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98)
98화
3.
길지 않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주 짧았던 30분짜리 라이브 방송은 종료되었다.
그러나 그 30분은 대한민국, 더 나아가 전 세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가장 먼저 언론.
김시우, ‘이제 우리는 방주에서 나와 새로운 세상을 맞이해야 할 차례입니다.’>
12월의 기적, 12월의 봄. 서울의 심장에 자리 잡은 종양이 사라지다!>
대한민국, 전 세계 최초로 그라운드 제로 정화에 성공하다?>
(사진)일반 시민들에게도 공개된 구 그라운드 제로.>
미튜브 실시간 시청자 300만 명. 압도적 전 세계 1위라는 기록을 남긴 리멘 교단의 라이브 방송.>
경찰, 구 그라운드 제로 지역의 치안 유지를 위해 신속하게 인력 증원 중.>
방송이 끝나자마자 대한민국에 있는 언론이란 언론들은 싸그리 신전으로 몰려들었다.
만약 강채아를 비롯한 정부 측 헌터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그들 모두를 막아 내는 것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몇몇 기자들은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신전 내부로 진입하려고 했다.
당연히 나와 인터뷰를 따기 위해서였다.
물론 루나가 철퇴로 크레이터를 만들고, 레오가 거대한 돌을 접어 버리는 차력쇼를 직접 보여 주고 나자 얌전히 신전 정문에서 기다리더라.
죽음을 각오한 표정과, 진짜 죽음을 각오한 건 명백한 차이가 있는 법.
게다가 난리가 난 건 비단 언론뿐만은 아니었다.
[제목: 라이브 방송으로 본 사람이 승자다]내용: 일단 나부터 손. 방금 전 방송 라이브로 못 본 새끼들은 인생의 99.999999999프로 손해 본 거임. 진짜 국뽕 차더라. 우리가 알던 대한민국 맞냐?
-국뽕 ㄴㄴ 리뽕 ㅇㅇ
ㄴ리뽕이 곧 국뽕이야. 리멘 교단 = 대한민국. 모름?
ㄴ이거 맞다
ㄴㄹㅇㅋㅋㅋㅋ
-무슨 라이브 방송으로 본 사람이 승자야? 지금 여자친구 손 잡고 저기로 꽃구경하러 간 인싸들이 승자지 병신아ㅋㅋㅋ
ㄴ팩폭ㄴㄴ
ㄴㅠㅠㅠㅠ이곳에 이긴 사람은 없다……
보다시피 각종 커뮤니티들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여초든, 남초든, 성향을 불문하고 온통 나와 우리 교단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던 것이다.
“아찔하네.”
아까 슬쩍 티비를 틀어서 뉴스를 확인해 보니까 서울 각지에서 이쪽으로 대이동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디멘션 오프닝 이래로 최악의 교통 체증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원인은 방금 전의 내 발표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구 그라운드 제로에 피어오른 정원을 구경하기 위해서.
서울의 심장부에 자리 잡고 있던 검은색의 종양이 완벽하게 제거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대체하는 건 그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거기다가 오늘은 주말이었기에 너도나도 이 기적을 만끽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던 것이다.
이를테면 때아닌 꽃놀이인 셈이다.
아무튼.
시시각각 이곳에 모여드는 인파들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는 집무실에 신성 결계를 걸어 둔 채로 우리의 위대한 여신님과 독대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리멘은 내 스마트폰을 통해서 인터넷의 반응을 구경하며 웃음을 지었다.
“재밌는 사람들이네. 그치, 시우? 자학개그를 하고 있어.”
“대한민국 전통이야. 원래 그러고들 놀아.”
“이것 좀 봐.”
그녀가 나에게 다가와서는 또 다른 기사들을 보여 주었다.
그곳에는 나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가 아닌 부정적인 기사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정치계와 연루되기 시작한 리멘 교단>
사이비와 다를 바 없는 행보, 본격적인 부패의 신호탄?>
대통령의 일방적인 종교 몰아주기! 대한민국은 중세 시대로 퇴보하고 있는가?>
그 기사들 대부분이 메이저 언론에서 밀고 있는 기사들이었다.
나는 그 기사들을 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답했다.
“우리 교단이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잖아? 이상할 것 없지.”
“인간은 다른 종족들과 비교하면 수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 이런 모습이야말로 인간이라는 종족의 본질이기도 해. 선과 악의 경계도 모호하고, 같은 걸 보면서도 전부 다른 생각을 하기도 하지.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신격이 인간에 의해 탄생하고, 잊혀 가는 걸지도 몰라.”
“인간 앞에서 인간을 디스하는 거야?”
“그만큼 시우가 대단하다는 말을 해 주고 싶은 거야.”
그녀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후, 곧바로 나를 껴안았다.
그녀가 현신을 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따뜻한 기운이 전해져 왔다.
나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포옹에 헛기침을 몇 번 내뱉었다. 그리고 그녀를 조심스럽게 그녀를 밀어냈다.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이유를 말해 줄 때가 된 것 같은데? 보다시피 나 아주 바빠. 기자들에게도 한마디 해 줘야 하고, 아까 대통령이 말해 줬던 이야기도 생각해 봐야 하고…… 할 일이 쌓여 있다고.”
“음, 어디서부터 이야기해 줘야 하나.”
리멘은 미간을 살짝 좁히면서 고민했다. 그리고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일단, 에덴의 일부 지역에서 침식 현상이 발생했어. 이계의 신격이 넘어오려고 하더라? 마족의 잔당이 주도해서 벌인 짓이긴 했지만, 에덴은 원래 폐쇄적인 차원이었기에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
“다 해결된 거야?”
“아이들이 노력을 많이 해 준 덕분에 얼추 정리는 된 상태야. 아마 그 이계의 신격은 내가 시우를 데려오면서 만들었던 통로를 통해서 침투한 것 같아.”
“통로라면 아예 폐쇄할 수 없는 건가?”
“그렇게 되면 나와 시우의 연결도 끊기게 돼. 그리고 그건…….”
리멘은 뒷말은 삼켰다.
언젠가 그녀가 내 미래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 그녀가 쉽게 말해 주지 못하는 건, 그 이야기가 아마도 내 미래와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간에 그 침입자들을 나름대로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 연락이 뜸했어. 이런 경우가 앞으로도 빈번하게 일어날 거야.”
“지구에도 많은 일이 있었어.”
“말해 주지 않아도 다 알고 있어. 가장 먼저 이거.”
그녀는 내가 집무실 한쪽에 봉인시켜 둔 꿈틀거리는 조각>을 허공으로 띄워 올렸다.
“에덴을 침입했던 신격의 창조물과 굉장히 흡사해. 생김새뿐만 아니라 이것을 구성하고 있는 신성력도.”
“그 신격이란 놈들과 마족 놈들이 연관되어 있을까?”
나로서는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그리고 리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거래는 주고받는 관계일 가능성이 높아. 지구로 도망쳐 온 마족들에게는 세력을 확장할 기회가 필요하고, 그 알 수 없는 신격들에게는 돌아갈 기회가 필요하거든.”
“……돌아갈 기회?”
“응. 돌아갈 기회.”
잠시 말을 멈춘 리멘은 조용히 내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면서 말했다.
“믿기 힘든 이야기겠지만, 그들은 지구로부터 기인하는 존재들이야. 즉, 머나먼 고대에 등장했던 신격들이라는 소리지. 고대신. 그렇게 이해하면 편할 것 같아.”
나는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이야기를 머릿속에 담았다.
4.
리멘의 설명은 여러 가지 추측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일명 고대신.
지구의 과거에 신격이 존재했다는 이야기는, 과거에는 지구에도 신성력이 존재했다는 걸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몇 년 전의 존재들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저 아득히도 먼 옛날의 신격이라는 것, 그것만이 알 수 있는 전부라고 하더라.
“고대신이라.”
어쩌면 백명교, 그 녀석들과 관계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백명교가 모시는 신격이 어떤 존재인지는 아직까지 모르니까.
‘신격들’이라고 했으니, 신격을 지닌 존재가 하나가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큰 도움이 되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
나는 리멘이 현신을 종료하기 전에 남겼던 말을 떠올렸다.
그녀가 지닌 주신으로서의 권능은 어디까지나 에덴에 국한된다.
지구에서는 아주 제한된 권능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쯤,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미 그녀는 나를 위해 많은 것들을 노력해 주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무리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무런 힘 없이 지구로 귀환하게 되었겠지.
그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리멘을 탓할 수가 있을까?
‘고대신’이라는 단서를 제공해 준 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많은 걸 알려 주었다.
여기서부터는 이제 내가 직접 알아나가야 할 지점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당분간은 궁금한 게 생기면 지구의 시스템이 허용해 주는 선에서 알려 줄 수 있다고 했으니, 지금 당장으로서는 한 발 더 뛰어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해야 할 때였다.
결국, 저 꿈틀거리는 조각>을 성장시켜서 퀘스트를 받아 보는 게 우선인 듯싶었다.
“성하.”
내가 머리를 골똘하게 굴리고 있을 때쯤, 내 앞에서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던 레오가 말했다.
“리멘님께서 직접 현신하셨다면, 혹시 다른 이야기는 없으셨습니까?”
“다른 이야기? 구체적으로 어떤 거?”
“새로운 선교사라든지, 그런 것들 말입니다.”
“아아, 인력 파견?”
레오가 저렇게까지 간절해 보이는 건 오랜만이군.
교육을 위해 오준우를 영입해 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레오는 성직자로서의 마음가짐이나 교리 등을 혼자 도맡아서 교육 중이다.
업무 강도가 확실히 높다는 건 인정한다.
“안 그래도 부탁은 해 두었는데, 당장은 힘들 것 같다고 하네. 에덴 쪽도 지금 정신이 없다고 해서.”
“그렇군요. 아쉽습니다.”
“나도 좀 아쉽다.”
사실, 리멘에게 안 물어봤다.
미안해하는 리멘에게 인력까지 추가로 내놓으라고 하기에는 양심이 좀 찔렸기 때문이다.
저쪽은 이미 레오랑 루나를 이쪽으로 보낸 것만으로도 큰 인력 손실이 있던 셈이다.
게다가 저쪽에서 추가 인력을 땡겨 올 수 있더라도, 선교사보다는 장인들을 데려올 생각이었다.
우리 신입 플레이어들에게 입힐 만한 장비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구의 플레이어들의 생산 능력이 형편없다기보다는, 교황청 소속의 드워프들의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 그 드워프들 중 한 명이라도 데리고 올 수 있다면, 우리 교단의 장비 수준이 대폭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레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겠지만…… 부하 직원은 까라면 까야지, 뭐 어쩌겠어?
“그보다 성하. 밖의 기자들은 그냥 이렇게 내버려 두실 건가요?”
루나가 집무실 밖의 창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신전의 입구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앉아 있었다.
서 대통령의 지시를 통해 즉시 파견된 경찰들이 어떻게든 기자들을 해산시키려고 하고 있었으나 저항이 굉장히 드센 상황이었다.
시간은 벌써 오후 8시.
해가 저문 지 오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엄청난 숫자의 시민들이 신전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가로등 같은 조명은 설치해 두지 않았지만, 정화를 위해 곳곳에 배치해 둔 신성석들이 가로등의 역할을 대신하는 중이었다.
“기자들 말고도 성지 전체에 시민들이 미어터지고 있는데, 따로 조치하실 생각은 없으시죠?”
“당분간은 막을 생각 없어. 축제 분위기도 나고, 좋잖아.”
“성지가 훼손될까 봐 걱정되는 거죠.”
“정부 측에서 치안 유지를 위해 당분간 경찰을 파견해 준다고는 했으니까, 크게 걱정하지는 마.”
“관리인이 너무 적은 상황이에요. 진서준 씨 혼자서 감당 안 될 것 같더라구요.”
나는 루나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진서준 씨 혼자서 이 넓은 성지를 관리할 수 없다. 원활하게 성지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는 건 당연해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무런 대책 없이 성지를 개방한 것도 아니었다.
“루나 네가 걱정하고 있는 게 뭔지 잘 알아.”
“아까 순찰 살짝 돌아봤는데, 벌써 누가 버리고 간 쓰레기가 보이던데요?”
“부끄러운 시민의식이라서 할 말이 없다.”
최근 들어 많이 양호해지긴 했지만, 놀러 왔다가 쓰레기를 그냥 버리고 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그런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루나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루나야. 여기 성지인 거 알지?”
“알죠, 아는데…….”
“성지에 의도적으로 쓰레기를 투기하고 가면 그것도 신성모독으로 들어간다? 우리가 따로 신경 안 써도 알아서 해결될 문제야.”
성지에서 벌어지는 모든 범죄 행위에는 ‘신성모독’이라는 항목이 추가된다.
성지에서 ‘신성모독’을 저지른 자에게는 업보가 쌓이게 되고, 업보가 쌓인 자에게는 반드시 불행한 일이 벌어진다.
이를테면 걸어 다니다가 새똥에 맞는다든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든가, 그런 불행한 일 말이다.
그리고 그 ‘불행’은 각성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에덴에서 이미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고 성지에서 행패를 부리던 남자가 실시간으로 대머리가 되었던 건 아주 유명한 일화였다.
“아무튼 우리는 따로 고지만 해 주면 돼.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은 본인 책임이잖아. 몇 번 맛보면 사람들도 다 알겠지. 안 그래?”
“성하의 의견이 그러시다면야, 어쩔 수 없죠.”
루나는 순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곧 의자에 몸을 묻으면서 말했다.
“이 늦은 시간에 저희를 부르신 걸 보면 따로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은데, 저희 오늘 회식 있거든요?”
“회식?”
나만 모르는 회식이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나는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루나를 바라보았고, 루나는 내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당장 급한 거 아니면 가면서 이야기하시죠.”
“어디로 가는데?”
“성하가 잘 아는 곳.”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