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74)
74화
3.
빛이 있으면 당연히 어둠도 존재한다.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법칙이다.
따라서 어둠이 없는 세상이란 없다.
빛이 잘 드는 양지는 누구에게나 잘 보이지만, 그 뒷면에 존재하는 음지는 신경 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악한 것들은 음지에서 몸을 숨긴다. 양지를 집어삼킬 수 있는 힘이 생기기 전까지, 그곳에 숨어 세력을 불린다.
마치 지금처럼.
“도대체……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 끄아아아악!”
“누가 보면 내가 악당인 줄 알잖아? 아이들 들을라. 한 번만 더 네 맘대로 비명을 내지르면, 성대를 끊어 버릴 거야.”
“크흐흡.”
나는 내 발밑에서 버둥거리는 신형섭을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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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섭 이 녀석은 플레이어였지만, 전투에 특화된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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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보다는 본인만의 기지를 구축하는 데 능한 플레이어였던 것이다.
아까부터 느껴지던 불쾌한 마력들은 모두 이 녀석 이 시설을 중심으로 전개한 조악한 결계로부터 기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마법이라기보다는 주술에 가까운 형태로, 적을 방어해 내기보다는 무언가를 숨기는 데에 특화되어 있는 듯했다.
“당신, 나한테 이러는 건 실수하는 거야.”
“실수?”
“내가 정말 혼자서 이곳을 운영하고 있었던 것 같아?”
신형섭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추악한 놈이었다.
도망가지 못하게 다리를 분질러 놓았음에도 주둥이가 살아서 끝없이 나불거리는 모습이 아주 가관이었다.
일단, 미국 측에서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이 시설은 아이들을 보육하는 시설이 아니라 아이들을 사고파는 시설이었다.
각종 사고들로 인해서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들을 데려와서 수요자들에게 공급하는, 쉽게 말하자면 인신매매를 위해 존재하는 장소였던 것이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현실은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끔찍하다.
디멘션 오프닝으로 인해 대폭 약화된 정부의 힘은, 이런 쓰레기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줬다.
그나마 정부의 힘이 남아 있다는 대한민국이 이 정도라면, 도대체 다른 곳은 얼마나 지옥 속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까.
그 생각을 하니 입이 썼다.
“아까 너희가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그때 이미 경찰을 불렀어.”
“아이들을 사고파는 새끼치고는 공권력에 대한 믿음이 상당하네.”
“이레귤러라고 하더라도 증거 없이 사람을 이렇게 매도해도 되는 거냐? 네가 다른 세계에 있다가 와서 잘 모르나 본데, 대한민국은 힘만 가지고 뭘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야.”
당장 죽어도 무방한 상황이었음에도 이 녀석이 이렇게 기고만장한 이유란 뻔했다.
자기 딴에는 든든한 뒷배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길게 생각하지 않고서라도 이 녀석의 뒷배가 어떤 놈들일지는 예상할 수 있었다.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 그런 놈들이겠지.
그렇기 때문에 인신매매범이 경찰을 부른다는 희대의 개소리를 지껄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단 한 번도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 사람이야. 그런 나를 인신매매범으로 몰-.”
콰드드득-
더 이상 들었다가는 귀가 더러워지는 기분이라서 그냥 성대를 찌그러뜨려 버렸다. 그리고 서비스로 턱뼈까지 으스러뜨렸다.
그제야 신형섭의 입이 조용해진다.
녀석의 얼굴은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졌지만, 녀석의 비명 소리는 밖으로 새어 나오지 못했다.
“네가 지금 착각을 하고 있나 본데,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너한테 무언갈 물어보려고 온 게 아니야.”
나는 한결 조용해진 신형섭의 멀쩡한 오른팔을 발로 짓이기면서 말을 이어 갔다.
“정보의 진위를 두 눈으로 확인하려고 왔을 뿐인데, 뭘 그렇게 자꾸 혀가 길어져? 처음부터 너한테 뭔갈 물어볼 생각은 없었어.”
이 녀석이 말해 줄 수 있는 정보 대부분은 이미 미국이 건네준 서류 안에 들어 있었다.
제단과의 연관성?
굳이 그건 직접 확인해 볼 것도 없었다.
“네가 정말 뭔가 되는 놈이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에게 마기를 주입했겠지.”
정화자는 같은 조직에 속한 인원들끼리도 지부가 다르면 아지트의 위치를 공유하지 않을 정도로 폐쇄적인 조직이다.
그런 마당에 마기조차 내려받지 못한 놈 따위가 핵심적인 정보를 알고 있을 리가 없다.
기껏해야 아이들을 팔아넘긴 고객들 중 하나.
그 정도가 아마 이 녀석과 제단의 연관성일 터였다.
“그래도 네 덕분에 몇 가지 사실은 확실하게 깨달았다.”
미국이 나에게 건네준 정보의 신뢰도가 높다는 점.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대한민국의 내부가 썩어 있었다는 점.
교세 확장을 위해서 해외로 눈을 돌릴 때가 아니었다.
“일단 국내의 쓰레기들부터 청소하는 게 먼저였어.”
리멘은 자신의 아이들이 불의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기를 바랐다.
어둠으로 가득 찬 세상일지라도, 그 어둠을 밝힐 수 있는 등불이기를 원했다.
그런 리멘이 지금 이 상황을 보면 뭐라고 말했을까?
길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나는 어느새 팔다리가 너덜거리는 신형섭의 목을 잡아 올리면서 조용히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너 안 죽어.”
“으거거거걱.”
“아이들이 저렇게 즐겁게 놀고 있는데, 옆에서 내가 사람을 죽일 리가 없잖아?”
나는 창문 밖에서 에이든과 함께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경계의 시선을 보냈던 것도 잠시, 아이들은 해맑은 표정으로 에이든과 놀고 있었다.
2M에 육박하는 거구의 아저씨가 무서울 법도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에이든에게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널 그냥 두면 나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고 다닐 게 분명하잖아? 그러면 좀 곤란하거든. 우리 종교인들도 이미지로 먹고사는 편이라 이미지 관리가 아주 중요하단 말이야.”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신형섭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턱뼈가 으스러진 탓에 녀석의 입에서는 침이 줄줄 흘러내렸다.
나는 그 볼품없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척추 하나만 양보하자. 적어도 죽는 것보단 낫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잖냐. 안 그래?”
4.
신형섭이 그토록 기다렸던 경찰은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현장에 도착했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경찰의 뒤를 따라 또 다른 공무원들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공무원들이란 당연하게도 이능관리부 소속의 인원들이었다.
거기에 상황이 상황인지라, 예상하지도 못했던 거물이 직접 행차하셨다.
“유 장관님께서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지금쯤이면 한일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어야 할 유선호 장관이 직접 찾아온 것이다.
연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렇게 찾아온 것을 보면 헬기를 타고 급히 이동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유선호 장관이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유선호 장관의 표정이 심각해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능관리부가 파악하지 못한 곳에서 버젓이 흉악 범죄가 일어나고 있었다는 건, 다르게 말하자면 이능관리부의 무능을 의미하니까.
게다가 진짜 문제는 이 보육원은 빙산의 일각이란 점이었다.
“여기, 미국에서 저에게 건네준 자료입니다. 보시면 이번 사건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의 명단이 적혀 있습니다.”
유선호 장관은 내가 건네준 서류를 약 10분 정도 아무 말 없이 읽어 내려갔다.
미국 쪽에서 추가로 제공한 정보에는 이곳과 관련되어 있는 기업, 공무원, 정치인들의 명단이 담겨 있었다.
서류를 읽어 내려가던 유선호 장관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해 왔던 유선호 장관의 얼굴에는 치욕감, 분노 등의 감정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서류를 끝까지 읽어 내려갔음에도 그의 분노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창문 밖을 바라보면서 가까스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내 옆에 서 있던 에이든을 향해서 조용히 말했다.
“미국의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그 말에는 왜 이런 정보를 지금에서야 알려 줬는지에 대한 원망 같은 건 섞여 있지 않았다.
그것은 유선호 장관 스스로가 이 사태의 본질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유선호 장관님. 당신이 뛰어난 관료라는 것은 우리 미국에서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한국은 빌런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미 그들은 한국의 각성자 사회와 깊숙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에이든은 지난번에 일본 총리와 정중하게 이야기를 나눴던 것처럼 아주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미국은 여태까지 한국이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자칫하면 내정간섭으로 번질 수 있는 문제였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해해 주신다니 고맙습니다, 유선호 장관님.”
곰의 탈을 쓴 능구렁이 야만인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그 어떤 것보다 날카로운 칼을 손에 넣은 상태입니다. 환부를 도려내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아주 성능 좋은 칼이죠. 게다가 그 칼은 올바른 길을 추구하려 합니다. 한미 동맹에 있어서 이만한 행운이 어디 있겠습니까?”
성능 좋은 칼이란 당연히 나를 두고 하는 소리다.
나는 능글맞게 웃는 에이든을 바라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정중한 말들로 포장되어 있지만, 에이든의 말에 담긴 뜻은 하나였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유선호 장관에게 하고 싶었던 말과 일치한다.
“동양에는 이런 말이 있더군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참 좋은 말 아닙니까?”
에이든의 말에 유선호 장관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를 향해 물었다.
“한일 정상회담이 급한 문제가 아니었단 걸 이제야 깨닫습니다. 이 늙은이의 무능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죄송합니다, 시우 님.”
“장관님께서 사과하실 일이 아닙니다.”
이능관리부의 힘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는 건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정부가 충분한 억제력을 상실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암적인 존재들이 자라나기 마련이다.
이딴 걸 보고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교리에 어긋난다.
지금까지는 리멘 교단이 문제없이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대응했지만, 이런 범죄 현장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되니 생각이 바뀌었다.
교단이 걸어 나가야 할 방향성을 다시 잡아야만 했다.
우리가 가만히 있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가 리멘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제부터는 제가 오지랖을 좀 부려 볼까 합니다.”
내 말에 담긴 뜻을 이해한 유선호 장관이 눈을 감으면서 침음을 흘렸다.
그리고 쓸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돌아가는 대로 대통령님과 본격적으로 의논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유선호 장관의 표정은 의외로 덤덤해 보였다.
마치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란 걸 미리 예상했다는 듯이.
나는 그런 유선호 장관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5.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신청와대.
유선호 장관은 숨을 가다듬은 다음, 대통령 집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대통령님. 유선호 장관입니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서신우 대통령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유선호 장관은 대통령을 향해 묵례를 취한 뒤, 조용히 그를 향해 다가갔다.
“보고는 받았습니다. 미국이 제공해 준 정보는 확실한 겁니까?”
“미국이 저희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었을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우리만 이 정보를 모르고 있었다는 건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차마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것 같군요. 이 정도로 부패가 만연해 있을 줄은…… 후우.”
서신우 대통령은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서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김시우 각성자가 원하는 건 정확히 무엇입니까?”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번 보육원 사건처럼 빌런을 직접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선호 장관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의 질문에 유선호 장관은 곧바로 대답했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를 고려한다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특히 미국의 이레귤러들에게는 불소추특권에 준하는 면책특권이 주어집니다. 우리 역시 이능특별법에 의거하여 관련 법령을 제정할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어마어마한 특권입니다.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어요.”
“이레귤러란 본디 그런 존재들입니다. 미국은 이레귤러들을 이용하여 빌런들을 철저하게 분쇄해 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우리들의 이레귤러가 김시우 각성자라는 점은 큰 행운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이미 리멘 교단이라는 단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따라서 권한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마구잡이로 남용하진 못할 겁니다.”
지킬 게 많은 사람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다.
서 대통령은 단순명료한 유선호 장관의 논리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김시우를 떠올렸다.
종교적인 색채를 떠나서, 김시우는 여론에 굉장히 민감한 모습을 보여 줬다. 또한 본인의 행동과 발언이 대중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막강한 권한에는 그에 준하는 책임이 뒤따른다. 그리고 김시우는 그걸 모를 정도로 멍청한 남자가 아니었다.
‘잘만 조율한다면…….’
뿌리부터 얽혀 있는 부정부패는 물론이며, 국내 정세를 아예 새롭게 재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계산을 끝낸 서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유선전화를 통해 비서실에 지시를 내렸다.
“여당 대표와 제1야당 대표에게 지금 당장 청와대로 들어오라고 하세요.”
그가 결정을 내리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짧은 전화를 끝낸 서 대통령은 크게 한숨을 뱉어 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분이었지만, 멈출 생각은 없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