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77)
77화
3.
표지판이 걸려 있던 이유가 있었다.
고작 암시장 내부 구역으로 몇 발자국 내디뎠을 뿐인데, 공기부터 달라졌다.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의 건물들이 즐비했던 외부에 비해, 내부 구역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곳곳에 널려 있는 담배꽁초부터 시작해서, 심심찮게 풍겨져 오는 쑥 냄새까지.
쑥 냄새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제가 없는 사이에 대한민국에서 대마초가 합법화되었을 줄은 몰랐네요.”
“성하. 여전히 대마초는 불법입니다.”
“그럼 이 냄새는?”
“대마초일 겁니다. 내부 구역에서는 마약이 유통된다는 소문이 있기는 했습니다. 이곳에서 불법행위가 벌어지는 건 이상할 게 없습니다.”
민수 씨는 그렇게 말하며 조회수를 노리고 이곳에 취재를 나왔던 미튜버들이 전부 행방불명되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민수 씨의 이야기에 따르면 대마 말고 더한 것들도 충분히 거래되고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정부 측에 힘이 없다고 한들, 이런 곳을 가만히 버려 두진 않을 것 같은데 말이지.
“이곳도 형식상 하이브 길드의 관할 구역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명색이 대한민국 영토인데, 정부에서 아예 손을 못 대는 게 말이 되나?”
“정부의 역할이 그만큼이나 축소되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서 대통령이 직접 우리 집 앞까지 찾아와서 힘을 실어 달라고 부탁했던 걸 생각해 보면,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부는 그렇다고 치고, 하이브 길드가 이 구역 치안 책임진다면서요. 이렇게 프리하게 내버려 두는 것도 좀 이상한데?”
“하이브 길드에서도 주기적으로 이 지역을 뒤집습니다. 실제로 많은 빌런들을 잡아내기도 했죠. 전각련 소속 길드들에 의해 검거된 빌런들의 숫자는 정부 측이 검거한 빌런들의 숫자보다 많습니다.”
“구린내가 나기 딱 좋네.”
다르게 말하자면 자기들에게 협조적인 빌런들은 내버려 둘 수도 있다는 뜻이다.
생각해 보니 내가 정부 측에 요구했던 특권이 과하지도 않은 것 같다.
이미 전각련 쪽에선 그렇게 해 왔다는 뜻 아닌가?
에이든이 대한민국 정부의 능력에 비관적이었던 것도 이해가 간다.
“민수 형제님.”
“예, 성하.”
“민수 형제님이 보기에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놈들, 뭐 하는 놈들 같아요? 아까 전부터 우릴 너무 뜨겁게 바라보더라고.”
총 일곱 명으로 이루어진 무리 하나가 우리를 향해 접근 중이었다. 건들거리는 발걸음은 기본 옵션으로 탑재하고 있었으며, 우리를 향해 노골적으로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성적 취향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민수 씨는 나를 따라 그 이상한 무리를 잠시 관찰했다.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다지 호의적인 친구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혹시 저들이 마기를…….”
“저놈들은 아니에요. 그냥 시비 걸러 오는 것 같은데. 맞다, 민수 형제님도 내부 구역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죠?”
“죄송합니다.”
“죄송하실 것까지야. 마침 잘되었네요. 이참에 현지 가이드나 한 명 고용합시다. 미튜브 보니까 해외에서는 슬럼가 가이드해 주는 사람들도 있던데, 대한민국에서도 가능하겠지.”
어디 한번 이야기 하는 거나 들어 볼까?
나는 웃음을 지으면서 그들이 내 앞까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예상대로 그들은 우리의 앞에서 멈춰 섰다.
그들은 외부 구역의 인원들과는 다르게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는데, 덕분에 충격적인 비주얼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특히, 대장으로 보이는 놈의 비주얼은 유별났다.
왼쪽 얼굴에는 흉측하리만큼 흉터가 빼곡했고, 오른쪽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문양을 문신으로 새겨 두었다.
일반인이 저 남자의 얼굴을 봤다면 보자마자 경악성을 내질렀을 정도로, 정말 충격적인 비주얼이 아닐 수 없었다.
녀석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나와 민수 씨의 전신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가래가 낀 목소리로 말했다.
“손님인가? 누구와 약속을 하고 들어왔지?”
“아, 여기도 예약제야? 예약 안 하면 못 들어와?”
“그럴 리가 있나! 이곳까지 찾아왔다면 필요한 게 있어서 왔을 텐데, 우리가 소중한 손님을 내쫓을 수야 없지. 그래, 무엇이 필요해서 이런 곳까지 오셨나? 마약? 불법 개조 무기? 아니면 사람? 필요한 게 있으면 나한테 말만 해. 돈만 주면 무엇이든 구해 줄 수 있어.”
손님으로 대우해 주겠다는 놈들치고는 자세가 심히 불량하다.
외부 구역의 상인들은 호객이라도 멀쩡히 했는데, 이쪽은 제의를 거절하면 무력이라도 동원할 기세다.
실제로 일곱 명 모두에게서 마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두 놈은 A급, 다섯 놈은 B급 정도.
절대로 어중이떠중이인 집단은 아니었다. 민수 씨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긴장할 것 없어. 우리 애들이 거칠게 보이긴 해도 손님한텐 정말 친절해.”
“너희들이 구해 준다는 사람이란 거, 대충 뭔 뜻이냐?”
“이곳까지 왔을 정도면 쑥맥은 아닐 텐데? 여자, 남자. 말만 해라. 네 모든 취향에 맞춰 줄 수 있다.”
녀석은 살짝 몸을 숙인 다음,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환상적인 밤을 보내게 해 줄 수도 있어. 흐흐, 너도 그러려고 온 거 아니야?”
좋아, 대강 이곳의 분위기는 파악했다.
이런 곳이구나.
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 나에게 얼굴을 내민 놈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녀석의 머리 위에는 몇 가지의 악행이 떠올라 있었다.
[플레이어 강지원>의 악행을 나열합니다.] [살인>, 폭행>, 인신매매> 등 24건]멸악의 의지>라는 아주 훌륭한 빌런 탐지 기능이 나에게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나쁜 놈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건 아주 큰 장점이다. 억울한 피해자를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주머니에서 검은 장갑을 꺼내면서 미소를 지었다.
“환상적인 밤이라.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마침 나도 밤을 뜨겁게 불태우려고 왔어.”
“이곳에 놀러 오는 놈들이 다 그렇지.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너는 이제부터 내 손님이야. 혹시 마스크 한번 벗어 줄래? 얼굴 보고 통성명이나 하자. 내 이름은…….”
“강지원, 맞지?”
내가 녀석의 이름을 밖으로 내뱉은 순간이었다.
방금 전까지 웃고 있던 강지원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진다. 그리고 녀석의 뒤에서 실실 쪼개고 있던 부하들이 무기를 꺼내 들면서 우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강지원 역시 어느새 단검을 내 목에 가져다 댔다.
푸른색의 독이 발린 녀석의 단검은 당장에라도 내 목을 꿰뚫을 기세였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대답 잘하는 게 좋을 거야. 정부 소속이야? 아니면…… 다른 쪽 놈들이냐?”
“다른 쪽이 뭔지 굉장히 궁금하네.”
“마스크 벗어.”
“내가 기관지가 좀 약해. 이해해 주면 안 될까?”
내 능글거린 대답을 들은 녀석의 부하 한 놈이 화를 내면서 나에게 달려들었다.
“이 건방진 새끼가!”
그놈은 내 얼굴을 가리고 있던 마스크를 우악스럽게 벗겨 냈다.
끈이 끊긴 마스크가 바닥에 떨어졌고, 내 얼굴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버렸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마스크를 슬쩍 보면서 말했다.
“오늘 미세먼지 많다고 내 귀여운 여동생이 직접 챙겨 준 마스크인데, 너무한 거 아니야?”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대신 내 목에 닿은 단검이 떨리기 시작했다. 단검을 쥐고 있는 강지원의 표정이 경악에 물들어 있었다.
“김……시우?”
“확실히 내가 유명해지기는 했나 봐. 보육원 원장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보자마자 알아보네. 역시 사람이 유명해지고 볼 일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 목에 닿아 있던 단검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러자 독이 묻은 단검은 작은 구슬로 변해 버렸다.
난데없는 차력쇼에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강지원은 그 자세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둘러싸고 있던 부하 놈들도 마찬가지였다.
“시끄러워지면 좀 곤란해. 협조해 줄 수 있지 친구들?”
끄덕끄덕.
내 말에 녀석들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반으로 접히는 것도 인생에 한 번밖에 못 하는 경험이니까 즐겼으면 좋겠어. 진심이야.”
콰드드드득-!
나는 내 마스크를 벗겼던 놈의 몸을 반으로 접어 버린 다음, 강지원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너는 나랑 환상적인 밤 보내야 하니까 가만히 있어. 도망치면 알지? 한 발자국이라도 떨어지면 그대로 다리뼈 으스러뜨릴 거야.”
4.
그렇게 해서 쓸만한 가이드를 획득한 우리는 곧바로 마기가 느껴지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강지원은 이 바닥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영향력이 있는 놈인 것 같았다.
“다들 너만 보면 자리를 피하네.”
“제, 제가…… 꽤 악명이…….”
“악명이 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자신의 부하들이 반으로 접히는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해서 그런가, 기합이 아주 바짝 들었다.
나는 강지원의 대가리를 주먹으로 후려치면서 민수 씨에게 물었다.
“얘 유명해요?”
“기억이 납니다. 투페이스. 용병으로 고용되어 던전 토벌에 참여한 후, 고용주를 죽이고 던전의 부산물과 장비를 챙기는 걸로 유명했던 빌런입니다. 이곳에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과연, 걸어 다니는 각성자 백과사전 민수 씨 다웠다.
투페이스라.
빌런 새끼 주제에 꽤 어울리는 별명을 지니고 있었네.
“이름값 하게 얼굴을 두 쪽으로 분리시켜 줄 걸 그랬나?”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목숨만, 제발 목숨만은…….”
“걱정하지 마. 나 사람 그렇게 쉽게 안 죽여. 새끼, 엄살은.”
내가 그렇게 쉽게 목숨을 끊어 줄 리가 있나.
나는 다시 한번 녀석의 대가리를 후려친 다음, 걸음을 멈추었다.
“여기인가.”
허름한 3층짜리 건물.
겉으로 보기에는 특이하진 않았지만, 건물 전체에서 마기가 느껴졌다.
특히, 건물 지하에서는 지금 이 순간도 마기가 방출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기는 조금씩 이 주위의 땅을 잠식해 들어가는 중이었다.
이 지역 전체에 마법 결계가 여러 개 중첩되어 있었지만, 내 감각을 속일 수는 없었다.
“야, 너 이 바닥 잘 안다면서. 여기를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도 알아?”
“이, 이 건물에서는 중국에서 넘어온 놈들이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주로 밀수품을 판매하고 마약…… 마약도 팝니다.”
“그게 끝이냐?”
“그리고 사람! 사람도 삽니다. 보통 상품 가치가 떨어진 사람을 이 녀석들에게 넘깁니다. 사람을 구하는 곳이 몇 군데가 더 있긴 한데, 이 녀석들이 값을 제일 잘 쳐주고, 상품에 하자가 있더라도 다 구매해 줍니다.”
“하자?”
“예, 예. 건강에 문제가 있는 상품을 의미합니다. 보통 사람 장사는 장기를 판매하면서 이윤을…….”
“귀 썩겠다.”
콰지지직-.
나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면서 강지원의 입에다가 녀석의 주먹을 쑤셔 박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어깨를 뒤로 젖혀 버렸다.
“읍읍! 끄으으으.”
강지원은 끔찍한 고통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비명조차 큰 소리로 내지 못했다.
입을 가로막은 주먹 틈 사이로 비명을 흘려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이건 미리 보기. 본편은 이따가 보여 줄게.”
인간의 생존 욕구란 정말 대단한 법이라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상황에서라도 도망을 가고자 한다.
특히, 플레이어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녀석의 두 다리를 분질러 버렸다.
콰드드득.
개방형 골절이 되었는지 녀석의 바지가 피로 물들었다. 이쯤 되면 도망가지 못할 거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민수 씨가 백지장 같은 얼굴로 말했다.
“차라리 죽이는 쪽이…….”
“교황은 사람을 그렇게 쉽게 죽여서는 안 됩니다.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데, 그 가치를 최대한 존중해 줄 필요가 있어요. 악인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죽여서는 안 됩니다. 본인의 죄를 참회할 기회 정도는 줄 필요가 있는 겁니다.”
“……그렇습니까?”
“그렇지요. 저는 그저 쉽게 참회하지 않을 것 같은 이들에게 약간의 도움을 주고 있을 뿐입니다. 착한 고통, 그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그런 겁니다.”
똑똑한 사람답게 이해가 빨라서 좋다.
나는 민수 씨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린 후, 다시 몸을 돌려서 건물을 바라보았다.
외부 계단은 없고 건물 내부에서만 층을 이동할 수 있는 구조.
눈에 보이는 출구는 일단 1층의 문이 전부였다.
“민수 형제님.”
“예, 성하.”
“여기에 계세요. 아직은 민수 형제님에게 좀 이릅니다.”
중국에서 온 놈들이고, 사람을 가리지 않고 구매한다. 거기에 마기까지 느껴진다.
정황증거는 확실하다.
민수 씨는 아직까지 이런 놈들과 붙기에는 역부족이다. 민수 씨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안 걸려요.”
“알겠습니다.”
“그럼.”
민수 씨를 앞에 두고 당당하게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식당 구조를 지니고 있는 1층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바로 옆에 있던 계산대에도 한 여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니, 그곳에 있던 모두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잠깐의 침묵이 이어진 후, 계산대에 있던 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검은…… 교황.”
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주위에 신성 결계를 생성하면서 말했다.
“뭐 해? 손님 받아야지.”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