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97)
97화
30. 장벽을 허물다
1.
세종일보 소속의 서태호 기자.
그는 회사 내에서도 ‘김시우바라기’로 유명한 기자였다.
고위 공직자 스캔들, 대형 길드 비리 사건 등등, 온갖 특종의 해일이 몰아치는 와중에도 꿋꿋이 김시우에 관한 기사를 꾸준히 업로드해 온 사람이기도 했다.
그의 그런 일편단심은 김시우가 최초로 국민들 앞에 섰던 구로구 게이트 기자회견부터 시작되었다.
-누군가의 신앙을 담보로 무언가를 거래하는 건 장사치나 하는 짓이니까요.
서태호는 김시우의 그 말을 들은 순간에 전율을 느꼈었다.
태생부터 무신론자였던 그였지만, 그 당시를 회상해본다면 마치 첫눈에 반해 버렸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온통 김시우의 행보에 관한 기사들만 작성해 왔으며, 심지어 리멘 교단에 정식 신도로 입교까지 해 버렸다.
비록 회사의 부장님이 ‘이제는 다른 기사 좀 작성해 오라고 이 새끼야!’라며 그를 구박하기는 했지만, 아무렴 상관없었다.
그는 김시우의 이야기를 세상 널리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머리 부장님의 잔소리? 그쯤이야 사명을 위해서 언제든지 감수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오늘 역시 인터넷에 올릴 김시우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는 중이었다.
[제목: 대한민국의 이레귤러에 전 세계가 경악하고 중국이 두려워 떨고 있다!]지난번에 김시우가 대전 북부에 위치한 난민촌에서 펼쳤던 선행.
많은 언론들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피로감이 쌓인 김시우 대신 ‘대전의 성자’라고 불리는 서성신 목사에 주목했으나, 서태호에게 있어서 ‘대전의 성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저 쉴 새 없이 김시우에 대한 기사를 작성할 뿐.
띠리리리링-!
그렇게 그가 열심히 기사를 작성하고 있을 때쯤, 눕혀 둔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리멘 교단 공식 채널 라이브 방송 3분 전.」
어제저녁, 김시우가 직접 채널에 남겨 두었던 라이브 방송 공지.
라이브 방송을 미리 공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서태호는 당연히 알람을 설정해 두었다.
“교황님께서 직접 방송을 하시는 건 놓칠 수 없지.”
그는 하던 작업을 잠시 접어 두고 곧바로 인터넷 브라우저를 실행시켰다. 그리고 즐겨찾기 1번에 설정해 두었던 리멘 교단의 미튜브 채널을 클릭했다.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벌써부터 채팅창은 혼란스러웠다.
-미리 성지순례하러 왔습니다. 이곳이 소원을 들어준다던 그곳이 맞나여?
-여러분! 리멘 교단의 정식 신도가 되어 주십시오.
-채널에 업로드된 레오 대주교님의 강연 영상을 한 번 봐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폴더좌! 폴더좌! 폴더좌!
-누나 나 죽어! 누나 나 죽어! 누나 나 죽어!
-일본에서 왔습니다. 블랙 포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서태호에게 라이브 방송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그는 오늘따라 채팅창이 유별나게 정신이 없다고 생각했다.
“쯧. 교황님께서 직접 나오시는데 경건한 마음으로 준비를 해야지.”
채팅창에 적혀 있는 ‘레오 대주교의 교리 강연 영상’은 총 15개로, 서태호는 이미 그 영상을 20번씩 되돌려 보았다.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 리멘 교단의 신전으로 찾아가 그분들을 뵙고, 은혜로운 말씀을 듣고 싶었지만 아직까지 신전은 개방이 안 된 상태였다.
‘도대체 언제쯤 직접 찾아갈 수 있을까?’
정화 작업이 끝나고, 그라운드 제로를 둘러싼 장벽이 해체되는 그날.
서태호는 그날이 온다면 비로소 리멘 교단의 참된 신도가 될 수 있을 거라, 그렇게 믿고 있었다.
“후우.”
그는 크게 심호흡을 내뱉으면서 방송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3분이 흐르고, 곧 모니터 속에서 김시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리멘 교단을 이끌고 있는 김시우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게 해 주신 리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좋은 소식?’
김시우가 라이브 방송을 했던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근래에도 몇 번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 김시우의 첫 멘트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지했다.
게다가 방송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영상에서 몇 번 보았던 교황의 집무실이 아니라 외부였다.
지금껏 진행되었던 갑작스러운 라이브 방송들과는 시작부터가 달랐다.
마치 무언가를 발표하려는 듯한 모습.
-큰 거 오냐?
-큰 거 왔다;;
-진짜 큰 거 온듯ㅇㅇㅇㅇㅇㅇㅇㅇ
기대를 하고 있던 건 단순히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듯, 채팅창이 기대감으로 폭주하기 시작했다.
「여러분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리기에 앞서, 오늘 저희 방송에 기꺼이 게스트로 참여해 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화면 속의 김시우는 분명히 웃고 있었다.
「가장 먼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나와 주신 대한민국의 서신우 대통령을 모시겠습니다.」
“……대통령?”
농담이 아니었다.
김시우의 소갯말과 함께 카메라는 게스트석에 앉아 있던 대통령을 비추었다.
게다가 서태호의 경악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잠깐이었지만 분명히 보았다. 대통령 옆에 앉아 있던 미국의 에이든 하워드와 엠마 밀러를 말이다.
서태호 그가 5년 동안 각성자부에서 근무한 기자였기 때문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였다.
띠리리리리링-!
엎어져 있던 그의 스마트폰에 전화가 왔다.
“부장님. 제가 지금 바쁘거든요? 이것만 보고 다시 전화드리…….”
-태호야! 태호야! 너 지금 집이냐?
“그런데요?”
-너 그라운드 제로 주변에 살잖아! 지금 당장 그라운드 제로로 달려가! 촬영팀 바로 보낼 테니까, 어? 알겠어? 특종이야, 특종! 시간 없어! 도착해서 전화해!
뚝-.
부장은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고, 서태호는 멍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대통령 서신우입니다.」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방송이 시작되고 있었다.
2.
서신우 대통령의 참조 연설로 시작된 오늘의 라이브 방송은 이미 폭주하는 중이었다.
채팅?
채팅이 내려가는 속도는 이미 내 동체시력으로도 따라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엠마 밀러 여사의 인지도가 이렇게까지 높을 줄은 예상하지도 못했다.
엠마 밀러 여사가 출연하자 서신우 대통령이 등장했을 때만큼이나 더 격렬한 반응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민수 씨의 말에 따르면 엠마 밀러 여사는 원래 언론 노출을 극히 꺼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 정도로 베일에 싸여 있던 ‘오라클’ 엠마 밀러 여사가 내 방송에 기꺼이 게스트로 출연해 준 것이다.
대통령, 오라클, 바바리안 등의 치트키를 모조리 동원했기 때문에 당연히 시청자 수를 비롯한 모든 지표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상승하는 중이었다.
거기에 기자들이 그라운드 제로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고 하니, 이미 그것만으로도 화제성이 입증된 셈이었다.
“이제 이 마이크를 다시 제 소중한 친구, 김시우 교황에게로 넘길까 합니다.”
마지막 게스트였던 에이든의 인사를 끝으로 발언권은 나에게 다시 넘어왔고, 나는 천천히 단상으로 올랐다.
“먼 걸음 해 주신 우리 게스트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합니다.”
그들에게 고마운 점은 오늘 자신들이 이곳에 온 이유에 대해서는 끝까지 말을 아꼈다는 것이다.
그들은 적당히 기대감만 상승시켜 준 채로 빠져 주었고, 덕분에 내가 발표하기 좋은 타이밍이 만들어졌다.
나는 나를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들을 둘러본 다음, 자신감 있게 말을 이어 나갔다.
“먼저 촬영 드론을 통한 영상부터 보고 가시죠”
모니터 속에서 부드럽게 장면이 전환되었다.
나를 촬영하고 있던 카메라에서, 촬영 드론의 카메라로의 전환.
전환된 화면 속에서는 정화 작업이 끝난 그라운드 제로의 모습이 송출되는 중이었다.
기존에 공개된 신전 일대의 정원부터 시작해서 아크와 맞닿아 있는 외곽 지역까지.
한때는 오로지 건물의 폐허와 치열했던 비극의 흔적만이 남아 있던 그라운드 제로에, 한 곳도 빠짐없이 푸르른 생명들이 피어올라 있었다.
12월의 겨울에도 아름답게 피어오른 꽃들과 나무.
촬영 드론을 통해 비춰지고 있는 그라운드 제로는 이미 과거의 끔찍했던 재앙을 이미 이겨 낸 것처럼 보였다.
“서울 그라운드 제로를 물들였던 마력 오염이 완벽하게 정화되었습니다. 여러분께서 보고 계시듯, 이제 이곳에서는 다시 생명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은 이제 더 이상 불모의 땅이 아니었다.
상공에서 내려다본 이곳은 크고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그리고 정원의 중심에는 우리 교단의 신전과 시설들이 자리 잡아,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어느덧 촬영 드론은 그 아름다운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장벽, 아크를 비추기 시작한다.
끝없이 이어져 있는 검은색 장벽.
서울을 마력 오염이라는 끔찍한 재앙으로부터 격리시켜 주었던 최후의 보루.
서울이 완전히 기능을 상실하지 않았던 것에는 이 거대한 장벽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곳에는 더 이상 아크가 막아 내야 할 마력 오염이 없었다.
“아크가 드디어 맡은바 소임을 다했습니다.”
아크(Ark).
거대한 재앙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건조되었다는 방주와 이 검은색 장벽의 이름이 같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보더라도 최고의 네이밍 센스였던 것 같다.
위이이이잉-.
다시 한번 장면이 전환되었고, 방송 화면에서는 나의 모습이 송출되기 시작했다.
나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어 나가려고 했다.
“내일부터 아크 해체 작업을…….”
하지만 그때,
[당신의 주신이 신탁을 내립니다!]갑작스럽게 눈앞에 메시지 창 하나가 떠오르더니, 곧 귓가에 그토록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척 오랜만이야 시우. 급한 일이 끝나서 빨리 뛰어왔는데, 아주 중요한 일을 진행 중이었네? 내가 눈치 없이 끼어든 건가?』
‘……리멘?’
『보고 싶었어! 못 본 사이에 신도가 엄청 많이 늘어났구나. 매우 기뻐. 내가 교황 하나 잘 둔 것 같다니까?』
리멘.
나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신탁에 잠시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저 멀리서 발표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내가 갑자기 말을 멈춘 것처럼 보일 테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리멘은 그들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신탁을 이어 나갔다.
『신도가 이 정도 모였고, 이곳은 내 성지기도 하니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뭘 하려고?’
『열심히 고생한 우리 교황님 체면 한번 살려 줄 생각이야.』
그때였다.
[당신의 주신이 성지에 직접적으로 관여합니다.] [그녀가 기적을 행합니다.]파아아앗-!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던 검은색 장벽이 새하얀 빛에 물들었다.
장벽의 꼭대기부터 번져 나간 빛은 순식간에 장벽 전체를 뒤덮었다.
그리고 잠시 후,
사르르르륵-
“어?”
“우와아아아아!”
“예쁘다…….”
아크가 꼭대기서부터 천천히 흩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새하얀 빛의 가루가 주위로 퍼져 나갔고, 햇빛을 받아 하늘에서 반짝거렸다.
그 모습에 누군가는 탄성을 내질렀으며, 또 누군가는 두 손을 모으며 눈을 감았다.
이곳을 외부와 격리시켰던 검은색의 장벽을 신성한 빛이 거두어 내는 그 장면은, 가히 기적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나 역시 그 모습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지구에서는 이런 걸 보고 연출이 미쳤다, 그렇게 말하지? 그런데 시우. 방송에 멋있게 나오려면 지금 마무리 지어야지!』
풍경이 지극히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야지.’
어느새 지상까지 도달한 기적의 흔적들이 내 앞에 조금씩 내려앉았다.
나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은 다음, 다시 정면의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맺었다.
“이곳을 덮쳤던 재앙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이제 우리는 방주에서 나와 새로운 세상을 맞이해야 할 차례입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