 등장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각성자 전력은 대부분 군대에 소속될 예정입니다.”
“아직 몬스터들이 완전히 소탕된 건 아니잖아요?”
“그렇습니다.”
게이트 현상은 멈췄지만, 게이트에서 넘어온 몬스터들은 여전히 지구 각지에서 생존 중이다.
일부 개체들이 집단을 이루며 번식 중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물론 대부분의 소식이 낙후된 국가에서 들려오고 있었지만, 대한민국조차도 산골에서는 심심찮게 몬스터 목격담이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물며 중국은 어떻겠는가?
땅덩이가 큰 나라이니만큼 빈틈도 많겠지.
그런 중국이 바로 위에 있으니 안심하기는 일렀다.
“몬스터들이 멸종하기 전까지는 현 길드 체제를 유지할 계획입니다.”
“몬스터들이 있는 한 길드들이 창출해 내는 경제적 효과가 상당하죠.”
“몬스터들의 부산물은 여전히 매력적이니까요.”
나는 대통령이 내준 차를 마시면서 작게 숨을 뱉어 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서 대통령은 이미 차후 구상을 끝내 둔 것 같다.
“이능관리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겠네요.”
“차기 이능관리부 장관 청문회를 준비 중입니다. 이미 여야 간의 합의는 끝났고, 청문회가 끝나는 즉시 장관으로 임명할 예정입니다.”
현재 이능관리부의 장관 자리는 공석이다.
누가 장관이 되려나?
이능관리부 장관이라면 나랑 자주 만나게 될 텐데, 이왕이면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차기 이능관리부 장관은 김시우 교황님께서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예?”
잠시 후, 대통령의 입에서 의외의 인물이 튀어나왔다.
“김동식 실장이 차기 장관이 될 예정입니다.”
“……정말입니까?”
장관이 되기에는 너무 젊지 않나?
내가 생각하는 장관 이미지는 최소 중년인데 말이다.
장관은 연령 제한이 없는 걸 알지만, 30대 후반이 이능관리부라는 핵심 기관의 장관으로 전격 발탁될 줄이야.
야당이 가만히 둘…… 수밖에 없었겠구나.
야당은 지난번 백명교 게이트로 인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았기에 발언권이 있을 리가 없지.
서 대통령은 내 얼굴에 떠오른 우려를 본 모양이다.
“교황님 때문만은 아닙니다. 김 실장은 교황님을 전담한 덕분에 이능관리부의 직원들 중 가장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미국, 일본, 중국 등 외국과의 협력에도 능통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외국과 의견을 조율하는 능력만큼 중요한 건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레귤러들과의 친분도…….”
“아.”
생각해 보니 김 실장이 이레귤러들이랑 잘 알고 지낸다.
나랑 자현이와도 자주 일을 했었고, 에이든과도 자주 보는 사이고.
지금 시대의 전략무기라고 할 수 있는 이레귤러들과의 친분은 확실히 엄청난 강점이긴 하지.
납득이 되는구만.
“하여튼 그렇게 되었습니다. 여기 계시는 유선호 장관께서도 적극적으로 추천을 해 주었습니다.”
“김동식 실장이 장관이 되면 적어도 교황님께서 신경을 써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게 가장 큰 이유 같은데요.”
……결국 나 때문이라는 거 아냐?
내가 정이 많다는 걸 꼼꼼하게 이용하는 우리의 유선호 장관.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그렇지.”
이 사람들이 그런 걸 안 따졌을 리가 없지.
게다가 노련한 정치인들이라면 김 실장의 뒤에 내가 있다는 계산까지 했을 테니까…… 반대를 하려야 할 수가 없었겠구나.
말만 예쁘게 했지, 이용할 수 있는 건 아주 철저하게 이용해 먹는 사람들이라니까?
그렇게 내가 그 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쯤이었다.
“아, 최근에 미국 쪽으로부터 요청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서 대통령이 운을 뗐다.
“오늘 아침 엠마 여사의 의식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테라의 소멸 이후 의식을 잃었다는 엠마 여사가 깨어난 모양이다.
원래는 할머니가 간병을 해 주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내가 귀환하는 타이밍이랑 맞물렸구나.
“잘된 일이네요.”
“한데 엠마 여사가 깨어나자마자 교황님을 찾았다고 합니다. 줄 것이 있다는 말을 전해 달라더군요.”
“음?”
……엠마 여사가 나한테 줄 것이 있다고?
엠마 여사는 테라의 대리자이기도 했던 사람.
“아.”
그때, 테라가 소멸하기 전에 나에게 해 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나를 위해 선물을 준비해 뒀다고.
어쩌면 엠마 여사가 나에게 줄 것이라는 게, 테라의 선물이 아닐까?
테라가 남긴 선물이 궁금하기는 했다.
“가야겠네요.”
그렇게 내 다음 일정은 미국으로 결정되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