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83)
83화
3.
마기를 지닌 놈들이 항상 어린아이들을 노리는 이유는 똑같다.
제물로 삼기에 충분한, 아주 순수한 영혼.
이미 더럽혀져 있는 영혼을 마기로 물들이는 것보다는 순수한 영혼을 타락시켰을 때에 발생하는 마기의 양이 더 많다던가.
에덴으로 넘어간 지 4년 차, 내 손으로 직접 전신을 으스러뜨려 주었던 흑마법사로부터 들었던 정보니까 정확할 것이다.
“정말로…… 정말로 이 집사님이…….”
기절했다가 깨어난 서 목사는 촉수의 공격에 노출되었던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의 손이 거칠게 떨리는 걸 봐서는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목사님이 알고 있던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저 그 사람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었을 뿐이죠.”
병마라고도 불리는 그 하급 마족 놈들에게는 도플갱어나 미믹 같은 변장 능력이라고는 없었다.
대신에 마병에 희생당한 자들의 외관을 뒤집어쓰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그렇다면 진짜 이 집사님은 어떻게 된 겁니까?”
“병마는 죽은 자의 가죽만 뒤집어쓸 수 있습니다. 아마도 돌아가셨겠죠.”
“전부 다 제 탓입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노력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서 목사는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도리어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누군가는 그것을 성자의 눈물이라고 칭송할 수도 있겠지만, 내 눈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루나에게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루나는 한때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던, 잔뜩 일그러진 병마의 대가리를 오른손으로 쥔 채로 서 목사에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리고 서 목사의 눈앞에 병마의 대가리를 들이밀면서 말했다.
“나이도 드실 만큼 드신 양반이, 울어도 될 때랑 울면 안 될 때를 구분도 못 해? 아저씨. 울고 싶으면 상황이 끝나고 울어. 고작 병마 새끼 하나 작살냈다고 위험에서 벗어난 것 같아?”
“서 목사님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시겠지.”
“처음이면 놈들이 봐주는 것도 아니고, 아주 그냥 벼슬 납셨다. 벼슬 납셨어.”
철퇴를 어깨에 올려 둔 채로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성기사가 아니라 동네 깡패가 온 것 같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에 루나에게 더 이상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성하가 가실래요? 아니면 제가? 병마 한 놈 작살냈으니 이제 곧 다른 병마나 마인들도 몰려들 텐데, 한 명은 이곳에 남아야죠.”
“넌 어떻게 하고 싶냐?”
“이곳에 있는 아이들 보니까 에덴에 있을 제 동생들이 생각나네요. 아이들이 있어서 그런가, 발이 떨어지지를 않네요.”
루나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병마의 대가리를 나에게 던졌고, 나는 루나로부터 넘겨받은 대가리에 신성력을 집중시켰다.
치이이익-.
일그러져 있던 대가리가 녹아내리면서 잠시 후 검은색의 돌 하나 크기로 압축되었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마기를 추적하기에 충분한 크기였다.
나는 그 작은 돌을 사제복 주머니에 집어넣으면서 루나에게 당부했다.
“솔직히 말해. 여기로 몰려드는 놈들 대가리 마음껏 부수고 싶어서 그런 거지?”
“에이, 누가 보면 내가 대가리 박살 내는 데에 환장한 줄 알겠네.”
“아니었어?”
“반쯤은 인정.”
캬아아아아아악!
으어어어어.
나와 루나가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에 어느새 밖에서 괴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위기를 감지한 놈들이 본능적으로 이곳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차라리 잘된 거지. 다른 사람들을 노리는 것보다는 우리한테 몰려드는 게 희생자도 줄고 좋잖아?”
“좋죠. 손맛도 짭짤할 테고.”
“병마는 네 마음대로 해도 되는데, 마인들은 알지? 그 사람들도 마병 환자다. 전투하면서 치료해 주기 빡세면 간단히 기절만 시켜 둬. 나중에 한 번에 치료해 버리면 되니까. 알겠지?”
“능력도 좋으셔. 저 먼저 나가서 길 뚫어 둘 테니까 여유롭게 나오셔요.”
루나는 나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든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건물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런 루나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서 목사를 쳐다보았다.
“루나가 말은 저렇게 해도 속은 여린 편이라, 루나가 한 말 크게 담아 두지는 마세요.”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응?”
“루나 님께서 하신 말씀 중,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후회라니…… 제가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우우우웅-!
그 순간, 서 목사의 몸속에 자리 잡고 있던 신성력이 강하게 진동했다.
본인은 인지하지 못한 듯 보였지만, 나에게는 분명히 느껴졌다.
신성력은 굳건한 신념 속에서 더욱 강하게 피어난다. 그러니까 서 목사는 지금 무언가 깨달은 것이 틀림없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의 신념이 향하는 방향이 리멘이 아니라는 것뿐.
“확실히 아까보다 훨씬 보기 좋네요. 서 목사님.”
나는 빛을 되찾은 서 목사의 두 눈을 마주하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늦어도 30분 안에 돌아오겠습니다.”
“30분…….”
“밖은 루나가 잘 지켜 주고 있을 테니까, 이곳에서 아이들을 잘 지켜 주세요. 희민이 너도 목사님 잘 도와드리고, 알겠지?”
“네!”
신성력에 관해서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좀 많았다.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그가 선한 사람이란 건 확인했으니까.
나는 둘에게 잠시 인사를 건넨 다음, 조용히 교회 밖으로 나왔다.
병마와 연결되어 있던 마병의 근원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감지되고 있었다.
4.
사방에서 몰려드는 병마와 마인들이 몰려들고 있었지만, 나보다 먼저 나간 루나가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미 정리를 해 뒀다.
그 덕에 나는 아주 수월하게 추적에 나설 수 있었다.
마병에 잠식된 지역인 탓에 사방에서 마기가 느껴지고 있었지만, 병마를 압축시켜서 만든 돌을 나침반 삼아서 빠르게 움직였다.
이것으로 마병의 근원을 추적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단순했다.
아까 루나가 박살 내 버렸던 병마는 마기를 수집하는 역할에 불과했다. 저주라고 할 수 있는 탐식의 표식을 직접 새기고 다니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병마들은 일종의 추수꾼이라고 여겨지는 놈들이다.
즉, 녀석으로부터 마기를 전달받는 상위 개체가 있다는 뜻이다.
“여긴가.”
병마가 마기를 보내고 있던 곳은 교회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나는 꽤 넓은 크기의 공터를 바라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제대로 찾아온 것 같았다.
쿵-쿵-!
공터의 중심에서 검은색의 덩어리가 기분 나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덩어리는 종양에 가까운 모양새였다.
불규칙한 박동이 이어질 때마다 종양을 중심으로 검은색 혈관이 뻗어 나갔다.
이미 공터 주위에 있던 몇몇 건물들은 종양으로부터 뻗어 나간 검은색 혈관에 잠식되어 있었고, 눈을 한 번 깜빡일 때마다 끝없이 전이가 이루어지는 중이었다.
저 상태는 에덴에서도 몇 번 본 적이 있다.
마병에 노출된 희생자가 많아지면 나타나는 현상. 마병 환자들이 내뿜는 마기가 대지를 잠식하며 생성된 또 다른 감염원.
“포자 군체.”
마기로 이루어진 일종의 포자를 바람을 통해 더 멀리 퍼뜨릴 수 있게 해 주는 기관.
마병이 대량으로 확산돼서 충분한 마기가 공급되어야지만 등장하는 기관이었는데, 4일 만에 포자 군체까지 나타났을 줄이야.
이것은 이 지역에 퍼진 마병이 그만큼이나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포자 군체가 완벽한 형체를 이룬 상황은 아니라는 점.
마병이 일반인들에게 치명적이었던 건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전염을 이어나가기 때문이었다.
포자 군체가 완성되었다면 더 이상 봉쇄의 의미가 없어진다.
바람을 타고 전파되는 포자까지 막을 수는 없을 테니까.
화르르륵-!
나는 징그러우리만큼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종양 덩어리들을 바라보면서 손가락에 성화를 피워올렸다.
징그러운 것은 불태워 없애면 그만이다.
지구의 방역 시스템으로 마병을 막아 내는 건 무리겠지만, 성화라면 마병을 흔적도 없이 불태우는 것이 가능했다.
까드드득. 까드드득.
내 손에서 성화가 피어오르는 것을 감지한 종양 덩어리가 곧바로 변형을 시작했다.
뼈가 뒤틀리는 듯한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진 이후, 종양 덩어리 사이에서 검은색 점액질로 뒤덮인 거대한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괴물들의 몸 곳곳에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표정으로 죽어 간 희생자들의 얼굴이 박혀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그 괴물이 무엇으로 구성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꺄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악!
괴물의 몸에 박혀 있던 얼굴들로부터 끔찍한 비명 소리가 튀어나왔다.
마기에 물들어 있는 비명 소리가 서로 공명하며 사방에서 나를 때리기 시작했고, 살덩어리들이 나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사방이 검은색으로 물든다.
종양 덩어리에서 끊임없이 복제된 거구의 살덩어리들이 증오와 비명을 내뿜으며 파도처럼 밀려온다.
나는 나를 향해 밀려드는 검은색 파도를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성화가 피어오른 손가락을 튕겼다.
[액티브 스킬 성화의 고리 Lv.???>가 발동합니다.]내 손가락에서 퍼져 나간 성화는 거대한 원을 이루며 검은 파도를 휩쓸었다.
신성한 불꽃이 파도를 관통한 순간, 거센 기세로 몰아치던 파도가 그대로 잘려 버렸다.
화르르르르륵!
성화가 훑고 지나간 절단면에서 성화의 하얀색 불길이 거세게 피어올랐다.
“집 현관이 불타고 있는데, 언제까지 웅크리고 있는지 보자고.”
종양으로 이루어진 포자 군체는 그저 하나의 기관에 불과하다.
본체는 포자 군체 밑에 자리 잡고 있다.
마병의 근원은 지하에 몸을 숨긴 채로 나를 향해 증오를 내뿜고 있었으니, 그런 놈에게 내가 줄 것이라곤 성화의 뜨거운 맛뿐이었다.
너구리를 사냥할 때 굴 입구에 연기를 피우듯, 숨어서 나오지 않겠다는 놈에겐 이만한 특효약이 없다.
나는 비릿하게 웃으면서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
지상을 불태우고 있던 성화가 순식간에 종양 덩어리를 타고 지하로 번져 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즉각적으로 반응이 왔다.
쿠구구구구궁-
종양에 잡아먹힌 대지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라도 되는 듯,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감히 나의 군락지를!】
온몸에서 고름과 진액을 뿜어내고 있는, 작은 빌딩 크기의 괴물이 땅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여덟 개의 팔.
여덟 개의 다리.
그리고 몸과 마찬가지로 진액을 질질 흘려 대는 길 다란 꼬리까지.
시체가 썩어 들어가는 악취가 코끝을 찔러 오기 시작했고, 나는 그 악취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탐식의 끄나풀이라도 되는 놈인 줄 알았다만, 끄나풀조차 못 되는 놈이었어?”
마족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놈이었다.
본질은 아까 전에 마기를 추수하던 병마와 다를 바 없었으며, 그저 다른 병마들에 비해 압도적인 마기를 보유하고 있었을 뿐이다.
【네놈이 드레노의 제단을 무너뜨린 그놈이냐? 고작 언데드나 이끄는 리치 놈 따위를 이겨 놓고서, 쓸데없이 기세만 좋구나. 내 질병이 너를 집어삼킬 것이다. 그리고 네놈의 시체를 그분께 바쳐, 영광스러운 이름을 하사받겠다!】
이름조차 내려받지 못한 마족.
그것은 이 녀석의 태생이 마족들 사이에서도 몹시 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끊임없이 고름을 흘려 대는 그놈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지난번에 처리한 리치의 이름이 드레노였나 봐? 그건 그렇고, 좀 웃기네. 내가 봤을 때는 그래도 너 같은 근본 없는 새끼보다는 그때 그 리치 새끼가 차라리 더 나았지 싶은데.”
【그깟 해골과 이 몸을 비교하지 마라!】
부우우웅!
녀석은 고름을 흩뿌리면서 자신의 거대한 꼬리를 나에게 휘둘렀다.
어지간한 컨테이너 크기의 꼬리가 당장에라도 나를 짓이길 듯이 쇄도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신성력을 손에 두른 채로 녀석의 꼬리를 막아 세웠다.
그리고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여기서 문제. 꼬리를 강제로 잡아당기면 꼬리만 뜯길까, 아니면 꼬리가 달려 있는 엉덩이까지 뜯길까? 어때, 궁금하지 않냐?”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