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42)
42화
5.
연백 길드의 상무이사, 김건철은 현재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 멍청한 새끼. 너 내가 일할 때는 약 빨지 말라고 그랬지?”
“삼, 삼촌. 내가 잘못했어.”
“잘못하면 끝이야? 어? 현석아. 우리 제발 정신 차리고 살자. 삼촌이 부탁을 좀 할게? 응? 씨발, 도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병신같이 굴 작정이야?”
퍼어어억-!
김건철은 본인의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빌고 있던 남자의 가슴팍을 발로 걷어찼다.
“끄으으으윽.”
“내가 너한테 무리한 일을 시킨 것도 아니었잖아? 고작 키우던 개새끼 모가지 좀 꺾어 오라는 거였는데, 그게 힘들었어? 도대체 너는 할 줄 아는 게 뭐냐.”
김건철은 본인의 조카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히 어렵지 않은 임무였다.
6개월 전부터 꽤 쏠쏠하게 부려 먹던 E급 헌터를 죽여서 입을 막는, 그들에게는 늘상 해 왔던 아주 흔한 일.
B급 헌터였던 김건철에게 있어서 E급 헌터들은 언제든 죽여 버릴 수 있는 버러지들이나 다름없었다.
E급 헌터들은 헌터라고 부르기에도 아까운 전투력을 지니고 있는 놈들이었으니까.
따라서 그들을 죽이는 건 닭의 목을 비틀 듯 쉬운 일일 수밖에 없는데, 이 멍청한 조카 새끼는 그 쉬운 일조차 해내지 못했다.
“진서준이 그런 능력을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어. 삼촌도, 삼촌도 보면 놀랄 거야. 도망치는 걸 봤으면…….”
짜아아악-!
김현석의 변명에 김건철은 짜증을 내면서 조카의 뺨을 후려쳤다.
“내가 회사에서는 삼촌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냐. 그리고 도대체 진서준 그 새끼가 작업장의 위치를 어떻게 알았는데?”
“어차피 작업장에 재료를 옮겨야 하니까…… 원래 오늘 그 새끼 멱 따려고 했잖아? 일 두 번 하기 싫어서 그냥 그 새끼 시켜서 작업장에 재료 옮긴 다음에, 거기서 곧바로 죽이려고 그랬지. 진짜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너 이 개새끼, 오늘 그냥 나한테 한번 죽어 보…….”
김건철이 김현석의 멱살을 잡고 따귀를 몇 번 더 후려치려고 할 때쯤, 저 멀리서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김 상무님. 너무 열을 내진 마세요. 우리 김현석 팀장도 나름 생각을 하셨던 것 아니겠습니까? 어차피 진서준 씨에게 따로 사람을 붙여 뒀으니, 그가 깨어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곧 어둠 속에서 한 여성이 걸어 나왔다.
육감적인 몸매의 굴곡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정장과, 얼굴 없는 흰색 가면을 쓰고 있는 여성.
눈과 코만 가리는 가면이었던 탓에, 가면 밑으로 드러난 그녀의 붉은색 입술이 야릇하게 빛났다.
“오셨습니까, 조언자님.”
조언자.
1달 전에 갑자기 나타나서는, 무너져 가던 연백 길드에게 각성의 비약>이라는 날개를 달아 준 여자.
김건철은 조카의 멱살을 내려놓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그녀는 하얀색 장갑을 낀 손가락을 가볍게 까닥이면서 미소를 지었다.
“피가 섞인 가족에게도 엄중한 잣대를 들이미시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습니다. 회장님께서 김 상무님을 아끼시는 이유를 알 것 같네요.”
“과찬이십니다. 조언자님. 그런데 이 늦은 밤에 이곳은 어쩐 일이십니까?”
“기적이 퍼져 나가는 순간입니다. 이런 순간은 당연히 눈에 담아야지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어두운 방 한쪽에 밀봉되어 있는 상자들을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곧 부드러운 말투로 김건철에게 말했다.
“김 상무님께서 아직 축복을 받지 않으셨다 들었습니다. 이유를 따로 묻지 않겠습니다. 다만, 기적을 퍼뜨리는 영광스러운 책무를 담당하신 분이 정작 기적을 체험하지 못하셨다는 게 참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김건철은 그녀가 말하는 ‘축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각성의 비약을 복용하고, 새로운 힘을 손에 넣는 것.
그것이 그녀가 말하는 축복이자 기적이었으니까.
그가 몸담은 연백 길드가 각성의 비약을 유통하기 시작한 지 2주나 지났지만, 정작 김건철은 아직까지도 각성의 비약을 복용하지 않았다.
복용과 동시에 플레이어로 각성시켜 주거나, 플레이어로서의 힘을 강화시켜 줌에도 불구하고 김건철이 복용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인간을 갈아서 만들어 내는 약인데, 내가 뭘 믿고 처먹어? 미친년.’
그는 이 약이 무엇으로 만들어지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달조들이 쉴 새 없이 사람을 구해 오는 이유.
그리고 그들이 데려온 인간들이 조언자의 ‘작업장’에 들어가서 다시는 나오지 못하는 이유.
그 사실들은 비약의 재료가 사람이라는 것을 암시해 주는 증거들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각성의 비약>은 부작용도 확실했다.
‘현석이 새끼의 상태만 보더라도 알 수 있어.’
심각한 의존성.
끝없는 금단 증상.
집에서 밥이나 축내던 조카 놈을 통해서 확인한 결과, 각성의 비약은 차라리 마약에 가까운 약물이었던 것이다.
그런 약물을 스스로 복용하는 것만큼이나 병신 같은 짓이 또 있을까.
‘힘 조금 얻자고 뽕쟁이가 될 수는 없지.’
김건철은 능숙하게 본인의 감정을 숨긴 다음,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제가 원체 겁이 많은 성격이라서,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그 말에 조언자는 김건철의 얼굴을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기적은 용기 있는 자들이 쟁취하는 것이지요. 김 상무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는 아쉬울 따름입니다. 다만 회장님께서도 걱정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군요.”
“충고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조언자는 현재 회장의 신임을 독차지하고 있었기에, 구태여 그녀를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
당분간 상황을 잘 지켜보면서 기회를 엿볼 뿐.
조언자는 그런 김건철을 바라보면서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김건철의 귀를 혀로 살짝 핥으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김 상무님은 이런 모습이 참 매력적이랍니다. 회장님께서 왜 김 상무님을 아끼시는지 잘 알 것 같아요. 김 상무님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 욕심은 없으신가요?”
욕망을 자극하는 교활한 혀.
단 몇 마디에 온몸의 세포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잡아먹힐지도 모른다.’
사람을 유혹하는 악마가 있다면 바로 이 여자가 아닐까?
김건철은 가까스로 본인의 욕망을 억누르면서 조용히 대답했다.
“회장님을 보필하는 것이 제 유일한 목표입니다.”
“가끔은 솔직해도 된답니다.”
그녀의 매혹적인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 깊숙하게 파고들려고 할 때였다.
콰아아아아아앙-!
거친 굉음과 함께 천장이 형편없이 내려앉았다.
잠시 후.
검은색 사제복을 입은 한 남자가 천장의 잔해 사이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는 곧 오른쪽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찾았다.”
6.
5분.
그것은 내가 건물의 현관을 뚫고, 대량의 마기가 감지되는 지하에 도착하는 데 소요된 시간이었다.
“건물도 좋은데 엘레베이터 좀 곳곳에 설치하지 그랬냐? 새끼들, 환기 시설은 잘해 뒀으면서 그런 디테일은 안 챙겼네.”
나는 손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내면서 씨익 웃었다. 그리고 왼손으로 들고 있던 떡대를 앞으로 던지면서 가볍게 손을 털었다.
바닥을 세 번이나 부수고 도착한 곳이니 아마 이곳은 건물의 지하 3층일 것이다.
목적지에는 잘 도착한 것 같다.
한 층을 전부 개조한 것 같은 넓은 지하실과 지하실의 한쪽 측면에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박스들.
그 방향에서부터 마기가 느껴지는 걸 봐서는 저 박스 안에 담긴 것들이 그 각성의 비약이라는 마약이 분명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각성의 비약뿐만 아니라,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월척이 걸려들었다.
“교활한 뱀, 에키드나의 계약자라. 진짜 큰 게 제대로 걸렸네. 어쩐지 또 다른 마기가 감지되더라고.”
나는 얼어붙은 채로 나를 주시하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면서 히죽거렸다.
어울리지 않는 하얀색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내가 관심이 있는 건 그녀의 외관 따위가 아니었다.
그녀의 몸속에서 노골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마기.
그 마기는 내가 이곳까지 뚫고 들어오면서 조우한 마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마기였다.
조잡한 약 따위로 손에 넣을 수 없는, 아주 순수한 형태의 마기.
그것은 분명 악마와 직접 계약을 맺어야만 보유할 수 있는 마기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사아아아아-!
아무것도 없던 콘크리트 바닥에서 징그럽도록 많은 붉은 뱀들이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흰색의 눈을 지닌 붉은 뱀.
저것은 에키드나와 계약한 흑마법사들에게만 허용되는 흑마법이자 권능이었다.
에키드나.
몽마의 여왕이자 음욕의 마왕인 릴리스가 총애하는 다섯 번째 딸.
필멸자의 음욕을 끓어올린 상태로 잡아먹는 악마.
그리고 레오의 표현을 빌리자면.
“발정난 뱀. 아무리 생각해도 참 찰떡같은 비유란 말이야.”
레오 특유의 직설적인 표현이었지만, 또 그것만큼 잘 어울리는 별칭이 없었다.
그만큼 저급한 놈이었으니까.
릴리스가 이끌던 군단은 하나같이 그런 놈들이기도 했고, 에키드나는 그 군단 중에서도 특히 유별난 녀석이었다.
물론.
파아아아아앙!
유별나다고 해서 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면서 신성력을 사방으로 퍼뜨렸다. 그러자 곧 그 신성력에 맞닿은 수백 마리의 뱀들이 풍선마냥 터져 나갔다.
강하기로 따지자면 에키드나 따위의 계약자보다는 차라리 지난번의 오크 대군주가 더 강할 것이다.
“꺄아아아아아악!”
에키드나의 계약자는 본인의 머리를 감싸 쥐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녀는 비명과 함께 검붉은 마기를 뿜어냈다.
검붉은 마기는 순식간에 마법진을 이룬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형태를 변환하며, 바닥 위에 검붉은색의 늪을 만들어 냈다.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늪.
늪에서는 얼굴 없는 괴물들이 끊임없이 기어 나왔고, 녀석들은 본능적으로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손을 들어 수십 개의 화살을 나에게 쏘아 보냈다.
순식간에 불어난 악의가 나를 향해 맹렬하게 달려든다.
하지만 나는 그 악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앞으로 걸어갔다.
계약자, 그것도 마왕의 계약자도 아닌 에키드나 따위의 계약자가 내 신성 보호를 뚫을 수 있는 확률?
[액티브 스킬 신성불가침 Lv. ???>을 사용합니다.] [당신의 영역을 침범한 모든 부정한 것들이 정화됩니다.]그딴 확률이 존재할 리가 있나.
설사 존재하더라도 아마 대한민국 게임사들조차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확률일 것이다.
그리고 그 확률을 뚫고 내 몸에 닿는다고 해도 피해를 줄 수도 없다.
왜? 내 신체가 신성 보호보다 더 단단하니까.
콰드드득- 콰드드득-!
나를 막으려던 괴물들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구겨졌고, 내 목을 노리고 날아들던 마기의 화살 역시 흔적도 없이 흩어졌다.
“오지 마! 꺄아아아아악!”
나는 그저 앞으로 걸어갔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에키드나의 계약자는 잔뜩 겁에 질려 버린다.
그녀가 쓰고 있던 하얀색 가면은 그녀의 두려움을 전혀 가려 주지 못했다.
“내 몸이 왜…… 왜 안 움직이는…….”
“아, 그거? 너랑 계약한 그 녀석 때문이야.”
마침내 그녀의 앞에 도착한 나는 얼어붙어 있던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면서 말했다.
“에키드나, 그 뱀 새끼를 불로 태워 죽인 게 바로 나거든. 그러게 계약은 꼼꼼하게 따져 보고 했어야지.”
“살, 살려…….”
“당연하지.”
우우우웅.
내 손에서 뻗어 나간 신성력이 그녀의 몸 주위를 점거한 순간, 에키드나의 계약자가 시간이 멈춘 듯 정지했다.
“처음부터 죽일 생각은 없었어.”
운 좋게 얻게 된 소중한 정보원인데 죽일 수야 있나. 심문을 위해서라도 살려 둬야지.
분명히 마족과 계약한 존재다.
아는 게 없어서 답답한 이 상황에서 꽤 쓸모있는 정보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레오에게 부탁하면 되겠지?”
내가 직접 심문하는 것도 가능하다만, 아무래도 그쪽으론 익숙지 않았다.
게다가 내 신성력은 마기를 보유한 놈들에게는 극독에 가까운 수준이라 자칫하다가는 상대를 죽여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단심문 같은 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 법이다.
약은 약사에게, 이단심문은 이단심문관에게.
한때 이단심문관으로 유명했던 레오니까, 심문에 있어서 만큼은 나보다 훨씬 스페셜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아마 레오한테 맡겨 두면 필요한 정보는 다 뽑아내겠지.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밀실 구석에 있던 상자를 바라보며 가볍게 손을 튕겼다.
화르르륵-.
그러자 곧 바닥에서부터 성화가 피어오르며, 순식간에 박스들을 집어삼킨다.
저것들은 지구에 있어서 좋을 게 없는 약이다.
성분이나 제조법을 분석할 필요는 있었으니, 한 박스만 빼고 싸그리 태워 버리도록 하자.
“이쪽은 대충 정리한 것 같고.”
[퀘스트 급습>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신성 점수 2,000점이 적립됩니다!]퀘스트 완료 창이 뜬 걸 보면 상황은 얼추 정리된 셈이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아까 전부터 형편없이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몸을 벌벌 떨어 댔다.
그러나 그는 그 와중에도 변명을 떠올린 모양이다.
“저, 저는 피해자입니다!”
“뭐?”
“저랑 제 조카는 이곳에 강제로…… 강제로 끌려왔습니다. 이런 곳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안 물어본 것 같은데?”
“김시우 님! 대한민국의 떠오르는 영웅, 김시우 님 아니십니까? 저랑 제 조카를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인의 입으로는 평범한 시민이고, 조카랑 같이 있다가 잡혀 왔다고 주장하는데.
[패시브 스킬 멸악의 의지>가 상대방을 악인으로 규정합니다!] [플레이어 김건철>의 악행을 나열합니다.] [살인>, 납치>, 마약 유통> 등 342건]내 눈을 속일 수 있을 리가 없지.
게다가 이 녀석이 조카라고 말한 저놈은 마기에 취해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데 말이야.
그래도 나름 열심히 머리를 굴린 성의가 있으니,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 줘야겠다.
나는 나를 향해 넙죽 엎드린 김건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서 물었다.
“건철아.”
“제 이름은…… 어떻게?”
“혹시 진서준 씨라고 알아?”
“모……릅니다.”
“아,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파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녀석에게는 불행한 일이겠지만, 김건철의 몸에서는 마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신성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뜻.
나는 녀석의 어깨를 잡은 채로 조용히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꼭 기억나게 해 줄게.”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