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78)
78화
5.
문득 예전에 승우를 데리러 갔을 때 상대했던 연백 길드 놈들이 생각이 난다.
각성자의 비약이라는 것을 통해서 마기 사용자로 각성했던 놈들.
약에 의한 불완전한 마기였기 때문에 녀석들은 마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진 못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놈들은 달랐다.
촤르르르르륵!
이놈들은 마기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했다.
지난번에 이능관리부 2청사에서 상대했던 그놈들처럼, 마기를 이용해서 신체를 변형한다.
마기로 이루어진 촉수가 나를 향해 뻗어 왔고 그 촉수 틈 사이로 흑마법이 파고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녀석들의 일부는 온몸의 마기를 폭주시킨 채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를 껴안고 자폭이라도 하려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녀석들의 발악은 나에게 전혀 닿지 못했다.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 전투였으니까.
[액티브 스킬 신성불가침 Lv. Max>이 활성화됩니다.] [그 어떤 부정한 기운도 신성한 당신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습니다.]내 몸에서 뿜어나온 빛은 순식간에 모든 마기를 소멸시켜 버렸다.
교단이 성장함에 따라서 인과율의 제한이 대폭 완화되었으니, 고작 이딴 피라미들의 마기로는 나를 감당할 수 없었다.
애초에 내 신성력은 마를 멸하기 위해 주어진 힘이었다. 다른 사제들처럼 신의 기적을 행하기보다는, 신의 징벌을 위해 존재하는 힘이었다.
마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놈들에게는 극독보다 더 끔찍한, 극상성의 힘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계로 숨긴다고 진짜 숨겨지는 줄 알았어?”
나는 녀석들을 비웃으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이런 놈들을 상대로는 직접 몸을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치이이이이익-.
내가 뿜어내는 신성력에 닿은 적들의 몸이 형편없이 허물어진다.
마기로 변형된 몸이 진흙처럼 흘러내렸고, 온몸으로 마기를 뿜어내던 놈들은 잿가루가 되어 버렸다.
1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놈들을 모두 정리하는 데까지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나는 진흙과 잿가루로 뒤덮인 홀을 지나쳐서 계단으로 향했다.
2층와 3층은 그저 눈속임이었을 뿐.
“이 새끼들, 지하를 얼마나 파 둔 거야?”
마기는 지하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중이었다.
캬아아아아악-!
밑에서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괴성이 울려 퍼졌고, 곧 지하의 어둠 속에서 두 개의 머리를 지닌 마수가 뛰쳐나왔다.
붉은색의 몸을 지닌 개, 헬 하운드.
게이트도 없던 이곳에서 마수가 등장한다는 뜻은 누군가가 제물을 바쳐서 마수를 소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봤자 개새끼지.”
에덴에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마수를 잡았다. 헬 하운드는 기세 좋게 등장했지만, 나를 마주하자마자 몸을 떨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것은 내가 마수들을 학살하면서 얻었던 마수의 천적>이라는 패시브 스킬로 인한 결과였다.
나는 두려움에 질린 헬 하운드들의 심장을 가볍게 터트리면서 계속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너구나?”
로브를 쓴 채로 소환 마법진 앞에 서 있던 사람을 마주할 수 있었다.
녀석의 주위에는 제물로 사용되었을 사람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뒤로는 사람들을 가둬 두는 장소로 보이는, 철장으로 가득 찬 시설이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이 저 안에 있다는 것.
대한민국의 땅에서 이런 일을 대놓고 벌여 뒀을 줄은 몰랐다.
안 들킨다는 확신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이 꼴을 보고 확신이 드는 건데.
“여기가 그 제단이라는 곳이었네. 그렇지?”
이세희가 말했던 그 ‘제단’이라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뜻인가 싶었는데, ‘제단’은 말 그대로 ‘제단’이었다.
제물을 바치는 곳.
나는 로브를 입은 놈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숨을 뱉어 냈다.
코끝으로 비릿한 피 냄새와 함께 썩은 내가 풍겨 왔다. 그리고 그 썩은 내의 근원은 로브를 입고 있는 놈이었다.
덕분에 녀석의 정체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리치.”
『위대한 분의 계획은 이미 이루어졌다. 신의 노예. 이번에는 네가 한발 늦었구나.』
로브를 벗은 그놈의 외관은 분명히 인간의 형상이었지만, 언데드로서의 본질은 숨겨지지 않는다.
음산한 목소리가 공기를 진동시킨다.
리치.
저놈은 틀림없는 리치였다.
지난번에 이능관리부 청사를 테러했던 놈을 생각해서, 다른 지부도 인간이 담당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착각이었을 뿐.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리치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잡아다가 정보를 뽑아내는 건 글러 먹었네.”
이곳에 들어설 때까지만 하더라도 지부장을 산 채로 잡아 가서 정보를 뽑아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유의미한 정보를 뽑아내는 건 포기해야 할 듯싶었다.
“이제는 하다못해 언데드도 중국산이냐? 하여간에 진짜 좋게 봐주려야 좋게 봐줄 수가 없어,”
『우리의 계획은 실현……』
“안 물어봤어.”
더 들을 것도 없었다.
나는 곧바로 리치를 향해 달려들어 녀석의 목을 움켜쥐었다.
내 신성력이 닿자 녀석이 뒤집어쓰고 있던 인간의 탈이 벗겨졌고, 초록빛의 안광을 지닌 해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성력을 흘려 넣으면 당장에라도 소멸하는 상황.
구로구 게이트의 리치가 발악했던 것과는 달리, 녀석은 아무런 반항조차 하지 않았다.
도리어 나와 눈을 맞춘 채로 스산한 음성을 낸다.
『그 세계와는 달리, 이 세계에서 우리를 막는 놈은 네놈뿐이다. 네놈이 모시는 그 빌어먹을 리멘조차 너를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지 않느냐?』
나를 알아보고 있다.
그 말은, 이 녀석 역시 에덴에서 건너온 놈이란 뜻이다.
녀석은 나를 조롱하듯 내려다보았다.
『이 세계는 혐오가 만연하다. 그분께서 보시기에 참으로 훌륭한 세계다. 과연, 이곳의 필멸자들이 힘을 합쳐서 싸울 수 있을까? 비록 에덴에서는 우리가 패배하였지만, 검은 교황. 네놈의 세계는 결국 무너져 내릴 것이다.』
저주가 가득 담긴 음성.
나는 쉴 새 없이 말을 내뱉는 리치를 올려다보았다.
“리치 새끼치고 유별나게 수다가 많은 새끼네.”
『무력감 속에서 질식해라. 혼자인 너에게 어울리는 최후-』
파스스스슥-.
신성력을 흘려 넣자 리치의 몸이 머리부터 무너져 내렸다.
녀석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재가 되어 흘렀고, 나는 장갑에 묻은 검은색 재를 털어 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혼자래, 병신 같은 해골바가지 주제에.”
이놈은 리멘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리멘과 연락이 닿지 않는 것도 이놈들 탓인 걸까?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민을 하고 있을 시간은 나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콰르르르르릉-!
리치가 소멸한 탓일까? 건물, 아니 건물이 세워져 있던 주변 땅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기의 오염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리치가 죽으면서 일어난 폭주 현상이었다.
“조용히 해결하는 건 글러 먹었잖아.”
이곳에는 아직 생존자들이 남아 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나는 한숨을 내쉰 다음, 신성력을 사방으로 퍼뜨렸다.
사람들은 살리고 봐야지.
6.
나는 신성력으로 마기의 폭주를 진정시킨 다음, 곧바로 철장 속에 갇혀 있던 생존자들을 확인하러 갔다.
생존자의 숫자는 총 열두 명이었다.
당연하게도 그들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신체의 외상을 떠나서, 하나 같이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눈앞에서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장면을 보고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게다가 열두 명 중 절반은 어린아이들이었다. 기껏해야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영혼이 순수할수록 제물로서의 가치가 높고, 당연히 어른보다는 아이들의 영혼이 순수하다.
아마 이 아이들도 어디선가 팔려 왔을 것이다.
“늦게 와서 미안합니다.”
정신이 반쯤은 나간 희생자들에게 지금 당장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그저 잠시나마 편하게 잘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뿐.
나는 구석에서 떨고 있던 희생자들을 조심스럽게 신성력으로 감싸 주었다.
그러자 그들 모두가 조용히 잠들었다.
그렇게 생존자들을 잠시 재운 후, 다시 몸을 돌려 제물이 되어 버린 시체들이 있던 마법진으로 돌아왔다.
의식으로 인해 마기가 깃들어 있던 시체들은 모두 정화가 되었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 눈도 감지 못하고 죽어 간 시체들이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눈을 감겨 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서면서 말했다.
“출동 한번 빠르네. 10분은 지난 것 같은데, 여기 너희들 담당 구역이라고 하지 않았나?”
흐릿한 어둠 속에서 한 무리의 헌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 외부 구역에서 보았던, 하이브 길드의 완장을 착용하고 있던 헌터들.
그들은 검, 창, 방패 등, 당장에라도 전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한 상태로 내가 있던 층에 돌입했다.
나는 하이브 길드 소속의 헌터들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여차하면 나를 죽일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건지, 그들은 나를 향한 경계를 거두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투구를 쓴 채로 가장 앞에 서 있던 남자가 투구를 벗으면서 앞으로 걸어 나왔다.
“죄송합니다. 코드 옐로우 상황이라, 저희 팀원들이 예민했습니다. 사과드립니다, 김시우 교황님.”
“우리 구면이네요? 신전에 한번 들르실 줄 알았는데, 안 오셔서 살짝 섭섭했습니다. 오준우 씨. 다시 보니 반갑지만, 장소가 안 좋네요.”
오준우.
루나가 처음 지구로 넘어왔던 월미도 게이트에서 만났던, 하이브 길드 소속의 S급 헌터.
루나에게 홀딱 빠져 버렸던 그 맹한 얼굴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루나가 현장에서 떠날 때까지 멍한 표정으로 루나를 쳐다보고 있었지 아마?
이 사람 덕분에 그때 그 현장에서 잘 벗어날 수 있었기에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오준우 씨 팀원들은 생각이 좀 다른 모양인데요?”
나는 오준우의 뒤에서 여전히 무기를 겨누고 있는 헌터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팀장님. 코드 옐로우입니다, 명령에 따르셔야만 합니다. 상부의 명령에 따라 모든 생존자들을 제거…….”
콰아아아아앙!
“죄송합니다, 시우 님. 저희 팀 신입이 일머리가 부족합니다. 부디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준우는 방금 전까지 입을 놀리고 있던 자신의 팀원을 주먹으로 후려치며 말했다.
오준우에 의해 가격당한 팀원은 붕 떠서 벽에 처박혔고, 그제야 다른 팀원들도 서둘러서 무기를 거두었다.
“굉장히 엄한 상사시네.”
“제가 저 친구의 목숨을 살려 준 겁니다.”
“준우 씨의 얼굴을 봐서라도 팔 한쪽 정도로 타협해 줄 생각이었어요.”
“넓은 이해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모든 생존자를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제가 잘못 들은 겁니까?”
내 질문에 오준우가 힘겹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코드 옐로우. 치명적인 오염이 발생했을 때를 의미합니다. 신입이 말한 건 어디까지나 최악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경우입니다.”
“최악?”
“가끔 플레이어의 능력으로 치명적인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빌런들이 있습니다. 오염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최후의 방법…… 그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오준우의 얼굴에는 확신이 없었다. 오히려 후회와 회의감으로 가득 차 있는 얼굴.
지난번에 월미도에서 만났을 때는 자신감으로 넘쳐흘렀던 오준우였지만, 지금의 오준우의 얼굴에선 자신감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그런 오준우의 얼굴을 잠시 말없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시질 않네. 나 같으면 궁금해서 바로 물어볼 것 같은데…… 아니면.”
천천히 오준우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이미 뭔가를 알고 계시나?”
아무리 정화자 놈들이 비밀스럽게 움직였다고 한들, 녀석들은 계속해서 제물을 수급해 왔을 것이다.
이곳은 하이브 길드의 홈그라운드.
정말 그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까.
“준우 씨.”
“……예, 교황님.”
“만약에 준우 씨가 지금 같은 표정이 아니었다면, 제 태도가 바뀌었을지도 몰라요.”
오준우는 마법진 위의 시체들을 바라보면서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얼마나 세게 주먹을 쥐었는지, 그의 손에서 선혈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오준우를 바라보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제가 이능관리부를 호출했습니다. 이곳의 정리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그러니까 준우 씨는 돌아가세요.”
“하지만…….”
“고민이 많아 보이는 얼굴입니다. 한 가지 조언을 해 드려도 될까요?”
아직 그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지 않았다.
오준우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상황이 그를 나쁜 사람으로 이끌어가고 있을 뿐이다. 만약 그가 정말 악인>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한 사람이었다면, 멸악의 의지가 발동했을 것이다.
그때 루나가 오준우에게 호의적이었던 이유도 루나 역시 본능적으로 이 사람의 인간성을 파악했기 때문이겠지. 루나는 원래 그런 능력이 있으니까.
그래서 그에게 한 번은 기회를 주고자 한다.
“사람은 하고 싶은 말 참으면서 살면 병납니다. 그런 병은 우리 리멘님께서도 쉽게 못 고치세요. 하고 싶은 말은 하면서 살아야지, 안 그래요?”
“교황님.”
“지난번에 했던 제안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시간 괜찮으실 때 신전에 한번 들르세요. 그때는 좋은 말씀 한번 나눠 봅시다.”
내 말에 담긴 뜻을 알아차린 걸까?
무언갈 결심한 오준우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조언,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붕괴는 언제나 작은 균열로부터 시작된다.
바로 지금처럼.
나는 오준우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작게 숨을 뱉어 냈다.
과연, 그는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줄까?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