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64)
64화
20. 열도 상륙
1.
집에 강도가 들었다. 그리고 그 강도가 목숨을 위협하면서 집을 불태워 먹으려고 드는데, 그것을 본 친절한 이웃집에서 도움을 주러 왔다.
사람이라면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감동을 받거나, 뜨거운 눈빛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백번 양보해서 감사의 인사는 강도를 물리친 다음에 해 준다고 치자.
그런데 도대체.
“모든 팀원 김시우 각성자님을 중심으로 호위 대형을 펼친다. 저쪽에서 강제로 무력을 행사하면 곧바로 대응한다.”
“예!”
어째서 도움을 주러 온 사람들한테 활주로부터 이런 패악질을 부리는 것일까?
나는 신속하게 내 주위를 둘러싼 이능1팀의 각성자들을 바라보면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일본 측의 각성자들을 바라보면서 주먹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김 팀장님.”
“예, 시우 님.”
“상황 설명 대충 가능하실까요? 제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가서요.”
보통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경우에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 특히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의 각성자 사회에 대한 지식조차 아직까지 백 프로 습득하지 못했다. 그런 마당에 일본의 복잡한 정치 구조에 대해서 알 리가 있나?
아마도 이런 일이 벌어질 걸 대비해서 김 팀장을 이번 파견단에 붙여 준 것일 터.
당연히 김 팀장이라면 알고 있…….
“……죄송합니다. 저희들도 저쪽에서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군. 대한민국 정부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전개라, 이 말이지?
“다만.”
“다만?”
“저자들이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 각성자들인지는 알 것 같습니다. 일본 정부 측에서 저들을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저들은 욱일회라는 단체에 속해 있는 각성자들입니다.”
“이름부터 정체성이 확 드러나서 좋네요. 이해했습니다. 요새 일본은 저런 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겁니까?”
“모두가 욱일회 소속인 건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전각련에 약간 못 미치는 세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녀석들이 오른쪽 어깨에다가 작은 욱일기를 붙여 뒀던 거군.
원래 내가 먹고살기 워낙 바빠서 반일이든, 친일이든 딱히 관심은 없었지만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행위다.
“성하. 말씀만 하십시오.”
어느새 레오는 쓰고 있던 외눈 안경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상태였다.
레오만의 전투준비인 셈이다.
“감히 성하께 무례를 저지르는 이들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철저히 징벌하여, 반드시 본을 보이셔야 합니다.”
“평화주의자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저는 무례한 자들과 평화를 논할 정도로 미련한 사람이 아닙니다, 성하. 그것은 차라리 굴종에 가깝습니다.”
“굴종이라.”
리멘으로부터 한국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받았을 때 어휘 구사력도 함께 받은 건가?
레오가 지난번부터 참 마음에 드는 말만 한다.
나는 레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다음, 천천히 앞을 향해 걸어나가며 말했다.
“어찌 되었든 넌 가만히 있어, 레오. 저놈들은 리멘 교단의 교황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이레귤러한테 말한 거잖아.”
“저도 1주일 전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부하가 말대꾸?”
“……알겠습니다.”
꼭 이렇게 솔직하게 말을 해 줘야 한다니까.
레오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제자리에 섰고, 나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당장에라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력회로를 예열하고 있던 강채아에게 말했다.
“강채아 씨.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김시우 각성자님.”
“제가 이래 보여도 교황입니다. 평화를 사랑하죠. 대화라도 좀 해 보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대한민국의 각성자들을 지나쳤다. 그러자 곧 잔뜩 긴장한 표정의 욱일회 소속 각성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어 욕설이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웃음과 함께 말했다.
“한국말 되시는 분?”
그러자 한국말을 가장 못할 것 같던, 앞 열에 서 있는 사무라이(진짜 사무라이다. 무복에 검을 쥐고 있다!)가 한국말로 소리쳤다.
“김시우! 지금이라도 순순히 우리의 지시에 따르면 무고한 피해자는 없을 것이다! 네놈은 지금 일본의 땅을 밟고 있다!”
“내가 일본은 처음인데, 일본은 원래 이런 식으로 손님 대접하나 봐?”
“일부 정부 놈들은 네 녀석을 원군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네 녀석은 핵폭탄이나 마찬가지다.”
인욱이의 통찰력이 참으로 훌륭하구나. 이 녀석들은 정말 나를 핵폭탄 취급하고 있었잖아?
일단 단서 몇 가지 포착.
일부 정부 놈들이라는 표현을 보았을 때, 저놈들이 현재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만약 그랬다면 급히 대한민국에 전세기를 보내지도 않았겠지.
나는 빠르게 판단을 내린 다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나는 또 일본 정부도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줄 알았잖아?”
“네 녀석이 말하는 일본 정부 인원들은 이미 우리가 밖에서부터 제지하고 있으니 그들의 도움을 기대하지 마라!”
“다시 한번 묻는다. 너희들은 일본 정부를 대표하지 않는다, 맞지?”
“우리 위대한 욱일회는 이 땅의 의지를 따른다! 나약한 정부 놈들 따위는-”
대화는 이만하면 충분했다.
나는 가볍게 손을 휘둘렀고, 내 몸에서 대량의 신성력이 흘러나갔다.
흘러나간 신성력은 순식간에 주위를 장악했다.
그러자 우리와 대치하고 있던 욱일회의 각성자들 사이에서 신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액티브 스킬 교시 Lv. ???>를 시전합니다.] [당신의 신성력이 상대방을 압도합니다!]원래는 말을 듣지 않는 이교도들이나 이단들에게 주로 사용하는 스킬, 교시(敎示).
스킬의 효과는 말 그대로 가르쳐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다만, 반항하는 녀석들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스킬이라 힘이 동반될 뿐이다.
“네, 네놈이 정말 우리를 이렇게…….”
“무례를 먼저 저지른 것은 너희들이니 일단 무릎부터 꿇어라.”
내 신성력이 50여 명의 욱일회 각성자들을 강제로 바닥에 꿇린다.
S급으로 보이는 두어 명 정도가 마지막까지 반항했지만, 지속해서 가해지는 압력에는 더 이상 저항하지 못했다.
나는 나를 향해 무릎을 꿇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일본 정부의 도움을 기대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닌 너희들이야. 솔직히 말해서 나는 여기서 너희들을 죽여도 좋다고 생각하긴 해.”
“네, 네놈이 감히 일본의 영역에서 일본의 각성자들을…….”
“평화를 사랑하는 교황으로서, 일본의 공항을 무단으로 점거한 테러리스트들을 정리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닐까? 봐 봐, 이륙해야 할 비행기들이 너희들 때문에 멈춰 있잖아.”
나는 능글맞게 말하면서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그들은 아까보다 더 두려움이 짙어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 일본 정부의 체면도 있고, 보는 눈도 많으니까 이번만큼은 살려 줄게……가 교황으로서의 입장이고. 이건 한국인 김시우 몫.”
콰드드득-!
“끄아아아악!”
“끄으으윽.”
무릎을 꿇고 있던 녀석들의 오른쪽 어깨가 일제히 비틀렸다. 비명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지만, 녀석들은 움찔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 와중에도 내 신성력이 녀석들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은 딱히 관심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관심이 많아. 어렸을 때 아버지랑 어머니가 역사책을 자주 읽어 주셨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만날 때는 그 표식을 떼든가, 아니면 확실히 가리길 바란다. 아, 그리고.”
나는 유창한 한국말을 자랑하던 사무라이의 앞까지 다가간 다음, 천천히 허리를 숙여 녀석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댔다.
“가서 전해. 핵폭탄인 걸 알고 있으면 건드리지를 말라고. 한 번 더 건들면 확 터져 버린다?”
이것이야말로 평화로운 대화지.
적어도 죽은 사람은 없잖아? 안 그래?
2.
욱일회 놈들이 말한 일본 정부의 인원들은 공항 내부로 들어와서야 만날 수 있었다.
“불미스러운 일을 겪게 해 드린 점, 정말 죄송합니다. 전부 다 저희들의 불찰입니다.”
180cm쯤 되어 보이는 키.
스포츠머리에 얇은 눈매. 그리고 그 눈매 틈에서 묵직하게 빛나는 눈동자.
처음에는 한국말이 유창한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강채아와 나누는 인사를 듣고 나서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랜만입니다, 류진영 씨.”
“오랜만에 뵙습니다. 건강해 보여서 참 다행입니다.”
그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니라 류진영이었다.
한국에서 류완용이라고 불린다는, 일본으로 건너간 디재스터급 귀환자 말이다.
류진영은 디재스터급 귀환자라는 말에 걸맞게 확실히 굉장한 수준의 마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마력회로 역시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한 가지 의문인 점은 강채아를 비롯한 정부 측 인원들과 류진영의 사이가 썩 나빠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야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그들에게는 배신자나 다름없는 인물이지 않은가?
“어머니께서는 잘 계신가요?”
“대마도에 계십니다. 부산의 바다가 멀리서 보이신다고, 일본으로 넘어온 이후로 계속 그곳에 계시죠.”
강채아와 류진영은 가족까지 아는 사이일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 것 같다.
둘은 서로 정중하게 인사를 주고받고 있었지만, 둘의 눈빛은 사뭇 달랐다.
‘……꼭 옛 연인을 바라보는 눈빛이네.’
특히, 강채아는 애틋하면서도 안타깝다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류진영은 고개를 돌려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김시우 각성자 님. 부디 저희들의 불찰을 용서해 주셨으면 합니다. 일본 이능청 소속 류진영입니다.”
“김시우입니다. 혹시 제가 방금 전에 벌인 일이 문제가 되겠습니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제가 볼 때는 류진영 씨 혼자서 정리할 수 있는 놈들이었을 것 같은데요.”
이 남자에 비하면 아까 그놈들은 진짜 버러지들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딴 놈들이 류진영을 막아 세웠을 거란 생각은 안 한다.
나는 난감해하는 류진영을 바라보면서 희미하게 웃었다.
“상식적으로 살기 참 힘든 세상입니다. 그렇죠?”
“동감합니다. 그리고 정말…… 죄송합니다.”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류진영 씨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묻고 싶은 게 많긴 한데, 나중에 여쭤보도록 하죠.”
한 가지 확실한 건 류진영은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의 인물은 아니란 점이다.
매국노, 배신자.
한때 류진영은 정부 소속의 귀환자였다고 들었다. 그런 그가 정말로 동료들을 배신하고 떠난 것이라면, 강채아가 저런 식으로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을 리가 없다.
강채아는 애국자였으니까.
그리고 내가 아는 매국노나 배신자들은 보통 저렇게 미안해하지 않는다. 차라리 뻔뻔하고 당당하게 행동하지.
나와 그렇게 인사를 나눈 류진영은 내 뒤에 서 있던 김 팀장을 바라보았다. 둘도 구면이었던 걸까? 류진영은 정말 반갑다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김동식 팀장님. 오랜만입니다.”
“진영 씨.”
“상황만 아니었어도 더 살갑게 맞이해 드렸을 텐데…… 아쉽습니다.”
잘됐다. 나중에 김 팀장에게 물어보면 되겠네.
그렇게 류진영은 우리 파견단과 골고루 인사를 나눈 다음,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든 하워드를 비롯한 미국의 각성자들은 이미 베이스캠프에 도착해 있습니다. 그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야마타노오로치는 센다이 시 북측에 출현한 것으로 아는데, 철도 이동이 빠르지 않습니까?”
“현재 도호쿠 신칸센은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일부 철도가 손상되어 긴급 복구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따라서 차량을 통해서 이동할 예정입니다.”
대한민국만 시끄러운 게 아니란 게 확실히 체감된다.
그렇게 우리에게 간단하게 설명을 해 준 류진영은 우리를 이끌고 곧바로 공항 밖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VIP들만 이용할 수 있다는 통로를 통해서 공항 밖으로 나오자 곧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고급형 세단과 승합차를 마주할 수 있었다.
고급형 세단은 서 대통령이 타고 왔던 차량처럼 방호 마법이 걸려 있었고, 승합차도 마찬가지였다.
“김시우 각성자께서는 세단에 타시면 되고, 나머지 분들은 승합차에 탑승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욱일횐가 뭔가 하는 놈들은 절 핵폭탄 취급하던데, 정부 측은 아닌가 봐요?”
“이웃의 위기에 선뜻 나서 주신 분들을 위한 작은 성의일 뿐입니다.”
“김 팀장님과 같이 탑승해도 됩니까?”
“편하실 대로 하십시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다음, 레오를 손짓으로 불렀다. 그리고 레오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승합차에 타서 우리 각성자들 지켜 줘라. 혹시 모르니까 차체에 축성도 해 두고. 알겠지?”
“……알겠습니다.”
“절대로 네가 몸집이 커서, 차 같이 타기 싫어서 이러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오해하지 마.”
“오해 안 합니다, 성하.”
“눈은 안 그런데?”
“……그것이야말로 오해입니다, 성하.”
일단 그렇다고 치자고.
그렇게 우리는 인원을 배분하여 차량에 탑승했다. 그리고 내가 세단의 문을 닫으려던 찰나, 류진영이 직접 차 문을 닫아 주면서 말했다.
“일본에 오신 것을 다시 한번 환영합니다.”
여행을 온 사람에게 해 주는 듯한 환영 인사.
나는 그의 말에 그저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