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65)
65화
3.
나리타 국제공항에서 센다이 시까지는 약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원래라면 그 근처의 공항에서 착륙하는 게 베스트였지만, 야마타노오로치로 인해서 항로가 봉쇄된 상태라고 했다.
국가위기급 마수.
거창한 이름에 걸맞게, 야마타노오로치를 따르는 마수들의 숫자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덕분에 차 안에서 잠깐의 의문을 해결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일본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김 팀장에게 말했다.
“류진영 씨랑 친분이 좀 있으셨습니까?”
“3년 전, 류진영 씨가 지구로 귀환했을 당시, 제가 직접 류진영 씨를 데리러 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시우 님과 꽤 비슷한 상황이었네요.”
“아까 보니까 성격이 참 점잖은 것 같던데.”
“진중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입니다. 레이나드라는 세계에서 마탑이라는 조직의 간부로 있었다고 합니다. 귀환하는 당시에 방대한 마력량이 느껴졌기 때문에 상부에서는 이미 디재스터급 귀환자란 걸 알고 있었습니다.”
마법이 있는 세계로 전이되었던 모양이다. 에덴에도 마탑이라는 조직이 있었으니, 크게 이상할 것도 없었다.
나는 김 팀장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까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에 대해 물었다.
“제가 알기로는 류진영 씨가 정부 소속으로 활동했었다는데, 책임감이 강한 사람은 보통 그런 선택을 안 하지 않습니까?”
“그런 선택이라고 하신다면…….”
“사람들은 류진영 씨를 보고 류완용, 매국노라고 부른답니다. 어떤 이유가 있건 그가 대한민국을 배신하고 일본으로 넘어온 건 맞잖아요.”
넘어오기 2일 전에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고 약속까지 한 사람이다.
아무리 양보해 줘도 그건 기만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김 팀장은 씁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류진영 씨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단 한 번도 배신한 적이 없습니다. 그는 가족들을, 그리고 가족들이 사랑하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귀환한 마법사였으니까요.”
“어떻게 귀환할 수 있었답니까?”
“류진영 씨는 15년이라는 세월을 레이나드에서 보냈습니다. 그는 스승의 도움을 받아 지구로 돌아오는 마법을 연구했다더군요.”
“스승이라.”
모르긴 몰라도 그의 스승은 신격에 이른 존재였을 것이다.
차원계를 넘나드는 건 필멸자에게 허락되지 않은 힘이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도 리멘의 도움으로 겨우 돌아올 수 있었을 뿐이다.
“지구로 귀환한 류진영 씨는 기꺼이 정부에 힘을 보태 주었습니다. 게다가 류진영 씨의 존재 덕분에 많은 숫자의 각성자들이 정부 소속으로 합류하기도 했지요.”
예전에 한 번 들었던 것 같다.
정부 소속 각성자들의 전성기.
아까 보았던 류진영의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기도 하다. 최 대표나 강채아를 상대로도 충분히 압도할 수 있는 실력이었을 테니까.
여기서 꺼림칙한 부분이 하나 있다.
그 정도의 힘을 지녔던 각성자가 본인의 의지로 정부에 합류했고, 국민들 앞에서 당당하게 선언했을 정도면 진심이 아닐 수가 없다.
강채아를 비롯한 정부 소속의 각성자들의 태도와, 김 팀장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결론이 도출된다.
“자의가 아니었다?”
“2030년 6월 12일. 대전과 부산에 측정불가급 카오스 게이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디멘션 오프닝 때와 비슷한 규모의 카오스 게이트 두 개. 전 세계를 둘러보아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디멘션 오프닝 때 생성되었던 최초의 게이트는 지금 우리 리멘 교단의 신전이 있는 서울 그라운드 제로라는 흔적을 남겼다.
대전과 부산의 그라운드 제로는 아마 그때의 흔적인 듯싶었다.
김 팀장은 어느새 주먹을 움켜쥔 채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부산의 게이트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당연히 정부에서는 류진영씨를 포함한 모든 전력을 그곳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모든 전력을 부산에 집중한 지 2시간 뒤,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대전.”
“그렇습니다. 대전에 또 하나의 돌발 게이트가 생성된 겁니다. 그것도 부산보다 더 거대한 크기로 말입니다.”
정부에서 꺼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부산에 파견했기에, 당시에는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다른 대형 길드도 많았지 않습니까? 지난번 몬스터 웨이브 때 동원했던 것처럼, 그들도 동원을 했으면…….”
“전각련 측에게 국토방위의 의무가 주어진 것은 대전 게이트 이후부터였습니다.”
“그럼 그들과 거래를 한 겁니까.”
“아니요, 그들에게 협박을 당한 겁니다. 그들은 대전 게이트에 자신들의 주 전력을 파견하는 대신, 류진영 씨의 국적을 박탈하고 대한민국에서 추방하라는 조건을 내세웠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노골적이었습니다. 정부 소속 각성자들의 상징이자 구심점이던 류진영 씨를 무너뜨리는 것.”
“그딴 조건을 받아들였다구요?”
“당시 대통령이셨던 석우산 대통령께서도 격노하시며 거절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런 대통령을 설득했던 건 다름이 아니라 류진영 씨 본인이었습니다.”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걸 지켜볼 수 없으니까.”
“그렇습니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그런 사람들이 있다.
정말로 옳은 길, 정의로운 길을 걷고자 하는 자들. 그런 이들을 우리는 영웅이라고 부른다.
류진영은 영웅이었을 거다. 그리고 전각련은 정부 측에 영웅이 존재하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었겠지.
그들이 나에게 대놓고 했던 짓을 생각해 본다면, 그들의 목적은 이 새로운 사회를 이끌어 가는 권력이었을 테니까.
그들에게는 영웅을 설득할 명분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회유하기보다는 쫓아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것이다.
“결국, 그 협상 끝에 류진영 씨는 가까운 일본으로 귀화하게 되었습니다. 그것 역시 전각련의 요구 사항 중 하나였습니다.”
“악랄한 놈들이네요. 명예까지 빼앗겠다?”
“그래야만 정부 소속의 각성자들이 실망한 채로 소속을 바꿀 테니까요.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쯤 되니 어째서 이능관리부를 비롯한 정부 조직들이 전각련을 혐오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류진영 씨의 직속팀과 몇몇 정부 관계자들, 그리고 전각련의 수뇌부 정도. 이렇게 되겠군요.”
“그딴 쓰레기 짓을 저쪽에서 했는데 기자회견이라도 하셨어야지.”
“진실이란 건 때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가요.”
나는 씁쓸히 웃으면서 다시 창밖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수만 알고 있는 진실이라면, 기밀이란 뜻 아닙니까?”
그러자 김 팀장이 힘겹게 웃으면서 답했다.
“누군가는 그 진실을 기억해 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 나름대로의 고해성사였습니다.”
“그걸 하필이면 저한테 하셨고.”
“시우 님께서는 교황이시잖습니까.”
“……솔직하지 못하시긴.”
창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 빗소리를 들으며 꽤 오랜 시간 동안 사색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4.
4시간 뒤.
우리가 탄 차는 센다이 시 근방에 자리 잡고 있는 베이스캠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컨디션은 좋았다.
차에 미리 축성을 해 둔 덕에 신성력이 컨디션을 조절해 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뒷차로 따라온 우리 쪽 각성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신기하네. 하나도 안 피곤해.”
“그러게? 차가 뭐 특별한 건가?”
레오와 함께 차에서 내리고 있던 각성자들의 대화가 귓가에 들렸다.
레오는 묵묵히 나에게 다가왔고,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편히 쉬셨습니까?”
“어, 그래. 뒷차는 네가 좀 신경을 써 뒀나 봐?”
“성하를 지키기 위한 분들이라고 들었습니다. 작은 감사의 표시입니다.”
그렇군.
그렇게 내가 레오와 가볍게 대화를 이어 나가고 있을 때쯤, 뒤따라 도착한 류진영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에이든 하워드를 비롯한 미국 파견단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작전 브리핑을 곧바로 시작할 예정이니,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
류진영과도 하고 싶은 말이 꽤 많이 생겼지만 지금 할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일단 마수도 처리하고, 그 바바리안 놈이란 놈도 교육해 주고, 일본에서의 모든 일정을 끝낸 다음에 이야기를 나눠도 늦지 않다.
“책임자들만 참석할 수 있는 회의입니다. 나머지 분들은 여독을 풀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강채아 씨랑 김 팀장님, 마지막으로 레오. 이렇게 넷만 데리고 참석하겠습니다. 괜찮습니까?”
“물론입니다.”
나는 강채아를 슬쩍 쳐다보았고, 강채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부하들에게 휴식을 명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 같이 베이스캠프 중앙에 위치한 임시 막사로 향했다.
캠프의 분위기는 꽤 미묘했다.
미국 측 각성자로 보이는 이들은 우리를 흥미롭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고, 일본 측 각성자들은 경계의 눈빛을 보내왔다.
오랜 시간 동안 대한민국과 일본이라는 나라가 이어 온 관계를 생각해 보면, 저렇게 경계하는 것도 크게 이상할 건 없었다.
“다들 긴장한 모양새군요.”
“야마타노오로치가 무서운 거 아닐까?”
“성하께서도 아시잖습니까. 저들은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뭐, 인간은 언제나 미지의 영역을 두려워하는 법이잖아? 쟤네들은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몰라서 저래.”
“알게 되면 다르겠습니까.”
“다를걸?”
그때가 되면 저런 경계의 눈빛이 아니라, 우리를 아예 피해 다니려고 하겠지.
나는 피식 웃으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우리는 꽤 큰 크기의 천막 앞에 도착했고, 류진영은 자리에 멈춰 서면서 말했다.
“여기입니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류진영 씨는 함께 안 들어갑니까?”
“저는 책임자가 아닌 탓에, 회의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제게 주어진 임무는 대한민국 파견단을 이곳에 데려오는 것뿐입니다. 그럼, 회의가 끝난 후에 뵙겠습니다.”
류진영은 우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다음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내 옆에 서 있던 강채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로 류진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얼굴에 대놓고 ‘나 사연 있어요’라고 적어 둔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아까 차에서 김 팀장에게 듣기로, 원래 류진영과 강채아는 연인 사이였다고 한다.
게다가 강채아가 지금처럼 강력한 마법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류진영의 도움이 꽤 컸다고 들었다.
연인이자 스승.
그렇게나 가까웠던 사이였으니, 그를 바라보는 강채아로서는 마음이 어지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채아 씨.”
“아, 예.”
“들어갑시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야.
안타깝게 헤어진 전 연인을 본다면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마법사의 필수 조건이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이라지만, 그녀는 아직 그 정도의 경지까진 오르지 못했으니까.
나는 숨을 가볍게 내뱉으면서 천막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곧 사방에서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천막 한가운데에는 테이블 하나가 있었다. 왼쪽, 중앙, 오른쪽 삼면으로 이루어진 넓은 테이블.
왼쪽에는 일본 각성자들이 앉아 있었고, 중앙에는 미국 각성자들이 앉아 있었다.
“시우 님. 저 가운데 앉아 있는 사람이…….”
“바바리안이죠?”
“……예.”
“누가 지은 별명인지는 몰라도, 찰떡 같이도 지어 놨네.”
들어가자마자 바바리안이 누군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테이블의 한가운데.
초겨울이라고 해도 무방한 날씨임에도 동물의 가죽 하나만 상체에 두르고 있는 근육질의 남자.
상체 전체를 가린 것도 아니다. 그는 그저 무엇인가의 가죽을 목도리처럼 두르고 있었다.
그 사이로 흉터가 가득 새겨진 상부 근육들이 쉴새 없이 꿈틀거렸고, 그의 눈빛은 짐승의 것마냥 나를 끊임없이 탐색한다.
머리카락 대신 머리에 새겨져 있는 기괴한 문신 역시 그의 첫인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에게서는 아주 작은 마력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그보다 더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알 수 없는 힘’이 당신을 압박하기 시작합니다!]내 시스템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기운.
마기도, 마력도, 신성력도 아닌 그것은 기운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어떤 의지에 가까운 힘이었다.
얼핏 보면 최 대표와 비슷한 분위기라고 느낄 수 있었으나, 본질은 전혀 달랐다.
저건 차라리.
‘위험하다.’
길들여지지 않는, 그야말로 사나운 맹수에 가까웠다.
바바리안은 내가 지구로 돌아와서 처음 만나 보는 이레귤러 등급의 귀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순순히 납득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의 강자임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을 나를 바라보던 바바리안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레오만큼이나 큰 거구를 이끌고 내 앞까지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 모습에 레오가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나는 손을 들어 레오를 제지했다.
“네 상대는 아닌 것 같다.”
“……성하. 하지만…….”
“저쪽도 싸울 생각은 없어 보이니까 빠져 있어.”
레오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뒤로 물러섰고, 어느새 바바리안은 내 앞에 도착했다.
살짝 고개를 들어야 할 정도의 거구. 2M 가까이 되는 키에, 갑옷 같은 근육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이 뿜어져 나온다.
[패시브 스킬 언어의 축복>이 적용됩니다.]나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창을 바라보면서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김시우입니다.”
그러자 그 맹수는 살벌하게 웃으면서 내 손을 맞잡았다.
“에이든 하워드요. 참 신기하오. 귀하는 지금 한국말을 하고 있지 않소? 한데 내 귀에는 영어처럼 들리는군.”
“제가 모시는 신께서 내려 주신 수많은 은총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렇소? 당신의 신은 아주 자비로운 분이신 것 같소.”
“자비롭기만 하신 분은 또 아니라.”
“부럽구려.”
그는 내 손을 잡은 채로 한껏 도발적인 어투로 말했다.
“내 세계의 신이란 놈들은 하나같이 쓰레기 같은 놈들 뿐이여서 말이지. 그래서 내가 전부 죽여 버렸거든.”
흉폭한 기세가 나를 향해 몰아치기 시작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