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38)
38화
3.
영업, 아니 포교 활동의 결과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플레이어 ‘최시원’이 당신의 교단에 입교합니다.] [플레이어 ‘신아영’이 당신의 교단에 입교합니다.] [플레이어 ‘오재민’이 당신의 교단에……]“저희를 선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형제자매님들. 리멘께서도 굉장히 기쁘게 여기실 겁니다.”
장장 30분 동안 이어진 설교 아닌 설교.
취업박랍회를 방불케 했던 나의 열성적인 설교는 5명 전원의 입교라는 아주 뜨거운 결과로 보답받았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그들을 이끌고 갈 것이며, 또 그 과정에서 어떠한 지원을 해 줄 수 있는지.
‘신성력이라는 과목에 있어서만큼은 우리 교단을 따라올 수 있는 곳은 없다’라는, 아주 노골적인 열변을 토해 낸 끝에 결국 그들 모두는 우리 교단을 택했다.
그리고 그건 분명한 사실이다.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데에 큰 재능이 없었지만, 때마침 우리에게는 최고의 조교가 되어 줄 남자가 존재했다.
“레오 대주교.”
“예, 성하.”
“내가 레오 대주교에 관한 믿음이 아주 크답니다. 하하.”
에덴에서 이단심문관들의 훈육을 도맡았으며, 동시에 많은 이들이 동경해 마지않았던 최고의 사제 레오 루멘!
레오야말로 나로 하여금 자신감에 가득 차 열변을 토해 내게 만들었던 원동력인 셈이다.
본인을 마음껏 굴려 먹겠다는 내 속셈을 알아차린 걸까?
레오가 미간을 좁히면서 조용히 나에게 속삭였다.
“……성하, 말씀이 좀 다른 듯합니다. 분명 주말을…….”
“어어, 주말을 찾아 준다고 했지. 당장 찾아 준다고 하진 않았잖아? 우리 힘내 보자.”
“성하.”
“리멘께서 새신자 교육을 도와줄 인원을 추가로 에덴에서 데리고 오시겠다고 하셨으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응? 인력 충원 확실히 해 준다니까.”
이렇게 보니 내가 너무 악덕 사장 같은 기분인걸.
내가 리멘의 이름까지 언급하자 레오는 더 이상 불만을 토로하지는 못했다.
대신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었다.
“혹, 어떤 형제가 넘어오는지 알고 계시는지요.”
“성기사단장들 중 한 명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어. 새로운 형제님들마다 재능이 가지각색일 텐데, 우리가 전부 담당할 수는 없잖아?”
마력 사용자라고 해서 모두가 마법사가 되는 것이 아니듯, 신성력을 각성했다고 해서 모두가 사제로서 신에게 봉사하는 건 아니다.
신성력을 사용하는 법은 정말 가지각색이다.
누군가는 신성력을 이용해 치유나 축복을 내리지만, 또 누군가는 신성력과 갑옷을 몸에 두른 채로 최전선에서 성전을 이끌어 나간다.
“확실히 지금의 지구라면 성기사들이 큰 도움이 되어 줄 겁니다.”
“그렇겠지.”
후자의 경우를 대표하는 존재가 바로 성기사들.
물론 전투사제라는, 사제들 중에서도 전투 능력을 지닌 특수한 직분이 존재하기는 하나 그건 아예 특수한 경우에 속했다.
교황청이 보유한 무력 수단 중 최고는 성기사단이라는 말은 과언이 아니었다.
신성력을 전투적으로 운용하는 법부터 시작해서 방패술을 비롯한 각종 무기술.
거기에 치유사제들만큼은 아니지만, 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치유술까지.
지구식 표현을 빌리자면 그야말로 육각형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할 거야.”
“그건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지구인들은 이제 막 신성력을 개화했으니, 그들이 신성력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적응은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어째서입니까?”
“지구에는 시스템이라는 도우미가 있거든.”
나 역시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신성력을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지구인들이 신성력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정보 격차를 통해서 최대한 교세를 확장한다는 것이 내 계획이다.
여기에 에덴에서 성기사단장 하나만 넘어와 줘도 충분히 탄력이 붙어줄 것이고.
그렇게 내가 레오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저 이제 리멘 교단에 입교했으니까 편하게 시우 형이라고 부를게요? 시우 형.”
“허허.”
아까 전에도 이미 한 번 내 심기를 건드렸던 재민이가 해맑은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맨입으로?’라는 멘트를 서슴없이 치던 놈이라기에는 쓸데없이 해맑은 표정이었다.
나는 그런 재민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 다음, 인자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좀 곤란할 것 같습니다.”
“아, 왜 형! 아까는 된다면서!”
“제가 그랬었나요? 하하, 저는 그냥 한 번 생각은 해 보겠다, 그렇게 얘기했었던 건데.”
도대체 그 형이라는 호칭이 뭐라고 저렇게 직찹하는지 원.
하지만 아무래도 재민이에게는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녀석은 잔뜩 짜증이 난 표정을 짓더니, 곧 살짝 톤이 높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 그럼 그냥 다른 종교로 갈래. 기분 상했어.”
저럴 줄 알았지.
아까였다면 어떻게든 달랬겠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나는 재민이의 귀에 조심스럽게 입을 가져다 댄 다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런. 이걸 어떡하나? 종교 한 번 선택하면 180일 동안 개종 불가일 텐데. 꼼꼼하게 확인을 안 해 봤나 보네.”
이건 세명 씨를 통해서 미리 확인한 정보.
개종은 가능하지만, 신앙을 선택하고 180일이 지나야만 한다고 했다.
이 녀석의 반응을 보니 몰랐던 모양인데, 세상 영악한 척하더니 이거 완전 호구였잖아?
“그럴 리가 있……어?”
무언가를 확인했는지 순간적으로 얼어붙는 우리의 재민이.
나는 그런 재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 재민 형제에게는 특별한 교육이 필요할 것 같군요. 아무리 저희가 가족 같은 교단이라지만, 사람들 사이에는 지켜야 할 격식이란 게 있답니다. 아직 어려서 잘 모를 수도 있으니까, 특별히 제가 아주 좋은 선생님을 붙여 드리죠. 레오 대주교?”
“예, 교황 성하.”
“우리 재민 형제가 갑자기 다른 종교로 개종하고 싶어하는데, 우리 레오 대주교가 신앙상담 잘해 주잖아요? 바깥바람 좀 쐬면서 신앙상담 좀 하고 오도록 하세요.”
내 말에 레오는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흔들리는 신앙심을 이끌어 주는 것은 사제로서 영광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성하의 명을 성실히 따르겠습니다.”
“아, 맞다. 그리고 신앙상담을 하면서 신도들끼리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절도 교육해 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살, 살려 주세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재민 형제의 꺼져 가는 신앙심을 반드시 살려 드리겠습니다. ”
그렇게 레오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재민이를 데리고 강당 밖을 나섰고, 나는 활짝 얼굴을 펴면서 기분 좋게 말했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들어오기는 쉽지만 나가기는 힘들다. 하하, 원래 신앙이란 게 그렇습니다. 자, 우리 새신도 여러분. 혹시 질문이 있으시면 이 자리에서 해 주시면 됩니다.”
당연한 결과였겠지만, 그 자리에 남아 있던 4명의 새신도들 중 나에게 질문을 던진 사람은 없었다.
4.
김 팀장의 말에 따르면 신성 계열 플레이어들도 연령별 각성자 아카데미에서 기본적인 교육을 이수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나 역시 그들의 계획을 아주 기쁘게 받아들였다.
신성 계열 플레이어라고 해서 각성자가 아닌 건 아니다.
각성자의 마음가짐이라든지, 각성자가 지켜야 할 수칙이라든지, 그런 것에 대해서는 이능관리부 측이 전문가다.
어차피 우리로서도 그들을 입교시킨다는 1차적인 목표는 달성했기 때문에, 나와 레오는 그들을 이능관리부 측에 인계한 다음 신전으로 돌아왔다.
심리적인 피로감을 느껴서 잠시 접견실에서 휴식하고 있을 때, 레오는 나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한번 보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째 네가 나보다 스마트폰을 더 잘 쓰는 것 같다?”
나도 양심이 있는 사람인지라 고생하는 레오를 위해 최신 기종의 스마트폰을 하나 선물해 줬다.
그래도 레오가 명실상부한 내 오른팔인데 내가 외부로 일 보러 나가더라도 연락을 취할 방법은 있어야지.
그런데 레오가 이렇게나 빨리 스마트폰의 사용법을 익힐 줄은 몰랐다.
에덴 북방의 야만 부족 출신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습득력이라고 해야 할까?
나조차도 10년 만에 돌아오는 바람에 아직도 스마트폰이 어색한 지경인데 말이다.
“시연 님께서 일전에 몇 번 가르쳐 주신 적도 있었고, 조작법이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전에 공유기를 설치해 주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이곳을 찾는 신도들이 아주 좋아할 듯합니다.”
“……알았어.”
공유기쯤이야.
직원 복지를 챙겨 줄 때가 되기는 했지.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거린 다음, 레오가 건네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레오가 보여 준 건 각종 인터넷 기사들이었다.
바티칸 교황청, 신성력을 각성한 플레이어들에게 강력하게 호소! 성 요한 바오로 3세 ‘주께서 우리를 아직 사랑하신다는 증거’>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지하드를 위한 순간이 찾아왔다. 전사들이여, 집결하라’>
치유하는 힘, 신성력. 신성력은 도대체 무엇인가?>
‘격의 시대’는 무엇이며, 또한 그것은 신성력과 어떤 연관성을 지녔는가?>
각국 정부, 신성 계열 플레이어들에 대한 대책 논의를 시작하다.>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역시나 종교계였다.
5년 전의 디멘션 오프닝 이후로는 꾸준히 세력이 약해져 가던 기성 종교들이 너도나도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그 기사들을 훑어본 다음, 슬쩍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면서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신성력이 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만능인 에너지는 아닐 텐데.”
“마물을 상대하는 데는 마력보다 효율적인 건 사실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적이 꼭 마물만 있는 건 아니지. 지구는 에덴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계거든.”
에덴 같은 경우에는 이미 마왕들에 의해 대부분의 국가가 멸망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살아남은 자들이 하나로 뭉쳐서 싸웠다.
그에 반해 지구의 경우는 다르다.
여전히 수많은 국가가 잔존해 있으며, 예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던 경쟁의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다.
신성력은 무언가를 지키려고 할 때 빛을 발하는 에너지지, 마력에 비해 응용할 수 있는 범위가 그리 넓지는 않다.
지금은 새로운 에너지에 대한 기대심리로 들떠 있는 것일 뿐, 조만간 신성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밝혀질 사실들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일을 묵묵히 하면 되는 거야.”
“알겠습니다, 성하.”
나는 어깨를 으쓱인 다음, 레오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슬쩍 명령어를 통해서 우리 교단의 시스템 인터페이스를 눈앞에 띄웠다.
[리멘 교단]●주신(主神): 태초의 여신 – 리멘
●출신 차원계: 에덴
●정식 신도: 255명
-보유 특성-
자애 Lv. 2>, 세례 Lv. 2>
-산하 집단-
해당 사항 없음
★보유 신성 점수: 1,700점
여전히 뭔가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단순한 착각일까.
예전에 비해 달라진 거라고는 원래 신도>가 표기되어야 할 자리에 정식 신도>가 대체하고 있다는 것 정도가 전부인 듯하다.
레오를 에덴에서 데려오느랴, 축성소를 짓느랴 등등의 이유로 신성 점수가 남아나지 않았었기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슬슬 내실을 좀 채울 때가 되었긴 했지.”
에덴에서 추가 인원을 데려오면서 또 신성 점수가 소비될 건 뻔하지만, 그래도 저 특성들을 채울 필요가 있어 보였다.
메인 퀘스트의 완료 조건 중에 특성 레벨 합계가 10을 넘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교단에 들어온 이상, 그들의 성장을 도와줄 만한 특성이 필요하기도 했으니 슬쩍 맛이나 봐 볼까?
나는 턱을 살짝 쓰다듬은 다음, 곧바로 DLC 상점을 열었다.
오랜만에 열어서 그런가, 명령어를 내뱉자마자 셀 수 없이 많은 메시지 창들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중에서 유난히 내 시선을 사로잡은 몇 개의 메시지 창들.
[총 17개의 특성과 3개의 특수 직분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주목할 만한 특성이 있습니다!]-주목할 만한 특성: 계몽 Lv. 1> ★★★(강력히 구매를 권장함)
[특성 계몽>에 관한 정보를 표시합니다.]1. 계몽(★★★)> Lv. 1: 교단에 새롭게 입교한 플레이어들이 습득하는 모든 경험치가 180일 동안 30프로 증가한다. 해당 효과는 다른 특성들과 중복이 가능하며, 극히 드문 확률로 선지자>를 등장시킨다. 교단 내에 선지자>가 등장할 경우 해당 효과가 3배로 적용된다.
*가격: 10,000DP
“오.”
간만에 잭팟이 터졌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