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58)
58화
18. 내실 다지기
1.
서울 그라운드 제로.
리멘의 권능으로 초목이 자라난 신전 부지 옆쪽에 위치한, 마력 오염으로 인한 통제구역.
“정화 작업이 벌써 이렇게나 진행되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언제나 시우 님께서는 예상을 뛰어넘으시는군요.”
“과찬이십니다. 리멘께서 은총을 내리신 덕분이지요. 최상급 마정석 광산을 신성석으로 바꿨지 않습니까? 이능관리부의 도움도 컸습니다.”
“아닙니다. 응당 리멘 교단에게 주어졌어야 할 권리였습니다.”
이능관리부의 김 팀장은 감탄사를 내뱉었고, 나는 그의 말을 받으면서 웃음을 지었다.
김 팀장의 말대로 기존의 마력 오염 지역 대부분이 제염된 상태였다.
즉, 정화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단 뜻이다.
지난번에 민수 씨가 소개해 줬던 마이스터 길드 아나키>에서 파견한 플레이어들의 공도 컸다.
그들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신성석을 채굴해 주는 중이었다.
아나키>의 길드 대표인 강호 씨의 이야기에 따르면 채광이 가능한 플레이어들 대부분이 열성적으로 채굴 작업에 자원했다고 한다.
신성석 광산에서 일하고 잔병이 나았다는 이야기가 퍼졌다던가?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신성석 광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성력은 인간의 자연 회복력을 극대화시켜 주니까.
“이 속도 대로라면 올해 안으로 아크를 해체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크라고 하면 서울 그라운드 제로의 주위를 둘러싼 거대한 장벽.
나는 김 팀장을 바라보면서 넌지시 물었다.
“하루빨리 해체하고 싶으신 마음인 것 같습니다?”
“아크는 서울의 심장부에 남겨진 흉터이기도 합니다. 아크를 해체하고, 정화가 완료된 그라운드 제로가 공개된다면 국민들에게 또 하나의 희망이 되어 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 팀장은 헛기침을 몇 번 내뱉은 다음, 조용히 말을 이어 갔다.
“아크에 포함되어 있는 미스릴을 재활용할 수 있게 되겠지요.”
“아아, 예산 문제로군요.”
“장벽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가 있으니까요. 미스릴을 재활용해서 판매할 수만 있다면, 상당한 예산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아크를 세우기 위해 대량의 국채를 발행하였습니다.”
한마디로 굉장히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뜻이다.
말이 아크지, 까놓고 보면 꽤 흉물스러웠던 장벽에는 수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던 것이다.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짓는 김 팀장을 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나저나 저희가 전달한 이세희에 정보에 관해선 확인하셨습니까?”
“유선호 장관님께서 직접 확인하시고, 청와대에도 보고가 들어간 상황입니다. 테러의 배후에 중국이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사안인지라, 상부에서는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2일 전, 중국 정부 측에서 비공식적으로 항의를 해 왔으니까요.”
2일 전이면 테러 발생 이전인데, 중국과 무슨 이유로 충돌을 한 걸까?
김 팀장은 내 얼굴에 떠오른 의문을 눈치채고는 빠르게 해소시켜 주었다.
“시우 님께서 와해시키셨던 오크 무리가 2일 전, 압록강을 넘어 단둥시를 습격했습니다.”
“그런 안타까운 일이.”
“미리 파악하고 있었기에 피해는 적었으나, 대한민국 정부 측에서 오크들을 섬멸하지 않은 탓에 발생한 피해라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더군요. 어찌 되었든 현재 그러한 이유로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나는 김 팀장의 말에 피식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언제는 좋았던 적이 있었나요?”
“물론 없습니다.”
“그래도 저 때문에 벌어진 일 같아서 신경이 쓰이네요.”
“그런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시우 님 덕분에 저희는 최악의 몬스터 웨이브를 아무런 사상자 없이 막아 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시우 님의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 이후의 문제는 저희가 마땅히 해결해야 할 문제고요.”
나는 김 팀장의 말을 들으며 조용히 앞을 바라보았다.
정화자>라는 놈들이 중국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거기에 이세희의 증언을 통해서 대한민국 곳곳에도 마수가 뻗쳐 있는 것도 파악했다.
지난번에 이곳의 마정석 광산을 오염시킨 것도, 오크들을 대한민국에 밀어 보낸 것도, 아마 녀석들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백명교는 도대체 어디에 선 놈들일까?
신성 계열 플레이어들에게 선택지가 열려 있다는 뜻은 그들 역시 신성력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집단이란 뜻이기도 하다.
“모르겠네.”
사람들을 거리낌 없이 학살하는 놈들이나, 본인들의 목적을 위해 기꺼이 다른 이들을 희생시키는 놈들이나, 내 기준에선 둘 다 쓰레기 같은 새끼들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결국 두 집단 모두 우리와 맞서 싸우게 될 운명이란 것.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그 미래를 대비해서 교단의 교세와 전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내가 이렇게 김 팀장을 이곳으로 불러낸 것이기도 하고.
“김 팀장님. 저희 교단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플레이어들을 육성해 볼까 합니다. 기독교나 불교에서는 이미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기성 종교들은 각 종교 재단이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신성 계열 플레이어들의 교육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우리가 질 수야 있나.
내 말에 김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일입니다. 리멘 교단에서 직접 재단을 설립하여 각성자 아카데미를 운영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면 저희 측에서 아카데미 부지를 알아봐 드리면 되겠군요.”
“아, 그런 건 아닙니다.”
나는 씨익 웃으면서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우우우우웅!
그러자 곧 신전의 옆쪽에 빛이 뻗어 나가더니, 곧 중세 고딕 양식과 비슷한 생김새의 건물 두 개가 빠르게 모습을 드러냈다.
[신성 점수 1만 점을 사용하여 시설 성기사단 본부 Lv.1>를 구매하셨습니다. 현 시간부로 직분 견습 성기사>가 해금됩니다.] [신성 점수 7,000점을 사용하여 수도원 Lv.1>를 구매하셨습니다. 현 시간부로 직분 견습 사제>가 해금됩니다.]여태까지 모았던 신성 점수를 싸그리 사용해 버렸지만 후회 따위는 없다.
진작에 건설했어야 할 건물들이었기 때문이다.
“대단……하군요.”
김 팀장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 두 개의 건축물을 바라보았다.
눈앞에서 두 개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생겨나는 과정을 직접 지켜보았으니 놀랍기도 할 테지.
리멘이 지구의 시스템과 협약을 맺은 덕분에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었지만, 어찌 되었건 리멘의 능력이다.
“현재까진 신성 계열 플레이어들이 많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당분간은 이곳에서 플레이어들을 키워 나갈 생각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정부 측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신성 계열 플레이어라고 한들, 기본적인 각성자 프로그램은 이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립 각성자 아카데미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약간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리멘 교단은 광신자가 되기를 권하는 교단이 아니다.
우리가 권하는 건 세상과의 부드러운 조화다. 신성력의 사용법을 전수하는 건 우리가 세상 제일이겠지만, 플레이어를 키우는 건 별개의 문제다.
따라서 전문가들의 도움은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가까운 곳에 그 전문가들이 있었다.
“제가 얘기를 들어 보니까, 서울에 위치한 국립 각성자 아카데미가 다른 사립 아카데미와 비교하더라도 훨씬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데…… 아, 저희 교단의 인원들을 무조건 받아 달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제 부탁이 부담되신다면 잊어 주셔도 좋습니다. 뭐, 살짝 섭섭하긴 하겠지만요. 하하!”
“아…….”
“절대로, 절대로 날로 먹겠다는 심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그냥 그런 관계가 앞으로 우리 리멘 교단과 대한민국 정부 사이에 가교가 되어 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하하하!”
이 정도면 충분히 알아들었겠지.
나는 웃으면서 김 팀장을 바라보았고, 김 팀장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고개를 힘겹게 끄덕였다.
“제가…… 유선호 장관님께…… 잘 말씀…… 드려 보겠습니다.”
“역시, 믿고 있었습니다. 그럼 신전 안에 들어가서 차라도 한잔하실까요? 우리 레오가 차 하나는 기가 막히게 내리거든요. 자자, 가시죠.”
“예…….”
오고 가는 정 속에 신뢰가 싹트는 거 아니겠어?
이런 게 진짜 내실을 다진다는 거지, 암.
2.
김 팀장은 긍정적인 대답을 약속하고 돌아갔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이능관리부 내에서의 입지가 굉장히 높아졌다고는 들었는데, 아마도 그건 유선호 장관으로부터 신임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우호적인 사람에게 많은 권한이 허락되는 건 좋다.
선을 넘게 되면 정치권과 결탁했다는 안 좋은 꼬리표가 따라다닐 수는 있겠다만, 어디까지나 선을 넘을 경우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정도면 괜찮다.
“아직은 담당해야 할 플레이어들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까 너희들이 당분간만 고생 좀 하자.”
“당분간만…… 이거 악덕 사장들이 많이 쓰는 멘트라던데. 뭐, 어차피 가르치는 거야 어렵지 않으니까.”
“쉬워?”
“당연하죠. 원래 성기사란 고난과 역경에 맞서 싸우면서 강해지는 법. 딱 죽기 직전까지만 굴리면 돼요. 제가 신입 기사단원들 훈육을 도맡을 때, 애들을 마굴에 던져 넣은 적이 있었는데, 아니 글쎄…….”
본인의 손으로 신입들을 악의 구렁텅이로 밀어 버렸단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늘어놓는 루나.
그녀가 앞으로 맡게 될 성기사 지망생들의 명복을 빌어 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럼, 사제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레오가, 성기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루나가 맡는 거로 한다? 이의 없지?”
“예.”
“알겠습니다, 성하.”
단언컨대 신성 계열 플레이어들은 그리 손이 많이 가진 않을 거다.
시스템이 존재하는 이상, 그들은 알아서 잘 클 것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제공해야 할 것은 신앙심을 키워 갈 수 있는 계기와 신성력에 대한 지식 정도.
그 두 가지만 충족하면 그들은 시스템의 힘과 더불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바로 그 증거기도 했다.
“좋아, 신규 플레이어들에 대한 문제는 해결했고.”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 보도록 하자.
“성유물도 하나 소환할 수 있지.”
이계의 신격을 소멸시키면서 새롭게 업데이트되었던 성유물> 카테고리.
얻은 이후부터 정신없이 바빠서 제대로 확인을 못 했다만, 지금이야말로 성유물 시스템을 제대로 확인할 적기였다.
각각 성유물에 담긴 신화들이 다른 만큼, 성유물이 지닌 효과도 다양하다.
당연히 기대가 될 수밖에 없다.
“뭐야.”
하지만 나는 내 앞에 떠오른 메시지 창을 바라보면서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당신은 명령어: 성유물 소환>을 통하여 리멘 교단의 무작위 성유물> 1개를 지구로 소환할 수 있습니다.]“……확률형 아이템?”
나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창을 보면서 탄식을 내뱉었다. 이런 식으로 적용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당황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시스템은 친절히 설명을 덧붙여 준다.
[원하는 성유물을 소환하는 건 인과율>에 크게 위배된다고 판단되어, 부득이하게 무작위성>을 적용하게 되었습니다.]한마디로 밸런스가 크게 무너질까 봐 걸린 제약이란 소린데…….
왜 하필이면 이런 곳에 이런 게 적용이 되냐고.
“성하.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그냥. 기분이 좀 그러네.”
어쩐지 일이 너무 술술 풀린다 했다.
나는 꺼림칙한 표정으로 메시지 창을 확인한 다음, 다시 한번 크게 한숨을 뱉어 냈다.
리멘 교단은 에덴에서 가장 오래된 교단답게 성유물의 종류도 셀 수 없이 다양하다.
레오 같은 사제들은 종류를 달달 외우고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모르는 성유물도 굉장히 많았다.
그중에는 어째서 성유물이라고 불리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성유물도 몇 개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만약 그런 성유물들 중 하나가 소환된다면?
“……에이, 설마.”
나름 한 교단의 교황인데, 그렇게 재수가 없을 리가 있겠어?
그래도 혹시 모른다.
“얘들아. 기도해 줘라.”
“갑자기?”
“하라면 좀 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지.
내 명령에 루나와 레오는 마지못해 손을 모으며 눈을 감았고, 나는 그 둘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주 신중한 목소리로 명령어를 내뱉었다.
“성유물 소환.”
파아아아앗!
[성유물 점수>를 통하여 리멘 교단의 무작위 성유물> 1개를 차원계: 지구>로 소환합니다. 인과율>이 본 소환을 승인합니다.]순식간에 터져 나온 빛은 3초 정도 지속되었고, 나는 그 빛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떴냐?”
최상의 성유물인 리멘의 증표>급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초의 성기사가 사용했던 방패인 신성한 보루>라든가, 아니면 강력한 파마의 힘이 담긴 언약의 팔찌> 같은 것도 괜찮다.
그냥 이상한 것만 아니면 다 상관없……
[성유물 시작의 나뭇가지>가 소환되었습니다.]뭐?
“……나뭇가지?”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