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81)
81화
5.
오크가 대규모로 내려왔던 몬스터 웨이브 때랑 상황이 비슷했다.
회의실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마병은 마기로 인해서 발현되는 질병입니다. 사실, 질병보다는 저주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놈입니다. 마기에 대한 저항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치명적이진 않지만, 저항력이 없는 이들에게는 지옥을 선사합니다.”
마병은 에덴에서도 가장 악랄한 질병 중 하나였다.
치사율도 치사율인데, 전염력이 진짜 말도 안 되는 질병이었기 때문이다.
마병에 걸린 사람은 주위에 마기를 퍼뜨리기 시작하는데, 환자가 퍼뜨린 마기에 닿은 사람은 여지없이 전염된다.
선천적으로 항마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저항하는 편이지만, 그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은 극히 드문 편이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마병에 걸린 사람들 중 일부는 마기에 잠식되어 괴물이 되어 버린다.
그 상태를 마인이라고 부르는데, 마인들은 피와 살을 탐하며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애초에 그 마병을 발현시키는 마기의 주인이 탐식의 마왕이기 때문이었다.
탐식의 마왕.
끝없는 탐욕을 원천으로 하며, 무엇이든지 배 속으로 집어넣어야만 만족하는, 그야말로 빌어먹을 새끼.
마병이 나타났다는 건 지구 어딘가에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김시우 각성자 님. 혹시 마기에 대한 부연 설명도 가능하련지요.”
“말 그대로 마족들을 근원으로 두는 기운입니다. 욕망,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잡아먹고 성장하는 편인데…… 다른 기운들과 다르게 총 일곱 가지로 분류됩니다. 그리고 마병을 일으키는 마기는 오로지 한 개, 탐식의 마기뿐입니다.”
미국 측에서는 이미 마기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고, 중국은 마기 사용자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정화자 놈들의 홈그라운드가 중국이었으니까.
내 설명을 들은 사람들 중, 여태까지 조용히 있던 수녀가 오른손을 들었다.
“그렇다면 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요.”
“간단합니다. 신성력을 이용해서 환자의 몸속에 있는 마기를 몰아내면 됩니다. 마기가 뇌까지 잠식하여 극도의 공격성을 보이는 ‘마인’ 상태의 환자에게도 동일합니다. 마기를 몰아내면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유선호 장관이 한숨을 내쉬면서 답했다.
“현장에서 이미 신성력이 환자에게 효과적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렇기에 여러분들을 이 자리로 모신 거지요.”
마병은 전염성이 극악무도한 놈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다른 질문을 유선호 장관에게 던질 수밖에 없었다.
“완벽하게 통제가 이루어진 건 맞습니까?”
“통제가 이루어지기 전, 일부 인원이 시설에서 빠져나갔습니다. 그들의 동선을 추적하고 있는 중입니다.”
마병 환자들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면 게이트나 던전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혼란이 찾아올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신성 계열 플레이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마병은 약간의 신성력으로도 치료가 가능했으니, 임무만 잘 분담하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
나는 빠르게 계산을 끝낸 다음, 회의실의 인원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나머지 분들은 정부 측과 협조해서 시설 외부의 감염자들을 치료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치료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신성력을 환자에게 흘려 넣어 주시면 됩니다.”
그러자 아까 전부터 나를 고깝게 쳐다보고 있던 남자가 공격적인 말투로 답했다.
“당신은?”
“저는 통제 구역 내부로 진입해서 마병의 근원을 제거할 겁니다. 내부에 있는 환자들의 정화도 병행할 거구요.”
“왜 그런 중요한 일을 혼자서 독점하려는 거지? 우리와 함께 진입하는 것이 맞지 않나?”
“저도 저분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름 모를 목사의 의견에 이때다 싶어 동조하는 백명교의 심진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교세를 확장하고 있는 개신교와 백명교답게 나 혼자 주목을 받는 걸 적극적으로 견제할 속셈인 듯했다.
나는 그 둘을 바라보면서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아직 여러분들은 약해서 안 됩니다. 쓸데없는 피해는 줄이자는 주의라서요.”
“……지금 개신교를 무시하는…….”
“개신교나 백명교 측에 이레귤러 있어요? 우리는 있는데. 불만 있으면 이레귤러 데려오시든가.”
“하하하!”
내 말에 백명교의 심진규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시원시원하십니다. 알겠습니다. 저희 백명교는 정부의 지시에 협조하겠습니다.”
그러자 곧 개신교를 제외한 나머지 종교의 대표들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내 옆의 법운 스님은 크게 웃으면서 박수까지 쳐 댔다.
“과연, 대한민국의 영웅이십니다. 혹시 절밥 좋아하십니까? 시간 나면 저희 절에 한번 놀러 오시지요. 제가 몰래 고기도 챙겨 두겠습니다.”
“……아, 예.”
도대체 이 스님은 뭐 하는 사람일까.
아무튼.
그렇게 상황이 얼추 정리되는 것을 본 유선호 장관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럼, 리멘 교단에서 난민 수용 시설에 진입하는 것으로 하고. 나머지 분들은 감염 확산 방지를 도와주시는 것으로 이번 회의를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상황이 다소 급박하니, 리멘 교단에서는 곧바로 움직여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저희 측의 도움이 필요하신 게 있다면 김동식 실장을 통해서 바로 연락을 주십시오. 무엇이든 협조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나의 대전행이 확정되었다.
6.
“지구에서 마병을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만큼 놈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소리 아니겠냐. 어쩌면 그곳에 정화자 놈들의 제단이 있을지도 모르고.”
현장으로 향하는 차에는 나와 루나, 그리고 김 실장이 탑승해 있었다.
일종의 선발대였다.
나와 루나가 직접 찾아가서 해당 지역의 상황을 확인한 후, 신전에서 대기하고 있는 레오와 신입들을 투입하든가 할 것이다.
나는 빠르게 바뀌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김 실장에게 말했다.
“신성 계열 플레이어들에게 도움을 청한 이유가 따로 있었나요?”
“현장에 신성력 사용자가 한 명 있습니다. 덕분에 신성력이 원인 불명의 질환에 탁월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급히 소집했던 겁니다.”
“신성력 사용자?”
“난민촌에 있던 개척 교회의 목사입니다. 얼마 전에 신성력을 각성했지만,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숨겨 왔다고 합니다.”
대전의 난민촌은 디멘션 오프닝 이후로 형성되었다고 한다.
초기에 생성된 게이트들에 의해 삶의 터전이 파괴된 사람들.
정부 측에선 그들을 대전 북부 쪽에 자리 잡게 했고, 그것이 난민촌의 시작이었다.
급조된 지역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생활환경은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3년째 해당 지역에서 난민들을 챙겨 주던 사람입니다. 신성력을 얻었음에도 보고하지 않은 건, 각성자 교육 동안 생기는 공백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 공백 기간 동안 사람들이 눈에 밟힌다더군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망이 아주 두텁습니다.”
“대단한 사람이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종교를 떠나서, 어디에나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 불쌍한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영웅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하다.
“불교, 천주교와 개신교, 백명교 측에서도 곧바로 플레이어들을 파견했습니다. 동선 추적에 합류해서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정말 지원은 필요 없으신지.”
“근원을 추적하는 건 우리밖에 못 합니다. 제가 직접 들어가서 끝내야죠.”
“가능하시겠습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에덴에서도 몇 번 경험이 있는 일이라.”
마병에 걸린 사람들을 정화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여차하면 정화의 날개를 이용해서 단숨에 정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마병의 근원을 찾아내지 않는 이상 끊임없이 반복될 테니, 최우선은 마병의 발원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렇게 김 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차는 어느새 군 통제선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도착했습니다, 시우 님.”
“성하. 이거, 쉽지 않겠는데요?”
“흠.”
루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리고 나 역시 그녀를 따라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난민촌의 구역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이곳에 최대 수용 가능한 인원이 10만 명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 말이 틀린 게 없는 모양이다.
“현재, 난민촌의 주요한 기능은 피해 현장이 복구되기 전까지 이재민들을 임시로 수용하는 역할입니다. 난민촌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곳이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재민 캠프라는 표현이 더 적절합니다.”
“난민이건 이재민이건, 수용 인원이 꽉 찬 것 같네요.”
“근래에 ‘격의 시대’라는 메시지가 떠오른 이후, 감지되지 않는 게이트와 던전의 숫자가 증가했습니다. 그로 인해 이재민이 대거 발생한 탓입니다.”
딱 봐도 난민촌에는 사람이 많아 보였다.
방역복을 착용한 군인들이 바리케이드를 곳곳에 배치함으로서 통제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부분을 보면 확실히 지구인들의 대응이 아주 신속하다. 에덴에서는 마병 환자들을 격리하는 것조차 까다로웠는데 말이지.
“방역복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군인들도 감염이 진행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군 내부에서는 감염을 막기 위해 난민촌을 강제 소각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후의 방법을 벌써 꺼내기에는 이르죠. 말이 강제 소각이지, 저 사람들 살처분하겠다는 소리잖아.”
내 말에 루나는 앞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지구인들도 보통은 아니네요. 에덴의 어떤 왕국에서도 마병 확산 막으려고 도시 하나 몰살시켰는데, 기억나세요 성하?”
“그걸 기억 못 할 리가 있겠냐.”
“최악의 선택이었죠. 아직도 생각나네.”
마기가 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들을 무턱대고 죽였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만 발생한다.
참고로 루나가 말한 그 도시는 시민 전부가 언데드가 되어 부활했다.
그 상태에서 마기를 머금고 사방으로 퍼져 나가니, 왕국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마족과의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그런 일이 발생했던 탓에 수습하느라 진땀이 빠졌었지.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마병의 근원을 찾는 거다. 루나, 너는 들어가자마자 마인들부터 제압해.”
“예, 성하.”
우리 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김 실장이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몇 번 보여 주셨던 그 날개를 이용하다면 단번에 정화가 가능하지 않습니까?”
“정화의 날개로는 생명을 잠식한 마기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건 힘든 편이에요. 그리고 마병의 근원부터 제거하면 모를까, 근원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완벽하게 제압할 수는 없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워 넣으려면 독부터 보수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정화를 하더라도 마병의 근원이 건재한 이상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나는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면서 김 실장에게 말했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아, 그리고 아까 말씀해 주셨던 그 목사, 여전히 안쪽에 있습니까?”
“예. 엄연한 격리 대상이니까요.”
“제 폰에 그 사람 위치나 한번 찍어 주세요. 가는 김에 얼굴 좀 보고 가게. 루나야? 들어가자.”
“오랜만에 몸 좀 풀겠네.”
그렇게 나는 루나를 데리고 격리 구역 내부로 진입했다.
[경고! 사방에서 마기가 감지되기 시작합니다.]위험을 알리는 붉은색 메시지 창이 눈앞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7.
어둠으로 뒤덮인 작은 동굴 속.
귀곡성에 가까운 목소리가 벽을 타고 울려 퍼진다.
-드레노가 소멸했다. 의식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제단 하나가 완전히 파괴되었다.
“나약한 리치들이 별수 있겠어? 흐흐, 재수 없는 해골 새끼들이 뭐 그렇지. 그것이 언데드들의 한계야.”
-그분께서는 네가 조심하시기를 바라신다. 네가 있는 그 땅은 너무 위험하다. 그곳에 있는 모든 종들이 계획을 중단하고, 대제단으로 복귀하시기를 원하신다.
“내 계획은 이미 완성되었어. 조금만 있으면 결과가 나온다. 충분한 결과를 들고 돌아가, 그분에게 당당히 인정받을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라. 네가 그곳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네놈이 미천하고 무능한 종이라 할지라도, 헛되이 죽는 것은 우리에게 해롭다.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던 괴물이 몸을 일으켰다.
괴물은 회색으로 빛나고 있던 작은 구슬을 손으로 움켜쥐면서 말했다.
“아카리스. 네가 나를 깔보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충분히 즐겨 둬라. 얼마 가지 않아 네 녀석은 나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름조차 얻지 못한 놈 주제에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는구나. 네 녀석은 그 어떠한 미래에서도 이름을 얻지 못했다. 다시 한번 경고한다. 그곳에서 철수…….
콰지지직.
괴물은 구슬을 손으로 부서뜨렸다. 굴 밖에서 들어온 달빛이 그의 검게 변색된 손을 비췄다.
괴물은 자신의 손을 황홀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보라색의 손톱으로 손목을 그은 후, 땅에 피를 흩뿌리면서 광소를 터뜨렸다.
“얼마 남지 않았다! 내가 이름을 얻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대지에 흩뿌려진 그의 피가 천천히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