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32)
32화
5.
레오에게 모든 일을 떠넘겨 버린 이유는, 내가 정말로 레오의 인력을 착취하는 무자비한 블랙 기업주라서가 아니였다.
따지자면 나도 억울하다.
나 역시 이 인력난의 피해자인 건 마찬가지다.
리멘이 레오를 데려올 때, 추가적으로 몇 명 더 데려와 줬으면 훨씬 수월하지 않았겠어?
물론 나도 축성 사제의 역할을 수행할 수야 있지만, 나 역시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사람이었다.
이를테면.
“이쯤 되면 그냥 저희 교단에 들어오시는 게 어떻겠어요. 저도 김 팀장님이 저 대신 정부 측과 교섭해 주면 엄청 편할 것 같은데.”
“하하…….”
정부 측과의 유기적인 소통 같은 일들 말이다.
레오에게 레오만의 일이 있듯이, 나에게도 나만의 일이 있는 법이다.
“이직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아무래도 저희가 공무원이다 보니 이직이 그렇게 자유롭지 못합니다.”
“제가 유선호 장관님께 한번 말씀드려 볼까요?”
“유선호 장관님보다 제 안사람한테 맞아 죽지 않겠습니까?”
“아쉽군요.”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공개 채용을 통해서 인력을 충당하고 싶었지만, 마냥 그럴 수만은 없었다.
리멘 교단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리멘의 신도여야만 했기 때문이다.
시스템상으로 신도의 숫자가 잡히기는 하다만, 아직까지 체계적인 교리도 확립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무리해서 인력을 확충하다가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레오를 갈아 넣고 있는 거고.
나는 한숨을 작게 내쉬면서 물을 한 모금 넘긴 다음, 내 앞에 앉아 있던 이능관리부의 김 팀장을 향해 말했다.
“신전에 찾아오는 손님이 이리 많으니 리멘께서 정말 기뻐하실 겁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어쩐 일로?”
혹시 아까 전에 전각련 놈들을 손봐 준 것 때문에 찾아온 걸까?
“아, 그것은 최근에 발생하는 이상 현상에 대하여 이능관리부 차원에서 질문을 드릴까 해서 이렇게 왔습니다.”
“이상 현상이요? 게이트나 던전인가요?”
“새로운 각성자들에 관한 내용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특이점이 발견되어, 확인차 이렇게 결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저한테요?”
지구에 돌아온 지 한 달쯤 되어 가는 마당에, 내가 각성자에 대해서 아는 게 뭐가 있다고 찾아온 거지.
당혹스러워지려던 찰나, 김 팀장은 빠르게 태블릿 PC에 화면을 띄운 채로 나에게 건네주었다.
“시우 님께서도 알고 계시다시피 새로운 각성자들을 파악하여 분류하는 것은 저희 이능관리부의 주된 업무 중 하나입니다. 현재 시우 님께서 보고 계시는 자료도 그 과정 속에서 작성된 문서 중 하나입니다.”
“새로운 각성자들을 정리한 자료란 말이죠?”
“그렇습니다.”
김 팀장의 설명대로 태블릿 PC에는 족히 100개는 넘어 보이는 듯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
대충 무슨 자료인지는 이해했다.
그런데 이 이름들을 나에게 보여 주는 이유가 쉽게 짐작이 가지를 않았다.
하지만 김 팀장은 내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곧바로 설명을 이어 갔다.
“화면에 표시된 이름들은 모두 본인들이 백명교의 신도이며, 본인들이 모시는 신으로부터 축복을 받아 플레이어로 각성했다고 주장하는 자들입니다.”
“각성한 건 확실하답니까?”
“마력 검출기를 통해서 검사를 진행하였고, 명단에 있는 인원 모두가 마력을 보유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흐음.”
근래에 전각련 놈들에게 신경이 집중되어 있던 탓에 백명교 놈들에 대해 약간 신경을 못 쓰고 있던 건 사실이다.
지난번 구로구 게이트에서 백명교 놈들을 조우한 것 이후로, 딱히 녀석들과 조우한 적도 없고 말이다.
녀석들은 최근에 들어 양지로 나오려는 시도를 했었지만, 내가 대차게 어그로를 끌어 버리는 바람에 별 관심도 못 받았다.
미튜브에서 화제를 끌어 보려던 찰나에 나와 리멘 교단이 모든 관심을 스펀지마냥 흡수해 버렸으니, 녀석들 딴에도 억울할 만하다.
“원래 백명교에 속한 각성자들은 마력 검출기를 통한 검사를 거부해 왔습니다.”
“원래 각성자는 검사에 응하는 게 의무 아니었습니까?”
“양심적 검사 거부라는 명목이었지요. 본인들에게 일어난 기적은 감히 인간 따위가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이유였습니다.”
“……여태까지 그랬던 놈들이 갑자기 이렇게 검사에 응한다?”
이유는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나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말을 이어 갔다.
“우리 때문이군요.”
“이미 정재계 쪽에서는 형평성을 주장하며 백명교 역시 인정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국방부에서는 그들과 손잡고 플레이어들을 늘려야만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일종의 나비효과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 교단이 그라운드 제로를 정화하는 기적을 선보이자, 본인들은 플레이어들을 각성시키는 기적을 선보이는 것이다.
인욱이로부터 듣기로는 플레이어를 만들어 내는 것은 미국이나 중국조차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런 세상에서 플레이어로 각성시켜 줄 수 있는 힘이라면, 누구나 침을 질질 흘리면서 달려들 것이 뻔했다.
“현재로서는 그들이 어떤 식으로 일반인들을 각성시키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오로지 신실한 믿음만이 인간을 나약함에서 구원해 준다더군요.”
“믿어야 각성을 할 수 있다?”
“그렇습니다.”
지난번 구로구 게이트에서 조우했던 백명교도들에게서는 마기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무언가를 발견했던 건 사실이다.
마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력도 아닌, 아주 애매모호한 에너지.
때문에 그들이 다른 세계의 신을 모시는 교단일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내가 따르는 리멘만 하더라도 지구와 아예 다른 세계의 신이지 않은가.
하지만 지난번부터 느껴지는 이 꺼림칙함은 도저히 떨치려야 떨칠 수가 없었다.
나는 컵에 남아 있던 물을 마저 목으로 넘긴 다음, 한숨을 내쉬면서 질문했다.
“경쟁 업체는 우리가 알아서 정리해라, 그런 뜻입니까?”
“그…… 경쟁 업체라는 표현은…… 부적합하지 않나…….”
“그렇다고 협력 업체는 또 아니잖습니까? 아, 그리고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희도 가능은 합니다.”
“어떤…….”
“일반인들 각성시키는 거, 저희들도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뭐…… 우리도 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한 말은 아니고, 그냥 미리 알려 드리는 겁니다.”
나중에 포교가 정 안 되면 비장의 무기로 사용하려고 아껴 뒀던 수였는데 그걸 저놈들이 먼저 채가다니.
한 방 먹었다.
그라운드 제로의 신전을 통해서 날로 먹나 싶었는데, 이 결정적인 순간에 경쟁자가 뛰어들 줄이야.
“대해적시대가 아니라 대교주시대, 뭐 그런 건가.”
“예?”
“혼잣말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이능관리부에서 저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준다는 건…… 저희를 지지해 준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내 질문에 김 팀장은 긴장했는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유선호 장관님께서는 지금까지 이능관리부와 리멘 교단이 쌓은 신뢰와, 앞으로 쌓아 가게 될 신뢰를 믿는다고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저렇게 말하면 거절하기도 어렵다.
그 노인네,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내기가 아니라니까?
복마전이나 다름없는 정치판에서 오래 버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말이지.
거절할 이유도, 명분도 없었으니 답은 이미 정해져 있던 셈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다고 전해 주세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우 님.”
백명교라는 문제가 본격적으로 우리 교단의 앞길에 떠오른 순간이었다.
아, 오늘따라 그 칙칙하던 이단심문관들이 왜 이렇게 보고 싶어지는지 몰라.
6.
백명교 친구들이 각성자를 만들어 내던 말던, 오후 6시에 예정되어 있던 우리 교단의 미튜브 공개는 아주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오피셜 리멘(Offical līmen) – 구독자 4.3만 명」
미튜브 채널이 공개로 바뀌고 불과 1시간 만에 기록한 구독자 수.
새로고침할 때마다 구독자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영상이 그렇게 많이 올라와 있는 채널도 아니었고, 나와 레오가 우리 교단을 소개하는 영상 단 한 개만 올라와 있을 뿐이었다.
영상의 내용도 그리 특별하지도 않았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미튜브를 운영할 것이며, 또 어떤 식으로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정도.
하지만 그 간단한 소개 영상에 달리고 있는 덧글만 보더라도 민심을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이곳이 소원 맛집이라고 들었습니다.
-성지 순례하러 왔습니다.
-수능 제발 잘 보게 해 주세요.
-이번에 고시 합격하게 해 주세요!
-ㅠㅠ리멘 신전 직접 가 보고 이야기도 나눠 보고 싶은데 도대체 언제 들어갈 수 있나요?
-와;; 사이비 새끼들한테 아직도 속는 놈들이 있었네…… 님들 정신 차리셈. 저러다가 갑자기 님들한테 금전 요구 시작하고, 결국엔 가정까지 파탄 내는 놈들임.
-리멘 교단이랑 백명교 중에 누가 더 낳음?
조회수 대 덧글 비율이 아주 미쳐 날뛰고 있다. 조회수가 20만을 돌파했는데, 덧글 수는 7만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물론 달리는 덧글들의 90프로 이상이 본인들의 소원을 적어 둔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신앙 상담이 아니라 본인들의 소원만 적는군요. 아쉽습니다. 이러라고 만든 미튜브는 아니실 텐데…….”
내 옆에서 반응을 함께 보고 있던 민수 씨가 아쉽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형제님. 이러라고 만든 미튜브가 맞습니다. 다들 몰려와서 소원 비는 거, 보기 좋잖아요?”
“하지만…….”
“리멘께서도 굉장히 기뻐하실 겁니다. 그렇지, 레오야?”
“그렇습니다. 리멘께서는 간절히 소망하는 자들을 아끼시는 분입니다.”
처음은 다 이렇게 시작하는 거다.
처음부터 독실한 신도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리멘님의 기적과 자애로움을 칭송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단, 민수 씨처럼 직접 리멘의 권능을 목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말이다.
나는 아쉬워하는 민수 씨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곧 그렇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정신없이 달려오긴 했지만, 꽤 유의미한 수확을 거두었다.
비록 문제가 있던 땅이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위에 신전을 지었고, 또 성공적으로 미튜브 채널도 열었다.
진짜 막 지구에 돌아왔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눈앞이 캄캄했었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래, 이게 어디야.
그렇게 동료들과 미튜브의 반응을 만족스럽게 살피고 있을 때쯤이었다.
[퀘스트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오랜만에 퀘스트 메시지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신도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던 어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던 알림창.
나는 태블릿 PC를 내려놓은 다음, 심드렁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교세 확장 – 대비]●종류: 메인 – DLC
●설명: 당신은 신전 건설을 통하여 소중한 믿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신전은 앞으로 당신의 교단에 있어서 훌륭한 구심점으로 작용해 줄 것입니다. 따라서 시스템은 당신의 교단이 기본적인 준비를 끝마쳤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교황이시여. 지구는 현재 수많은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어디서 닥쳐올지 모를 위협에 대비하여, 본격적으로 교단의 힘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완료 조건
1. 정식 신도 50,000명(정식 신도는 입교 신청서를 제출한 신도를 의미합니다)
2. 리멘>을 신앙으로 선택한 신성 계열 플레이어 500명.
3. 교단 보유 특성과 시설의 레벨 총합 15 달성
●보상: 신성 점수 1만 점, 성유물 선택권>
*3가지 조건을 전부 완수하여야 퀘스트가 완료됩니다.
지금까지 보아 왔던 퀘스트 창인 건 틀림없다.
그러나 퀘스트 창에서 묘한 위화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정식 신도?
저 부분은 이해한다고 치고 넘어갈 수야 있다. 신도의 범위를 다시 한번 규정할 것이라는 건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조건은 잘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신성 계열 플레이어?”
지구로 돌아온 뒤로 몇 번이고 확인했지만,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지구에는 신성력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저 요상한 완료 조건은 도대체 뭐냐고.
“민수 형제님.”
“예, 교황님.”
“혹시나 해서 다시 물어보는 건데, 저 말고 신성력을 사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었습니까?”
내 질문에 민수 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음, 없습니다.”
“그러면 이 말도 안 되는 완료 조건은 도대체…….”
그때였다.
[본 메시지는 차원계: 지구>에 속한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발송되는 메시지입니다.] [특정 조건이 만족됨에 따라, 차원계: 지구>에 걸려 있던 에너지: 신성력>의 제한을 해금합니다. ] [차원계: 지구>의 시스템이 격(格)의 시대> 업데이트를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지구의 플레이어 여러분. 다가올 격변에 대비하십시오.]“그럼 그렇지.”
그래, 시스템 네놈이 나를 가만히 둘 리가 없지.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