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41)
41화
3.
비극의 시작은 5년 전, 디멘션 오프닝 때부터였다고 했다.
세상에 몬스터들이 등장하고, 곳곳에서 이상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을 때, 대한민국의 평범한 어린이였던 승우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기면증이 찾아왔더랬다.
병원에서조차 원인을 알아내지 못한 기면증.
현대 의학으로는 손쓸 방법이 없었고, 일부 플레이어들이 생산해내는 마력 물약을 복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던가.
그리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 주는 임시방편이었을 뿐, 승우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게다가 마력 물약은 개인이 구매하기에 부담스러운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고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승우의 아버지인 진서준 씨가 플레이어로 각성하긴 했으나, 진짜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기록은 있습니다. 진서준. 3년 전 E급 헌터 자격증을 발급받았으며 배우자는 2년 전 부산 게이트에서 사망…… 공식 기록은 이 정도가 끝이군요.”
“최근에는 어디서 일했는지, 그런 건 알 수 없습니까?”
승우는 최근 들어 아버지가 부쩍이나 힘들어했을 뿐만 아니라, 집으로 무서운 아저씨들이 몇 번이나 찾아왔다고 말했다.
아마 그놈들이 현 상황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김 팀장에게 확인을 부탁했지만,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김 팀장은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길드들도 많지만, 편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는 길드들에서 일하는 경우입니다. 대형 길드에서 일하기 힘든 E급 헌터들의 경우, 높은 보수 때문에라도 그런 곳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걸로 압니다.”
“당장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이야기네요.”
“죄송합니다.”
“김 팀장님이 죄송하실 건 아니죠.”
나는 울다 지져 잠든 승우의 머리를 조용히 쓸어 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지구로 귀환한 이후 너무 밝은 것들만 보아 왔는지도 모르겠다.
자식의 약값 때문에 빚을 지고, 그 빚을 핑계로 끝없이 착취당하는, 몇 걸음 뒤에 이리도 차갑고 비참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이다.
어쩌면 리멘이 나에게 능력을 잠시 부여한 것도 이런 현실을 직접 마주하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예상이 가는 곳이 하나 있습니다.”
김 팀장은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태블릿 PC를 건네주었다.
화면의 가장 상단에는 YB>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는데, 나는 곧 그것이 길드의 이름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제목 밑에는 곧 그 YB 길드에 관한 특이 사항들이 적혀 있었는데, 워낙 그 특이 사항들이 대단한 탓에 나는 헛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수원을 기반으로 삼던 ‘연백파’가 YB 길드의 전신이며, 현재까지 총 42건의 범죄 행위에 연루되어 있음. 길드 서열 2위인 ‘하이브’ 길드와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함. 동시에 국내의 마약 유통에도 손을 뻗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수사 인력 배정이 필요.>
한마디로 조직 폭력단을 전신으로 하는 길드란 소리다.
아무리 인간의 적응력은 위대하다지만, 깡패 새끼들조차 이 사회에 적응했을 줄이야.
아니지.
생각을 조금 해 보면, 저런 부류의 인간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이 사회에 쉽게 적응을 했을 것 같긴 하다.
플레이어, 그것도 전투 능력을 지닌 헌터들에게 많은 권한이 집중된다면 자연스레 힘의 논리가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는 불한당들이 득세하는 것 역시 당연한 절차였다.
에덴에서도 세상이 멸망하든 말든, 산적 무리들이 기승을 부렸던 걸 생각하면 더더욱이 그랬다.
“시우님.”
내가 태블릿 PC를 살피면서 표정을 찡그리고 있을 때쯤, 가만히 나를 지켜보던 김 팀장이 말했다.
“날이 밝으면 곧바로 전담 수사팀을 발족시켜서 강도 높은 수사를 펼치겠습니다. 저희를 한번 믿어 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것은 단순히 나를 막기 위해서 하는 말은 아니었다.
나를 바라보는 김 팀장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 묻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가 어떤 부분을 걱정하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건 지난번에 그라운드 제로에서 흉악범들을 상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문제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이번만큼은 김 팀장의 뜻에 따라 줄 생각은 없었다.
“문서를 보니 대충 1년은 넘게 해 처먹은 놈들인 것 같은데, 아침이 밝는다고 크게 달라지는 게 있겠습니까?”
“누군가는 사적 제재라고 비난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국가 조직에 속한 사람으로서, 그걸 좌시할 수는 없습니다. 시우 님께서 그들을 처벌하고 싶으시다는 건 잘 알고 있…….”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까 전에 보았던 응급실의 CCTV 영상을 떠올렸다.
입고 있던 옷이 전부 피로 물들었지만, 승우의 손을 꼭 잡고 응급실로 들어왔던 진서준 씨의 모습이 담겨 있던 영상.
진서준 씨는 응급실로 들어서자마자 정신을 잃고 쓰러졌었다.
의사의 말로는 당장 기절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처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진서준 씨는 승우까지 챙긴 채로 응급실에 도착했던 것이다.
“그들에게 쫓기고 있었을 겁니다.”
그들의 정체는 진서준 씨의 몸을 파고들었던 마기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곧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아무래도 진서준 씨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모양입니다.”
내 말을 들은 김 팀장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더니 서둘러 스마트폰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지금 즉시 병력 파견을 요청…….”
“아, 그건 괜찮습니다. 병력이 필요한 건 아니거든요.”
“예?”
김 팀장이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당황하고 있을 때, 잠시 밖에 나가 있었던 레오가 응급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와서 조용히 말했다.
“교황 성하께서 명령하신 대로 밖에서 응급실을 주시하고 있던 둘을 무력화시켜 두었습니다. 둘 다 마기를 보유하고 있었으니, 나와서 직접 심문하시면 될 듯합니다.”
“고생했다. 둘 말고는 더 없었지?”
“그렇습니다.”
레오의 보고에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인 다음,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김 팀장에게 말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뭐…… 논란만 안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면 논란이 될 만한 걸 아예 흔적도 없이 없애 버린다거나.”
“시우 님?”
“농담입니다. 걱정하실 일 없게 최대한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
내 말에 김 팀장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래도 내일 병원에 가서 탈모약을 처방받을까 합니다.”
“조만간 제가 좋은 선물 하나 드리겠습니다.”
미안해서 큼지막한 신성석을 박은 건강 팔찌라도 선물해 줘야겠다.
그건 김영란법에 안 걸리지 않을까?
4.
나는 눈앞의 10층짜리 으리으리한 사옥을 바라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게 분명한, 꽤 모던한 느낌의 사옥.
한밤중인데도 10층짜리 건물 전체에 불이 들어와 있는 모습은 충분히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에 너희를 보낸 사람이 있다는 거잖아.”
끄덕.
“태도가 좀 마음에 안 든다? 네 친구처럼 되기 싫으면 좀 적극적으로 협조해 봐.”
끄덕끄덕끄덕.
레오가 병원 앞에서 잡은 두 놈.
녀석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담한 놈들이었다.
10분간의 짧고 굵은 심문 끝에, 나는 녀석들이 진서준 씨를 죽일 목적으로 왔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아무리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지만, 대학병원의 응급실까지 찾아와서 죽일 생각을 할 줄이야.
대담하다 못해, 아주 그냥 막 나가는 놈들이었다.
그것은 그만큼 진서준 씨가 알아낸 사실이 녀석들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는 정보라는 것을 의미했다.
진서준 씨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움직이는 것도 한 가지의 방법이긴 했지만, 그건 내가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라서 말이다.
“그래도 덕분에 잘 찾아온 것 같다.”
“끄으으으으윽.”
나는 내 앞에서 버둥거리는 남자의 가슴팍을 발로 짓밟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길잡이가 있는데 굳이 먼 길을 돌아갈 필요가 있나.
두 놈 중 한 놈은 병원에 있던 나무 밑동 쪽에다가 깔끔하게 심어 두고 왔다.
혹시 몰라서 신성 결계까지 쳐 뒀으니, 누가 훔쳐 갈 일은 없을 것이다.
“자, 마지막 기회야. 이번에 입 열게 해 줄 테니까, 내가 묻는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하는 거야. 충분히 알아들었지?”
끄덕끄덕끄덕끄덕
내 경고에 녀석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씨익 웃으면서 녀석의 입을 막고 있던 신성력을 거두어들였다.
“지금 저 건물에 있는 인원의 숫자는 얼…… 아니다, 어차피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지. 퍼센테이지로 따지자. 총 전력의 몇 퍼센트 정도 모여 있냐?”
“칠, 칠십 프로! 칠십 프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늘 물건이 나가는 날이라서 저렇게 밝은 겁니다.”
“물건이라면 아까 말해 준 그거냐? 마시면 각성자로 만들어 준다는 그거?”
“맞습니다.”
심문 과정에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녀석들이 소속된 YB 길드가 2주 전부터 VIP 고객들에게만 판매한다는, 일명 각성의 비약>에 관한 이야기.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누군가를 각성자로 만들어 주는 건,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조차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들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 각성의 비약>의 정체에 대해서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너희들이 유통한다는 마약이 그 마약일 줄은 몰랐지. ”
마약(痲藥)이 아니라 진짜 마약(魔藥)이었던 모양이다.
말 그대로 마기가 담긴 약.
“마약을 유통시켜서 세력을 불린다라…… 꽤 상큼한 계획이잖아?”
마왕 놈들이 에덴에서 마물과 마족들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혀 나갔던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세련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에덴에서는 마기를 얻기 위해서는 마족과 직접 계약을 하는 방법뿐이었는데,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마기를 보유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하다니.
확실히 세련된 방법이었다.
어찌 보면 지구에 훨씬 잘 어울리는 모양새기도 했고.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똘똘하게 머리를 굴린 모양이다.
“70프로가 저기에 있다 치고, 그러면 나머지 30프로는 지금 어디에 있냐?”
“조달조라고 부르는 놈들인데…… 녀석들이 어디에 있고, 주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 끄아아아악! 정말입니다! 정말, 정말 모릅니다. 제발…….”
“알아.”
“그, 그럼 왜…….”
“모른다는 게 괘씸해서.”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다리에 힘을 주었고, 녀석은 곧 게거품을 물며 정신을 잃었다.
“끄르르르륵.”
“네가 모르면 다른 놈들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이 녀석은 나를 여기까지 안내해 준 것만으로도 쓸모를 다했다.
고작 밑에 있는 조무래기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쓸 만한 정보를 토해 내리라고는 기대조차 안 했다.
“70명 정도인가.”
나는 건물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더 이상 안내도 필요 없는 게, 어차피 이 정도 거리면 충분히 감지가 된다.
상대가 마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더더욱.
게다가.
[서브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급습]●종류: 서브 – DLC
●설명: 당신은 마기를 보유한 인간을 무력화시킨 후, 그를 심문하여 마기를 사용하는 자들의 본거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저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악한 음모를 저지하십시오.
●완료 조건: ???
●보상: 신성 점수 2,000점
시스템도 확신을 더해 준다.
나는 퀘스트 창을 닫으면서 손을 가볍게 털었다.
굳이 퀘스트가 아니었어도 깨끗하게 청소할 생각이었다. 거기에 지금 나에게 필요한 신성 점수까지 보너스로 주겠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지.
“수락한다.”
[서브 퀘스트 급습>을 시작합니다.]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굉장히 단순하다.
에덴에서 그러했듯이.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앙!
부수고, 또 부수는 것.
나는 닫혀 있던 건물의 문을 벽째로 부수면서 안으로 들어섰고, 곧 정문을 지키고 있던 인원들과 눈이 마주쳤다.
정문에 배치되어 있던 인원은 고작 여섯 명.
그들 모두는 나와 눈이 마주친 채로 얼어붙은 상태였다.
그 뒤로 이어진 어색한 정적.
그 짧은 정적 끝에, 그들 중 한 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시우?”
“오, 정답. 아직 질문도 안 했는데 어떻게 맞혔냐?”
“김시우가 어째서 여기-”
우드드드득.
녀석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내가 순식간에 다가가서 허리를 반으로 접어 버렸기 때문이다.
신성력을 살짝 불어 넣어 정신을 깨워 둘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나를 알아봐 줬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뒀다.
일종의 팬서비스라고 해야 하나.
“아까 응급실 직원은 날 몰라줘서 살짝 서운했었거든.”
쿠웅.
나는 반으로 접힌 녀석의 몸을 대충 바닥에 던진 다음, 나머지 녀석들을 바라보면서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자,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까?”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