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57)
57화
5.
다음 날 아침.
“시연이 정말 이게 소원이야?”
“응! 큰오빠는 나 학교 데려다주는 거 싫어?”
“그건 아닌데…… 그냥 좀.”
“에이, 성하. 시연이가 뭐 비싼 거 사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려운 걸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동생을 배움의 터까지 데려다주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이에요?”
“맞습니다, 성하.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 등교시켜 주는 건 나도 좋아. 좋은데 그냥…….”
나는 말끝을 흐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까부터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들 때문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면서 수군거리고 있었다. 초등학생부터 시작해서 교복을 입고 있는 중고등학생, 거기에 출근길로 보이는 어른들까지.
주위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되고 있었던 것이다.
“우와아아! 저 사람들 그 사람들 아니야?”
“맞네, 맞아.”
“저 키 큰 아저씨가 폴더좌지? 진짜 사람 잘 접게 생겼다.”
“누나 진짜 예쁘지 않냐? 와, 오늘 학교 가서 자랑해야겠다. 사진 같이 찍어 달라고 하면 안 되나?”
누가 보면 유명한 아이돌 그룹이라도 온 줄 알겠다.
나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그들의 관심에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시연이를 보았는데,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푸흡.”
“큰오빠 왜? 나한테 뭐 묻었어?”
“그냥, 시연이 오늘따라 더 귀여워서.”
시연이의 어깨는 미묘하게 올라가 있었다. 소위 말하는 으쓱거리는 상태.
게다가 표정도 밝은 것이, 기분이 엄청 좋은 모양이다.
어젯밤 삼겹살을 먹기 전에 시연이가 나한테 했던 부탁은 이랬다.
「시연: 큰오빠랑 레오 오빠랑 루나 언니랑 다 같이 학교까지 데려다줘. 어제 학교에서 애들이 오빠들이랑 루나 언니 나오는 미튜브 보고 있어서, 내가 저 사람들 우리 가족들이라고 했거든? 근데 최성현이라는 남자애가 거짓말하지 말라는 하는 거야! 너희 큰오빠 실종된 거 다 아는데, 관심이 그렇게 좋냐더라구. 걔 막 욕도 하고 다니고, 다른 친구들도 때리고! 놀리고! 진짜 나쁜 애야.」
「나: 음, 그래서 오빠랑 같이 등교하고 싶은 거야?」
「시연: 응!」
「나: 알았어. 근데 작은오빠는 같이 안 가도 돼?」
「시연: 응!!」
……이상, 어젯밤 회상 끝.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오늘 아침에 몇 가지 주문이 추가되었다.
그것은 바로.
“사제복을 빨았다고 할걸.”
“축성받은 천이라서 빨 일도 없잖아요? 그리고 어차피 저 때문에 주목받는 건 못 피하셨을걸요. 지구에 이런 말이 있던데,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성하도 이 관심을 즐겨 보시는 게 어떨까요?”
나와 레오는 사제복을 입을 것.
그리고 루나는 그 ‘삐까뻔쩍한 갑옷!’을 입을 것.
이 두 가지였다.
내가 고민을 하기도 전에 루나와 레오는 전격으로 찬성해 버렸고, 그 결과 이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관심이 막 부담스러운 건 아니었다.
에덴에서도 우리가 나타나는 곳마다 사람들이 달려와서 눈물까지 흘리며 기뻐했으니까. 그에 비하면 이 정도의 관심은 귀여운 수준에 속한다.
그리고 나 역시 관심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부끄럽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귀찮아서 그렇지. 귀찮아서…….”
평화로운 아침만큼은 방해받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잠시 후, 귀찮다는 말을 내뱉은 걸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큰오빠. 미안해…… 내가 괜한 부탁을…….”
시연이가 나를 바라보면서 코를 훌쩍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시, 시연아. 너를 데려다주는 게 귀찮다는 게 아니라 오빠는 그냥…….”
“시연아, 언니한테 와.”
루나는 시연이를 살짝 안아 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소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나뿐인 여동생의 부탁을 이렇게나 무참히 짓밟다니. 이 냉혈한.”
“저 역시 이번 건은 성하가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레오까지 거드는 걸 보니 아주 그냥 둘 다 날 잡았다.
나는 둘을 번갈아 가면서 노려보았지만, 곧 한숨을 푹 내쉬면서 체념했다.
그렇게 내가 시연이를 바라보면서 안절부절못할 때쯤이었다.
루나의 갑옷에 얼굴을 비비적거리고 있던 시연이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최성현이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시연이의 시선이 닿은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시연이 또래의 남자아이가 책가방을 멘 채로 멍하니 우리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약간 얼이 빠진 표정.
시연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자아이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더니 그야말로 ‘우쭐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말했지? 우리 가족들이라고?”
“진, 진짜였어? 애들이 너 큰오빠 실종되었다고 했는데. 그냥…… 그냥 코스프레하는 사람들 아니야? 네가 돈 주고 알바 썼지!”
“아니야! 진짜 우리 오빠야!”
“응, 절대 안 믿어!”
요새 애새끼들 참 무섭다.
남의 가족 신상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거기에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가, 상상력도 참 풍부하다.
돈 주고 알바를 고용했다는 추론까지 할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건방진 놈.
나는 여유롭게 최성현이라는 남자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무릎을 잠시 굽혀 녀석과 눈을 마주쳤다.
“네가 성현이라는 새끼…… 아니, 친구구나. 만나서 반갑다. 형은 김시우라고 해. 시연이 큰오빠야.”
“안녕……하세요.”
“그래, 성현아. 인사성이 밝아서 참 좋구나. 그런데 성현이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니?”
그러자 녀석은 개미가 기어 다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검은…… 교황.”
“오, 잘 알고는 있네. 그럼 저 뒤에 있는 두 사람은 누군지 알아?”
“폴더좌랑 누나……요.”
참고로 루나의 별명은 그냥 누나다. 루나에 두음법칙을 적용시키면 누나가 되기 때문에 지어진 별명이다.
나는 성현이의 친절한 대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용히 녀석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댄 다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시연이네 큰오빠가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는 누구한테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한 번만 더 내 동생한테 말 그딴 식으로 하면 형 못 참는다? 너 레오가 사람 얼마나 이쁘게 잘 접는지 알지?”
끄덕끄덕.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성현이.
눈치 하나만큼은 인정해 줄 만하다.
“레오 저 녀석이 어린아이는 더 잘 접어. 어린아이들은 작고 부드럽거든. 성현이 눈치 빠르니까 형 말 대충 이해했지?”
“예, 예!”
“그래, 알아들었으면 된 거지. 요새 어린 애들이 참 똘똘해서 좋아. 학교 가면 친구들한테 형이 해 준 이야기 꼭 전하고, 아, 그리고 형 말을 부모님한테 이르면 어떻게 되는지도 알고 있을 거야. 그치?”
끄덕끄덕끄덕.
원래 법보다 무서운 게 주먹이다. 내가 고작 초등학교 3학년짜리한테 이렇게 치졸하게 구는 이유는 단순히 날 곤란하게 만들어서가 아니다.
이게 다 나쁜 길로 새지 않길 발하는 어른으로서의 따끔한 훈계다.
……아님 말고.
아무튼 나에게 따끔하게 훈육을 당한 성현이는 곧장 시연이를 바라보면서 몇 번이고 허리를 숙였다.
“괴롭혀서 미안해! 앞으로 안 그럴게! 용서해 줘! 학, 학교에서 보자!”
그 말을 끝으로 성현이는 뒤돌아서 전속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빠르게 멀어지는 녀석의 뒷모습을 만족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슬쩍 웃으면서 시연이에게 말했다.
“어때. 오빠 잘했지?”
그러자 시연이가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면서 크게 웃음을 지었다.
“역시, 우리 큰오빠가 최고!”
“그럼 아까 오빠 말실수 용서해 주는 거야?”
“당연하지!”
그렇게 잠깐의 해프닝이 끝나고, 우리들은 다시 시연이와 함께 등교를 시작했다.
나와 리멘 교단이 이제 정말 유명해졌다는 것이 실감 나는 등굣길이었다.
6.
시연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나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우리들은 가는 곳마다 인파를 몰고 다녔다.
누군가는 사인을 요청했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연예인들의 삶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봐 준다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리멘의 이름을 전파할 수 있는 기회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작 왕복 20분이면 될 등굣길은 2시간이 되어 버렸고, 마침내 우리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나와 레오가 정신적 피로감에 찌든 상태였다.
“지구는 참 즐거운 곳이야. 순식간에 이렇게 유명해지다니! 에덴에서는 한참 걸렸는데 말이죠. 안 그래요, 성하?”
“……그래.”
“저는 지구에서 태어났어야 했나 봐요. 적성에 맞네.”
물론 현재 대한민국에서 제일 뜨거운 ‘누나’라고 할 수 있는 루나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루나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고 있었다.
스타들은 타고나는 법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다.
난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보단 차라리 마물의 대가리를 뽑는 게 쉬울 것 같은데 말이야.
“형. 도대체 밖에서 뭐 하고 온 거야?”
지난밤 소주를 두 잔 마시고 깊은 잠에 들었던 인욱이가 손에 스마트폰을 든 채로 거실로 나왔다.
그러더니 곧 나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건네주었는데, 화면에는 익숙한 사진들이 담겨 있는 기사가 담겨 있었다.
-(사진)어린 초등학생을 따듯하게 안아 주는 리멘 교단의 ‘검은 교황’ 김시우.
-(사진)다가온 팬들과 기꺼이 사진을 찍어 주는 ‘누나’, 루나 레벤톤.
-(사진)사람들 앞에서 종이접기 퍼포먼스를 보여 주고 있는 ‘폴더’ 레오 루멘.
가만 보자, 첫 번째 사진은 아까 내가 최성현의 귀에 대고 협박을 하고 있는 사진이고.
두 번째 사진은 남학생들의 스마트폰을 강제로 빼앗아서 사진을 찍고 있는 루나의 모습이고.
세 번째 사진은 누군가 ‘접기’ 쇼를 보여 달라고 해서, 문방구에서 구매한 색종이로 종이를 접는 레오의 모습이고.
언제 찍은 건지는 모르겠다만, 사진의 구도를 봐서는 보통 실력이 아니다.
전문적인 파파라치들에 의해 찍힌 사진들이 되시겠다.
뭔가 의미가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나는 그 사진들을 확인한 다음, 다시 스마트폰을 인욱이에게 돌려주었다.
“보는 바와 같이.”
“시연이 데려다주고 온 거 아니었어? 그런데 그렇게 튀는 복장을 입고 간 거야?”
“오해하지 마. 시연이가 직접 주문한 거였다고. 나는 처음엔 반대했어.”
“음, 그래? 시연이가 그랬다면 그런 거겠지.”
이 자식, 분명 내가 자발적으로 입고 나갔다고 했으면 한 소리 했을 거다.
앞으로 인욱이의 잔소리를 시연이를 통해서 해결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어차피 그렇게 안 입고 나갔어도 관심받는 건 당연했을 것 같기는 해.”
“왜?”
“형이 한번 생각해 봐. 190은 훌쩍 넘기는 거구의 백인 남성과, 누구라도 한 번쯤은 뒤돌아보게 만드는 백인 여성.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다부진 체격의 동양인 남성. 이 조합이 그렇게 흔할 것 같아? 가뜩이나 어제 테러 사건 때문에 유명해졌는데, 사람들이 못 알아볼 리가 없지.”
생각해 보니까 맞는 말이다.
우리가 요새 사람 많은 곳을 잘 안 가서 자각하지 못했을 뿐이지, 우리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해진 트리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연예인들에게나 붙는 파파라치들이 우리들의 사진을 곧바로 올린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인욱아.”
“어.”
“아까 보니까 포털 사이트에서 내 이름 검색해서 나온 결과던데, 아침부터 형 이름은 거기에 왜 검색하고 있냐?”
한번 놀려 볼까 해서 던진 질문이었으나, 돌아온 인욱이의 대답이 의외였다.
“형이 돌아온 게 꿈이 아닌가 싶어서 가끔 검색하곤 해.”
평소 같았으면 낯간지럽게 뭔 개소리냐고 했겠다만, 그렇게 말하는 인욱이의 표정이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다. 그래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얘는 가끔 이렇게 내 할 말을 빼앗아 버리고는 한다.
저런 말을 할 때는 저렇게 진지한 표정을 안 지어도 되는데 말이지. 가만 보면 인욱이 이놈도 별날 때가 많다.
그래도 살짝 오글거리는 멘트였던 건 자각했는지, 인욱이는 헛기침을 몇 번 내뱉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나에게 물었다.
“형 오늘도 신전으로 출근하나?”
“응. 내일 할머니 모시러 가야 하니까 오늘 미리 끝내 둬야지.”
근래에 너무 밖으로 싸돌아다니기만 해서 정작 중요한 걸 못 챙겼다.
“교단의 내실을 좀 다져야 하거든.”
“내실?”
“그런 게 있어.”
[현재 사용되지 않은 신성 점수>와 성유물 점수>가 남아 있습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빨리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그동안 틈틈이 쌓아 온 신성 점수와, 지난번 이계의 신격을 잡으면서 얻었던 성유물 점수.
나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창을 닫으면서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인욱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치트키는 쓸 수 있을 때 써야지. 안 그래?”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