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43)
43화
7.
퀘스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된 것에서 알 수 있었다시피, 상황은 꽤 깔끔하게 종료되었다.
김건철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각성의 비약의 중독성부터 시작해서, 각성의 비약을 생산하고 있던 장소, 그리고 그들과 관련되어 있던 공무원들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들어 볼 법한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감회가 꽤 새롭기는 했다.
그렇다고 크게 놀라웠던 건 아니다.
지구에 비해서 꽤 단순한 사회 구조를 지니고 있던 에덴에서조차 혼란을 틈타 범죄 조직과 결탁한 귀족, 왕족들도 있었다.
하물며 더욱더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지구의 경우라고 뭐 다를까?
“김동식 팀장님! 총 70명의 인원을 체포하였고, 사망자는 없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장관님께서 그들을 빌런으로 취급하고, 곧바로 본청의 조사실로 올리라고 하셨습니다.”
“주변의 군부대와 긴밀히 협조하여 곧바로 이송 작전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김 팀장에게 보고를 한 남자는 고개를 숙인 뒤, 빠르게 물러났다.
김 팀장은 그가 물러나는 것을 확인한 다음, 한숨을 크게 내쉬면서 말했다.
“시우 님이 직접 이런 일에 나서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그동안 일을 잘했다면 이런 일은…….”
“유선호 장관님한테 이능관리부의 상황은 익히 들어 왔으니 괜찮습니다. 그리고 간만에 달밤에 체조한 기분이라 상쾌하기도 하네요.”
최초의 선지자를 데리러 왔다가 에키드나의 계약자라는 거물까지 포획한 상황.
나로서도 꽤 많은 수확을 얻어 가는 셈이다.
“아침이 밝는 즉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인원을 동원하여 대대적인 수사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장관님께도 긴급 보고를 드려 재가를 받은 사항이니, 실망하시는 일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어진 김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지역 경찰뿐 아니라 대형 길드, 심지어 정치권에도 닿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인간을 재료로 약을 연성하고 있었던 셈인데, 녀석들이 단독으로 일을 벌였을 리는 없다.
당연히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본체는 아직 수면 아래에 숨어 있을 테고.
더 깊숙하게 파고 들어가면 수많은 문제가 모습을 드러내겠지만, 그것을 파고 들어가는 건 내가 할 일은 아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유선호 장관과 이능관리부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지, 이제 막 대한민국에서 교세를 확장해야 할 나와 리멘 교단이 맡을 일은 아니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 되도록 정치적인 일들과 관련되기 싫습니다. 아시죠? 종교인들 그러다가 훅 가요.”
정치는 정치인들이 할 일이다.
게다가 나는 유선호 장관과 이능관리부를 어느 정도 신뢰하는 편이고.
지금으로서는 나도 마기에 대해 신경 쓰기도 바쁘다.
“되도록……이라. 여지를 남겨 두시는군요.”
“혹시 알아요? 제가 갑자기 마음 바꿔서 사제복 벗어던지고 깽판 부릴지.”
“……듣는 것만으로 제 모근이 따끔따끔해지는 기분입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의 질문에 나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 팀장은 밀실 구석의 그을음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각성의 비약이라는 마약을 전부 태워 버리신 게 상당히 아쉽습니다.”
“왜요?”
“물증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게다가 마약의 중독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샘플이…….”
“그건 아직 김 팀장님께서 마기란 놈이 얼마나 지독한 놈인지 모르셔서 그렇습니다.”
마기는 주변에 있는 사람을 끊임없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그것은 마기가 필멸자의 욕망에 맞닿아 있는 기운이라서 그렇다.
에덴에서도 마기를 취급할 수 있는 건 일정 수준을 뛰어넘은 마법사나 기사, 성직자 정도였다.
준비도 안 된 사람이 마기를 접하는 건 사실상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인 셈이다.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서 마기에 관해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설명드리기에는 워낙 말씀드릴 게 많아서…… 유선호 장관님이 계시는 곳에서 한 번에 설명드리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그래도 증거로 사용될 분량만큼은 제가 일부러 남겨 두지 않았습니까?”
박스 하나에는 각성의 비약이 총 30병이 들어 있었고, 아까 전에 이미 그 비약들을 신성력으로 정화를 해 둔 상태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일반인을 플레이어로 만드는 능력은 소실되었지만, 적어도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그 30병 중 5병은 정화하지 않은 상태로 따로 챙겨 두기는 했다.
우리 교단도 그것이 어떻게 만들었는지 자체적으로 연구는 해야 하니까.
아무튼.
내 말에 담긴 뜻을 짐작한 김 팀장은 그에 관해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다시 한번 주위를 돌리면서 화제를 전환했다.
“아까 전에 레오 님도 함께 왔는데, 혹시 레오 님은 어디 가신 겁니까?”
“로켓 배송을 좀 시켰습니다.”
“로켓 배송이요?”
“지금쯤이면 서울시에 들어섰겠네요.”
에키드나의 계약자는 이능관리부 측에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조사해야 할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오에게 에키드나의 계약자를 데리고 먼저 신전으로 복귀하라고 했다.
이동수단?
당연히 개처럼 뛰어가는 거지 뭐.
“내일 아침 괴생명체를 목격했다는 기사가 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될 듯합니다.”
“왜죠?”
“어차피 이 연백 길드에 대한 이야기로 전국이 시끄러울 테니까요.”
하긴.
역대급 정치 스캔들이 터질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한밤중에 나타난 이족보행 괴생명체 따위가 주목을 받을 리가 있겠어?
나는 김 팀장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전 그럼 병원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김 팀장님은요?”
“저는 현장에 남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장관님께서 직접 지시를 내리신 부분이라…… 아, 그리고 진서준 환자는 현재 VIP 병실로 이동한 상태이니, 직원의 안내에 따르시면 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디테일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챙긴단 말이지. 이래서 내가 김 팀장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니까?
자, 대충 상황도 정리되었으니 다시 우리 최초의 선지자님을 만나러 가 보자.
8.
병원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진서준 씨가 있다는 VIP 병실로 향했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자 안쪽에서 인기척이 들렸고, 곧 누군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교황 성하?”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도 되는데.”
지난번 입교시킨 잼민이에겐 허락해 주지 않았지만, 우리 소중한 예비 성자님께는 얼마든지 편한 호칭을 허락해 줄 수 있다.
하지만 기특하게도 승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대답했다.
“저랑 저희 아빠를 구해 주신 은인인데 그럴 수는 없어요.”
“그래? 교황 성하라는 호칭은 또 누구한테 배웠어.”
“레오 대주교님께서 알려 주셨어요.”
시연이 또래인데도 참 똑 부러지는 녀석이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다 죽어 가던 표정이었는데, 웃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좋다.
그건 아마.
“승우야?”
“아빠! 교황님이 오셨어요.”
승우의 아버지인 진서준 씨가 의식을 회복했기 때문일 것이다.
승우는 내 손을 잡은 채로 병상으로 이끌었고, 나는 웃으면서 승우를 따라갔다.
병상 위에는 환자복을 입은 진서준 씨가 상체를 일으킨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더니 곧장 병상에서 내려오려고 했고, 나는 재빠르게 다가가 그를 만류하면서 말했다.
“아직 몸이 편치도 않으신데 편하게 계세요.”
“아닙니다. 제 목숨을 살려 주셨다 들었습니다. 그런 분께 무례를 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지금처럼 몸만 일으키는 걸로 합시다. 제가 진짜 불편해서 그래요.”
“……알겠습니다.”
내 말에 진서준 씨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병상 옆에 놓여 있던 소파에 편하게 앉으면서 말을 이어 갔다.
“더 이상 연백 길드인가 뭔가 하는 놈들한테 쫓기실 일은 없을 겁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이죠. 제가 싸그리 증발…….”
거침없이 말을 이어 가려다가 나를 똘망똘망한 눈으로 바라보는 승우가 보였다.
……음, 말을 좀 순화해야겠네.
“깔끔하게 정리하고 왔으니까 염려 놓으셔도 됩니다.”
“제가 아직 그들에게 변제하지 못한 금액이 상당…….”
“아, 그것 역시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이제 더 이상 빚을 갚을 대상도 없거든요.
설사 다른 곳에 빚이 남아 있었다고 한들, 내가 전부 갚아 줄 생각이기도 했다.
승우가 우리 교단에 들어오고 말고를 떠나서, 승우네 가족에게 벌어진 불행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승우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렸던 것도, 승우의 어머니가 2년 전 게이트에서 사망한 것도.
그리고 승우의 아버지가 질 나쁜 놈들에게 걸렸던 것도.
내가 별로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아마 그것은 승우에게 주어진 운명이었을 것이다.
지구 전체의 운명이 뒤틀렸던 5년 전 그날, 이 귀엽고 작은 소년의 운명도 함께 뒤틀렸을 테지.
그렇기 때문에 내가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거고.
나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은 다음, 한껏 정돈된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빠르게 용건만 말씀드리고 돌아가겠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경청하겠습니다.”
“아드님을 저희 교단으로 데려가고자 합니다.”
내 말을 들은 진서준 씨가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그는 곧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아들? 아들은 어떻게 생각해.”
“나도 좋아. 교황님이랑 대주교님 두 분 다 엄청 좋으신 분들이니까!”
“그래, 우리 아들이 좋으면 아빠도 좋아.”
무언가를 결심했는지, 진서준 씨는 희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제 아들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옆에 있는 것보다야 훨씬 좋은 환경이겠지요.”
“아빠? 아빠는 같이 안 가는 거야?”
“승우야. 그러니까 이건…….”
아무래도 오해가 좀 있는 것 같다.
빠르게 보충 설명을 해야겠군.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저희 교단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를 강제로 떼 놓을 만큼 비정한 교단이 아닙니다.”
“……그럼?”
“당연히 진서준 씨도 함께 가셔야죠. 이렇게 귀여운 아들을 두고 어디 가시려구요.”
이번에는 진서준 씨가 눈을 둥그렇게 뜬다.
이런 전개는 예상 못 했던 모양이다.
“함께요?”
“진서준 씨께서 저희 리멘 교단의 서울 신전 관리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아, 제가 마음이 급해서 가장 중요한 걸 말씀 안 드렸군요.”
나는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내가 미리 준비해 온 비장의 카드를 제시했다.
“주 4일 근무에 연봉은 대형 길드의 A급 헌터 수준으로 책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교단 차원에서 아드님과 함께 거주하실 수 있는 주택도 마련해 드릴 예정이며, 그 밖에 다양한 복지를 약속드리겠습니다.”
이건 내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보답이었다.
그리고 이런 내 제의에 진서준 씨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질문했다.
“저에게 이렇게까지 해 주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 말에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훌륭한 아버지시니까요.”
“제가…… 말입니까?”
“그럼요. 그렇지, 승우야?”
“맞아요. 우리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사람이에요!”
선지자의 운명을 지녔다고 해서 모두가 선지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운명은 신의 품에 귀의하고 나서야 비로소 실현된다.
리멘이 지난번에 말했듯, 셀 수 없이 많은 선지자들이 신의 품에 귀의하기도 전에 스러졌다.
어쩌면 승우 역시 아버지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그들의 전철을 밟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빠 안 가면 나도 안 갈래.”
“그렇다는데요? 어떻게, 정말 함께 안 가실 생각이십니까?”
장난기 가득한 내 말에 진서준 씨는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대답했다.
“그럴 리가요.”
[서브 퀘스트 작은 구원>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교단 특성 계몽 Lv. 1>을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신성 점수 3,000점이 적립됩니다!]작은 구원이라.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갔지만, 완료하고 나서 보니 제법 어울리는 제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최초의 선지자 진승우>가 당신의 교단에 합류합니다.]나는 그 메시지 창들을 조용히 닫았다.
그리고 내 앞에서 서로를 껴안는 아빠와 아들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이나 흐뭇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꽤 괜찮은 결말이자 출발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