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tion is flowing from the water purifier in my house RAW novel - Chapter 109
우리집 정수기에서 물약이 흐른다 110화
32. 멸망용의 분노(4)
“또 사라졌군요…….”
“예. 위치는 이미 파악됐습니다.”
“……그 사람은 진짜. 이번엔 어딘가요? 설마 또 균열 너머인가요?”
“어떤 분과 만나고 계십니다.”
“어떤 분?”
“유명한 분입니다. 저번에 만나도 보셨을 겁니다. 신성 길드장, 이서진이라고.”
“……이서진인가요.”
제 길드장이 위치 추적기를 떼어내고 탈출했다.
그러한 사실에 얼굴을 찡그리던 금발의 여성, 셀레나는 뒤에 들린 이름을 듣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가볼게요.”
언제나 시도 때도 없이 사라지는 길드장이다.
웬만하면 죽는 것은 상상도 되지 않을 인물이지만, 이번 귀환은 그 시기가 꽤나 늦었기에 약간 걱정도 했다.
무사히 살아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저리 돌아다니는지…….
헤븐 길드엔 독자적으로 개발한 균열 감지기가 있다.
균열 너머를 미친 듯이 좋아하는 제 길드장 때문에 만들어진 물건이다.
여느 때처럼 길드장이 올 것을 예상하고, 균열에 갔을 때 신성 길드장을 만났다.
세간에서 떠드는 ‘성자’.
셀레나가 직접 본 이서진의 이미지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어쩐지 위험해 보였지.’
제 길드장이 바닥에 깔려 있던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렇게 당해도 괜찮은 사람이었으니까.
다만, 신성 길드장이 그동안 걸어 온 행보가 그랬다.
평범했던 인물이 고작, 일 년 만에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까지 올라올 수 있을까?
최대한 정보를 모았다.
그의 동창 혹은 동기.
그들이 말하는 이서진은 별다른 능력이 없는 평범한 인물이었다.
뒤늦게 발현된 고유 능력은 탐색 계열.
‘그 동안 철저하게 숨겨온 거겠지.’
자신의 일평생을 속였다.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단시간에 자신의 세력을 완벽하게 구축했다.
당장 헤븐 길드 바로 아래에 위치한 황혼과 수호 길드가 전적으로 신성 길드 편에 서 있다.
균열밖에 모르는 제 길드장은 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위험할 수도 있어.’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다. 그것이 그녀의 모토였으니까.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인물이 어떠한 각오를 품었을 때,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특히, 대한민국은 길드 중심의 나라다.
길드 간의 견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성 길드는 헤븐을 제외한 타 길드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쌓았다.
현재 대형 길드 중에서 신성과 척을 지는 곳은 없었다.
앞으로의 행보에 걸림돌이 있다고 한다면 헤븐, 단 하나.
만약 신성 길드장이 헤븐을 끌어내리기 위해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그렇게 쉽게 당할 것 같지는 않지만.’
애초에 신성 길드장이 그런 행동을 할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셀레나로서는 그것이 더욱 무서웠다.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을 당연하다고 여기게 되었으니까.
그가 그동안 보여온 것들은 하나같이 남을 위한 것들이었으니까.
‘만약…….’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박준호만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겠지.
―확실한 제어 수단을 가지는 게 좋을 것입니다.
이서진, 그에 대한 제어 수단이다.
「강제 이행」
계약의 내용을 강제하는 고유 능력.
최고의 중개자.
그녀는 이것을 이용해 헤븐 길드를 왕좌의 자리에 놓을 수 있었다.
―크하핫! 젊은 사람이 그렇게 삶을 비관하고 있으면 쓰나! 이왕 죽을 목숨이라면, 내 뒤치다꺼리 좀 부탁해도 되나? 어때?
“……누구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건데.”
정작 박준호는 자신이 그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녀 또한 큰 상관은 없었다.
이것은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일 뿐이니까.
‘그러니까.’
이것은 단순한 보험일 뿐이다.
제 길드장의 신변을 위한 족쇄.
정작 신성 길드장은 이러한 계약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이.
“잘 부탁드립니다. 헤븐 길드장님. 그리고 셀레나 씨.”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하는 건 자신뿐인 걸까.
정작 이서진은 산뜻한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셀레나는 그가 내민 손을 마주 잡았다.
그 손이 닿자마자 방금까지 자신이 했던 그 생각들이 한심해질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더 이상 셀레나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 * *
“순둥아, 떨어지면 안 된다?”
―응!
무얼 가지러 가나 했더니, 저번에 내가 부산 갔을 때 사줬던 밀짚모자다.
밀짚모자를 쓴 순둥이에게 목말을 태워주었다.
아무런 무게도 느껴지지 않았으며, 하는 말은 전부 나밖에 듣지 못한다.
순둥이의 마법이다.
“준비됐나?”
“예. 다 됐습니다.”
“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 여차하면 자네가 균열을 열고 이쪽으로 도망쳐 오면 될 일이니까.”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탈출구가 생긴 박준호는 한결 부담감이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역시 모르나 보네.’
헤븐 길드장.
이유지와 루비의 합공을 받아낸 자.
그런 그조차도 순둥이의 투명화를 간파할 수는 없었다.
저 정도 되는 실력자도 순둥이의 마법을 알아채지 못한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순둥이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육체적인 성장은 별로 없었지만.’
―기분 조아!
평소에 내 어깨에 있을 때는 반드시 해츨링의 모습으로 있던 순둥이였지만, 지금은 귀여운 소녀의 모습이다.
순둥이는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 이유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자꾸만, 발을 동동 구르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신기하네.’
나 또한 균열 너머로 온 후부터 온몸에 힘이 넘쳤다.
대기 중에 있는 마기들이 내 몸속에 있는 마석에 속속들이 모이고 있다.
이 마기란 것은 내 몸을 갉아먹던 바이러스 같은 것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나와 다를 바 없게 되었다.
마기가 충만할수록, 내 몸의 컨디션 또한 좋아지는 것이다.
“자네도 무투파인가? 그 건틀릿 굉장히 좋아 보이는군.”
박준호는 내가 두 손에 착용하고 있는 건틀릿에 관심을 가졌다.
은월銀月의 건틀릿.
평소에는 가만히 있던 녀석이 이곳으로 오자마자 요동치기 시작했다.
내 몸을 잠식하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이것 또한 기본적으로 마석으로 만들어진 물건.
지구에서보다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는 그 힘이 나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
‘마나 혹은 마기를 이용해 육체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 수 있다.’
이곳 대기에는 마기가 끝을 모르는 채로 떠돌아다닌다.
신체의 변화는 없었지만, 내 몸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예리했다.
‘거기다 미래시까지 있으니, 기습 같은 걸 당할 리는 없겠지.’
“일단 주변부터 둘러보도록 할까? 흐흐. 설레는군. 드디어 체계적으로 움직일 수 있겠어.”
흥분된 움직임으로 걸어가려 하길래 그를 막아섰다.
“아아. 그래, 잊지 않았네. 자네가 한 부탁. 그때 봤던 그놈들에게 무슨 짓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도와달라는 거지?”
박준호는 내 부탁을 흔쾌히 허락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그를 막은 것은 그 때문이 아니다.
내 손에 들린 스위치를 눌렀다.
그에 따라 허공에서 균열이 생겨났다.
‘이전에는 그림자를 만들어야 했는데.’
저 균열 생성인가 뭔가 덕분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응?”
갑자기 균열은 왜 여냐는 눈빛으로 봤지만, 이곳에서 나올 것은 따로 있었다.
―끼에엑!
“마, 마물?!”
박준호가 곧바로 주먹을 내지르려 하길래 그를 막고 아공간에서 튀어나온 말처럼 생긴 마물, ‘발발이’의 갈기를 쓰다듬었다.
“마물이 사람 말을 듣는다고……?”
나는 이 균열 너머에서 걸어 다닐 생각이 없다.
2층 던전의 정예 마물인 발발이는 까망이의 도움을 받아 테이밍에 성공한 놈이다.
참고로 발발거리며 잘 돌아다니길래 이름을 그렇게 지어주었다.
순둥이와 까망이도 그 이름을 좋아했다.
“타시죠.”
“……허어.”
균열, 아니. 아공간 속에서 튀어나온 발발이는 하나가 아니다.
사나운 콧김을 뿜어내는 발발이 2호가 박준호를 노려보았다.
정예 마물 특유의 사나움이 그곳에 있었다.
내가 살살 어루만지며 진정시키자, 마지못해 그를 태운다.
“……자네 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혹시나 해서 말합니다만, 이곳에서 일어난 일은 전부 비밀입니다.”
이 마물들은 내 명령을 듣기에 다른 사람을 공격하진 않겠지만, 대한민국에서 아직 마물 사육은 금지였으니까.
아니, 애초에 마물 사육이 가능한 곳이 있나……?
얼굴을 찌푸리며 심장 부근을 만지던 박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네.”
이것을 말하고 다닌다면 그 자체로 내게 ‘위해’를 끼치는 행동이라 볼 수 있다.
셀레나의 강제 이행.
처음에는 꽤나 껄끄럽게 느껴졌지만, 이제 와서 보니 내게 도움만 될 뿐이었다.
“자네도 웬만하면 이곳에서 일어난 일은 외부에 노출하지 말게나. 뭐, 마찬가지로 자네도 계약 때문에 못 하겠지만.”
“예.”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
그래도 궁금해한다면 주위의 몇몇 사람들에게는 말해주지 않을까 싶은데.
―우와아! 발발이, 달려어!
순둥이를 말머리에 올려놓고 고삐를 잡았다.
“자, 그럼 출발합시다.”
“흐하핫! 이렇게 호화로운 균열 생활은 처음이군!”
발발이의 속도는 그야말로 발군이었다.
지구에서 테스트할 때는 이 정도 까지는 아니었는데, 역시 이곳의 환경이 마물의 신체 능력을 높여주는 것이다.
“오. 이렇겐가? 흐하핫! 말이랑 별로 다를 것도 없군!”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박준호는 이 짧은 사이에 완벽하게 적응한 듯 고삐를 이리저리 흔들어 방향을 바꾸었다.
“어어? 잠깐만, 잠깐만, 내가 미안하네!”
아무리 내 부탁일지라도 기본적으로 마물인지라 저런 식으로 다루면 큰코다치겠지만.
“후아! 재미있군. 재미있어. 오. 잠깐 여기서 멈추도록 하지.”
황야를 달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숲이 나왔다.
“신기한 곳이지? 지구랑 비슷한 면이 있으면서도 이런 걸 보면 확실하게 다른 곳이란 걸 알 수 있지.”
그곳의 초입에 발을 들인 박준호는 발발이의 등에서 내려 무언가를 찾았다.
“여기 있군.”
“……꽃?”
“그냥 꽃이 아니지. 그야말로 불로초不老草라고 부를 수 있는 놈이니까.”
“혹시…….”
“뭐, 여기에 있다 보면 아주 가끔씩 발견되는 놈이지. 운이 좋았어. 가끔 배고플 때마다 먹곤 했는데.”
박준호와 셀레나가 그토록 젊어 보이는 비밀이 이곳에 있었다.
“호오. 자네도 욕심이 있나 보군.”
내가 주섬주섬 그것들을 챙기자 박준호가 씨익 웃는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얻게 되는 재화에 대한 분배를 생각 안 했군. 8 대 2 어떤가. 허허. 또 그런 눈으로 보는군. 당연히 자네가 8일세.”
“……괜찮겠습니까?”
“자네 능력이 이곳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면 전부 다 준다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지. 흐흐. 아무리 그래도 그건 셀레나한테 혼날 것 같아서 말이야. 양해 좀 부탁하지.”
박준호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꽃이 그런 효과가 있단 것도 몰랐을 것이다.
솔직히 반반으로 하자고 해도 거절하지 못했을 텐데.
이런 귀중한 자원보다 저 숲 너머에 무엇이 있는가, 그것이 더 중요한 모양이다.
‘다들 좋아하겠네.’
젊음을 유지시켜 주는 꽃이 있다는데 좋아하지 않을 여자는 없으리라.
이것을 받고 좋아할 인물들을 몇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안환재, 그 사람한테도 하나 챙겨줄까.’
아닌 척하면서도 은근히 박준호를 부러워하는 것 같았으니까.
직접 갖다 주면 좋아할 게 분명했다.
‘물약이랑 조합하면 괜찮을지도…….’
물량 자체는 적었으니까, 많이는 못 하겠지만.
내 모습을 지켜보던 박준호가 말했다.
“신기하군.”
“예? 뭐가요?”
조심스럽게 뿌리 부분까지 서서히 뽑아내 가방에 보관했다.
좀 있다 꼬물이의 입에 보관한다면 되겠지.
“그걸 이용해서 자네의 명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는 생각은 없나?”
“별로요.”
오히려 지금보다 더 유명해진다고 하면 내겐 곤란했다.
“크큭. 환재, 그놈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가는구만. 정말 터무니없군.”
“무슨 말을 나눴는데요?”
“아, 비밀일세. 윽…… 심장이 아파져 오는 군.”
“……수호 길드장이랑은 계약 같은 거 안 하셨을 거 같은데요?”
“아, 들켰나? 크하핫!”
그렇게 여섯 개 정도의 불로초를 뽑아냈다.
그중 하나를 내 옆에서 쪼그려 앉아 구경 중인 순둥이에게 내밀었다.
―맛없어 보여!
“하하.”
그렇겠지.
아무리 그래도 순둥이가 좋아할 물건은 아니었다.
“의외로 평화롭네요.”
“……자네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세. 원래대로면 이렇게 맘 편히 돌아다니지 못해.”
운이 좋은 건지, 마물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빠랑 소풍할 때는 방해 금지야!
단순히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좋은지 순둥이가 내 다리를 끌어안으며 환하게 웃는다.
‘앞으로도 종종 와야겠어.’
박준호가 그토록 위험하다고 강조하던 균열 너머의 세계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순탄한 시간이 지나갔다.
“이만 돌아가는 게 좋겠군.”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박준호가 말했다.
“밤이 되면 위험해. 그때가 되면 이곳의 지형 자체가 바뀔 테니까. 더불어 마물 또한 더욱 포악해지지.”
어차피 돌아갔다가 다시 오면 된다.
순둥이는 피곤한지 내 어깨 위에서 자고 있었다.
“돌아가죠.”
균열을 생성하려고 할 때.
저 멀리서 몇 명의 인물이 재빠르게 뛰어다니는 것이 보였다.
박준호가 말했다.
“그놈들이군.”
드디어 발견했다.
세 명.
예상했던 대로 그들은 허핑 길드의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들 또한 이곳으로 손쉽게 넘어올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는 모양이야. 어떻게 할 건가?”
“습격합시다.”
박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내 일을 도와준다고 했으니까.
그냥 간다고 해도 이상은 없겠지만…….
나는 박준호에게 신속의 물약을 건넸다.
“호오. 이건 그거로군. 그때 그 처자들이 마셨던 이상한 물.”
신체 강화의 물약을 먹은 박준호는 그야말로 ‘신속’이라고 부를 정도의 속도를 보여주었다.
“……?”
“……?”
“크헉!”
세 명의 허핑의 전투원들은 습격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외마디 소리와 함께 기절했다.
그곳으로 향하면서 순둥이를 확인했다.
고롱고롱 웃는 얼굴로 자고 있었다.
입가에 흘린 침을 닦아주자, 내 손가락을 쥐어 잡는다.
자연스럽게 새어 나오는 미소를 정리하고, 박준호 쪽으로 향했다.
박준호가 쓰러져 있는 그들을 보며 내게 물었을 때.
“이제 어떻게 할…….”
뿌득!
나는 이미 기절해 있는 두 사람의 사지를 재빠르게 뒤틀어놓는 중이었다.
건틀릿으로 인해 변한 오른손 덕분에 작업은 수월했다.
“……!!”
심한 고통을 느낀 그들이 일어났지만, 이미 몸을 못 움직이는 상태다.
곧바로 뒷목을 가격해 재차 기절시켰다.
나는 나머지 한 명의 복면을 벗겨내고는 미리 챙겨온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그 상태로 조금 전에 꺼낸 커튼 속으로 박준호를 이끌었다.
“이건…….”
“쉿.”
이내, 사지 멀쩡한 전투원이 일어났다.
“……!”
그는 사지가 꺾여 쓰러져 있는 두 명을 보더니 다급하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지금 주변에 보이는 것은 아무도 없다.
자신들은 알 수 없는 어떤 마물에 의해 습격을 받은 거라 생각하겠지.
휴대전화를 확인하자 역시 균열에서도 능력은 작동되었다.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빨간 점을 보며 앨범을 닫았다.
“……저 둘은 어떻게 할 거지?”
어떻게 하냐라.
왜 이곳에 돌아다니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박준호처럼 순수한 탐험은 아닐 것이다.
그들을 내려다보는 내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냉정했다.
“이대로 두고 가죠.”
“그 말은…….”
앨범에 필요한 사람은 한 명이면 충분하다.
저것이면 저놈들의 본거지를 알아낼 수 있겠지.
내 말의 뜻을 알아차린 박준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돌아갑시다.”
균열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자니, 내 뒤에 있는 박준호가 무슨 말을 중얼거렸다.
“……아까와는 완전 다른 사람이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