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5)
5화
2. 이레귤러
1.
“……팀장님. 저는 아직도 혼란스럽습니다. 김시우 귀환자는 분명히 레귤러 등급으로 판정 났는데 어째서…….”
“야, 전 대리.”
“예.”
“내가 그걸 알았으면 현장 안 뛰고 있었겠지?”
김동식은 부하 직원의 말에 대충 대답하며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장면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날개가 우악스럽게 뜯긴 와이번, 두개골이 함몰되어 뇌수를 흘리는 와이번, 아니면 통째로 목이 분리된 와이번 등.
탱크조차 가볍게 씹어 먹어 버리는 와이번들이 아주 처참한 꼴로 바닥에 뒹구는 중이었다.
누가 보면 거대한 포식자가 와이번을 마구잡이로 죽인 듯 보이는 현장이었지만,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은 단 한 명의 남자가 벌인 일이었다.
그것도 맨손으로.
‘……김시우.’
김동식은 저 앞에서 거친 짐승처럼 날뛰고 있는 남자의 이름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이미 그가 어제 직접 조사했던, 레귤러 등급의 귀환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남자의 귀환 전 이야기에 대해서도 이미 들었다. 에덴이라는 세계에서 악마들과 싸우고 왔다는, 그런 한철 지난 웹소설 같은 이야기를 말이다.
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그 이야기를 믿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믿을 수가 없었다.
‘마력이 검출되지 않았으니까.’
김시우는 높은 신뢰도를 자랑하는 마력 검출기로 무려 세 번이나 검사를 진행했고, 단 한 차례도 마력이 검출되지 않았다.
모든 각성자들은 마력을 지니고 있다>라는 가설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이나 정설로 여겨졌으며, 실제로 거의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논리였다.
심지어 7개월 전에 대한민국으로 귀환한 최초의 디재스터급 귀환자인 이동하조차 마력 검출기를 통해서 성공적으로 탐색해 내지 않았는가.
그런 마당에 아무런 마력도 느껴지지 않는 귀환자의 말을 어떻게 믿어 줄 수 있을까?
따라서 김동식은 어제 김시우가 했던 이야기들을 그저 귀환자가 흔히 부리는 허세로 치부했다.
실제로 그런 말도 안 되는 허세를 부렸던 귀환자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기도 했고 말이다.
하다못해 이번 교육생 중 하나인 오현택이라는 귀환자도 삼류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무림맹주의 오른팔이었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가.
끼에에에에에엑!
“팀, 팀장님. 방금 보셨습니까? 와이번이…… 와이번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기 저놈, 날고 있다가…… 몸이 굳은 채로 떨어진 거 아닙니까?”
“후우우.”
김동식은 부하 직원의 호들갑에 한숨을 크게 뱉으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만 한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지금 진행하고 있을 귀환자 적응 프로그램?
그딴 건 이미 머릿속에서 잊었다.
지금 그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분명 대한민국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저기서 와이번을 벌레 잡듯이 찢어 죽이는 귀환자가 고작 레귤러급이라고?
저런 건 디재스터급이나 보여 주는 퍼포먼스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건 특수조사국에 이런 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수조사국이 설립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매뉴얼이긴 했으나, 분명히 교육받았으며 숙지하고 있었다.
마력이 검출되지 않지만 디재스터급 이상의 힘을 지닌, 규격 외 귀환자.
일명 이레귤러.
가장 많은 귀환자를 확보한 미국에서조차 단 네 번만 경험했던 극히 드문 경우였고, 특수조사국 역시 그 경우를 감안하여 형식상으로나마 매뉴얼에 추가해 둔 것이다.
하지만 김동식은 바로 지금이 그 ‘극히 드문 경우’에 속한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빠르게 상황을 판단한 그는 곧장 핸드폰을 꺼내서 상사에게 통화를 연결했다.
뚜우우.
잠시간의 통화 연결음 후, 스피커 너머로 상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게이트가 폭주했다는 이야기는…….
“특수조사국에 긴급 대응 매뉴얼 7-9항에 의거, 특수조사국 전체에 대한 비상 소집령을 요청합니다.”
-게이트 상황이 그렇게 심각한가?
“고작 게이트 폭주 따위로 이러는 게 아닙니다.”
김동식은 핸드폰을 움켜쥔 채로 눈앞을 바라보았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와이번의 울음소리로 고막이 찢어질 듯했지만, 지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그 고요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었다.
울음소리를 낼 만한 와이번은 이미 그사이에 싸그리 죽어 버렸으니까.
그리고 그 고요 속에서 한 남자가 손을 털면서 그에게 다가왔고, 김동식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김 팀장! 말을 똑바로 해야 알아들을 거 아니야! 어? 도대체 무슨 일인데!
“마력 검출이 되지 않았으나, 압도적인 이능을 보유하고 있는 귀환자를 확인하였습니다. 규격 외 귀환자, 그러니까 이레귤러가 틀림없습니다. 부장님.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제가 일단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테니, 후속 조치 부탁드립니다.”
-야! 동식아! 너 지금 뭘 하려고…….
뚜우우우.
김동식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한 다음,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당장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하나.
“고, 고생하셨습니다 김시우 님!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야! 니들 가만히 서서 뭐 해! 우리 귀하신 분 힘쓰셔서 피곤하실 텐데, 당장 물이나 요깃거리라도 가져와! 어?”
다년간 쌓인 사회생활뿐이었다.
2.
와이번의 우두머리를 잡고 나서 내 눈앞에 떠올랐던 메시지 창은 다음과 같다.
[차원계: 지구>의 시스템이 당신이 보유한 신격과 가능성을 일부 확인하였습니다. ] [돌발 퀘스트 측정>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셨습니다!] [측정에 순순히 응해 주신 당신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본 시스템은 이번 건에 대한 보상으로 아이템 DLC 사용권>을 지급합니다.]DLC 사용권>
●아이템 종류: 시스템 – 특수 이벤트
●설명: 본 사용권을 지닌 플레이어는 1회에 한해 시스템에 모드를 추가할 수 있다. 새로운 모드를 추가할 경우, 플레이어는 해당 모드를 통하여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당신이 추가 가능한 DLC
1. 귀환자
2. 교황(★추천)
*주의! 본 사용권은 사용 시 소멸합니다
내가 에덴에서 10년 동안 사용했던 시스템보다 훨씬 본격적이다.
아까도 보았던 메시지 창을 다시 한번 보고 있자니 입에서 자연스럽게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아주 그냥 지랄을 한다, 지랄을 해.”
뭐라도 내가 알아들을 수 있어야지.
한 가지 확실해 보이는 건 한 번 선택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점. 이런 걸 함부로 선택했다가 큰코다쳤던 적이 꽤 있었으니, 잠시 생각을 해 보도록 하자.
에덴에서 사용했던 시스템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는데, 아무래도 지구의 시스템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모양이다.
그렇게 내가 무의식적으로 욕을 내뱉었을 때였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반응이 왔다.
“혹, 혹시 불편한 점이 있으셨습니까? 제가 정말 죄송…….”
“아, 팀장님한테 한 말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나는 김 팀장을 향해 손사래를 친 다음, 그가 손수 내려 준 드립 커피를 마시면서 미소를 지었다.
지금 이곳은 어제 아침에 내가 머물렀었던 이능관리부.
어제와 마찬가지로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곧바로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물론 어제와는 상황이 180도 다르긴 하다.
가장 먼저 아까 전에 나를 이곳까지 데려다준 차량.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검은색 승합차였지만, 오늘은 대기업 회장님이나 탈 법한 최고급 세단을 타고 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장소도 달라졌다.
어제 내가 조사받았던 지하 조사실이 아니라, 건물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해 있으며 웅장한 북한산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는 접객실까지.
아주 오랜만에 보는 북한산의 경치를 바라보면서 김 팀장의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음. 좀 쓰네요?”
좀 썼다.
어제 마셨던 믹스 커피는 달짝지근해서 좋았는데, 아무래도 10년 만에 마시는 에스프레소라서 그런 걸까?
옛날에는 좋아했는데 말이지.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 타 드릴까요?”
김 팀장이 한껏 경직된 목소리로 대답했고, 나는 그런 그를 향해 슬쩍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10년 만에 마셔서 어색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뭐, 이 정도면 충분히 쉰 것 같은데. 제가 오늘 동생이랑 떡볶이를 먹기로 했거든요.”
“일단, 시우 님의 등급에 대해서는 현재 비밀리에 국가 안전 보장 회의가 긴급 소집되어 토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몇 가지 추가 조사만 협조해 주신다면 최대한 빠르게 귀가시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은 잘 풀린 것 같다.
협조만 해 준다면 등급 재분류도 끝내 준다고 하니 협조를 해 주도록 하자.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말이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시죠.”
그러자 김 팀장은 다시 한번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더니, 노트북을 두드리면서 물었다.
“어제 있었던 1차 조사 당시에는 이능을 소지하고 있다는 걸 따로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는데,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귀찮기도 했고, 가족들을 빨리 보고 싶기도 했고. 그뿐입니다.”
타다다다닥.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잠시간 울려 퍼진 다음, 김 팀장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을 이어 갔다.
“좋습니다.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여의도 한강공원 게이트에서 힘을 사용하셨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시우 님께서 원하셨다면 숨기셨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제가 이곳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거든요. 그런데 제 동생이 그 목표를 위해서는 국가 공인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내가 목표라는 단어를 내뱉은 순간, 김 팀장의 얼굴이 다시 한번 굳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 목표란 게 어떤 건지 한번 여쭈어봐도 될까요?”
“아, 그렇게 뭐 거창한 목표는 아니구요.”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목으로 넘긴 다음, 슬쩍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제가 저쪽 세계에서 교황이었다고 말씀드렸었죠?”
“예예.”
“그래서 제가 전도를 좀 해 볼까 합니다.”
“예예…… 예?”
김 팀장의 표정 변화는 꽤 주목할 만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얼굴이 석상마냥 굳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눈가가 씰룩거린다.
아마 내 목표가 본인의 예상 밖을 벗어나서 그런듯하다.
“전도요?”
“제가 에덴에서 모셨던 리멘이라는 신이 알고 보면 참 괜찮은 신이거든요. 그런 신을 지구에서 저 혼자만 믿는다는 게 정말 안타깝고 속상해서 그럽니다.”
“아…… 그렇군요.”
“김 팀장님께서도 혹시 종교가 없으시다면 리멘을 믿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진짜 괜찮은 신인데.”
여태껏 무표정으로 어떻게든 버텼던 김 팀장의 표정이 드디어 무너져 내렸다.
그는 어느새 입가에 허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누가 봐도 영락없는 사이비 종교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굳이 이 사람한테 ‘저 신도 1만 명 못 모으면 힘 다 사라져요’라고 솔직하게 말할 필요가 있겠어?
죽어도 그렇게 못 하지.
차라리 사이비 교주 취급받는 게 속 편하다.
타다다닥
다시 한번 방 안에 키보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서 이제는 아예 힘이 쭉 빠져 버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우 님의 말씀은…… 전도를 하기 위해서 국가 공인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신 거죠? 종교 법인 설립에 관한 거라면 제가 다른 부서를 연결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그것과 등급 재분류과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요?”
“대중들에게 조금 더 친화적인 모습으로 다가가기 위해서,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전도를 해 볼 생각입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현대인이라면 모두가 일상을 함께하는 그것.
내가 어제 세운 청사진의 시작이 되어 줄 바로 그것.
“미튜브. 저는 미튜브를 통해서 전도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동생이랑 어제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 미튜브에서 각성자들이 제대로 활동하려면 국가 공인이 필요하다고 해서요.”
내가 당당한 목소리로 나의 계획을 말해 준 순간이었다.
지금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던 김 팀장의 손이 멈춘다.
그는 두 손으로 본인의 얼굴을 쓸어내리면서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웃는다던데, 그 말이 참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래도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프로 의식을 놓지 않았다.
김 팀장은 어지러워 보이는 와중에도 꿋꿋이 나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니까…… 시우 님의 말씀을 정리하자면, 미튜브를 통해서 전도를 하기 위해서 등급 재분류를 원했다. 이거 맞습니까?”
“맞습니다. 온라인 예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처음은 그렇게 시작해 볼까 합니다.”
“아.”
마지막에 그의 ‘아’는 감탄이었을까, 아니면 탄식이었을까?
아무튼.
그렇게 내가 내 계획에 대해서 동식 씨에게 마침내 이야기를 다 털어놓았을 때였다.
내 눈앞에 전혀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DLC 선택을 완료하셨습니다!] [당신이 선택한 DLC 이름: 교황] [DLC의 특성에 맞게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예상 소요 시간 : 4시간]“……내가 언제?”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