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37)
37화
12. 헤드 헌팅
1.
난리가 났던 건 비단 대한민국뿐만은 아니었다.
중국, 쓰촨성 일대에 등장한 위험도 S급의 초대형 게이트 토벌 성공. 정부 측에서는 피해가 전무하다고 발표하였지만, 한 중국 전문가의 이야기에 따르면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 중.>
후쿠시마에 자리 잡은 거대한 뱀. 일본의 재앙은 이제부터 시작인가?>
속보, 김시우 각성자에 의해 지도자를 잃은 오크 무리. 평양을 우회하여 빠른 속도로 북상 중인 것으로 밝혀져…… 최종 목적지는 중국?>
게이트를 비롯한 각종 위험 상황은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우리 눈에 중국과 일본의 이야기가 주로 보이는 것은 당연히 그 나라들의 상황이 우리의 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는 심각했다.
넓은 국토만큼이나 다양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이상 현상들로 인해서 정신이 없던 와중에, 대한민국으로 향하던 몬스터 웨이브가 갑자기 방향을 180도 바꿔 버린 것이다.
어찌 보면 내가 나선 것으로 인한 연쇄 효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살짝 찝찝하려던 찰나, 김 팀장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그 찝찝함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는 있었다.
“크게 신경 쓰실 필요는 없는 일입니다. 시우 님께서 이런 상황을 예상하신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죠.”
“상황이 얼추 정리되면 중국 측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도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나와 봤자 자승자박하는 꼴이 될 뿐입니다.”
김 팀장은 그렇게 말하며 2년 전의 일을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2년 전, 중국의 선양이라는 도시에 생성되었던 어비스 던전이 폭주하여 ‘베히모스’라는 거대한 마수형 몬스터가 등장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당시에 중국은 상해에 생성된 초대형 게이트로 인해서 정신이 없었던 상황이었기에, 그들은 베히모스란 몬스터를 토벌하는 것 대신, 베히모스를 최대한 다른 곳으로 유도했단다.
그리고 그 다른 곳이란 당연히 본인의 국토도 아닌 데다가 때마침 주인도 없는 땅.
“잃어버린 땅으로 유도했다? 그리고 베히모스는 순순히 유도에 따랐고? 마수라는 놈들이 인간 말을 들을 놈들은 아닐 텐데요.”
“중국이 보유한 이레귤러 중에 마수와 관련된 이레귤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참 뭣 같은 이레귤러네.”
언제 한번 시간 나면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
마수를 조련할 수 있는 이레귤러라……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안 든다.
“결국, 베히모스는 압록강을 넘어 잃어버린 땅으로 넘어왔으며, 그로 인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잃어버린 땅의 균형이 무너졌습니다. 많은 숫자의 몬스터들이 베히모스를 피해 남하를 시작했죠. 그로 인해 저희들은 휴전선 부근에서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세력이 이능관리부였고, 그 이후로 힘의 균형이 크게 무너졌다던가.
아무튼.
김 팀장의 말을 요약하자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말란 소리군요.”
“당시에 중국 측이 내세웠던 논리를 그대로 돌려주면 됩니다. 막으려고 최선을 다했으나, 안타깝게 실패했다. 이 정도로 정리하면 되겠습니다. 이번에는 저희가 안타깝다고 말하면 되는 겁니다.”
“김 팀장님께서도 그 나라를 참 싫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도무지 예뻐하려야 예뻐할 수가 없습니다. 예쁜 짓을 해야 예뻐해 줄 텐데, 하는 짓마다 밉상이거든요.”
“동감합니다.”
내가 에덴으로 건너가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게 있다면, ‘그 나라’ 정도겠군.
원래는 미안한 마음이 살짝 있었는데, 이야기를 들으니 싹 가신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기지개를 피면서 말했다.
“오크 놈들이 갑자기 저러는 걸 보면 윗동네에 무슨 일이 생기긴 생긴 것 같으니, 이능관리부 측에서도 신경을 좀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오크들의 남하가 단순히 대군주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직감이 든다.
녀석들의 원래 본거지였다는 평양을 피해서 북상하는 것만 보더라도 수상한 냄새가 폴폴 난다.
정찰 위성 같은 현대의 정찰 수단은 5년 전에 무력화된 상황에서, 유일한 정찰 수단은 플레이어가 직접 확인하는 것뿐.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가서 이유를 알아내고 싶었지만, 마냥 그럴 수는 없었다.
평양 쪽에 어떤 존재가 도사리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성력을 개화한 플레이어들이 생각보다 많네요?”
나는 넓은 강당 안에 모여 있던 사람들을 슬쩍 살피면서 미간을 좁혔다.
이곳은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이능관리부 남부지청의 대강당.
족히 500명은 수용할 수 있는 크기의 거대한 강당에는 총 40명 남짓한 인원들이 들어와 있었는데, 그들 중 눈에 띄는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천주교의 신부복을 입고 있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십자가 목걸이를 찬 채로 기도를 드리는 사람.
“아멘.”
“주여.”
그뿐만이 아니다.
“나무아미타불…….”
승복을 입은 스님들부터 시작해서, 태어나서 처음 보는 예복을 입은 사람들까지.
태어나서 이렇게나 혼란스러운 장면은 또 처음이다.
이것이야말로 종교 대통합의 현장이 아니고서야 무엇이겠는가.
“신성력을 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각성자들 중, 시우님께서 제공해 주신 신성석을 통하여 신성력이 확인된 분들입니다. 현재 각 지역에 위치한 이능관리부의 지청에서 계속해서 검사가 진행 중이니, 추후 인원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신성석이 준비되는 대로 추가로 넘겨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협조에 정말 감사합니다.”
신성력이 있거나, 신성력의 씨앗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신성석에 손을 가져다 대면 신성석이 공명한다.
어제 유선호 장관이 나에게 신성력을 확인할 방법에 대해서 묻기에 흔쾌히 신성석을 제공해 줬다.
현재로서는 신성 계열 플레이어들을 먼저 식별하는 것이 급선무였으니까.
신성 계열 플레이어들을 최대한 식별해야 우리 교단으로 데려오든가 말든가 할 것 아니겠어?
“오크 대군주 대가리 부수러 갈 때보다 떨리는 기분이네.”
“편하게 생각하십시오.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신성석을 일부 넘기는 대신에 받은 권한이 바로 이것이다.
우선접견권.
이능관리부가 확보한 신성 계열 플레이어들을 가장 우선적으로 만나 볼 수 있는 권한.
오늘, 우리는 이 기회를 살려서 최대한 많은 인원을 확보해야만 한다.
“그럼 저는 이만 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원하시는 바를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일이 끝나시면 연락 주십시오.”
김 팀장은 나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넨 뒤 강당 밖으로 나섰고, 그제야 내 옆에 있던 레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은 잠재력을 지닌 형제님들이 많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입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이곳에 모인 전부가 각성하자마자 두각을 보인 사람들이었으며, 이들 중 일부는 각성하자마자 신성력으로 간단한 치료까지 행했다고 들었다.
별다른 교육 없이 누군가를 치료하는 건 극히 드문 경우다.
그런 경우는 두 가지 중 하나다.
아주 독실한 신앙심을 지니고 있든가, 아니면 신성력에 대한 확실한 재능을 지니고 있든가.
전자의 경우에는 우리 교단으로 끌어들이긴 힘들 테니, 우리가 노릴 것은 후자였다.
“슬슬 영업 시작하자. 레오 너도 주말 있는 삶 찾아야지.”
요새 진짜 힘들었나?
주말이라는 단어에 무뚝뚝했던 레오의 표정이 밝아졌다.
2.
우리는 운이 꽤 좋은 편에 속했다.
신성력에 대해서 무지한 기존 종교들에 비해, 우리들은 아주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신성력계의 1타 강사라고 해야 하나.
신성력만큼은 지구에 있는 그 누구보다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다고 자부한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이곳에 오기 전, 우리는 이미 신성 계열 플레이어들에게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
[신성력을 선택한 플레이어들은 앞으로 신성력의 근본이 되어 줄 신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신앙을 선택하여 신앙심과 함께 신성력을 키워 나가십시오. 개종은 가능하지만, 개종을 하게 될 경우 그동안 당신이 쌓 아온 모든 것이 사라지니 신중하게 택하십시오.]설세명 씨가 신성 계열 플레이어로 각성한 덕분에 알게 된 이야기들이었다.
무엇을 기준으로 신성력 각성의 기회가 주어지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건 없으나, 한 가지 확실한 건 본인들의 신앙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직접 온 거다.
천주교나 개신교, 불교 같은 기성 종교들이 움직이게 되면 골치 아파지니까.
“반갑습니다, 우리 형제자매님들. 리멘 교단을 이끌고 있는 김시우라고 합니다. 오늘 이렇게 이야기할 시간을 가지게 되어서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 앞에 앉아 있던 5명을 향해 최대한 웃어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남자 셋. 여자 둘.
40명의 인원들 중에서 고작 5명만 내 요청에 응했다는 게 아쉽기는 했지만, 뭐 별수 있나?
나머지는 이미 종교까지 선택한 모양이니, 이 5명이라도 최대한 설득해 봐야지.
신성력이 등장한 첫날부터 두각을 보인 사람들이다.
이곳에 모인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신앙심이 두텁지 않았음에도 두각을 보였다는 것은, 그들이 지닌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와! 김시우! 혹시 형이라고 불러도 돼요? 사진, 사진도 찍어 주세요. 사인도 한 10장만! 친구들한테 돈 받고 팔게. 진짜 지렸다. 내가 김시우를 만날 줄이야.”
기껏해야 중학생이 될까 말까 한 이 잼민이는 내 계획에 없었다.
그리고 K-잼민 특유의 경박스러움에 내 옆에서 잠자코 있던 레오가 표정을 굳히면서 말했다.
“이분께서는 교황 성하십니다. 무례한 언사는…….”
“괜찮습니다, 레오 대주교. 굳이 딱딱하게 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 교단이 그렇게 딱딱하진 않잖아요? 부드럽게 갑시다, 부드럽게.”
“오, 그럼 형이라도 불러도 되죠?”
“우리 어린 형제님, 이름이 뭔가요?”
“오재민이요.”
이 자식,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그래요, 재민 형제님. 아직 우리가 서로 잘 모르는 사이니까 지금은 좀 그렇고, 서로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면 그때 이야기합시다.”
“난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데?”
……참자.
지금 당장에라도 머리통을 쥐어박아 주고 싶지만, 저래 보여도 신성력에 대한 재능은 확실해 보이는 녀석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따끔하게 혼을 내 주는 것 대신,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 갔다.
“그건 재민 형제가 우리 교단에 들어와서 직접 확인해도 될 것 같아요.”
“에이, 맨입으로?”
“……음?”
“저 여기 오기 전에 기독교 연합인가? 거기서 사립 각성자 아카데미부터 시작해서, 플레이어로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지원해 준다고 했거든요.”
그 말에 대답을 하려던 찰나, 가만히 있던 다른 플레이어들도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는 어떻게 알았는지 가톨릭에서…….”
“저는 조계종…….”
도대체 언제 접선한 거지?
물론 그들이 저렇게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저들은 신성력을 택하긴 했으나, 결국은 플레이어다.
플레이어들은 결국 본인들의 성장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법이다.
만약 그들에게 본인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종교적 신념이 있었다면 애초에 이쪽으로 오지도 않았을 거다.
세속적이라면 세속적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그들의 인생이 걸린 결정이다.
당연히 이것저것 따져가면서 결정하는 게 맞지.
그리고.
“음, 좋습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나 역시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왔다.
기성 종교들과의 경쟁은 불 보듯 뻔했던 상황이다. 냉철하게 봤을 때, 현재로서는 우리 교단이 기성 종교들에 내세울 것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신도 숫자부터 시작해서 사회적 지위, 자금력까지.
리멘 교단은 등장한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된 신흥 교단이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로지 우리 교단만이 가능한 일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저희는 다른 종교들처럼 여러분들에게 부를 약속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대신 다른 걸 약속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
다른 종교들은 하지 못하고, 오로지 우리들만이 할 수 있는 것.
“옛말에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라는 말이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저희 교단에 들어오신다면.”
우우우웅!
내 손에서 흘러나온 축구공만 한 신성력 구체가 사방을 아름답게 빛냈고, 나는 여유롭게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신성력을 이용하고 발전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단순히 기적을 보여 드리는 게 아니라, 여러분들 스스로가 기적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다는 뜻입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