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tion is flowing from the water purifier in my house RAW novel - Chapter 102
우리집 정수기에서 물약이 흐른다 103화
30. 어디로든 배송해드립니다(1)
“……보고해.”
“그, 그게…….”
“보고하라고 말했을 텐데?”
“예, 예!”
최측근의 보고가 이어질 때마다 왕 첸의 얼굴에는 그늘이 졌다.
“……이 짓을 하려고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지 알기나 하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지레 겁먹은 최측근이 몸을 움츠렸으나, 그의 분노는 그곳으로 향하지 않았다.
‘이서진……!’
신체 강화의 영단을 발표하자마자, 보란 듯이 그보다 업그레이드된 물약을 시장에 내놓은 놈.
그뿐만 아니라, 허핑 길드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전투복마저도 벤치마킹해 이곳으로 몰렸던 모든 관심을 전부 흡수하고 있었다.
‘대체 언제?’
산업 스파이라고 하기에는 말이 되지 않았다.
애초에 발표 시기도 그렇고, 그들이 낸 물건들은 자신들로서는 따라 할 수도 없는 것들이었으니까.
“그 정도 인재가 한국에 있었다고?”
이미 이 계획을 시작할 때부터 압도적인 자본을 이용해 실력자들을 불러들였다.
‘박명훈…… 그 자인가?’
이제는 황혼이라는 길드 소속이 된 그는 왕 첸이 섭외하려 했던 인물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정도 되는 실력은 어디에나 널린 것이었기에 그렇게 큰 관심은 들이지 않았는데…….
물약에 관한 것은 그렇다 쳐도, 장비는 더욱 이상했다.
한국에서 그런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스미스. 그 사람은…….’
한 때, 최우선 섭외 대상이었던 인물이다.
제작과 관련된 고유 능력을 가지고 있는 대장장이.
‘이상한 놈이 끼어드는 탓에 더 깊게 파고들 수가 없었지.’
다시 한번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것이 아니라면 납치라도 하기 위해서 몇 번이고 길드원들을 보냈지만, 돌아온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 스미스를 비호하는 자가 있다.
마치 ‘철벽’같이 느껴지는 철저한 방호에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진심으로 뚫고자 한다면 뚫지 못할 것도 없을 테지만, 자칫 잘못하다 국가 문제로 커지는 순간, 제 길드도 무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고작해야 변방의 작은 나라다.
그것은 대 각성자 시대가 열리고서도 다르지 않다.
영토가 작고, 인구가 적은 만큼 타 국가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왕 첸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런 곳에서 제 계획을 막아서는 자가 있었으니까.
“이렇게 된다면 주저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타격이 너무 컸다.
영단과 강화복.
이번에 한국의 신성 길드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물건들이다.
자연스럽게 거래를 원하는 사람 또한 줄어들었다.
그들로서는 허핑 길드보다 더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성능조차 좋으니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없는 것은 아니었다.
길드의 수준이 몇 단계나 낮아졌을 뿐이다.
기존에 허핑 길드의 상품을 원하던 각 나라의 대형 길드들은 이제 신성 길드에게 아첨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런 물건을 만들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벤치마킹은 그쪽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빼앗으면 될 뿐이다.
애초에 자신의 길드는 그런 식으로 이곳까지 올라온 것이다.
남의 것을 빼앗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세를 키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방법은 차근차근히 준비되고 있었다.
허공에서 일렁이는 균열.
그곳에서 나오는 존재는 마물이 아니었다.
균열을 빠져나온 최측근이 왕 첸에게 보고했다.
“균열 너머 전진 기지의 안정화 작업은 완벽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길드장님.”
“……좋아.”
그 누가 알고 있겠는가.
저 균열 너머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위대한 세계가 펼쳐져 있을지 말이다.
그리고 그곳이 지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얼마나 경계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예상하지 못하는 곳에서 튀어나온다면 그들로서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 전에 아주 간단한 선물 정도는 줘도 괜찮겠지.”
어디에나 잘나가는 인물을 시샘하는 못난이는 있는 법이다.
“한국에 있는 대형 길드장들에게 연락해. 아주 좋은 선물을 주겠다고 말이야.”
차우 길드, 박재한.
허핑 길드를 등에 업었음에도 결국 파멸에 이른 자였지만, 쓸모는 있었다.
―꽤나 쓸 만한 장기말을 얻은 것 같습니다, 길드장님.
“대형 길드끼리의 내부 분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그들을 막을 좋은 수단이 되리라.
* * *
“그러니까,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니까요? 누가 봐도 낭비가 심하잖아요! 당신, 마석이 그렇게 남아돌아요?”
“하! 스미스의 딸내미 아니랄까 봐, 말버릇하고는! 너야말로 이게 낭비로 보여? 최대의 효율을 위해서 최선의 투입을 하고 있는 것뿐이야!”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쓸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잖아요! 거기다가 이건 몇 개밖에 없는 거라고요!”
“그게 뭐 어때서? 나는 최고의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돼!”
“아악! 짜증 나! 짜증 나! 짜증 나!”
입을 열 때마다 하수구 냄새가 나는 중년의 사내와 머리가 산발인 아가씨가 서로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팀장님이 한 명 더 늘어난 기분이야.”
“오…… 하느…… 성자님. 저희 연구실에도 산뜻한 봄이 오는 줄 알았는데, 차디찬 겨울이었습니다…….”
매일 같이 연구실에서 박명훈에게 시달리고 있는 연구원들은 이 사태에 절망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흥분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자자, 다들 일단 진정 좀 하시고…….”
“지금 어떻게 진정하라는 겐가!”
“대체 어떻게 진정하라는 거예요!”
“하하. 난리 났네, 진짜.”
나는 결국 그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의 해답을 주기로 했다.
“자, 받아요.”
“에?”
어? 자네가 그걸 어떻게 가지고 있나?”
내가 그들에게 내민 것은 그룸의 수정이었다.
한때는 균열에서 심심할 때마다 나오던 놈들이었지만, 이제는 보기 드문 희귀 몹이 되어버렸다.
그 때문에 그룸의 수정을 얻기가 더욱 힘들어졌으나…….
‘누가 알았겠어. 그룸이 일정 주기마다 수정을 체외로 배출한다는 걸.’
그룸을 사육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 집에는 아기 그룸 네 마리가 삐약삐약하고 울어대고 있다.
“오오…… 이 정도 양이라면…….”
“정말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가능할 것 같아요?”
“하! 가능할 것 같아요. 가 아닐세.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든다. 그게 연금술사가 해야 할 일이지.”
“뭐든 두드리다 보면 안 되는 건 없어요. 대장장이가 만들지 못하는 건 이 세상에 없다고요.”
방금까지 싸운 건 어디 가고, 어느새 둘 다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박명훈 팀장님은 언제나 스미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에 관한 불평과 불만뿐이었으나, 그 속에는 제 친우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차 있었다.
한보경, 이제는 스미스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된 그녀 또한 박명훈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서로를 만나게 해 주었다.
아버지.
젊은 시절의 친구이자 라이벌.
서로가 모르던 스미스의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의 눈시울이 젖어 들었다.
훈훈한 분위기에 나 또한 코 밑을 쓸었으나, 발명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상황이 달라졌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요!”
“하! 새파랗게 어린 게 알면 뭘 안다고 그러나!”
“뭐예요?! 이 냄새 고약한 영감탱이가!”
“뭬야?!”
‘그래도…….’
그 지하에서 홀로 망치를 휘두르던 때보다는 훨씬 즐거워 보이네.
이제는 신성 길드의 전속 대장장이가 된 스미스에게 말했다.
“그럼 나머지는 부탁할게.”
“당연하죠. 전 스미스라고요.”
스미스가 제 망치를 들어 올리며 씨익 웃었다.
* * *
‘……확실히. 실력은 대단해.’
과연 그 스미스의 자식이라고 해야 할까.
―자네, 그렇게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언제나 조심스러운 언행을 사용하던 스미스라는 별명의 사내.
자신과 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평소와는 다르게 발끈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그렇군. 자네는 이미 가버린 건가.’
과로사라니.
하, 역시. 그놈답다면 그놈다운 결말이었다.
자신도 언젠가 죽게 된다면, 과로사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뭐, 이제 와서는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할 테지만.’
연구소 구석에 가득 쌓여 있는 물약을 징그럽게 쳐다본다.
―식사할 때마다 한 병씩 드시고요. 자기 전에 꼭 한 잔씩 드세요.
연금술사, 이서진.
그가 놓고 간 물건이다.
저만한 양을 대체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방법조차 없었다.
최소한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쉽게 죽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처음에는 좀 못 미덥다고 생각했는데…….’
한보경.
스미스의 딸과 작업을 같이하다 보면 마치 자신의 옛 친구와 마주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스미스가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들이 그녀에게로 이어진 것 같았다.
‘이것도 다 이서진, 그 덕분이겠지.’
힐끔.
한보경을 쳐다본 박명훈이 음흉하게 웃었다.
“그래서, 저놈이랑은 잘되어가고 있는 건가?”
“예? 뭐가요?”
“흐흐. 젊은 남녀가 눈이 맞은 것 가지고 부끄러워할 필요 없네. 스미스. 그가 이 모습을 봤어야 하는 건데 말이야.”
“뭐야, 신성 길드장님 말하는 거였어요?”
난데없이 무슨 소리를 하시나 했더니…….
한보경은 이서진이 나간 문을 쳐다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응? 뭐가 그런 게 아니란 건가? 설마 아예 관심이 없다는 건 아니겠지?”
“관심이라…….”
아버지가 돌아가고 난 후, 자신을 그 어두컴컴한 지하 공방에서 꺼내 준 사람이다.
아버지가 남기고자 했던 것들을 내게 보여 준 은인이다.
“글쎄요.”
“에이. 그러지 말고. 저만한 남자가 어디 쉽게 있을 것 같나? 내 스미스와의 정을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밀어주도록 하지.”
“뭐, 저런 사람이 없기는 하죠. 약간 오지랖도 넓고, 사람이 지나치게 착해 빠졌다는 점만 빼면요.”
꼭 그런 것만도 아닌가?
항상 공격적으로 대하면 유순하게 받아치고는 했으니까.
‘아버지랑 닮았네.’
그렇기 때문일까.
그를 대할 때면 어째선지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신성 길드장.
그런 호칭에 걸맞을 정도로 선한 인물이었지만, 가끔씩 그에게서 위험한 냄새가 나곤 했다.
‘착각이겠지.’
킥킥.
작게 웃은 한보경이 제 옆에서 끈덕지게 붙고 있는 박명훈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죄송한데, 생각도 없어요, 생각도.”
“응? 왜?”
“……하. 아버지가 왜 당신을 눈치는 더럽게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는지 알 것 같네요,”
“뭐야?!”
한보경이 망치를 들어 올리며 쾅! 하고 아래에 있는 물건을 내려찍었다.
“자, 자네 뭐 하는 건가!”
“뭐 하긴요. 실패작 분해하는 중이지.”
“그건 실패작이 아니라, 내 야심작이야!”
“아, 죄송해요. 제가 아니라, 아버지가 이런 한심한 걸 당장 파괴하라고 하는데요?”
“뭐, 뭐라!”
그에 따라 스미스에게 있어선 실패작이라고 불릴 만한 발명품의 형태가 바뀌어 갔다.
제작과 관련된 고유 능력이 있다고 해도 그동안은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전부 이 망치 덕분이야.’
거의 다 녹슬어져 가던 아버지의 망치는 자신의 보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걸 사용할 순 없었지.’
진정한 장인이 되려면 도구 또한 신경 써야 한다.
아무리 좋은 물건일지라도, 언젠가는 낡고 볼품없어진다.
언제나 아버지에게 의지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알려주었다.
의지해도 된다고.
굳이 버릴 필요 같은 것은 없다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면 된다는 것을.
깡!
망치의 날카로운 파공음이 연구실 전체에 울려 퍼진다.
그에 따라 곳곳에 있는 발명품들이 망치의 울음에 공명하고 있었다.
“내, 내 발명품이!”
아버지가 남긴 망치.
그 사람의 손을 거쳐 간 보물.
아무리 강하게 내리쳐도 흠집조차 안 났으며, 그것이 얼마나 단단할지라도, 인내를 가지고 내려치다 보면 단련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그 사람 덕분이지.’
솔직히.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잠깐이었다.
피식.
부산의 경매장에서부터 지금까지 그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간단했다.
이서진, 그를 열렬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인물들을 떠올리면 도저히 그곳에 끼어들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특히.’
대장장이의 감은 날카롭다.
자신을 어딘가에서 노려봤던 새하얀 눈과 같은 존재를 떠올린 한보경이 제 몸을 떨었다.
스미스.
어떤 재료든지 단련할 수 있는 자신이지만, 그녀와 그의 관계만큼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것이란 걸 단번에 깨달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은인이란 것에는 변함이 없었으니까.
자신은 자신대로, 대장장이로서 그를 도와주면 될 뿐이다.
“자자. 처음부터 다시 만듭시다. 뭔, 이런 걸 야심작이라고 만들어놨어요! 에잇!”
“잠시만, 잠시만 기다리게나아아!”
연구실에서 비명이 메아리쳤다.
* * *
[죄송해요, 서진 씨. 아무래도 다음에 만나야 될 것 같아요.] “이상하다.”웬만하면 나와의 약속을 미루지 않는 정해연이다.
분명히 일이 바빠서 그럴 것이다.
당장 신성 길드에서도 곡소리가 들리고 있으니까.
―길드장님께서는 아직까진 가만히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신성 길드와 만남을 원하는 해외의 길드 및 거부들.
내가 그들과 직접 만나겠다고 말하자, 신백준이 만류했다.
자신이 그들을 먼저 만나본다면서 말이다.
“그렇습니다. 성자님. 아직 어떠한 인물들인지 모르니, 성기사단장님께 우선 맡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고르고 고른 인선들로만 소개해 준다는 건가?
아기 새라도 된 기분이네.
내 옆에서 밥그릇에 얼굴을 파묻고 와구와구 음식을 밀어 넣던 순둥이가 내게 공손하게 두 손을 내밀었다.
“아빠! 한 그릇 더!”
“응. 잠시만…….”
성장기인가.
요즘 들어 부쩍 밥을 많이 먹는 순둥이다.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겉으로 보이는 체구는 변화가 없고…….
‘용의 성장 방식은 조금 다른 건가?’
심심할 때마다 용과 관련된 서적을 찾아보고는 했지만, 아무래도 전부 다 상상으로 적은 것들이라 도움 되는 것들은 없었다.
“서진아아~ 나두 한 그릇 더어~”
“……넌 왜 여깄냐?”
“헤헤. 집주인한테 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도 있지! 월세도 꼬박꼬박 내잖아? 대신, 내가 이거 해줄 테니까, 응? 어때, 마음에 들지?”
이유지가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윙크했다.
나는 최대한 썩은 표정을 지으며 맞받아쳤다.
[신세 져서 죄송합니다. 아저씨.]
“아냐. 너도 한 그릇 더 줄까?”
[……예. 염치불구하고.]
편한 복장을 하고 있는 소년이 제 수줍은 표정을 스케치북으로 가린다.
……무슨 저런 말을 한대.
기왕이면 아저씨라는 말 말고 형이라는 말을 써줬으면 좋겠는데.
“안 그래, 까망아?”
[……아저씨.]
이상하게 두 눈이 나를 노려보는 것 같은데…….
새로운 식구라고 볼 수 있는 까망이 또한 우리 입주민들 사이에서 고루 섞이게 되었다.
처음에는 혹시 모르니까, 동성이기도 한 안지훈에게 이야기를 했으나, 아무래도 별다른 이상은 없는 모양이다.
“반찬은 꼭꼭 씹어 먹어야 해!”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그릇에 있는 피망을 까망이에게 넘겨주는 순둥이.
“누나가 특별히 양보하는 거야!”
[……고맙습니다.]
까망이도 순둥이를 잘 따르고 있고, 순둥이도 그런 까망이를 귀엽다는 듯 챙겨준다.
사람은 누군가를 도와줄 때 성장하게 된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기에 이것은 순둥이에게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헤헤…….”
그래도 저건 아니지.
“어허. 순둥아. 피망도 잘 먹어야지.”
“에에…….”
“그거 먹으면 좀 있다가 케이크 줄 테니까.”
“케이크!”
내 말에 눈을 빛내며 피망을 욱여넣는다.
그래, 그렇게 편식 없이 먹어야 무럭무럭 자라는 법이지.
“반찬도 좀 데울까?”
“성자님.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그럼 이거 비닐 좀 덮어줄래?”
“알겠습니다.”
“……흐응. 되게 익숙해 보이네?”
팅팅!
무엇이 또 짜증 나는지 이유지가 제 밥그릇을 두드린다.
“양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안씨 남매도 같이 밥 먹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이유지의 경우에는 시도 때도 없이 옥탑방으로 놀러 오고 해서 입이 늘었다.
그 덕에 내 요리 솜씨는 나날이 늘어만 가는 중이다.
“아아~ 나도 여기서 살고 싶어라~ 그럼 나도 누구 씨한테 매일 밥해줄 수 있는데~ 된장찌개도 매일 해줄 수 있는데~ 더한 것도 해줄 수 있는데에~”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현재 외적으로 허핑 길드와 기 싸움을 벌이는 것과 비교하면 이곳은 너무 평안했다.
‘뭐, 이런 곳도 있어야 하는 법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전자레인지에 남아 있는 음식을 돌렸다.
띵-
그 소리와 함께 전자레인지를 열었으나.
“……뭐야? 왜 아무것도 없어?”
안에 넣어뒀던 음식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천장에 붙었나?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을 때, 낯익은 메시지창이 나타났다.
……그래서 내 음식은 어디로 간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