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36)
36화
7.
“미친.”
김인욱은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경악한 사람은 비단 김인욱뿐만은 아니었다.
-?
-?
-와 씨입……
-저거 마법이야???
-미친
-아……
채팅창의 리젠률이 순간적으로 정지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눈으로 좇아갈 수 없을 수준으로 채팅을 치던 시청자들 모두가 일순간 감전이라도 된 듯이 채팅을 멈췄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멈출 수밖에 없었다’가 맞으리라.
화면 속에서 자행된 무자비하고도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는 그 누구나 평등했을 테니까.
그 광경은 현실이 아니라 차라리 영화나 드라마에 맞닿아 있었다.
저것을 당당히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것도 주작임?
-저게 주작이겠냐? 애초에 저런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헌터가 대한민국에 있기는 있었냐고ㅋㅋ
-와…… 씨발.
-이게 이레귤러?
-이 정도면 그냥 전술핵 수준 아니냐???
드넓은 들판 위에 셀 수 없이 많은 거대한 창들이 꽂혀 있었다.
대지 위에 깊숙하게 박힌 창들은 하나하나가 성스러운 빛을 품은 채로 사방에 빛을 뿜어내는 중이었다.
그것은 성스럽다고 부르기에는 지극히 공포스러웠으며, 공포스럽다고 부르기에는 지극히 성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장면은 김인욱, 본인의 형이 만들어 냈기 때문에 더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진짜 이레귤러.’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저녁에 된장찌개나 끓여 먹자며 그의 뒷통수를 후려쳤던 형이었다.
5년 만에 돌아온 형이 본인 스스로 이레귤러라고 말했을 때, 믿기 힘들었지만 믿었다.
형이 그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
세간에서는 정부에서 형의 이레귤러 등급을 조작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딴 음모론을 믿지는 않았다.
하지만 믿음과는 별개로, 형이 이레귤러인 것을 ‘실감’하는 것은 아무래도 다른 차원의 문제였던 것 같다.
소문으로만 전해지던 이레귤러급 귀환자의 힘은, 나름 플레이어들에게 적응되어 있던 김인욱에게도 버거운 수준이었다.
‘비교조차 할 수 없어.’
대한민국 최상위 헌터들을 데려오더라도 감히 형과 비교할 수 있을까?
김인욱은 빠르게 머리를 굴려 봤지만, 도저히 비교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정도로 형의 힘은 압도적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전율과 공포까지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마법 계열 플레이어라고 불리우는 이세희조차도 방금 전 형이 보여 준 힘에 닿지 못할 것이다.
‘기적.’
문득 머릿속에 그 단어가 스쳐 지나가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그 기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것을 바꿔 나가고 있었다.
-이걸 보고도 주작이라고 하는 새끼들은 진짜 지능에 문제가 있는 거다
-진짜 우리도 이제 이레귤러 보유국이냐?
-중국은 4명인데 고작 1명 가졌다고 좋아하는 꼬라지는 ㅉㅉ
-느그 나라로 꺼지세요 제발
-제대로 측정조차 안 받는 이레귤러가 도대체 뭔 소용임?
-리멘 교단 입교 신청하러 갑니다.
-그런데 나만 무섭냐……? 저런 각성자가 과연 통제가 될까?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힘은 부정조차 할 수 없다.
채팅창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더 이상 의문부호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명실상부한 이레귤러.
어쩌면 형이 굳이 라이브 방송을 주장한 것도 이런 반응 때문이 아니었을까?
‘……다 떠나서.’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라이브 방송이 끝나고 정말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건 바로 그의 형인 김시우일 테고.
지금 당장은 전국적인 재난 상황으로 인해서 관심이 집중되지는 않고 있지만, 결국 이 상황이 정리된다면 당연히 모두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김인욱이 화면을 바라보면서 수많은 감정에 사로잡힐 때쯤.
-어?
-방금 저쪽에서 뭐 움직이지 않았냐?
-오크 살아 있는데???
-저런 걸 맞고도 산다고?
채팅이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고, 김인욱은 서둘러서 화면을 살폈다.
시청자들의 말대로 그곳에서는 분명히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거대한 오크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콰아아아아아앙-!
어디선가 날아든 창이 오크의 넓은 가슴팍을 꿰뚫었고, 오크는 본인의 몸을 꿰뚫은 하얀색 창의 창대를 잡은 채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 후 이어지는 적막.
카메라는 숨통이 확실히 끊어진 오크를 잠시 비춘 다음, 다시 김시우의 모습을 담았다.
‘그럼 그렇지.’
김시우가 손을 털면서 짜증을 내고 있는 모습에, 김인욱은 본인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8.
솔직히 대군주 놈이 한 방에 안 죽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인과율 제한으로 인해 성창의 무덤>의 강도가 약해지긴 했어도, 그걸 한 번 견뎌 낼 줄은 몰랐다.
녀석이 견뎌 낸 걸 확인하자마자 주위에 박혀 있던 성창 하나를 투창해서 죽이긴 했다만, 그 과정 자체가 마냥 만족스럽지 못했다.
처음부터 압도적인 힘으로 한 번에 찍어 누를 생각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무리가 아쉽네.”
“그렇지 않습니다, 교황님. 교황님은 정말 위대한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거기에 인간적인 면모까지 보여 주셨으니, 이보다 완벽한 결과는 없을 듯합니다.”
“그건 그렇지만, 이건 자존심의 문제입니다. 아니 진짜 좀 억울하네? 한 방에 보내고 딱 무게 잡으려고 그랬는데, 와 그걸 버티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전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대군주가 내 손에 의해 죽은 이후의 일들은 전부 내 예상대로 흘러갔다.
대군주가 억제하고 있던 본성을 깨우친 오크들이 다시 부족끼리 싸우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몬스터 웨이브가 와해된 것이다.
전각련이 주축이 된 대형 길드 쪽에서는 그 틈을 타서 잃어버린 땅 일부를 수복하는 게 좋지 않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곧 그 의견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왜냐하면 그딴 급하지도 않은 목표보다는, 눈앞에 심각한 위협들이 번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속보) 부산 지역에 형성된 초대형 카오스 게이트! 위험도 B+급에서 A+급으로 상향 조정, 경남 지방의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동원령 선포!>
파주시 문산읍에 집결 중이었던 대형 길드 소속의 플레이어들, 긴급하게 이동 시작>
대한민국 최초의 이레귤러 김시우, 그는 어찌하여 이 위기의 상황에서 움직이지 않는가?>
위기의 대한민국, 위기의 리더십은 어디에 있는가?>
“나라고 도와주러 가기가 싫겠냐고.”
나도 마음만 같아서는 지원을 가 주고 싶었다.
하지만.
‘현자타임’이라는 단어로밖에 설명되지 않는 이 시스템의 패악질 때문에 지원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시스템이 자중하라는 뉘앙스를 진득하게 풍기는 판국에, 일부러 시스템을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거든.
“그런데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나는 민수 씨의 질문에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물어보세요.”
“교황님께서 보여 주신 힘이라면 오크들의 개체수를 충분히 줄일 수 있을 듯했는데, 일부러 오크들을 놓아주신 것처럼 보였습니다. 혹시 제가 잘못 본 건 아닌지요.”
“확실히 민수 형제님이 디테일이 있으시네. 정확히 보셨어요.”
아무리 인과율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한들, 민수 씨의 말대로 오크들의 개체수를 줄일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떼거지로 모여 있는 오크들을 향해 성창들을 몇 개 던지기만 했어도 개체수는 확실히 줄었을 테니까.
그럼에도 내가 오크들의 개체수를 줄이지 않은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오크들은 부족사회를 이룰 정도로 굉장히 지능적인 마물입니다. 극단적인 호전성을 타고나는 놈들이지만 적어도 학습 능력이란 걸 탑재한 놈들이죠. 게다가 마물 주제에 다른 마물들도 가차 없이 사냥하는, 아주 무자비한 놈들입니다.”
그건 녀석들이 아인종에 속하는 마물들이기 때문에 보유한 특이한 습성이기도 하다.
실제로 에덴에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크 부락이 있는 곳 주위에는 오크들을 제외한 다른 마물들의 숫자가 극히 적었다고 한다.
즉, 녀석들은 적당히 살려 두기만 하면 훌륭한 마물 억제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지구의 경우에는 몬스터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고.
“어차피 당장 잃어버린 땅 전체를 수복할 계획도 없을 텐데, 굳이 훌륭한 억제 자원들을 줄일 필요는 없는 거죠. 아마 오늘 제 매운맛을 직접 봤으니, 당분간 녀석들은 이쪽은 보지도 않을 겁니다.”
오크들도 두려움을 느끼는 놈들이다.
선택적 분노조절장애라고 해야 하나, 본능적인 생존 욕구라고 해야 하나.
대군주라는 특이 개체가 또 나타나지 않는 이상, 녀석들은 다시 원래의 서식지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리해 왔던 것처럼 주변의 마물들을 사냥하면서 세를 불리겠지.
“임시방편이기는 하지만 말이죠.”
지금까지 잃어버린 땅 쪽에서 마물들의 대대적인 준동이 없었던 이유도 아마 마물들 간의 먹이사슬에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북한이 이렇다 할 저항도 없이 무너진 탓에, 아이러니하게도 마물들 간의 먹이사슬이 꽤 그럴듯하게 완성된 셈이다.
적어도 내가 유선호 장관과 김 팀장으로부터 들었던 정보를 취합해 보면 그랬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그 균형을 무너뜨릴 생각도 없었고.
“과연, 교황님이십니다. 그렇게 깊은 생각을 하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저희 교단도 그렇잖아요? 잃어버린 땅을 수복하는 것도 좋겠지만, 당장 신경 써야 하는 일들도 많으니까…… 뭐, 그런 거죠.”
예를 들면 이 사태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신성 계열 플레이어 확보 경쟁 같은 것들.
그래도 다행인 건 오늘 내가 제대로 눈도장을 찍어 뒀다는 점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천 개의 신성한 창.
신성 계열을 택할 플레이어들에게 그것만큼 자극적인 동기부여 영상이 또 어디 있겠어?
아무튼.
그렇게 내가 민수 씨와 항공 대대의 대대장실에서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똑똑똑.
누군가 대대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그러자 곧 유선호 장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선호 장관은 대대장실로 들어서자마자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편히 쉬고 계셨습니까.”
“배려해 주신 덕에 잘 쉬고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아까 부탁드렸던 건 어떻게 되었습니까?”
“헬기 조종사들에게는 2주짜리 휴가증을 발급함과 동시에, 즉시 퇴근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습니다. 그들이 시우 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 달라더군요.”
“저야말로 감사한 일이죠. 그분들이 없었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이 아름다운 가을 날씨에 개처럼 뛰어다녔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연히 촬영도 못 했을 테고.
“신상필벌을 확실히 하는 것이 이 늙은이의 일 아니겠습니까? 허허.”
“늙은이라니요. 장관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까 영 어색합니다.”
“이 늙은이의 얼굴에 금칠을 해 주시는 겁니까? 대한민국을 구하신 영웅께서 직접 금칠을 해 주시니 이거야 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겸손이야말로 최고의 미덕이지요.”
유선호 장관은 인자한 웃음을 지으면서 내 앞에 앉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유선호 장관을 바라보면서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렸다.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했음에도 나와 민수 씨가 이곳에 남았던 이유.
“슬슬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좋습니다. 대통령께서 시우 님이 원하시는 것들을 최대한 맞춰 드리라 말씀하셨으니, 부담 없이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이거 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하하!”
드디어 제대로 한탕 해 먹을 시간이 찾아왔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