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82)
82화
25. 마병
1.
격리 구역에 진입하자마자 오랜만에 퀘스트가 발생했다.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역병]●종류: 서브 – DLC
●설명: 현재 당신이 있는 곳에는 알 수 없는 역병이 퍼지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병마에 신음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많은 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었습니다.
교황이시여. 이곳을 잠식한 사악한 병마를 몰아내어, 고통받는 이들을 구원해 주십시오.
●완료 조건: 역병의 근원>을 제거할 것.
●보상: 신성 점수 1만 점>, 성유물 점수 1점>
안 받을 이유가 없는 퀘스트였기에 곧바로 수락한 다음, 메시지 창을 닫았다. 그리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컨테이너들과, 3층 이상을 넘어가지 못하는 건물들.
그 사이에서 쉴새 없이 들려오는 기침과 신음 소리들은 이곳의 처참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이런 걸 보면 지구도 참 신기한 세계예요.”
“뭐가?”
“우리 교단의 신전이 있는 서울만 보더라도 높은 빌딩들이 그렇게 즐비해 있고, 에덴과 비교도 할 수 없이 발전해 있는데. 조금만 내려와도 이렇게나 다르잖아요? 문명이 발전하면 모두가 잘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
“사람 사는 세계란 게 원래 그런 거지.”
“하긴.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세계란 건 있을 수가 없죠. 그게 가능했으면 종교가 존재할 필요도 없었겠지.”
가끔 보면 루나도 굉장히 염세적인 말을 하고는 한다.
그건 그녀가 어렸을 시절,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쉴 새 없이 일하면서 얻게 된 성향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곳은 동생들이랑 살았던 곳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긴 해요. 적어도 오랫동안 굶을 일은 없잖아요?”
루나는 그렇게 말하며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갔다.
우리가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수많은 시선이 집중되고 있었다.
사제복을 입고 있는 나와 순백색의 갑옷을 입고 있는 루나의 조합은 관심을 안 주려야 안 줄 수가 없는 조합이기는 했다.
우리는 그 뜨거운 시선을 받으면서 첫 번째 목적지로 향했다.
마병이 확산되는 중이라서 거리에 나와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음, 김 실장님이 보내 준 메시지에 따르면 저긴데.”
루나는 능숙하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최근 들어 루나와 레오가 나보다 스마트폰을 더 잘 쓴다. 쉬는 시간에 대부분 스마트폰을 하면서 보낸다는 뜻이겠지.
“저기 보이네.”
“음?”
“저게 십자가라는 건데, 기독교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면 돼. 한때는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어.”
나는 십자가가 달려 있는 컨테이너를 바라보았다.
크기는 넓지 않았지만 안쪽에서 은은한 신성력이 감지되고 있었다.
아마 김 실장이 말해 준 그 목사란 사람일 것이다.
“들어가 보자고.”
“네.”
루나와 함께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때, 안쪽에서 날카로운 쇠꼬챙이를 움켜쥔 어린 꼬마 하나가 우리를 향해 소리쳤다.
“오, 오지 마! 여기는 안 돼!”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소년의 얼굴에선 절박함이 느껴졌다. 쇠꼬챙이가 떨리는 걸 봐서는 잔뜩 긴장한 모양이었다.
루나는 나와 소년을 번갈아 보면서 쳐다본 다음, 가볍게 손을 튕겨서 쇠꼬챙이를 뒤로 날려 버렸다.
그리고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 너희를 도와주러 온 거야.”
“진……짜요?”
“희민아! 무슨 일…….”
곧이어 건물 안쪽에서부터 한 중년 남성이 뛰쳐나왔다.
남자는 먼지가 묻은 흰색 와이셔츠의 양쪽 소매를 걷은 상태였다. 게다가 급히 달려 나왔는지, 손에는 물이 묻은 수건을 들고 있었다.
그는 우리와 눈을 마주쳤다.
그렇게 3초 후.
“김…… 시우?”
우리의 정체를 깨달은 그가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들고 있던 수건을 떨어트렸다.
나는 그런 그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면서 인사를 건넸다.
“원래는 밖에서 먼저 물어보고 들어와야 하는데, 저희가 성격이 급한 편이라 죄송합니다. 혹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음, 저희들은 리멘을 모시는 쪽이라.”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남자의 모습에 내 옆에 서 있던 루나가 내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놀리는 맛이 있는 사람인 것 같은데요?”
“그 맛이 뭔데?”
“음, 성하한테서 느껴지는 맛? 후후.”
무시하자.
나는 루나의 얼굴을 손으로 밀어낸 다음, 웃음을 지으면서 그에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여기 이 어린 친구가 용감하네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오늘 아침에 환자 중 일부가 이곳에 쳐들어왔습니다. 그분들의 엄청난 공격성 때문에 아이들이 크게 다칠 뻔했습니다. 아마 희민이가 그것 때문에 외부인들을 경계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희민아. 사과드려야지?”
“죄송…… 죄송합니다. 저는 갑자기 들어오셔서 나쁜 사람들인 줄 알았어요.”
“그건 우리가 잘못하긴 했네. 미안해, 희민아. 다음부터는 노크 꼭 하고 들어올게.”
노크를 안 하고 무작정 들어온 우리 쪽도 잘못이 있지.
그래도 무서웠을 텐데 쇠꼬챙이를 들고 맞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소년의 몸에서 느껴지는 신성력의 씨앗 역시 마찬가지로 인상적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 씨앗이 우리 것이 아니란 점이었지만 말이다.
“다른 아이들은 원인 모를 병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데, 희민이 혼자 멀쩡하거든요. 덕분에 제가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서성신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2년째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김시우입니다. 이쪽은 루나.”
“소문으로만 듣던 분들을 직접 뵙게 되니 너무 당황스럽네요.”
서 목사는 웃음을 지으면서 내가 건넨 손을 맞잡았다.
우우우웅-!
맞잡은 손 너머로 서 목사의 순수한 신성력이 전해져 왔다. 독실한 신앙심으로 각성한 케이스답게 놀라울 정도로 순수한 신성력이었다. 선지자급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
이 정도의 신성력이라면 손을 맞잡는 것만으로도 마병의 증상이 굉장히 약화되기는 했을 것 같다.
“대접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환영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교회 안쪽을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서 목사는 우리를 이끌고 교회 안쪽의 방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총 여섯 명의 아이들이 누워 있었는데, 하나같이 상태가 안 좋은 아이들이었다.
손끝과 발끝이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보아하니 마병에 걸린 게 분명해 보였다.
“전염병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아이들입니다. 더 좋은 외부 시설로 보내고 싶어도, 격리로 인하여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아이들의 상태가 안 좋아 보이네요.”
“다른 환자들의 경우에는 저와 접촉하면 상태가 좋아졌는데, 이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확실히 어지간한 마병 환자들이라면 선지자급의 신성력과 닿는 것만으로도 호전되기는 한다.
나는 서 목사의 말을 들으며 천천히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아이들로부터 꽤 강렬한 마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제가 무언가라도 더 해 주고 싶지만…….”
“하실 수 있는 건 다하셨겠죠. 이해합니다. 이건 사실 서 목사님이 뭔가를 더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무리 이 사람이 선지자에 준하는 신성력을 타고났다고 한들, 지금으로서는 그저 신성력을 방출하는 게 전부일 뿐이다.
축복이나 축성 같은 스킬들은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반쪽짜리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물론 신성력 방출만으로 여태까지 어지간한 마병은 치료해 줄 수 있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잠재력이었지만, 이 아이들에게 그의 신성력이 통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아이들의 몸에 손을 올리면서 서 목사에게 말했다.
“아이들이 병에 걸린 이후에 외출을 한 적이 있습니까?”
“전혀요. 기력조차 없어서 누워만 있었습니다.”
“그래요?”
[저주 탐식의 표식>을 해제하였습니다.]새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숨을 헐떡이던 아이들의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악몽을 꾸는 듯이 괴로워하던 아이들의 표정이 편안하게 바뀌었다.
서 목사는 한결 편안해진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눈을 크게 떴다.
“아이들이…….”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
“그 전에, 서 목사님.”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서 목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이곳에 출입했던 또 다른 외부인이 있습니까? 솔직하게 답해 주셨으면 합니다.”
마병의 근원을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2.
「평소에 저희 교회에 나오셔서 예배를 드리는 집사님 한 분이 계십니다. 그저께부터 아이들 간호를 도와주시는 중입니다. 그분도 저희처럼 면역이 있으신 건지, 병에 걸린 기색은 없으셨습니다.」
서 목사의 말에 따르면 이혜선이라는 이름의 집사가 이틀 전에 교회에 나와서 아이들을 간호해 주다가 갔다고 했다.
마병이 확산하고 있는 와중에도 멀쩡했다는 걸 보면 그녀 역시 마병에 대한 면역력을 확보하고 있던 걸로 추정된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플레이어가 아닌 이상 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보유하는 건 기적에 가깝다.
아까 전에 우리에게 쇠꼬챙이를 겨누었던 희민이의 경우가 굉장히 특별한 경우다. 신성력의 씨앗을 보유하고 있고, 타고난 저항력 자체가 괴물 같았기에 마병으로부터 자유로웠을 뿐이다.
희민이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남아 있는 가능성은 하나다.
마기에 익숙한 경우.
즉, 마기 사용자인 경우.
“루나야.”
“네, 말씀하세요.”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당연히 그년이 나쁜 년이죠. 마병의 근원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병과 관련되어 있는 건 틀림없어요. 아이들한테 저주를 걸 만한 용의자는 그년밖에 없잖아요? 원래부터 알고 있던 사이라고 해도, 마족 놈들이 인간 탈 뒤집어쓰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서 목사는 그 이혜선이라는 여집사를 의심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이유는 지금의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그녀가 사태의 원흉일 것이라고 얘기해 주는데도 쉽사리 믿지 않는 걸 보면 생각보다 많은 신뢰가 쌓인 듯 보였다.
“가끔 보면 성하는 무른 면이 있어요. 나 같았으면 신뢰고 뭐고 당장 그년 찾아가서 머리 뜯어 버렸을 걸요?”
“……머리채 말고 머리?”
“머리를 뜯어 버리면 머리채는 보너스잖아. 아닌가?”
저것이 정말 신의 뜻을 따른다는 성기사의 입에서 나올 소리란 말인가.
어쨌든 우리는 한 번만 확인할 기회를 달라는 서 목사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면 바로 움직였을 테지만, 그 집사가 곧 교회에 올 시간이었기에 잠시 기다려 줬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나와 루나가 대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이혜선 집사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목사님. 저 왔어요.”
미소를 머금은 중년의 여성이 교회 안으로 들어섰고, 서 목사는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를 반겼다.
“오셨어요, 이 집사님?”
“아이들한테 별일은 없었죠?”
“열이 안 떨어지네요. 그래도 조금은 나아졌습니다.”
“집에 해열제 남아 있던 거라도 챙겨 왔어요.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
나와 루나는 신성력으로 생성한 얇은 막 뒤에 몸을 숨긴 상태였다.
일종의 위장막.
나만큼의 신성력을 보유한 존재가 아니라면 우리의 존재를 쉽게 알아차릴 수 없었다.
서 목사는 이 집사라는 여자와 함께 아이들이 누워 있는 방 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때, 은은한 미소를 품고 있던 이 집사의 표정에 균열이 생겼다.
미소가 있던 자리를 대체하는 조급함.
서 목사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아이들의 상태가 호전되었습니다. 조금씩 병을 이겨 내는 것 같아요.”
“……그런가요? 그것참 다행이네요.”
표식이 지워진 걸 눈치챈 모양인지, 그녀는 재빠르게 아이들을 향해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을 막은 건 서 목사였다.
“집사님.”
“아이들 옷이 땀에 젖었어요. 갈아입힐 옷도 몇 벌 챙겨 왔으니까 제가 직접 갈아입힐게요.”
그녀의 말에도 서 목사는 비키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단호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그냥 돌아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이제 막 나아지고…….”
“얼마 안 남았었어! 얼마 안 남았었다고!”
그때였다.
이 집사의 몸에서 검은색의 촉수가 튀어나오더니, 곧 서 목사의 몸을 강하게 후려쳤다.
충격을 받은 서 목사의 몸이 허무할 정도로 쉽게 벽으로 튕겨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위장막에서 걸어 나간 루나가 정신을 잃은 서 목사의 몸을 받아 내면서 말했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성하? 딱 봐도 마병의 근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냥 하찮은 병마잖아요.”
“그래도 쓸모는 있을 것 같다. 저 녀석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마기를 따라가면 근원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야.”
루나는 서 목사의 몸을 바닥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리고 허공에서 철퇴를 꺼내면서 더 짙게 미소를 지었다.
“잘됐네. 저 간만에 욕구 좀 풀어도 되죠?”
“대가리만 남겨 둬. 아이들 자고 있으니까 조심하고.”
“아쉽네. 마족 놈들은 대가리를 박살 내야 제 맛인데…… 제일 맛있는 건 마지막에 먹죠 뭐.”
나는 아까 전부터 내 뒤에 숨어 있었던 희민이라는 아이의 눈을 두 손으로 가렸다.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희민아. 손으로 귀 막고 있어.”
“네, 네.”
“괜찮아. 금방 끝날 거야.”
루나의 살벌한 신성력이 작은 교회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