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35)
35화
5.
“작전 지역에 돌입하기 5분 전!”
“김시우 각성자가 말했던 대로 비행 몬스터들이 달려들지 않고 있습니다!”
항공 대대의 작전통제실.
유선호는 곳곳에서 이어지는 보고를 들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 있네.”
잃어버린 땅의 공중을 지배하는 비행 몬스터들은 온데간데없었다.
심지어 오크들 사이에서 틈틈이 화살과 마법 같은 것들이 날아왔지만, 그 공격들은 결코 헬기에 도달할 수 없었다.
헬기에 근접하기만 하면 모든 공격들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상을 빼곡하게 채우는, 오크들의 거대한 군세 위를 날아가는 헬기는 영상만으로도 아찔한 스릴감을 전해 주는 중이었다.
“공중 강습 작전을 미튜브로 생중계라니…… 이거, 나도 시말서를 써야 될지도 모르겠구먼.”
유선호의 말대로 작전 진행 상황은 미튜브를 통해 고스란히 민간에 공개되고 있는 중이었다.
“장관님. 걱정스러우시면 지금 당장 방송을 중단시킬 수 있습니다.”
“아닐세. 김시우 각성자가 그렇게나 강력히 요청했는데, 어찌 말을 바꾸겠나? 그랬다가는 기껏 구축한 신뢰만 깰 뿐, 전혀 득이 없지. 그리고 나도 이미 동의한 상황이잖나.”
김시우는 본인을 증명하겠다는 명분으로 생방송을 주장했고, 유선호는 그런 그를 말릴 수가 없었다.
여태까지 이능관리부에게 무리한 부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이레귤러라는 지위를 통해서 무리한 부탁도 관철시킬 수 있는 입장이었으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번에는 선물이라며 이능관리부가 추적하던 빌런들도 인도해 줬다.
안 그래도 그간의 일로 부채 의식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게다가 유선호 역시 김시우가 대중들에게 증명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의 부탁을 거절할 명분이라곤 없었다.
“하지만 장관님. 김시우 각성자가 실패할 경우, 저희는 실패한 작전을 생중계했다는 부담까지 떠안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능관리부 무용론이 더 심각하게…….”
유선호는 김동식의 말에 씁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김시우 각성자가 막지 못한다면 똑같은 결말이지 않겠나? 몬스터 웨이브라는 심각한 상황조차도 우리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마당에, 무용론이 뭐 대수라고.”
“이건 어디까지나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건들이 발생하는 바람에…….”
“허허, 그럼 이 노인네보고 국민 앞으로 나서서 ‘죄송합니다, 일이 많은 탓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라는 겐가? 자네도 참 고약하구먼.”
“장관님.”
“생중계를 하고 있든, 하지 않고 있든. 김시우 각성자가 실패하면 결과는 같네. 그럴 바에야 판돈을 더 높이는 게 이치에 맞지 않겠나?”
대형 길드를 비롯한 민간 세력들이 보유한 각성자 전력이, 국가에 소속된 각성자 전력을 뛰어넘은 지 꽤 오래된 상황이었다.
유선호가 보기에는 이런 불균형은 전혀 좋지 못했다.
지금만 하더라도 벌써 전각련을 중심으로 이능관리부가 무용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었으니까.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
실제로 벌써 몇몇 대형 길드들은 불법적인 영역으로 뻗어 나간 정황까지 보이고 있었다.
“김시우 각성자는 저희 이능관리부 소속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전각련 소속도 아니지. 이미 그 둘은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어.”
유선호는 본인의 앞에 놓여 있던 믹스커피를 한 모금 목으로 넘겼다.
그리고 김동식을 향해 말을 이어 갔다.
“자네는 왜 각 국가가 굳이 귀환자들, 특히 디재스터 등급에 대해서 따로 분류하는지 알고 있나? 헌터들처럼 S급 이렇게 분류해도 되는데 말이야.”
“……잘 모르겠습니다.”
“디재스터급 귀환자들은 개개인이 각자의 세계에서 놀라운 족적을 남기고 돌아온 존재들일세. 그들이 선하든, 악하든. 한 세계의 질서에 영향력을 행사한 존재들이란 말일세. 그런 그들이 고향인 지구로 돌아온다고 해서, 그들이 과연 기존의 질서에 순응할 가능성이 몇이나 될까? 물론 개개인마다 정도 차이는 잇겠지만, 그들은 필연적으로 충돌을 일으키는 존재들이야.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재앙이라고 부르는 거지.”
실제로 세계의 몇몇 국가들은 통제되지 않는 디재스터급 귀환자에 의해 큰 타격을 입기도 했었다.
귀환 과정에서 보유한 힘에 대한 측정이 가능했던 디재스터급조차 그 정도인데, 하물며 그 상위 등급이라고 볼 수 있는 이레귤러 등급은 어떻겠는가.
“충돌은 필연일세. 우리가 할 일은 그 충돌의 방향을 최대한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돌리는 것이고.”
“김시우 각성자를 이용해서 전각련을 견제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이용이라니. 내 별명 잊었는가? 나는 그저 거래를 했을 뿐이라네.”
유선호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을 맺은 다음, 미튜브 생중계가 송출되고 있던 자신의 모니터에 시선을 두었다.
화면 속에서는 어느새 거대한 오크들의 군세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었다.
공중에서 찍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들어오는 녹색 피부의 괴물들.
화면만으로도 오크들의 투기가 전달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화면 옆에 떠올라 있던 채팅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거 진짜 라이브예요?
-와…… 이게 몬스터 웨이브야????
-저대로 휴전선 밀고 내려오면 어떻게 함?
-파주 쪽은 이미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서 피난 작업 이루어지고 있다던데.
-걱정ㄴ 전각련 형님들이 싹다 막아 줄 거임.
-믿으십시오. 리멘께서 여러분들을 구하실 겁니다!
-이런 사이비들의 현혹에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여러분. 주님께서는 아직도 여러분들을 사랑하십니다.
-지금 여기만 난리가 아님. 근데 여기가 제일 심각해 보이긴 하네ㅇㅇ
-X됐다 X됐다 X됐다 X됐다 X됐다 X됐다
“허허, 김 팀장. 보이는가? X됐다는군.”
“……장관님.”
“세상 참 좋아졌어. 핸드폰으로 공중 강습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안 그런가?”
유선호는 털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때일수록 심각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주사위는 던졌고, 겸허히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그가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을 때쯤이었다.
“헬기가 작전 지역 상공에 도착하였습니다!”
“대군주라고 명명된 특이 개체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작전통제실에 울려 퍼지는 군인들의 목소리에 이어, 곧 화면 속에서 김시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기 큰놈이 대군주라는 녀석입니다. 아주 위험한 녀석이지요. 금방 내려갔다 오겠습니다. 아, 그리고 본 채널은 리멘 교단의 공식 미튜브이오니 좋아요와 구독, 알림 설정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교, 교황님! 낙하산! 낙하산……」
잠시 후.
“……유성?”
화면 속에 난데없이 하얗게 불타오르는 유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유성은 곧.
콰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오크들의 한가운데로 꽂혔다.
6.
아무래도 내가 나이가 좀 든 모양이다.
“어우, 무릎이 시큰하네.”
한참 때는 더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이래서 사람이 노화가 무서운 거다.
그래도 뭐, 원했던 곳에 떨어진 것 같으니 불만은 없다.
나는 손으로 무릎을 몇 번 툭툭 친 다음, 슬쩍 고개를 들면서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3미터는 훌쩍 넘어 보이는 한 초록색의 괴물이 팔을 X자로 교차한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의 주위에는 ‘한때 오크였던 것’들이 조각이 난 채로 흩뿌려져 있었는데, 방금 전에 내가 내려앉은 충격 때문에 저렇게 되어 버린 듯했다.
“반가워. 우리 초면이지? 그런데 어디서 좀 본 듯한 기분이네.”
원래라면 인간과 오크는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사용하는 언어 체계가 애초에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리멘이 에덴에서의 적응을 돕기 위해 내려줬던 축복이 존재한다.
[패시브 스킬 언어의 축복>이 적용됩니다.]이 축복은 인간을 상대로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축복의 범위는 언어 능력을 지닌 모든 것>.
따라서 언어 체계가 다른 오크와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했고.
「이해할 수가 없다. 그분이 보여 준 미래에는 너 같은 인간 전사는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당연히 저 녀석의 말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는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피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코끝으로 옛날에 지긋지긋하게 맡아 왔던 오크들 특유의 피 비린내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너희들의 피부가 초록색인 이유는 악마의 피가 섞여 있기 때문이라지?”
오크란 놈들이 광적에 분노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것도 녀석들이 악마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녀석들이 분노의 마왕의 편에 서서 싸웠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오크들이 광적인 분노에 사로잡히는 것도 아마 거기에 원인이 있을 것이다.
대군주는 누런 이빨을 드러내면서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네놈의 말, 이해할 수 있다. 마법인가? 그렇다기에는…… 네놈에게서 기분 나쁜 힘이 느껴진다.」
“내가 예전에 들었는데 말이야, 너 같은 대군주들은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건 아니라더라? 악마들의 마기로 잉태되는 놈들이라던가.”
지난번의 와이번도 그렇고, 도플갱어와 리치도 그렇고.
이쯤 되니 확신이 든다.
“그거, 에덴에서부터 넘어온 마기네. 지난번에는 교만의 마기더니, 이번에는 분노의 흔적인가.”
내가 에덴에서 가장 마지막에 소멸시켰던 분노의 마왕.
눈앞의 오크 대군주 놈의 몸에서 흐르는 마기는 분명히 그 녀석의 마기였다.
사아아아아-
「운명은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 자리에서 널 죽인다.」
녀석의 손에서 검은색의 거대한 양날 도끼가 모습을 드러냈다.
내 몸집의 2배는 되어 보이는 엄청난 크기.
대군주들은 선천적으로 지배력을 타고나지만, 혼자서 성기사단 하나를 전멸시킬 수 있을 정도의 전투력도 보유한 개체였다.
확실히 이대로 내려보냈으면 최 대표 수준의 S급 헌터 넷은 거뜬하게 죽였을 놈이다.
“헬기 타고 오기를 잘했다.”
오크란 놈들은 타고난 전투 종족이라서 전투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끔찍한 놈들이 되어 간다.
거기에 저 정도 수준의 대군주가 포함되어 있다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피해를 입혔을 것이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위험한 싹은 미리 밟아 죽이는 게 상책이니까.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군주를 향해 손을 까딱였다.
“와라. 아빠가 악마인 놈아.”
내가 손가락을 가볍게 까딱인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오크 대군주는 3미터에 걸맞지 않은 스피드로 나에게 쇄도하며 도끼를 휘둘렀다.
마기로 번들거리기 시작한 녀석의 거대한 도끼가, 방금 전까지 내가 있던 자리에 거대한 크레이터를 남긴다.
파스스스스슥!
재빠르게 도끼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내 전신을 휩쓸었다.
극도로 응축된 마기가 만들어 낸 순수한 물리력.
강철조차도 찢어발겼을 정도로 끔찍한 수준의 충격파였지만.
「크르르르르륵!」
“생각보다 매콤하네.”
물론 내 몸에는 단 하나의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다.
나는 녀석의 도끼를 주먹으로 후려치면서 밀어냈고, 가볍게 바닥에 착지하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무래도 저 녀석이 보유한 위험도를 정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S급 헌터 넷이 아니라 최소 여섯.
에덴에서 상대했던 다른 오크 대군주들과 비교하더라도 훨씬 위험한 축에 속했다.
저 녀석을 잉태시킨 놈이 각별히 신경 써서 만든 것이 분명한 듯 보였다.
「대업은 시작되었다. 우리는 효시를 당기는 존재들. 인간 전사 따위가 우리의 운명을 거스를 순 없다.」
녀석의 녹색 피부에서 검붉은색의 오오라가 넘실거렸고, 눈구덩이에서는 분노와 광기에 물든 시뻘건 안광이 형형했다.
까드드드득-.
대군주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기들이 빠른 속도로 대지를 잠식해 들어간다.
마기는 생명의 욕망>이란 가능성에 맞닿은 기운이라고 했던가.
거구의 몸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마기는, 녀석의 분노와 광기를 연료 삼아 더더욱 거세게 불타오른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늘에 떠 있던 헬기를 슬쩍 살핀 다음,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 정도면 치고받는 장면은 대충 잘 찍혔을 것 같고…… 내가 조종사분들한테 빨리 끝내겠다고 약속했거든? 그러니까 슬슬 끝내자.”
「오거라. 이름 모를 인간 전사여. 내 앞을 가로막은 네 용기를 가상히 여겨, 오크들을 이끄는 군주로서 직접 상대해 주마! 영광스러운 결투를……」
“저런. 난 그럴 생각 없는데.”
「……뭐라?」
“내가 지금 촬영 중이라서 말이야. 화려한 액션신도 좋겠지만, 오늘은 썩 안 내키더라. 아, 그리고.”
[액티브 스킬 성창의 무덤 Lv. ?>을 시전합니다.] [해당 스킬은 인과율을 초과하는 스킬입니다. 따라서 당신에게 허용된 인과율에 맞춰, 스킬의 위력이 조정됩니다.]“난 전사가 아니라서 좀 비겁해도 돼.”
콰콰콰아아아아아앙-!
드높은 하늘에서부터 지상으로, 셀 수 없이 많은 하얀색 창들이 꽂히기 시작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