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son-Eating Healer RAW novel - Chapter (2)
2화
-취이이익.
두꺼비가 불투명한 타액을 뿜을 때마다 이리저리 몸을 굴려 피한다.
팟!
이번이 다섯 번째.
정신없이 피하는 와중에도, 머리속에는 짙은 물음표가 떠올랐다.
‘내가 지금 제대로 피하고 있는 게 맞나?’
평상시 약해 빠진 몸 상태를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몸을 구른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다.
펄펄 끓는 몸이 무색하게 팔다리는 상당히 가볍다.
그러나 아무리 빨라졌다고 해도, 저 망할 침을 다섯 번 모두 피했다고?
녀석의 타액은 화살처럼 빠르고, 독사처럼 집요하게 날아왔다.
아무리 몸이 가벼워졌다 한들 전부 피하는 게 가능한 걸까?
-취이이익!
몬스터를 후려치기는커녕 도망다니기 바쁘다.
부아가 치밀어 오르지만 나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전부 다 피하지 못했다면, 어째서 난 멀쩡한 걸까.
앞서 죽은 사람들은 극히 소량만 닿아도 곧바로 즉사하지 않았던가.
-취이이익.
탓!
여섯 번째로 몸을 굴렀을 때, 오늘 병원에서 받았던 검사지가 떠올랐다.
‘MMPT(Multi Monster Poison Test: 다중 몬스터 독성 테스트)……!!’
그래.
분명 나는 일곱 개의 독에 중독된 상태라고 했다.
저놈이 가진 독이 무엇이든, 새로운 독을 맞았다고 해서 새삼스레 달라지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난 이미, 저 녀석의 독을 몸 안에 가지고 있다고.
이미 중독된 상태라면, 새삼스레 한두 번 맞았다고 해서 큰일이 날 게 뭐가 있단 말인가.
-취이이익.
약이 잔뜩 오른 두꺼비가 일곱 번째 타액을 뱉었을 때, 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방금 세운 가설을 확인하려는 이유도 있었고, 더 이상 저 개 같은 놈 때문에 땅바닥을 구르고 싶지도 않았다.
스윽.
놈의 타액이 정확히 얼굴만을 노린다는 건 겪어서 알고 있다.
나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막았고, 역시나 타액은 정확히 얼굴로 날아왔다.
탁!
명중.
손바닥이 불쾌한 액체로 끈적거린다.
그러나 그뿐.
구멍이란 구멍에 피를 흘리던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내 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키루룩?
두꺼비 몬스터의 동공이 크게 확장된다.
지능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녀석의 본능이 일깨워 주고 있는것이다.
눈앞의 남자는, 다른 인간들과 뭔가가 다르다고 말이다.
“역시 그렇네.”
나는 묘한 웃음을 지은 채 손바닥을 바라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눈앞의 못생긴 두꺼비가 위협적인 건 녀석이 포이즌 타입이기 때문이다.
게이트를 통해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대부분 크고 강대하지만, 포이즌 타입은 개체의 크기가 다양하다.
어차피 물리력으로 인간을 살상하는 게 아니었으니 크기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방금 깨달은 사실.
나는 몬스터의 독에서 자유로운 인간이었다.
‘그렇다면…….’
소형 포이즌 몬스터에게 독이라는 위험을 빼면?
그건 일개 강아지만도 못한 위협이 된다는 의미였다.
“재미 좋았냐. 이 망할 자식야.”
전세역전.
쓰러진 노인의 옆에 있던 지팡이를 움켜쥔다.
-키루룩?
타액이 빠를 뿐 녀석의 몸 자체가 빠른 건 아니다.
나는 지팡이를 들고 뚜벅뚜벅 두꺼비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에 두꺼비가 신경질적으로 타액을 뱉는다.
-취이이익!
탁!
그러나 이번에도 무용지물.
손바닥에 막힌 타액은 내 손짓 한 방에 허공으로 흐트러져 버렸다.
몬스터에게도 표정이 있는 걸까.
두꺼비가 눈에 띄게 당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양손으로 치켜든 지팡이를 매섭게 내려친다.
깡!!!!!
-키룩!!
독이 통하지 않아 어리둥절하던 두꺼비가 머리를 강타당한다.
비틀거리던 녀석은 곧 뒤로 벌렁 넘어지며 절명하고 말았다.
수십 명을 죽였던 포이즌 몬스터를, 허무하게도 지팡이 하나로 때려잡은 것이다.
“후우…….”
한차례 힘을 쏟은 탓인지 가벼운 현기증이 느껴진다.
코끝에는 이미 독 비린내와 사람들의 피 냄새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키룩?
-키루룩.
동족의 죽음을 확인한 두꺼비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나를 가장 먼저 죽여야 할 대상으로 인식한 것 같았다.
“하나…… 둘…… 셋…….”
나는 천천히 모여드는 개체의 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혀를 낼름거리며 다가오는 기세가 퍽 흉흉했지만, 나에겐 더 이상 위협이 되지 못하는 놈들이다.
어차피 시한부 인생인데, 죽기 전에 칼춤 한 번 정도는 괜찮잖아?
나는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보며 지팡이를 잡은 손에 힘을 꽈악 쥐었다.
* * *
땅!!!!
까앙!!!!
“헉…… 헉…….”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달래며 손등으로 땀을 닦았다.
포이즌 타입의 소형 몬스터는 내 생각보다도 훨씬 약했다.
초보 용사가 슬라임을 잡으면 이런 식일까.
나는 그저 지팡이로 두꺼비들을 후려치기만 하면 되었다.
다만, 그 숫자가 생각보다도 더 많았을 뿐.
수십 마리의 몬스터를 해치우는 동안 난 놈들의 분비물로 샤워를 해야 했다.
모르긴 몰라도 헌터에게조차 이 정도의 양이라면 위험한 수준일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기분이 더럽다는 것 이외에 특별한 영향은 없었다.
“휴우.”
심호흡을 한 뒤 휴대폰을 꺼낸다.
그러나 게이트에서 주변의 코어 에너지 때문인지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누나가 뉴스를 들으면 걱정할 텐데…… 빨리 이곳을 벗어나서 연락해야겠다.’
평소대로라면 한창 일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게이트가 열린 곳이 병원 근처가 아닌가.
누나라면 일터에서 뛰쳐나와 이곳으로 달려오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어디가 경계선인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죽인 몬스터가 마지막이기를 바라면서.
우우우웅.
그러나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머리 위에 떠 있는 칠흑 같은 게이트.
그것이 닫히지 않았다는 건, 아직 이 근방에 몬스터가 남아 있다는 의미였다.
“젠장!!”
욕설을 뱉으며 집을 향해 뛰었다.
집은 누나가 다니는 공장과 아주 가까웠고, 병원과 한 정류장 거리라 충분히 뛰어갈 만했다.
평소 유약한 몸 때문에 굳이 버스를 이용했을 뿐.
한창 집으로 뛰어가던 나는 발걸음을 갑자기 멈춰야만 했다.
“젠장…….”
불길한 예감은 왜 항상 틀리지 않는 걸까.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니만, 누나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해선아?!”
눈물범벅이 된 걸 보니 어지간히도 울었나 보다.
게이트의 외곽 지역이다 보니 주변 사람들은 다 도망간 듯 보였고, 이곳에는 나와 누나 둘뿐이었다.
텅 빈 동네를 혼자 돌아다니는 누나를 보니 반가움보다 분노가 먼저 치솟는다.
보통 게이트가 생성되면 미리 헌터가 대기하고 있고, 일대에 세이프 라인이 형성되어 통행을 제한한다고 했다.
통행에 제한은 개뿔.
협회 놈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시발. 뭐 하나 똑바로 하는 게 없네.”
욕설을 뱉었지만,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그나마 중간에 만나서 다행이지, 중간에 몬스터를 만났다면 어쩔 뻔…….
쿵!!!!!!!
그때.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커다란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케르륵!!
그동안 상대했던 작은 개체가 아닌, 족히 2층 높이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흑두꺼비.
놈이 누나 쪽을 향해 쿵, 쿵 하며 도약해 오고 있었다.
“아……!!”
원래부터 희고 창백했던 누나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려 버렸다.
그러길래, 겁도 없이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왔어!
나는 목이 터져라 누나에게 소리쳤다.
“도망쳐!!”
그러나 공포에 잠식된 누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두꺼비의 육중한 체구와 부딪치면서 트럭에 치인 듯 튕겨져 나갔다.
탕!!
“누나!!”
눈에서 불똥이 튄다.
흑두꺼비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온 힘을 다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퍼억!
놈의 다리에 제법 둔탁한 타격음이 들렸지만, 두꺼비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때려잡은 몬스터의 크기는 커 봐야 5~70cm정도였지만, 흑두꺼비는 그보다 몇 배는 큰 개체였다.
번들번들 거리던 다른 놈들의 피부와는 달리 녀석의 피부는 콘크리트처럼 딱딱했고, 팔다리도 통나무처럼 길고 두꺼웠다.
작은 놈들은 인간의 물리력만으로 제압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 물리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크르륵!!
두꺼비가 조롱이라도 하듯 울음소리를 내더니, 이내 두꺼운 팔을 휘두른다.
쾅!!!
수 미터를 날아가 나동그라진다.
“크윽……!!”
온몸이 바스라지는 것 같다.
끔찍한 고통에 정신이 번쩍 들다가, 차츰 의식이 희미해져 간다.
흐릿해져 가는 시야에 흑두꺼비의 모습이 보인다.
확인사살이라도 하려는 듯, 녀석은 천천히 누나 쪽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다.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
저놈들.
내 인생을 좀먹은 것도 모자라, 누나를 죽이려 한다.
한평생을 동생 뒷바라지에 바쳤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몬스터 때문에, 나 때문에 죽게 생겼다.
“으아아아!!”
뚜둑.
머릿속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들끓고 있던 열들이 일제히 몸 밖으로 분출되었다.
화아아아악!
그 기운이 얼마나 흉흉했던지, 흑두꺼비의 시선을 돌리게 만들 정도였다.
-케룩!!!!
몸에서 나온 검붉은 기웃이 하늘로 솟구친다.
핏물처럼 검붉은 색의 기체가 하늘 위로 뭉치더니, 이내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케룩!!
몸집이 어찌나 큰지 그림자가 나와 두꺼비 주변을 모두 덮을 지경이었다.
온몸에 빼곡히 들어찬 검붉은 색의 날카로운 비늘.
부드럽지만 어쩐지 간담이 서늘해지는 움직임.
두꺼비가 귀여워 보일 정도로 커다란 그 녀석은,
흡사 뱀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쉬이이이이익.
하늘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부유하는 적독사(赤毒蛇).
붉게 타오르는 녀석의 눈빛이 두꺼비를 향한다.
-케룩!!
두꺼비가 애써 울음소리를 내어 보지만, 그 속에는 숨길 수 없는 공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최상위 포식자를 대하는 초식동물의 근본적인 두려움.
마치 그런 느낌이었다.
어떻게 이런 가공할 능력을 발휘한 걸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난 무엇에 홀린 듯 평소와 다른 얼굴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죽여.”
쐐애애액!
명령에 응답이라도 하듯 적독사가 무서운 기세로 하강하기 시작한다.
쾅!!!!!
적독사가 머리부터 하강해 두꺼비의 전신과 충돌했다.
그 파워가 어찌나 강대했던지, 충격만으로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울렸다.
“……!!”
두꺼비가 서 있는 땅 밑으로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하늘에서 운석이라도 떨어진 게 아닌가 싶은 모습이었다.
커다란 체구를 자랑하던 대형 두꺼비가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허억……!!”
엄청난 탈력감이 전신을 급습한다.
독 때문에 증상이 안 좋았을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는데.
눈앞에 침대가 있다면 그대로 다이빙하고 싶은 기분이다.
하지만 지금을 그럴 수가 없었다.
“누나!!”
옷에 묻은 독 때문에 차마 손을 대지 못하고, 이리저리 상태를 살펴본다.
“으음…….”
고운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지만, 다행히 의식을 완전히 잃은 건 아니었다.
게이트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이니 전파가 통할지도 모른다.
난 다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119에 전화를 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
쿵!!쿵!!
“……!!!”
그때.
난 인생에서 가장 큰 절망감을 느껴야 했다.
방금 해치운 몬스터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검은색의 대형 두꺼비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키르르…….
그뿐만이 아니었다.
검은 두꺼비가 마치 대장이라도 되는 양, 일대에 남아 있던 크고 작은 두꺼비들이 이쪽을 향해 모여들고 있었다.
“……염병하네…….”
적독사를 다시 한번 불러내면 좋겠지만, 녀석을 어떻게 불러냈던 건지 잘 모르겠다.
의도적으로 불렀다기보다는, 스스로 뛰쳐나왔다는 표현이 더 적절했다.
결정적으로, 지금은 녀석을 다시 불러내기는커녕 지팡이 하나 집어들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시발.
여기까진가.
꿇고 있던 한쪽 무릎을 간신히 일으키자 구토감이 솟구친다.
“우웩.”
조금 전 불러낸 적독사의 색깔과 비슷한 검붉은 색의 피.
최후의 순간을 직감한 것일까.
쓰러진 누나가 손을 들어 내 옷깃을 잡으려 한다.
“해선…… 아.”
나는 슬쩍 몸을 움직여 누나의 손을 피했다.
“……독 묻어. 누나.”
쿵 쿵 쿵.
곧 뒤질 텐데, 그게 중요하냐?
대형 두꺼비의 낯짝이 그렇게 물어보는 듯하다.
지척까지 다가온 녀석의 크기는 정말 거대했다.
머리를 보려면 목을 끝까지 치켜들어야 할 정도로.
대형 두꺼비의 주변으로 크고 작은 녀석들이 나와 누나의 주변을 둘러싼다.
하는 짓거리들을 보니 마치 공개 처형이라도 당하는 분위기다.
나는 젖먹던 힘을 다해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탁!
-키룩.
그럴 줄은 알았지만, 두꺼비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되지 못했다.
대형 두꺼비가 가소롭다는 듯 어깨를 들썩거린다.
그리고는 이내, 파리를 잡는 양 기둥만 한 팔을 아래로 내려찍는다.
시발.
여기까진가.
머릿속에 과거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천천히 지나간다.
쾅!!!!!!
너무 강한 충격이 전해지면 느낌조차 나질 않는 걸까.
제대로 반격 동작도 취하지 못한 채 눈앞에서 별이 튄다.
젠장.
이게 마지막이구나.
참 지랄 맞은 인생이었다.
그런데.
-크라락!!
분노에 가득 찬 울음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사후세계란 이렇게 리얼한 것이었나.
감았던 눈을 살짝 떠 본다.
이상하다.
꼼짝없이 죽은 줄만 알았는데, 아직 살아 있었다.
펄펄 끓는 전신의 열이 아직도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었다.
“어떻게……?”
감았던 눈을 조금 더 크게 떴을 때, 눈앞에서 낯선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힘을 그렇게 쓰면 못써. 강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