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80)
80화
3.
야오오오옹-!
“백설이 좀 큰 것 같다? 나만 느껴?”
“실제로 큰 거 맞아.”
“조금만 더 크면 시연이가 타고 다녀도 되겠는데?”
“귀여운 백설이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
나는 백설이의 하얀색 털을 쓰다듬으면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보니까 신목이 자라났던데, 그에 따라 이 귀여운 신수도 성장한 것 같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귀여운 아깽이가 이제는 가로로 좀 길어졌다.
이러다가 금세 호랑이처럼 거대해지는 거 아니야?
그래서는 좀 곤란한데.
“그런데 갑자기 백설이가 왜 이렇게 커진 걸까?”
인욱이의 질문에 나는 이번에는 백설이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대답했다.
“근래에 형이 빌런들을 청소했던 게 선행으로 분류된 것 같다.”
“나쁜 놈들을 청소하는 건 확실히 선행이지. 그런데 선행과 백설이가 무슨 관계야?”
“백설이가 선행을 먹고 자라나. 리멘 교단의 신도가 선행을 쌓을수록 신목이 성장하고, 백설이도 같이 성장하는 메커니즘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할 거야.”
내 말에 인욱이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러면 백설이 나중에 호랑이처럼 커지는 거 아니야? 그러면 시연이가 속상해하지 않을까.”
그때였다.
쑤우우욱-.
우리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백설이가 다시 처음의 아깽이처럼 줄어들었다.
그리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와 인욱이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았다. 마치 칭찬이라도 해 달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와 인욱이는 그 모습을 잠시 말없이 바라본 다음,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걱정 없겠네.”
“걱정 없겠어.”
역시, 신수는 신수인가?
원하는 대로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니, 정말 마음에 드는 능력이다.
성장만 더 시키면 아깽이 모드였다가 유사시에는 마수도 잡아먹는 괴물로 변할 수 있단 뜻.
끼이이이-
귀여운 녀석. 상을 줘야겠군.
“인욱아. 츄르.”
“여깄어.”
사륵- 사륵.
츄르를 뜯어서 짜 주자 백설이는 정신없이 츄르를 핥아 대기 시작했다.
츄르를 좋아하는 신수라.
이것도 이것대로 귀엽구만.
나는 백설이의 털을 계속해서 쓰다듬으면서 말을 이어 갔다.
“할머니는 여주로 가셨다더라.”
“위험하실 것 같은데.”
“왜?”
“형도 이제 유명인이잖아. 전각련과도 사이도 안 좋고. 악감정 있는 사람들이 해코지하면 어떻게 해.”
일리가 있는 걱정이었지만, 아마도 할머니가 있는 곳은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나 세 번째로 안전한 장소일 것이다.
“이거 봐.”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인욱이에게 보여 주었다. 정확히는 누군가와의 카톡 대화.
-야만인: 된장 수프. 한식 맛이 좋다. 시우. 시우의 할머니 걱정은 하지 마라. 당분간 이곳에서 휴가를 즐긴다. 도움이 필요하면 말.
-나: 번역기 돌림?
-야만인: 마마고. 성능 Good. 아무튼 걱정 No.
-나: ㅇㅋ
“……이 야만인이라는 사람, 설마 바바리안이야?”
“어. 걔도 한국 들어왔거든. 할머니가 미국에서 데려온 친구분이 엠마 여사님인 거 알지? 엠마 여사님이 당분간 한국에서 살겠다고 하셨다더라. 우리 할머니랑 같이 지내실 모양인가 봐.”
“두 분이 엄청 친해지셨나 보네. 그런데 그거랑 바바리안이 할머니 댁에 있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엠마 여사님이 미국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에이든이 직접 경호하는 거지.”
미국이 보유한 가장 큰 자산 중에 하나라고까지 불리는 엠마 밀러 여사다. 에이든이 직접 경호를 하는 건 이상할 게 없었다.
아무튼 상황이 그렇게 되었으니 당분간 할머니 걱정은 접어 두어도 될 것이다.
나는 스마트폰을 옆에 내려 두면서 슬쩍 우리 집을 둘러보았다.
“이 집도 곧 있으면 안녕이네.”
“그러게.”
이사 갈 집도 정해졌고, 날짜까지 잡혔다.
위치는 당연히 그라운드 제로의 신전에서 가까운 아파트였다. 지금보다 평수도 넓어서, 손님들이 놀러 오기에도 괜찮을 것이다.
이를테면 레오나 루나.
생활권 자체도 신전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형성되어 있으니, 인욱이나 시연이를 지키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시연이는 섭섭해하지 않아? 원래 애들은 전학 가는 거 싫어하잖아.”
“오히려 새 친구들 사귈 수 있다고 좋아하던데? 시연이, 형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른스럽다니까.”
그건 참 다행이네.
시연이가 울고불고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내 기우였던 모양이다.
“시연이가 전학 가게 될 초등학교, 알고 보니까 주변에서 꽤 유명하더라. 대형 길드 소속 헌터들 자제들이나, 부자들 많다던데.”
나는 인욱이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가 보안이 좋더라. 경비 인력으로 헌터들도 고용하고, 안전해 보였어.”
“우리 시연이 거기 가서 기죽는 거 아니야?”
“그럴 리가 있나. 누구 동생인데.”
나와 인욱이의 목소리가 너무 컸던 걸까?
시연이의 방문이 열리더니 곧 시연이가 눈을 비비면서 거실로 걸어 나왔다.
“큰오빠. 작은오빠. 밤 늦게 뭐 해?”
“시연이 깼어? 미안. 오빠들이 너무 시끄러웠지.”
“아니야아. 아까 낮잠을 자서 잠이 잘 안 와.”
시연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와 인욱이 사이로 파고든다. 그리고 백설이를 껴안으면서 활짝 웃음을 지었다.
“큰오빠. 우리 이사 가면 레오 아저씨랑 루나 언니 자주 볼 수 있지?”
“그럼.”
“승우 오빠도?”
“……그럼.”
“헤헤, 좋아.”
귀여운 시연이가 귀여운 백설이를 껴안고 있으니 뭐라 표현하기가 힘들다.
귀여움도 시너지 효과가 적용되는 듯하다.
“이사 가기 전에 다른 사람들한테 인사하러 가도 돼?”
“다른 사람?”
“응!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랑, 윗층 아저씨 아줌마랑 밑층 할아버지 할머니랑 또…….”
기특하기도 해라.
나는 시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래, 다 인사드리고 가자.”
“다행이다! 사실, 인사드리러 갈 시간도 없을 줄 알고 걱정했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형. 이웃분들이 우리 진짜 잘 챙겨 주셨어. 가기 전에 선물 좀 드리고 가도 되겠지? 내 돈으로 살 거니까 걱정하지는 말고.”
“안 될 게 있나. 내가 보너스 좀 더 줄까?”
“됐어. 어차피 형은 오랫동안 자리 비웠잖아? 신세 진 건 우린데, 당연히 내가 알아서 해야지.”
기특한 내 동생들. 이뻐할 수밖에 없다니까?
나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 가족들과의 시간만큼 행복한 건 없었다.
4.
그 후 1주 동안은 신전에 머물면서 내정에 신경을 썼다. 그라운드 제로의 제염 마무리 작업부터 시작해서 레오가 번역한 리멘 성서의 편찬 작업 등등.
그것만으로도 정신없이 바빴다.
거기에 미튜브 라이브 방송도 틈틈이 진행하니, 아주 그냥 시간이 녹아내리더라.
오준우의 내부고발 이후로 국내 정세는 아주 혼란스럽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전각련, 만장일치로 하이브 길드를 연합에서 제명.」
「전례 없는 빌런들과의 유착 관계! 암시장 내부 구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가?」
「정부, 이능관리부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대규모 추경예산 편성. ‘이레귤러 특별법’과 함께 임시국회에서 논의 예정.」
기자들은 아주 살판이 났고, 국민들은 쉴 새 없이 하이브 길드와 전각련을 씹어 대기 시작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각련이야말로 대한민국 최후의 보루라고 했던 사람들이, 그 누구보다 맹렬하게 전각련을 공격해 대기 시작한 것이다.
서열 2위의 하이브 길드를 바로 제명하는 초강수를 뒀음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일파만파 커져 가는 중이었다.
전각련에 소속되어 있는 일부 길드가 탈퇴 의사를 밝히고 있는 걸 보면 내부적으로 혼란이 얼마나 심각한지 대강 알 수가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전국이 시끄러운 가운데 나에게 정부 측으로부터 소집 요청이 들어왔다.
지난번에 몬스터 웨이브를 막기 위한 소집과 얼추 비슷한 형식이긴 했지만, 이번에 정부에서 소집한 것은 ‘이레귤러 김시우’가 아닌 ‘리멘 교단의 교황 김시우’였다.
이곳은 이제는 어느덧 내 집 같이 편해진 이능관리부 본청의 회의실.
“허허. 전국의 이름난 종교쟁이란 종교쟁이는 다 모인 것 같습니다, 김시우 교황님.”
나는 내 옆에서 열심히 쫑알거리는 젊은 얼굴의 스님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을 법운이라고 소개한 이 스님은 10분 전부터 쉴 새 없는 토크로 내 정신을 쏙 빼놓는 중이었다.
이곳에 모인 다른 이들은 서로를 탐색하기도 바쁘지만, 애초에 이 사람에게는 낯가림이란 게 없는 모양이었다.
“그야말로 종교 대통합의 자리 아닙니까! 동종 업계 종사자들과 함께 자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하하! 부처님께서도 이 장면을 보시면 아주 흡족해하실 겁니다.”
“동종 업계 종사자라…… 스님이 쓰기에는 좀 부적합한 단어 같은데?”
“중생에게 각자 모시는 이의 말씀을 전하는 것은 같지 않습니까? 그것이야말로 동종 업계라고 할 수 있어요. 하하!”
“……땡중.”
“후후,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알아들은 것 같으니 노코멘트.”
청력 하나 예술이다. 일부러 안 들릴 정도로 조용하게 중얼거렸는데 말이지.
나는 손을 가볍게 휘저은 다음, 슬쩍 회의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조계종의 대표로 나왔다는 이 땡중을 제외하고서라도 세 명이나 더 자리에 앉아 있었다.
부드럽게 웃음을 짓고 있는 중년의 수녀 한 명.
그리고 목에 십자가 목걸이를 건 채로 아까 전부터 나를 도발적으로 쳐다보고 있는 남자 한 명.
마지막으로 하얀색 코트를 입은 채로 앉아 있는 낯익은 남자 한 명.
특히, 하얀색 코트를 입고 있던 남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김시우 교황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그럼요. 잘 지내고 말구요.”
“그것참 다행입니다.”
예전에 부산 그라운드 제로에서 대치했던 백명교도, 심진규였다.
회의실의 인원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곳에 모인 이들은 전부 다 종교인이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신성력’을 개화한 종교인들.
수녀야 당연히 천주교에서 나왔을 테고, 그 옆의 적대적인 신사분은 개신교 쪽이겠지?
정리하자면 천주교, 개신교, 불교, 백명교, 우리. 이렇게 다섯 집단의 대표가 모인 셈이다.
다섯 집단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신성 계열 플레이어들을 100명 이상 확보한 집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부에서 종교인끼리 친분이나 나누라고 이 자리에 급하게 불러 모은 건 아닐 테고.
무슨 이유인지 솔직히 궁금하긴 했다.
아까 김 실장이 전해 준 바에 따르면 비상사태를 선언할 수도 있는 안건이라던데, 무슨 일이려나?
“다들 모이셨군요.”
내가 옆에서 재잘거리는 스님의 말을 애써 무시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유선호 장관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를 따라서 총 다섯 명의 인원이 회의실 내부로 들어왔는데, 그들에게서 신성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그들의 목에 걸려 있는 공무원증에 질병관리청>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는 걸로 봐서, 그들이 질병관리청 소속의 공무원이란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신성 계열 플레이어들과 질병관리청.
거기에 비상사태를 선언할 수도 있는 안건이라면……
‘전염병?’
당장 떠오르는 건 전염병 정도.
유선호 장관은 자리에 앉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갔다.
“바쁘신 분들을 이리 급히 모시게 되어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상황이 좋지 않으니 빠르게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청장님? 진행해 주시지요.”
“예, 장관님.”
유선호 장관의 말에 그의 옆에 앉아 있던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준비해 온 자료를 스크린에 출력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자료 화면을 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삑.
그가 리모콘을 누르자 곧 스크린의 화면이 변경되었고.
“저런.”
“……흐으음.”
회의실에는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화면 속에는 참혹한 상태의 환자를 찍은 사진이 표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라색과 검은색으로 변색된 신체부터 시작해서, 검은색 피로 물든 붕대.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부 측에선 우리에게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도 보여 주었는데.
-캬아아아아!
-캬아아아아아악!
격리 시설에서 거칠게 날뛰고 있는 몇몇 환자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해당 영상은 대전 북부에 위치한 임시 격리 시설에서 촬영된 영상입니다. 현재, 대전 북부에 위치한 난민 수용 시설에서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확인되었습니다. 4일 전부터 퍼져 나가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되며, 해당 지역은 통제되고 있습니다.”
내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보였다.
“흠, 전염병이면 저희들보다는 의료 관계자들이 적임자 아니겠습니까?”
법운 스님의 말에 회의실에 있던 종교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질병관리청장이 곧바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원칙대로라면 그리하는 것이 맞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릅니다. 환자들의 몸에서는 그 어떠한 병원체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게 무슨…….”
“대신 환자의 몸에서 발생하는 특이한 에너지 파장이 전염의 매개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의학만으로는 밝혀낼 수 없는 현상이기에 이렇게 여러분들의 도움을 구하고자 합니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보아하니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이런 상황을 경험해 보지 못한 듯한데, 에너지 파장이 전염 매개체라는 것을 알아낸 것만으로도 박수를 쳐 줄 만하다.
당연히 환자의 몸에서 병원체 같은 게 발견될 리가 없다.
왜냐하면 이건 사람들이 알고 있는 흔한 전염병 같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병원체가 아니라 마기 오염이나 저주를 통해서 발병되는 전염병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쉰 다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병. 제가 있던 세계에서는 그 병을 그렇게 부르곤 했습니다.”
아무래도 지랄 맞은 놈이 넘어와 버린 것 같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