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52)
52화
3.
도깨비 길드와의 납품 계약은 민수 씨의 도움 덕분에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내가 플레이어들의 구매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듯싶다.
민수 씨의 설명에 따르면, 모든 길드들에게 있어서 소속 플레이어들의 생존률은 아주 오랜 고민이었다고 한다.
잠재력이 높은 플레이어들을 데려와 봤자 현장에서 죽으면 말짱 도루묵이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치유 능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플레이어들은 각국에서 모셔 가려고 난리도 아니었단다.
치유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 신성 계열 플레이어들의 등장에 전 세계가 난리가 난 것도 그 때문이기도 하고.
“당분간 교단을 운영하기에 충분한 자금이 확보되었다면, 최상급 신성석을 사용하는 것을 잠시 보류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현재, 축성소를 관리하는 것은 레오의 몫이다.
레오는 낮에는 성서 번역을, 밤에는 축성 작업을 하는, 그야말로 피를 토하는 작업량을 이어 나가는 중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번 계약의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그런 레오를 바라보면서 멋쩍게 미소를 지었다.
“힘들어서 그래? 와이파이도 설치해 줬고…… 그리고 네가 사고 싶다는 게임기들이랑 파인애플 워치, 파인애플 패드, 다 주문해 줬잖아?”
레오의 공이 컸으니 당연히 최대한 챙겨 줬다.
레오가 스마트폰부터 시작해서 지구의 최신 문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관련한 상품을 잔뜩 주문해 줬다.
이걸로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그러면 좀 곤란한데.
“그런 것이 아니라, 성하. 이 최상급 신성석들은 에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품질입니다.”
“나도 알지.”
“지금 당장 성기사나 전투 사제들의 무구를 제작할 수는 없지만, 훗날을 위해서 비축하는 것이 옳은 것으로 아룁니다.”
“저도 레오의 말에 동감해요. 성하. 지구에도 위협들이 산재한 이상, 무구를 제작하기 위한 재료들은 축적해 둬야 할 것 같아요.”
“흠.”
나는 둘의 말에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슬쩍 레오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했다.
“혹시 레오 네가 일하기 싫은 건 아니고?”
움찔.
어? 방금 움찔거렸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알아, 알아. 그냥 장난 한번 쳐 본 거야. 누가 보면 내가 악덕 사장인 줄 알겠다.”
“하하, 우리 성하가 에덴에서부터 그런 편이긴 했지. 악덕 교황이 따로 없었다니까?”
루나의 말은 가볍게 무시해 주도록 하자.
나는 집무실의 의자에 몸을 묻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손으로 잠시 얼굴을 쓸어내렸다.
“오늘 최 대표한테 넘긴 신성석 팔찌들은 최상급 신성석의 조각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 정도의 효과가 나온 거야.”
“저희도 잘 알죠. 하지만 성하. 에덴에서 평민들에게 유통했던 팔찌는 대부분 하급 신성석으로 제작한 것도 알고 계시죠?”
“그랬겠지. 그래야 단가가 맞았을 테니까.”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도깨비 길드에 추가로 넘길 물량을 제외하고는 하급 마정석을 변환시켜서 사용합시다. 아까 보니까 자금도 융통된 거 아니에요?”
루나가 이끌던 팔마 기사단은 교단 내부에서도 가장 재정 상태가 양호하기로 유명했던 곳이다.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금액도 상당한 덕에, 자립도도 높았기도 했고 말이다.
그건 아마 어렸을 때부터 악착같은 생활력을 자랑했던 루나 덕분이었으리라.
매사에 장난기 가득한 루나였지만 돈에 관련된 문제만큼은 철두철미했으니 말이다.
“돈을 굴리는 거야 사람 사는 곳이면 다 똑같죠. 스마트폰으로 보니까, 에덴보다 지구가 훨씬 더 본격적이던데요?”
“그거야 그렇겠지. 돈의 가치가 에덴보다 훨씬 귀한 곳이니까.”
우리의 자본주의 성기사, 루나가 지구로 온 것은 리멘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나는 잠시 고민한 다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쪽으로 한번 생각해 보자고. 어차피 지금은 루나 네가 직접 지도할 성기사들은 없으니까, 당분간은 네가 운영에 신경을 좀 써 줘라.”
“지금이야 제가 임시로 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전문가를 쓰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거야 당연하지.”
에덴에서 교단을 운영했던 것과는 난이도부터가 다르다. 지구의 사회 구조는 에덴에 비해서 훨씬 더 복잡했으니까.
그렇기에 루나는 어디까지나 임시직이다.
덩치가 커지기 전에 교단의 재정과 운영을 관리해 줄 인력을 수급하는 건 필수였다.
“안 그래도 최 대표한테 사람을 구해 달라고 부탁드려 뒀어. 걱정하지 마.”
“다행이네요.”
백명교 놈들은 이미 우리보다 더 본격적으로 교세를 확장 중이다.
전각련과 손을 잡았으니 아마 기성 종교들보다 훨씬 위협적인 경쟁 상대가 될 것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괜찮다.
우리에게는 아직 백명교 놈들이 얻지 못한 강점이 있었으니까.
“민수 형제님.”
“예, 교황님.”
“리멘 교단 미튜브 채널 성장세는 어떻습니까?”
“놀라운 수준입니다. 특히, 지난번에 루나 님께서 하이브 길드의 방송에 출연한 이후로 급격하게 트래픽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메일로 루나 님에 관한 영상이 언제 올라오는지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내가 봐도 확실히 인상적인 데뷔였다.
등장하자마자 하이브 길드의 정예들을 상대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 줬으니 말이다.
거기에 연예인의 뺨을 후려치는 비주얼까지 보유했으니,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번 몬스터 웨이브 때 내가 보여 줬던 모습도 그렇고, 이번에 루나가 보여 준 모습도 그렇고.
화제성만큼은 우리가 백명교보다 위다. 아니, 압도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들에게 리멘 교단의 이름이 확실하게 각인된 건 사실입니다.”
“그 관심을 신규 플레이어 유입으로 바꾸기만 하면 되겠네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규 플레이어 유입은 단순히 인지도만으로는 힘들 수도 있습니다.”
“아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백명교 놈들조차 따라올 수 없는 혜택은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근래에 급한 일들이 연달아 터지는 바람에 제대로 홍보를 못 했다만, 지난번에 승우를 데려오면서 신규 플레이어들의 경험치 획득량을 30프로나 올려 주는 계몽> 특성을 확보했다.
게다가 새로운 선지자인 승우가 교단에 합류한 덕에 1달 동안 90프로, 즉 2배에 가까운 경험치가 추가된다.
경험치를 축적함으로써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플레이어들에겐 이만한 혜택도 없다.
내가 에덴에서 경험했듯, 초반 구간의 추가 경험치는 굉장히 유의미한 차이를 가져다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혜택을 최대한 멋들어지게 홍보만 하면 될 뿐이다.
그리고 때마침 좋은 아이디어도 떠올랐다.
“내일 리멘 교단 계정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봅시다. 레오와 루나를 대중들에게 제대로 소개할 겸, 신규 플레이어들도 유입시킬 겸 해서요.”
원래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법이거든.
그 후로 우리는 라이브 방송에 대한 계획을 수월하게 세워 나갔고, 내일 오후 3시에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거기까진 좋았다.
딱, 거기까진.
4.
빌드 업은 완벽했다. 민수 씨의 미튜브 채널과 우리 교단의 공식 채널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예고했고, 기다렸다는 듯이 관심이 집중되었다.
기자들의 취재 요청은 물론이며, 공중파 방송국에서조차 송출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해 왔으니 효과는 확실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날은 밝았고, 다음 날 오후 3시.
서울특별시 용산구에 위치한 이능관리부 제2청사.
구름 한 점 없이 맑음.
이능관리부 측과 연계해서 루나의 전투력 측정부터 시작하겠다던 우리들의 계획은.
콰아아아아아앙-!
하늘 높이 피어오른 거대한 불기둥과 함께 파멸적으로 산화해 버렸다.
이능관리부의 건물에서는 푸른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법이군요. 공격당한 거 아닐까요?”
루나의 침착한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캠프파이어를 저렇게 격렬하게 할 리는 없잖아.”
“제가 말씀드렸죠? 성하만 따라다니면 심심할 일 없다고. 아주 그냥 사고뭉치라니까.”
“난 진짜 억울해.”
누가 봐도 테러였다.
높디높은 빌딩의 중간층에서 치솟아 오른 불길은 빠른 속도로 상층부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루나의 말대로, 자연발화가 아니라 마력으로부터 탄생한 불꽃.
폭발적으로 주위를 휩쓰는 마력은 물론이고, 저토록 푸른 불꽃은 마법이 아니고선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리고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
-방금 전에 라이브 방송 켜서 들어왔는데 이거 뭐임? 연출이냐?
-???????
-저기 용산 이능관리부 2청사 아님?
-본인 용산구 사는데 방금 문자 떴다;; 정체불명의 테러 단체에 공격을 받고 있으니, 주변 지역에 위치한 시민들께서는 안내에 따라 대피소로……
-진짜임?
-와;;; 진짠데? 님들 뉴스 틀어 보셈. 공중파 방송사들 속보로 보도하고 있음.
하필이면 라이브 방송이 켜진 지 5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미리 방송을 켜 둔 다음, 사람들이 모이면 오프닝을 할 예정이었다.
“오프닝은 개뿔.”
장사도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 가게가 불타 버린 셈.
졸지에 우리 교단의 라이브 방송은 ‘테러 생중계’로 전환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런 돌발 상황은 우리들의 노련한 미튜버, 민수 씨에게도 큰 충격을 가져다준 듯했다.
“교황님. 이대로 라이브 방송은…….”
“힘들겠죠. 저도 압니다.”
백번 양보해서 의문의 빌런 집단이 서울 한복판의 이능관리부 건물을 공격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왜 하필이면 우리가 라이브 방송을 결정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지냐고.
차라리 우리가 이곳에서 방송을 할 것이라는 단서를 남겨 뒀으면 그나마 수긍하기 쉬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단 하나의 단서조차 남기지 않았다.
한마디로 우연이 겹친 결과란 뜻.
설마 이것도 빌어먹을 인과율의 농간인 걸까?
“이능관리부의 건물이 공격당한 적이 있습니까?”
혹시나 해서 민수 씨에게 물어봤다.
습격이 비교적 자주 일어나는 일일 수도 있잖아.
하지만 민수 씨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요.”
그래, 그럴 리가 없지.
띠리리리리링-!
정신이 없던 차에 전화가 왔고, 나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당연하게도 이능관리부의 김 팀장이었다.
-시우 님! 현재, 정체불명의 빌런들에게 2청사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부탁하셨던 촬영 협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김 팀장님.”
-고위 등급의 마법 계열 플레이어가 다수 테러에 가담했습니다. 혹시 시민들의 대피를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김 팀장님은 어딥니까.”
-저는 신경 안 쓰셔도 커허어어억.
-뭐야? 죽기 전에 아내에게 안부 전화라도 하고 있는 거야? 아저씨 로맨티스트네? 이러면 곤란하다구.
띠리링.
알 수 없는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불타고 있는 이능관리부의 청사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김 팀장이 저 안에 고립되어 있는 상황인 듯하다.
“……이 정도의 푸른 불꽃을 사용하는 빌런이라면, 청화의 이세희입니다. 3년 전에 S급 판정을 받은 괴물이죠.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민수 씨가 주먹을 꽉 움켜쥐면서 중얼거렸다.
“6개월 전, 강원도 지역의 게이트 현장에서 중견 길드 하나를 혼자서 학살한 이후로 흔적을 찾을 수 없던 빌런입니다. 그 밖에도 그녀의 악행은…….”
“설명 더 안 해 주셔도 돼요. 한마디로 어마어마한 썅년이라는 거잖아요, 그쵸? 성하. 가만히 지켜만 보실 거예요?”
어느새 갑옷을 소환한 루나가 이를 부드득 갈았고, 레오 역시 그 옆에서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럴 리가.”
“그럴 줄 알았지. 그러면 들어가기 전에 하나만 물어볼게요.”
루나는 나를 바라보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
“죽여도 돼요?”
“반항하면.”
“음, 애매하네. 일단 대가리부터 박살 내고 생각하면 된단 뜻이죠? 좋아요. 레오야, 우리가 먼저 길을 열어 드려야지 않겠니?”
“좋습니다, 레벤톤 경. 선봉에 서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우리 동생이랑 같이 선봉에 서는 것도 되게 오랜만이네. 역시, 지구로 넘어오길 잘했어.”
둘은 가볍게 대화를 주고받은 뒤, 곧바로 건물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의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민수 씨가 인상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하필이면 라이브 방송 날 테러라니……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그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대답했다.
“저희들이 운이 없는 걸까요, 저 테러범들이 운이 없는 걸까요?”
“예?”
“금방 끝내고 오겠습니다. 라이브 방송은 다녀와서 마저 하도록 하죠.”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