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tion is flowing from the water purifier in my house RAW novel - Chapter 104
우리집 정수기에서 물약이 흐른다 105화
31. 헤븐 길드(1)
“……서진 씨?”
어째서일까. 이곳에 있을 리가 없는 이서진의 얼굴이 떠올랐다.
더 이상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갑자기 왜 이곳에 물약이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능숙한 손놀림으로 허공에서 물약을 낚아챈 정해연이 그것을 단숨에 입으로 털어 넣었다.
“으음……!”
이서진은 언제든지 먹어도 좋다며 건네주던 것이지만, 정말 중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복용을 자제하는 편이었다.
‘언제 먹어도 말도 안 되는 효능이야.’
몸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에너지에 약간의 황홀함을 느낀 정해연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영단을 씹기 위해 복면을 살짝 올린 세 명의 습격자는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정해연은 마음속으로 안심했다.
어느 위대한 연금술사가 만든 이 물약에 부작용 같은 것은 없었으니까.
‘……여러 의미로 고맙네요, 서진 씨.’
금방이라도 수세에 몰릴 것 같던 정해연이 이전까지와는 다른 속도와 힘으로 그들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큭!”
“대체 뭐야!”
정해연의 검이 상대방의 복부를 갈랐다.
옷이 찢어지고 드러난 것은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전투복이었다.
이걸로 확실하다.
이놈들은 허핑 길드에서 보낸 자객이다. 아니, 보냈다고 하기에는 조금 다르리라.
“장상운, 김명성. 맞지?”
“……!!”
각성자의 고유 능력은 특별하다.
그것이 한 국가에서 대형 길드를 이룩할 정도의 인물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기에 각자의 고유 능력을 아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설마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소용돌이치듯 돌아가며 마나로 이루어진 공격을 막아내는 쉴드.
혜태 길드장, 장상운의 고유 능력이었다.
“쯧.”
혀를 한번 찬 장상운이 복면을 벗었다.
영단의 부작용으로 흐리멍텅한 눈을 하고 있는 그가 제 손에 들린 검을 한 바퀴 휘둘렀다.
“어차피 이곳에서 살아 돌아가지 못할 테니까, 상관없겠지.”
그의 옆에 있던 김명성 또한 복면을 벗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어. 그래서 내가 최대한 빠르게 끝내자고 한 건데.”
“누가 알았겠어. 갑자기 이곳에 황혼의 전투조장이 올 줄.”
맞아, 소성환.
잠시 대치 상태에 들어간 정해연이 저 멀리서 싸우고 있는 소성환에게로 눈을 돌렸다.
소성환 쪽이 몰아붙이고 있는 형세였지만, 그것은 상대방이 영단을 씹으면서 다시 바뀌었다.
저쪽으로 가세해야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한번 허공이 잠시 흐릿해지면서 정해연의 앞으로 무언가가 나타났다.
곧바로 그것을 잡아 소성환에게로 던졌다.
“소성환, 받아!”
“그 이상한 물약이다! 막아!”
손에 든 것을 던지자마자 앞으로 달려든 정해연이 그들을 막았다.
“어, 엉? 이건 뭐야?”
“먹어!”
집 지키는 개한테 명령이라도 하는 듯한 말투였지만, 소성환은 곧바로 그것을 먹었다.
“음. 맛있…… 아니, 갑자기 웬 계란말이?!”
“그거 말고! 이 등신아!”
계란말이와 같이 날아온 것이 있었다.
정해연의 외침에 소성환은 물약을 입으로 부었다.
부웅!
도끼를 휘두르자, 방금과는 다른 강렬한 파공음이 두 길드장의 앞을 스쳐 갔다.
그럼에도 상황이 크게 달라진 건 아니다.
한 명씩 교대로 물약을 섭취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해연은 분통이 터질 것 같았다.
‘이대로 계속해서 질질 끄는 건 위험해.’
실제로 허공에서 체력 물약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그것을 마시지는 못했다.
상대방도 몇 번이나 당해줄 하수는 아니었으니까.
자신을 상대하면서도, 언제든지 허공에 나타날 무언가를 경계하고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마나를 태운다면…….’
저놈들을 한 방에 정리할 수 있을까.
“소성환!”
각각 떨어져서 싸우고 있던 두 명이 한 곳으로 뭉쳤다.
“네가 잠시만 막고 있어. 잠깐이면 돼.”
“뭐? 야! 얘네 다섯 명……! 아이 씨, 빨리해!”
기본적으로 자신의 마나를 불의 형태로 바꾸고, 그것을 검에 씌우며 싸우는 정해연이었지만, 그 방식이 효율이 가장 좋았기에 그랬을 뿐이다.
정해연의 앞으로 불의 구체가 서서히 모여드는 걸 본 길드장들이 외쳤다.
“저놈, 죽여!”
“야, 야! 애들아. 우리 정정당당하게 일대일로 하자. 일대일로. 야! 한 명씩 오라고! X색기들아!”
소성환의 비명을 무시하고 정해연이 눈앞에 집중했다.
‘애매한데…….’
차라리 이때, 다시 한번 체력 물약이 나타나 준다면 좋으련만…….
정해연의 바람이 전해졌던 걸까, 이번엔 그녀의 입 바로 앞에 유리병이 나타났다.
아암!
현재 두 손은 움직이지 못한다.
정해연은 다급하게 입으로 ‘앙’ 하고 물었다.
유리병의 입구는 이미 열려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것을 꼴깍꼴깍 마시던 그녀의 눈이 커졌다.
“호호해액?!”
초록색.
이제껏 본 적 없던 그 물약을 마시자 정해연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신체에 힘이 넘쳐흐르는 게 아니다.
그녀의 속에 있는 마나들이 미친 듯이 진동하고 있었다.
단순히 마나를 채우는 물약이 아니었다.
이것은…….
“야! 정해연! 더 이상 못 버텨!”
“이제 피해!”
자신의 마나가 쑥 하고 빠져나가며 거대한 불의 구체가 완성되었다.
평소보다도 훨씬 짙은 색을 하고 있는 그것을 타이밍에 맞춰 던졌다.
그것을 본 장상운이 아까 보았던 쉴드를 펼쳤다.
방금까지 물약으로 마나를 회복했으니 어떻게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지만…….
콰아앙!!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굉음이 들리며 일대가 연기에 휩싸였다.
“……야. 정해연.”
연기가 걷히고 드러난 것은.
전투복은 어디 가고, 알몸 상태로 온몸이 불에 타 앞으로 쓰러져 있는 한 명의 사내.
지금 저곳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저 대열 중 가장 뒤쪽에 있던 정동주였다.
시선을 앞으로 돌린 소성환이 바닥에 그을린 자국이 사람의 형태와 비슷한 것을 확인하고는 식겁한 표정으로 정해연에게 말했다.
“……너, 다시는 내 쪽으로 그 기술 쓸 생각하지 마라.”
정해연 또한 어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그녀의 손으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따끈따끈한 감자조림이 들어간 그릇.
그것을 보자마자 긴장이 풀린 정해연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하…… 서진 씨도 참…….”
언제나 사람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으시다니까요.
감자를 한 입 집어 먹은 정해연이 빙그레 웃었다.
* * *
“……이제 됐을까?”
나는 전자레인지 안에 집어넣은 물약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열었다.
앨범에는 어색한 자세로 나와 나란히 서 있는 정해연이 있었다.
사진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밥 먹다 말고 이게 무슨 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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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퀘스트―
「위기에 빠진 황혼 길드장을 구하라.」
보상: 특별 강화권. 선택 강화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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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에 넣은 계란 후라이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나타난 전자레인지의 능력 개방 퀘스트.
그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난데없이 나타난 긴급 퀘스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닌가.’
애초에 이 퀘스트의 시작 또한 정해연의 죽음을 막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그 후로도 그랬다.
내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현재 나한테 있어서 소중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크게 다치거나, 죽게 될 사건들이었다.
‘……거기다가 내게 있어서 손해 되는 것도 아니니까.’
굳이 말하자면, 이득 될 것밖에 없었다.
이것이 아니었다면, 정해연의 위기를 알아챌 수 없었을 테니까.
그런데 대체 어떻게 구하란 거지?
언제나 그랬듯이. 해답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관련 있었다.
“전자레인지…….”
만약 이 안에서 사라진 게 정해연에게로 간 것이라면.
▷전자레인지를 통해 대상에게 물건을 전송하세요! (0/10)
[일시적으로 임의의 대상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물건을 보낼 대상을 선택해 주세요.]
전자레인지의 버튼을 누르다 보니 내가 알고 있는 이름들이 나왔다.
그중에서 정해연을 선택하자마자, 물약을 넣고 돌리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아서, 결국 아껴뒀던 것을 꺼냈다.
“이건 직접 만나고 보여주려고 했던 건데…….”
내 손에 들린 초록색의 물약 또한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
몇 분 후, 퀘스트가 완료됐다는 소식과 함께 나는 긴장을 풀었다.
정해연은 무사하다.
“하아…….”
……전자레인지에 뭘 넣고 돌린 것뿐인데 이렇게 피곤해도 되는 건가.
“아빠아~ 아직 멀었어~?”
“아…….”
이곳에 온 이유를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내가 새로 내놓으려던 반찬들은 전부 전자레인지를 통해 사라져 있었다.
“하, 하나 남았다!”
급하게 마지막으로 남은 감자조림을 넣고 돌렸으나, 야속하게도 타이밍이 안 맞았다.
결국, 감자조림마저 사라지고,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고 있는 아기 새들에게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오랜만에 외식이나 할까?”
* * *
“여기요. 서진 씨.”
“하하…….”
정해연이 내게 웃으며 무언가를 내밀었다.
물론 그것은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그릇이었다.
안에 들어 있던 감자조림은 어디 가고 깔끔하게 비어져 있었다.
“흠흠! 어, 엄청 맛있던데요!”
……그래. 맛있게 먹었다니 다행이네요.
갑자기 습격을 당한 사람치고는 꽤나 수줍은 반응이었다.
정해연은 내게 어떻게 했느냐.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살며시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할 뿐이었다.
“고마워요, 정말로.”
나 또한 그랬다.
이익만을 따져가며 ‘거래’를 하기엔 정해연은 내게 있어서 특별한 존재였으니까.
“별말씀을요.”
그녀가 제 몸을 비비며 무언가를 말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
뭘 물어보고 싶은지는 뻔했기에 내가 대신 가방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냈다.
“그, 그거예요!”
역시나 초록색의 물약을 보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거 효능이 어떨까, 궁금했는데.
정해연의 반응을 보니 확인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마력 증폭의 물약.
섭취 시 일시적으로 마력을 증폭시켜주는 물약이다.
괴력의 물약을 만들 때처럼, 이것 또한 제작을 위한 조건이 있었다.
마력 스탯이 5 이상이 될 것.
의문이었다.
근래 들어서는 의도적인 마나 탈진도 일으키지 않았으니까.
마력 스탯을 늘리기 위한 좋은 훈련이었지만, 내가 마나 탈진을 일으킬 때마다 주변 반응이 심각했다.
―전부, 전부, 루비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미안해, 서진아. 내가 좀 더 잘해야 했는데…….
급기야 울먹이기까지 하는 것을 보고는 더 이상 하는 것을 관뒀다.
실제로는 위험한 행동이 맞았으니까. 아무래도 물약이 있다 보니, 그런 것에 무덤덤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력이 계속해서 오른단 말이지…….’
숨만 쉬어도 마나가 넘쳐흐른다, 라고 해야 할까.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이것도 물약을 먹으면서 일어난 플러스 효과인가?’
그럴 수도 있다.
신체가 변했던 것처럼, 내 몸에서 또 다른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헤헤…….”
날 껴안고 있는 순둥이가 토실토실한 볼을 내 가슴, 정확히는 심장 옆 부분에 마구마구 비벼댄다.
볼을 살짝 잡아당겨도 금방 찰싹 달라붙는다.
그곳에 꿀단지라도 발라뒀니, 순둥아.
“……그것도 공개하실 건가요?”
“글쎄요.”
“아무래도 너무 파장이 클 것 같아요. 이전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물건이니까요.”
그 정도인가?
“……예. 말도 안 되는 물건이에요. 각성자의 전투력이 마나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듣고 보니 그랬다.
기본적으로 마나를 이용해서 신체를 강화하거나, 그것을 무기에 덧씌운다든가, 그들은 전투에서 한순간도 빠짐없이 마나를 사용했으니까.
단순히 마나의 양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마력 증폭의 물약.
마력이 상승하면서, 마나의 질까지 달라진다고 정해연이 말했다.
“말로 설명할 건 아닌 것 같지만요…… 이걸 보여드리기도 조금 그렇고…….”
무언가를 떠올리는 걸까.
정해연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현재도 신체를 강화하는 물약으로 인해 무수히 많은 요청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걸 공개하는 순간, 그것이 불러올 반향을 예상할 수가 없다는 게 정해연의 의견이었다.
“그럼…… 생산처를 달리하면 되지 않을까요?”
“예?! 설마 저희는 아니죠?! 저, 절대로 안 돼요!”
기겁하며 거절을 하는 정해연 탓에 황혼에 맡긴다는 선택지는 접어두었다.
그렇다면…….
“상회를 하나 만드는 건 어떨까요.”
“상회요……?”
“예. 조합에 있는 인원은 비공개인 것으로.”
“……그거라면.”
뭐, 저것 또한 신성 길드의 소유가 아니냐.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아뇨. 오히려 쉽게 예측하지 못할 거예요. 앞서 공개한 두 가지 물약만으로도 이미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니까요.”
“대신에 아직 판매는 하지 않고, 중요한 순간에 공개하도록 하죠.”
아무래도 시간 경과를 두고 두 물약이 완전히 자리 잡고 나서 공개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상회 이름은 뭐로 할 건가요?”
어째서일까.
이름을 짓는 내 모습을 안절부절 바라보던 정해연에게 미리 생각해 뒀던 걸 말해주었다.
“SD 상회요.”
“SD요……?”
의외로 괜찮은 걸까.
고개를 끄덕이던 정해연이 이내 의문이 담긴 말을 던졌다.
“SJ가 아니라요? 아니, 물론 그거라면 조금 티가 나긴 하겠지만…….”
대부분 어떤 조합의 명칭을 정할 때는 대표의 이름을 알파벳으로 따 짓는 경우가 많다.
SJ.
서진.
정해연은 그걸 말하는 것이다.
“비슷해요.”
“예? SD……SD…… 설마…….”
“맞아요.”
“에쓰디!”
순둥이가 외쳤다.
SD 상회.
순둥 상회라는 의미였다.
* * *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는 걸까.
정해연은 내게 시종일관 웃는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것이 못내 신경 쓰였다.
정해연과 헤어진 후, 내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속은 끓어올랐다.
‘차라리.’
중국으로 몰래 들어가서 허핑 길드장을 죽이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몸을 투명하게 만드는 커튼이 있으니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 경호 인원이 없을 리가 없다.
커튼으로는 기척 자체를 숨길 순 없었기에 자연스레 순둥이의 힘을 빌려야 한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순둥이에게 협조를 부탁한다.
내 어깨에서 고롱고롱 잠자고 있는 순둥이의 머리를 만지자니 그런 짓은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놔둘 생각도 없었다.
‘……기척을 지우는 무언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문이라도 있다면, 이런 고민 같은 건 하지 않을 텐데…….
“서진아, 괜찮아? 표정이 안 좋은데…….”
“성자님. 괜찮으십니까……?”
양옆에 나란히 선 이유지와 루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티 내지 않으려 했으나, 겉으로 드러났나 보다.
‘내가 뭐 하고 있는 거냐.’
당장에 이런 위험한 일은 숨기지 않겠다고 약속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건만.
많이 걱정되는지, 내 양팔을 제 품에 끌어안는 두 사람.
그녀들에게 현재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 털어놓으려는 순간.
지지직-
“……균열?”
우리 바로 앞에 균열이 생겨나고 있었다.
근처에 배치된 인원은 없다.
“……미확인 균열은 이제 거의 나타나지 않을 텐데.”
이유지가 중얼거렸다.
前균열 관리부의 팀장이니만큼 그 모습은 진지했다.
“일단 우리가 정리하자.”
다행히도 근처에 사람들은 없었다.
우리는 균열이 열리는 것을 기다렸다.
걱정할 것은 없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둘은 이유지와 루비.
둘 다, 대한민국에서 최정상을 다투는 인물이다.
나도 손전등을 준비했다.
수준이 그렇게 높진 않을 테지만, 이전에 봤던 그 촉수가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이윽고 균열이 열렸고.
“우와아! 집이다, 집이야! 하하핫! 몇 개월 만의 귀환이냐!”
나뭇잎으로 중요 부위만 가리고 있는 나체의 남성이 균열에서 걸어 나왔다.
“우웅? 아빠…….”
나는 곧바로 순둥이의 눈을 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