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46)
46화
5.
2시간.
그것은 막 지구에 도착했던 루나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기까지 소요된 시간이었다.
[리멘 교단과 하이브 길드의 정면충돌? 인천 C-57 게이트에서 분쟁이 발생하다! 전문가들, ‘루나 레벤톤은 이계의 존재가 확실하다.’] [전국 각성자 연합, 리멘 교단에 해명과 사과를 요구.] [(PHOTO)카오스 게이트에서 등장한 리멘 교단의 루나 레벤톤.]ㄴ누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ㄴ와ㅋㅋㅋㅋ 진짜 왜 이렇게 예쁘냐?
ㄴ누나 나 죽어~
ㄴ게이트에서 나온 거면 100프로 이계의 존재 아니냐? 근데 어케 한국말 씀?
ㄴ이계인이든 외계인이든 그게 뭐가 중요함? 예쁘면 된 거지ㅋㅋㅋㅋ
ㄴ리멘 교단 입교 신청서 작성 어디서 하냐?
[이능관리부 공식 성명 ‘우리는 이미 우호적인 이계의 존재들을 인정할 준비가 끝났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시대의 선두주자가 될 것.’]하이브 길드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 굉장히 크게 작용했다.
하이브 길드 측에서는 영상의 다시 보기도 곧바로 비공개 처리를 했지만, 이미 많은 숫자의 네티즌들이 영상 속의 루나를 캡처해서 퍼뜨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외모에, 하이브 길드의 에이스들과 단신으로 맞서도 밀리지 않는 전투력까지.
짧은 시간 동안 루나가 방송에서 보여 줬던 매력들은 그녀를 스타로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당장 우리 교단의 공식 미튜브 영상에 루나가 등장하는 영상은 언제 올라오냐는 댓글이 달리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루나를 향한 대중들의 관심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런 관심을 부담스러워하기 마련이었으나.
“나는 우리 성하가 내가 아무리 꼬셔도 안 넘어오길래 지구인들의 미적 취향은 다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보니까 또 아니네. 역시, 우리 성하만 좀 특이했던 건가?”
우리의 루나 레벤톤 경께서는 굉장히 흡족하신 모양새였다.
루나는 신전에 도착하자마자 레오의 스마트폰을 통해서 인터넷의 반응을 살피는 중이었다.
본인의 데뷔 반응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나 뭐래나.
“스마트폰 사용법은 또 어떻게 알아 왔냐?”
“에이, 아시면서. 전부 리멘께서 주신 사용의 은총 덕이죠.”
“사용의 은총이 스마트폰에도 적용이 돼?”
“그렇던데요?”
리멘이 루나에게 내려준 사용의 은총.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은총을 받은 자는 무엇이든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말 그대로의 은총이다.
작게는 도구나 무기들부터 시작해서, 넓게는 더 큰 범위의 기계들까지.
루나는 손에 닿는 그 어떤 것이든지 사용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리멘 교단의 선지자들에게 내려진 은총들 중, 가장 먼치킨적인 은총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루나는 그 은총을 통해서 모든 무기에 통달했으니, 효과 한번 탁월한 셈.
그 은총이 스마트폰에도 적용될 줄은 몰랐다.
에덴에 비해 압도적으로 공학이 발달한 지구에는 수많은 기계가 존재한다.
무기 역시 마찬가지고.
언제 한번 시간 내서 루나를 데리고 군부대라도 방문해 봐야겠다. 헬기나 전투기 같은 병기에도 은총이 적용되나 실험해봐야지.
“솔직히 성하도 제가 와서 엄청 기쁘시죠?”
“……일단 그렇다고 치자.”
“후후, 부끄러워하시기는. 여전히 귀여우셔라.”
루나가 등장부터 사고를 쳐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루나의 합류는 교단에 있어서 큰 호재였다.
루나의 엄청난 전투력과는 별개로, 루나는 우리 교황청을 상징하는 마스코트 중 하나였다.
한마디로 엄청난 스타성을 지니고 있었다는 뜻이다.
전파 수단이 제한적이었던 에덴에서조차 그랬는데, 하물며 대중매체가 발달한 지구에서는 어떻겠는가?
장담컨대.
“벌써부터 즐거운데요?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첫 번째로 넘어올걸.”
루나는 에덴에서 그리했듯, 지구에서 역시 우리 교단을 상징하는 아이콘 중 하나가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미튜브를 주요한 홍보 수단으로 삼은 지금, 관심받는 것이 천직인 루나의 존재만큼 든든한 것도 없었다.
어떤 세계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가 될 운명을 지녔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렇게 루나가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을 때였다.
가만히 서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레오가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레벤톤 경. 교황청에는 별일 없습니까?”
아무래도 에덴의 소식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사실, 나 역시 궁금하기는 했다. 안 그래도 리멘이 에덴에 일이 있다고 말해 줬는데, 정작 그 일이 무슨 일인지는 말을 안 해 줬기 때문이다.
루나는 레오의 질문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했다.
“별일이야 있지.”
“무슨 일인데.”
“성하께서 지구로 돌아가시자마자 대륙 북부에서 숨어 있던 마물들이 준동했거든요. 게다가 남부의 군도에서 악마와 관련된 의식이 진행 중이라는 첩보도 들어오고…… 뭐, 이래저래 정신없었어요.”
마물이란 마물은 싸그리 절멸시킨 줄 알았는데, 대륙 북부의 험준한 산맥에 숨어 있었던 건가?
리멘이 바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루나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상황이면 추가 파견을 요구하는 것도 실례겠네.”
“안 그래도 바예르 총대주교님께서 속상해하시더라구요. 성하도 지구로 돌아가셨지, 레오도 지구로 향했지……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바예르 총대주교는 내가 지구로 귀환하기 전, 내가 대리인으로 임명한 인망 좋은 할아버지다.
원래는 교황의 자리까지 넘겨주고 싶었지만 그건 주교회에서 결사반대했다.
리멘께서 직접 임명한 사도는 죽기 직전까지 교황의 자리를 내려놓을 수 없다나 뭐래나.
“흐음.”
마왕들을 제거하면서 평화가 찾아올 거라 생각했던 건 내 기대에 불과했던 것 같다.
이야기를 들으니 미안한 기분인걸.
“성하.”
내 표정을 살핀 루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저희들이 성하를 돕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에요. 성하께서는 에덴을 구원해 주신 분인걸요. 그러니까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어요.”
눈치 한번 빠르기는.
나는 루나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루나는 나를 따라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저녁에 술 한잔하실까요? 지구의 술은 무슨 맛일까 진짜 궁금했거든요?”
“루나야.”
“네.”
“내가 교리에 문외한이긴 한데, 성녀가 그렇게 술을 좋아해도 되냐?”
얘는 뻑 하면 술이야.
그러나 루나는 내 질문에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술에 빠져 본 자만이 술에 빠진 사람들을 바른길로 이끌 수 있는 법이죠.”
“……미치겠네 정말.”
뻑 하면 사고 치고 다니는 스타를 보유한 기획사 사장이 나와 같은 마음일까?
6.
“다녀왔습니다.”
사실상 2일 만에 집에 돌아왔다.
레오는 승우를 데리고 신전에 남아 있겠다고 했지만.
“지구의 집은 참 신기하네요. 어떻게 마법의 힘도 없이 이런 건물들을 지어내지? 진짜 대단하다.”
루나는 기어코 나를 따라왔다.
2일 만에 집에 들어가는 셈이라 눈치가 살짝 보이는데, 거기에 입까지 달고 왔으니 인욱이와 시연이가 싫어할 것이라 생각했건만.
“같, 같이 오신 거야? 오기 전에 나한테…… 말이라도 좀 해 주지.”
“우와아! 엄청 이쁜 언니다!”
외모지상주의 앞에서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나는 우리를 맞이해 주는 인욱이와 시연이를 바라보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째 레오가 왔을 때보다 훨씬 반응이 격하다? 특히 인욱이 너.”
“……오해야, 형.”
“아, 이 귀여우신 분이 성하의 남동생?”
“내 앞에서 인욱이한테 귀엽다고 하지 마. 구역질 나려고 그러니까.”
“어머, 지금 질투하시는 거? 성하도 귀여우니까 질투하지 마세요. 형제끼리 저를 두고 싸우는 건 곤란해요.”
“그게 무슨 개…….”
심한 말을 하려다가 시연이의 똘망똘망한 눈빛을 봐 버렸다.
그래서 나는 그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그로 종자는 무관심이 답이다.
그냥 먹이를 주지 말자.
루나는 내가 한숨을 쉬든 말든, 내 동생들에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반가워요, 우리 귀여운 남매님들. 루나 레벤톤이라고 해요. 앞으로 편하게 누나, 언니라고 불러 주세요. 말도 편하게 해 주시면 더 좋고.”
그러자 인욱이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그래도…… 될까요?”
“당연하지. 인욱아. 앞으로 이 누나한테 편하게 말해. 성하한테 들었는데, 인욱이 네가 그렇게 영상 편집을 잘한다면서? 앞으로 이 누나가 신세 좀 질게?”
“제, 제가 더 신세를…….”
“언니! 저도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저 어렸을 때부터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나도 이쁜 여동생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우리 운명인가?”
“헤헤.”
레오와 루나의 공통점이라면 둘 다 아이들을 참 좋아한다는 점이다.
물론 무뚝뚝한 레오와 달리 루나는 어렸을 적 혼자서 네 명의 남동생을 길러 냈던 경험 덕분에 레오보다 아이들을 훨씬 잘 다루는 편이다.
나는 루나를 바라보면서 함박웃음을 짓는 시연이를 바라보면서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 잘생기거나 이쁜 게 최고다.
“시연아.”
“응!”
“왜 지난번 레오한텐 아저씨라고 부르고, 루나한텐 언니라고 불러? 루나가 레오보다 1살 더 많아.”
레오가 29살, 루나가 30살이다.
레오에게 아저씨라고 부른다면, 응당 루나도 아줌마라고 부르는 게 맞다.
하지만 내 질문에 시연이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야…….”
“그야?”
“언니는 엄청 예쁘니까? 레오 아저씨도 잘생겼지만…… 음, 아무튼 그래!”
대충 뭔 뜻인진 알 것 같다.
레오도 남자답게 잘생기긴 했지만, 루나의 미모는 그것과 궤를 좀 달리한다.
레오가 일반인의 수준에서 잘생긴 거라면, 루나는 연예인들을 기준으로 삼아도 밀리지 않을 거다.
내가 비록 연예인들을 직접 만나 본 적은 없지만, 장담할 수 있다.
잘생기면 형이나 오빠고, 이쁘면 누나나 언니.
그 불변의 진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는 법.
띠리리리링-.
그렇게 루나가 내 동생들과 친분을 쌓고 있을 때쯤이었다.
이능관리부 유선호 장관>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수신자는 보다시피 유선호 장관.
이 양반이 늦은 저녁에는 어쩐 일이실까.
어지간하면 낮에 전화하는 사람인데, 밤에 전화했다는 건 그만한 일이 있다는 소리.
혹시 루나와 관련된 일인 걸까?
“여보세요.”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정중하고도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우 님. 혹시 괜찮으시면 잠시 산책이라도 같이하시겠습니까?
아무래도 우리 집까지 직접 찾아온 모양인데, 그만큼 급한 일이라는 뜻이겠지.
장관이나 되는 사람이 직접 찾아왔는데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혀를 찬 다음, 루나와 동생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나 잠시 앞에 좀 다녀올게. 배고플 테니까 밥들 먼저 먹고 있어.”
“어지간하면 같이 먹지?”
“이야기가 길어질 수도 있어서. 루나 너도 따라 나오지 말고 애들이랑 같이 밥 먹고 있어라.”
“알겠습니다아. 얘들아, 나 배고프다. 빨리 밥 먹자!”
눈치 빠른 루나가 애들을 데리고 식탁으로 향했고, 나는 조용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현관을 나서자마자 곧 정장에 회색 코트를 걸치고 있던 유선호 장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일흔이 넘은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기골과 기세.
그 노익장은 나를 보자마자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건넸다.
“잘 지내셨습니까? 늦은 시간에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가족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방해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군요.”
“괜찮습니다. 식사하기 전이라서요. 산책이나 좀 하실까요?”
“좋습니다.”
나와 유선호 장관은 예전에 걸었던 아파트 산책로로 향했다.
이능관리부 요원들이 미리 통제를 한 건지, 산책로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한적한 산책로를 얼마나 걸었을까.
유선호 장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루나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생각했건만, 아무래도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부산 그라운드 제로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 빌어먹을 인과율은 내가 쉬는 꼴은 못 보겠다는 건가?
나는 유선호 장관의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이야기나 들어 봅시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