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8)
8화
3.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
1.
일단,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시연이 아침을 챙겨 주고, 주말에 놀이공원을 가자는 약속도 잡고, 등교 인사까지 받아 주고.
정말 내가 원했던 가족들과의 행복한 아침이었다.
게다가 이능관리부로부터 미튜브 방송 촬영 허가까지 받았다. 처음에는 그들이 반대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지만, 오히려 그들은 내 결정에 반색하는 눈치였다.
대신에 그들은 딱 하나만 당부했다.
귀환자인 건 공개해도 좋으나, 이레귤러임을 공개하는 건 반드시 이능관리부 주최의 기자회견에서 해 달라고.
나로서는 그렇게 어려운 부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곧바로 수락했다. 어차피 애초에 나와 인욱이가 세운 계획이 그것 아니었겠는가?
그렇게 이능관리부의 허가까지 받은 우리는 곧바로 플레이어 K, 그러니까 구민수가 미튜브를 촬영하고 있다는 장소로 향했다.
그래, 여기까지는 정말 계획대로 완벽했다.
그러나 문제는.
“담배 한 대 피우기 딱 좋은 분위기네. 인욱아. 여기 맞기는 하냐?”
“맞는데, 좀 이상하네.”
“전화는 아직도 안 돼?”
“……어, 전화가 꺼져 있네.”
우리가 현장에 도착하고 나서부터 발생했다.
나는 우리가 타고 온 SUV의 문에 살짝 몸을 기대면서 슬쩍 눈앞을 바라보았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은 경기도 여주시에 위치한 마감산이라는 곳의 초입.
구민수 씨의 미튜브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는 장소였다.
플레이어 컨텐츠로 미튜브를 한다는 사람이 이곳에 있는 것도 꽤 웃길 노릇인데, 진짜 문제는 그딴 게 아니었다.
정작 우리가 만나러 온 사람인 구민수 씨는 연락도 안 되고 있고, 무엇보다 이 마감산이라는 곳에서 느껴지는 이 흉흉한 기운.
직감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누가 들으면 직감이 정확한 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만, 내 직감은 조금 다르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싸우면서 자연스레 얻게 되었으며, 거기에 리멘의 축복으로 인하여 식스 센스라고 부르기에 충분할 정도로 발달했다.
예지력에 가까울 정도로 발달했다고 볼 수 있는 내 감각에, 이렇게 노골적인 마기가 감지된다는 것은 분명히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눈살을 찌푸린 채로 산을 바라본 다음, 몸을 돌리면서 인욱이에게 말했다.
“돌아가자. 주인공이 힘을 숨김인가 뭔가 하는 프로젝트는 잠정 중단이다.”
“아니야 형. 지금 아마 촬영이 한참 진행 중인 거라서 전화를 못 받는 걸 거야. 그러니까 일단 우리가 올라가서 직접 찾아가면…….”
“인욱아. 그 구민수라는 사람, 진짜 괜찮은 사람 맞냐? 뭐 안 좋은 소문이나 그런 거 안 돌았었어? 사람을 제물로 바쳤다던가, 악마를 숭배한다던가. 뭐 그런 거.”
“전혀. 그럴 리가 없잖아. 말이 돼 그게? 그 사람 잘나가는 미튜버라고.”
“그렇단 말이지.”
“그런데 그건 왜 갑자기 물어봐?”
인욱이의 질문에 나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면서 대답했다.
“아니, 적어도 괜찮은 사람이면 지인을 이런 끔찍한 구렁텅이에 밀어 넣을 생각은 안 할 것 같아서.”
“구렁텅이? 그런 게 어디 있는데.”
그 말에 그저 손가락을 들어서 산을 가리켰다.
“저기.”
구렁텅이, 지옥 등등의 여러 단어가 생각나지만, 개인적으로 지옥까지는 아닌 듯하여 구렁텅이로 표현했다.
끊임없이 내 심기를 자극하는 이 불쾌한 기운.
이건 분명 마수나 마족들만이 뿜어낼 수 있는 마기였기 때문이다.
물론 저쪽 세계에서 경험했던 마왕들의 지독한 마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저급한 마기였으나, 틀림없는 마기였다.
마기는 어제 내가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확인했던 플레이어들의 마력과는 근본부터가 다른 기운이다.
플레이어들이 말하는 마력은 보통 마나라고 불리는 힘이지만, 마기는 말 그대로 악마의 기운이다.
오로지 마족, 마수들과 그들과 계약을 맺은 흑마법사들만이 보유할 수 있는 힘.
솔직히 와이번을 조우했을 때 이미 마기가 지구에 있을 거라고는 예상은 했다만, 이렇게 빨리 찾게 될 줄이야.
하지만 아무리 옅더라도 마기는 마기다.
나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지만, 인욱이 같은 민간인에게는 맹독만큼이나 치명적인 기운이란 뜻이다.
게다가 산 전체에 이 정도로 마기가 분포되어 있다는 건.
“마기가 퍼진 지 최소 4일은 된 것 같은데, 이런 곳으로 우리를 부른 의도가 뭘까? 형은 그게 너무 궁금한걸.”
아무리 생각해 봐도 좋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인욱이나 내가 별다른 힘이 없었다면 저 산에 들어간 순간 두 가지의 결말이 기다렸을 거다.
마기에 미쳐 버린다든가, 아니면 마기에 미친 사람들의 손에 죽게 되든가.
그 어느 쪽이든 비극적인 결말이다.
나는 주먹을 가볍게 쥐면서 인욱이에게 말했다.
“형이 진짜 레귤러였다면 우리 여기서 죽은 거야. 알겠어?”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는데.”
“입금 안 밀리고 해 준 건 좋은 사람 맞는데, 고작 그것 가지고 사람 너무 믿는 거 아니냐? 너 그러다가 나중에 제대로 뒤통수 맞는 거야. 알겠어?”
내 말에 인욱이는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3년 전에 할머니 입원하셨을 때, 민수 형이 병문안 왔다가 아무 말 없이 병원비까지 다 결제하고 가 줬거든. 막 월세를 얻었을 때라서 돈도 여유 없었는데…….”
“그럼 진작에 그렇게 말하든가.”
“그래도 나중에 민수 형이 내 준 병원비는 다 돌려줬어. 그런데 그걸 형한테 말하기에는 쪽팔리잖아.”
어쩐지 안절부절못한다 했다.
금전적으로 여유 없을 때 도와주는 사람들을 의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긴 하지.
대충 인욱이의 사정은 알아들었다.
게다가 그 사람이 우리 할머니의 병원비까지 대신 내 줬다고 하니, 일단 상황 판단은 나중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3년 전이었다면 아직 인욱이의 경력이 그렇게 많지 않았을 때다.
그런데 그런 편집자의 할머니가 입원하셨다고 병문안까지 와서 병원비까지 내 주고 갔다는 건, 인욱이의 말대로 괜찮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좋아.”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인욱이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 갔다.
“일단, 넌 차 타고 집에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어. 여긴 너무 위험해.”
“형은?”
“네가 세운 계획은 글러 먹은 것 같으니까, 다른 쪽으로 선회를 해야지.”
그렇게 말하며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두 번 두드렸고.
사르륵-.
그러자 곧 내가 지구에 돌아올 때 입었던 검은색 사제복이 내 몸을 휘감았다.
내 갑작스러운 의상 체인지를 본 인욱이가 조심스레 묻는다.
“뭐 하려고.”
그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현장 전도라도 해 봐야지.”
2.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봤던 만화의 주인공이 하나 있다.
명탐정이 어린 초등학생의 몸에 빙의해서 추리를 하는 내용의 만화였는데, 나는 가끔 그 만화의 주인공이야말로 그 세계의 진정한 흑막이 아닐까 생각했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가는 곳마다 살인 사건 같은 강력 범죄들이 일어났었으니까.
내가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 역시 간단하다.
바로 내가 그런 만화나 소설 속 주인공이 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어비스 지역에 입장하였으므로 관련된 DLC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구원]종류: 서브 – 어비스 던전
설명: 당신은 익숙한 마기로 넘실거리는 지역을 발견하였습니다. 성스러운 책임을 진 당신은 반드시 그 마기를 정화하여, 이 지역을 사악한 자들로부터 되찾아야만 합니다.
교황이시여. 그대가 따르는 신의 성스러운 분노로 적들을 벌하십시오. 그리고 마기에 사로잡힌 가여운 어린 양들을 죄악에서 구원해 내소서.
보상: 신성 점수(DP) 50점
*본 퀘스트는 서브 퀘스트로,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수행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야 좋지.”
나는 눈앞에 떠오른 퀘스트를 수락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퀘스트가 있건 말건, 그 구민수라는 미튜버는 구해 낼 생각이었다. 그 와중에 신성 점수도 지급해 준다니,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단순히 신도를 늘리는 것 말고도 이런 서브 퀘스트를 통해서 점수가 수급이 가능한 구조라는 것도 꽤나 주목할 만한 요소다.
퀘스트 시스템은 에덴과 큰 차이는 안 보이는 것 같다.
크게 메인과 서브로 나뉘는 시스템.
그 둘의 차이는 아주 간단하다. 메인은 필수, 서브는 옵션.
간단하게 추가 보상을 얻고 싶을 때 수행하는 게 서브 퀘스트인데, 아마 지구에서는 계속 신성 점수를 보상으로 하는 서브 퀘스트가 발생할 것 같다.
나는 다시 한번 퀘스트 창을 읽어 내린 다음, 조용히 창을 닫았다.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겉으로 보기에 이곳은 정말 평범한 산이다.
솔방울과 낙엽이 가득했고, 솔방울 냄새가 솔솔 풍겨 오는, 한국의 평범한 산.
그러나 이 공기 속에 섞인 불쾌한 마기가 내 신경을 자꾸만 건드린다.
아마 그 원인은 퀘스트 창에 적혀 있던 어비스 던전>일 가능성이 높았다.
어비스 던전은 나로서는 꽤 생소한 단어여서, 아까 전에 인욱이에게 전화도 걸어 봤다.
하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휴대폰에 통화권 이탈이라는 표시가 뜨는 걸 봐서는, 이 현상 역시 마기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마기란 게 원래 그렇다.
온갖 현상을 일그러트리는 데에는 마기를 따라갈 기운이 없다.
파스스슥-.
사방이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때문에 유독 내가 낙엽을 밟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얼핏 보면 크게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만, 이건 지나치게 조용하다.
산이라면 응당 들리는 새의 지저귐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내가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내 나는 제자리에 멈춰 섰고, 옆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형제님들. 날씨도 좋은데 거기서 뭣들 하고 계십니까?”
5초 정도의 정적이 울려 퍼진 후, 곧 나무 틈 사이에서 네 명의 남자가 걸어 내려왔다.
그들은 내 앞에 서더니, 곧 내 위아래를 훑어본다. 그리고 그들 중 어깨에 큰 카메라를 들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말했다.
“일부러 놀래키려고 한 건 아닙니다 선생님. 저희가 미튜브 촬영을 하고 있었거든요. 죄송합니다. 그런데 혹시 이곳에 어쩐 일로 오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지금 이곳에 던전이 출현해서 꽤 위험하거든요.”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나는 그런 그의 친절한 말에 따라 웃어 주면서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 제가 오늘 구민수 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동생 녀석이 연락을 드렸을 텐데 혹시 전달 못 받으셨나요?”
“아! 그 귀환자 되시는 분인가요? 민수 형님한테서 이야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전화라도 따로 주셨으면 저희가 입구로 갔는데…….”
“전화가 자꾸 안 돼서요.”
“또 그래요? 허 참. 통신사에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던데…… 그래도 다행입니다. 제가 민수 형님한테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동생분은 같이 안 오셨나요?”
“동생이 오늘 일이 있어서 혼자 왔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따라오시죠. 저희가 지금 던전에서 촬영 진행 중이라서, 조금 더 가야 합니다.”
그는 그렇게 말한 다음 웃으면서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나 역시 그를 따라서 함께 걷기 시작했다.
나머지 세 명은 그런 우리를 따라 묵묵히 따라왔다.
길을 걷는 동안 카메라맨의 입은 잠시를 쉬질 않는다.
내가 입고 있는 사제복은 어떤 컨셉인 것이냐며 물었고, 또 본인은 귀환자를 처음 만나 본다면서 유난까지 떨어 댔다.
다른 세계의 여자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그 세계에서 인기는 많았는지 같은 쓰잘데기없는 질문까지.
진짜 쉬지 않고 입을 연다.
카메라맨이 아니라 미튜버라고 해도 믿을 법한 설력.
유명 미튜버의 카메라맨은 이 정도 혓바닥은 지니고 있어야 되는 걸까?
특이한 건 그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상하다는 듯이 카메라맨에게 물었다.
“뒤에 세 분은 아까부터 조용하시네요.”
그러자 그는 무슨 소리냐는 듯이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말했다.
“예? 쟤네들 아까부터 계속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습니까.”
“아아, 그런 거구나. 음,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설세명이라고 합니다.”
“좋아요, 세명 형제님.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 잘 들으세요. 아시겠죠?”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가요?”
설세명 씨는 내 말에 눈을 둥그렇게 떴고, 나는 그런 설세명 씨를 바라보면서 가볍게 손등을 두드렸다.
촤르르륵.
그러자 곧 검은색 가죽 장갑이 손을 휘감았다.
“세명 형제님은 운이 참 좋았어요. 각성자도 아니신 것 같은데…… 음, 이게 선천적으로 마기에 저항력을 지니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어요. 꽤 흔치 않은 경우긴 한데, 세명 형제님 부모님한테 감사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예?”
“오늘 여기서 살아 돌아가시면 바로 부모님께 전화드려서 감사합니다 세 번 하시는 겁니다. 아시겠어요?”
“도대체 무슨-”
콰지지지지직-!
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그의 뒤에 있던 남자들의 대가리를 싸그리 부쉈기 때문이다.
“히이익!”
묵직한 파골음은 있었으나, 피는 전혀 튀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가리가 박살 난 남자들에게서 검은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구부터 아주 징조가 상큼하네요. 일단 나머지는 안에 있는 것 같으니, 이곳은 안전할 겁니다. 여기서 쉬고 계세요.”
“당, 당신…… 뭐, 뭐 하러 오신 분입니까. 이게 도대체 무슨…….”
“저요? 딱 보면 아시잖습니까.”
나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는 세명 씨를 향해 최대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맺었다.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