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tion is flowing from the water purifier in my house RAW novel - Chapter 157
우리집 정수기에서 물약이 흐른다 158화
43. 서로 간의 버팀목(4)
“크윽! 죽여라!”
“하나같이 대사가 비슷하단 말이야. 이번에는 고결한 기사님인가.”
신들의 사도를 빼앗아 온다.
처음에는 꽤 수월했던 작업은 점점 난항을 겪고 있었다.
“바보인지, 아닌지. 이제 와서 위기를 느끼는 거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성좌들이 서로 의견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마저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꽤나 수확이 있었어.”
대충 알아낸 것이 있다.
신들 사이에도 ‘급’이란 것이 존재하고, 대체로 급이 높은 신들은 흔히 ‘대국大國’이라 불리는 곳을 지배하고 있었다.
미국의 포기의 신.
중국의 저주의 신.
러시아의 후회의 신.
일본의 배신의 신.
…….
대충 이런 부정적인 이름을 가진 신들밖에 없었다.
역시 높으신 분들은 높으신 분들끼리 잘 붙어먹는 모양인지, 저곳에 있는 사도들은 그 경비가 아주 삼엄했다.
하지만 그 말은 비교적 영토가 작고, 기술 발전이 늦은 후진국들의 경계는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오히려 그편이 좋단 말이지.”
표본은 많은 수록 좋다.
물론 급이 높은 신의 사도일 경우, 그 신력 또한 농후할 테지만…….
티끌 모아 태산.
이 신력이라는 것에 대해서 얼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마치 인간에게 날개가 생기듯이 낯선 감각이었지만, 계속해서 접하다보니 익숙해졌다.
“크윽! 이러지 마라……! 신이시여……!”
“꽤 재미있단 말이지.”
아무래도 이 신력이라는 것은 서로 같은 것이 아닌, 신마다 조금씩 다른 모양이다.
마치 마나와 마기가 서로를 밀어내듯이, 다른 신의 신력이 몸 안에 들어올 경우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얼추 그 녀석들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싸우고자 하던 것은 거대한 집단이 아니라, 갈기갈기 찢어진 다수의 개인이었다.
“크윽……!”
“가만히 있어.”
각종 신에게서 빼앗은 신력은 내 몸속에서 고르게 정제되어,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다.
나는 조금씩 사도의 몸에 신력을 주입시켰다.
“신이시여! 신…… 이시여? 나, 나는 대체…….”
“오. 이건. 꽤 재밌네.”
그토록 신을 울부짖던 사도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건 아마도…….
위잉!
위잉!
내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에서 진동이 울렸다.
안환재를 지켜보고 있는 루비가 보낸 신호다.
“……이런 기능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다소 찝찝한 기분을 뒤로하고 균열을 열었다.
* * *
싸늘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듯 두 사람이 디디고 있던 바닥에 금이 가며, 모습이 사라졌다.
칭!
3M가 넘는 거구의 오우거일지라도 쉽사리 받아내지 못 할 묵직한 대검의 공격을 상대방은 가볍게 막아내었다.
‘확실히…….’
그 철혈의 노장의 오른팔이라고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신태웅은 무투계 각성자가 아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을 같이 보낸 안환재가 잘 알고 있었다.
‘……이게 신성 길드장이 말했던 그 신력이라는 건가.’
이곳으로 오기 전, 이서진은 안환재를 위해서 몇 가지 주의점을 알려줬다.
촤악!
대검의 날을 타고 내려와, 제 몸을 노리는 일격.
원래대로의 안환재라면 이 공격을 일부러 받아주면서 상대방을 노리는 전술을 취했을 것이다.
그의 몸에 새겨진 수많은 자상들은 그렇게 만들어져 왔으니까.
‘절대로 상대방의 공격을 맞으시면 안 됩니다.’
“제가 못 본 사이에 꽤나 겁이 많아지신 것 같습니다.”
공격을 피해 뒤로 도약한 그 모습을 보며 신태웅이 비아냥거렸다.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 듯, 안환재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허허. 자네도 이 나이가 되면 알 수 있을 걸세.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말이야. 조금 주의할 필요가 있단 말이지.”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입니까…….”
수호 길드장, 안환재.
이전에 모시던 주군을 보며 신태웅이 눈을 좁혔다.
마지막으로 그와 마주했던 순간이 뚜렷하게 떠오른다.
‘……그때와는 다르긴 하네요.’
하늘에서 내려온 메시지와 함께 아집의 신의 사도로 선택받았다.
-아해야. 지금부터 너는 내 충실한 신도가 되는 것이란다.
한밤중에 들려오는 머릿속 메시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길드장에게 연락을 했지만 이미 늦었다.
언제나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는 길드장.
그의 오른손에 걸맞은 능력이 필요하다.
신태웅의 마음에 생긴 작은 틈에 알 수 없는 힘이 파고들었다.
한낱 인간에 불과했던 그로서는 달리 저항할 방법은 없었다.
-미천한 사도는 당신의 말을 따르겠습니다, 신이시여.
아집의 신의 사도, 신태웅은 성스러운 첫 과업을 수행하게 되었다.
안환재를 죽여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한 세력 중 하나인 수호 길드를 제 손에 넣음으로써, 훗날의 미래를 위한 발판을 만들어라.
-당신의 뜻대로.
수십 년씩이나 곁에서 보필하던 주군이다.
그럼에도 일말의 고민조차 없이 계획을 실행했다.
감히 거역할 수 없는 힘이 신태웅의 정신을 헤집어놓았기에 그로서는 별다른 의문이 들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하자면, 조금 성급했었다.’
그로 인한 행동의 부자연스러움으로 인해 계획은 실패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제약으로 인해 신의 사도로서의 힘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니었어.’
그 치열했던 싸움은 그런 식으로 핑계 댈 것이 아니었다.
철혈의 노장, 안환재.
그런 호칭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강함이 그에게는 있었다.
지금 당장도 신태웅의 눈에는 전성기 때와 필적하는 힘을 담고 있는 옛 주군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눈이 호선을 그린다.
‘……꽤나 건강해지신 모양입니다, 길드장님.’
“무슨…….”
순간적으로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간 그 생각에 신태웅이 고개를 저었다.
오래된 친우를 만나고 흔들린 것은 안환재만이 아니었다.
신의 사도, 신태웅이 아닌, 그와 오랜 세월을 함께 했던 친우로서의 마음이 수면 위로 올라오려 하고 있었다.
때마침, 신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나의 사도여. 실패는 용납하지 않겠다. 이서진의 최측근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 포섭하거나, 죽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야.
제 영역이 없기에 신력이 불안정하다.
아집의 신으로서는 이 결투가 재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혹시라도 그놈이 알아차리기 전에 말이다.
‘알겠습니다, 신이시여.’
더 이상의 잡생각은 없었다.
마치 두 마리의 짐승이 서로를 물어뜯듯이, 셀 수 없이 많은 공방이 오고 간다.
그토록 주의했음에도, 안환재의 몸에는 자상이 늘어만 갔다.
신태웅이 비릿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어떠십니까, 이래도 생각이 변하지 않으신 겁니까? 그토록 보잘것없던 힘을 가졌던 저는 신의 선택을 받고 이리도 강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 확실히 강해지긴 했구나.”
대한민국에서 최고를 논하자면 반드시 나올 전성기 시절의 안환재.
그때와 비슷할 정도의 신체를 되찾았음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힘은 동일…… 아니, 서서히 밀리고 있어.’
오러Aura.
검에 마나를 덧씌우는 행위.
푸른색의 오러가 대검에 덧씌워져 있는 안환재와는 다르게 신태웅의 검에는 흰색의 오러가 있었다.
‘……저것이 신력이로군.’
이것은 이서진 또한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거 위험하군.’
“저는, 그 누구도 베어버릴 수 있는 힘을 손에 넣게 된 겁니다!”
마치 고약한 장난이라도 치듯이 한 번 검이 부딪칠 때마다, 모종의 신력이 검에 있는 마나를 흔들고, 신체로 침입하려 든다.
‘……나는 왜 내 친우와 싸우고 있던 것이지.’
상대는 신태웅. 내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사내다.
언제나 옆에서 자신을 보필하던 그의 말이 맞는 것이 아닐까.
점점 안환재의 생각이 무언가에 물들어가고 있을 때.
띠리링!
띠리리링!
할부지, 힘내세요.
지윤이가 있잖아요!
“……뭣.”
난데없이 울리는 벨소리.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두 사람은 검을 맞댄 상태로 멈췄다.
그것은 몸에 새겨진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다.
“자네, 왜 갑자기 멈춘 것이지?”
“…….”
제 손녀에게 전화가 왔을 시 들려오는 착신음.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이 전화만큼은 꼭 받곤 했다.
그럴 때마다 옆에 있던 어떤 사내 또한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받아도 되겠나?”
“……맘대로 하시죠. 어차피 마지막 전화가 될 테니까요.”
예전에 모시던 자에게 주는 마지막 자비일 뿐이다.
단순히 그럴 뿐이다.
그렇게 되새겼지만, 마음속의 호수에 던져진 돌은 흔들리는 물결을 만들어냈다.
-할부지이!
스피커 모드로 전환된 전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안환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 할아버지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당연하지이! 그게 있잖아! 안지훈, 그놈이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야, 이 미친…… 아니, 잠깐! 진짜로 할아버지한테 전화하는 게 어디 있어!
-헹. 그럼 가짜일 줄 알았냐? 너, 내가 그동안 했던 만행 전부 일러바칠 거야!
-할아버지, 제 말을 들으셔야 합니다! 저한텐 오빠 취급도 안 해주는 아주 못돼먹은 동생입니다! 혼내야 할 건 제가 아니라, 얘라고요!
생사의 경계가 넘나드는 전장에 울려 퍼질 목소리는 아니었다.
“하하. 둘 다 진정하려무나.”
소중한 손자, 손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안환재의 정신이 서서히 돌아왔다.
그 누구보다 강한 힘을 추구해 왔지만, 그것은 단순히 제 욕심 때문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들을 수호하고 싶다.
안환재에게 있어서 힘이란, 그저 그것을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응? 할아버지? 목소리가 왜 그래? 혹시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은. 울 똥강아지. 할애비가 조금 바쁘니까…….”
조금 있다가 통화하자.
그렇게 말하려던 안환재의 눈에 신태웅의 찡그린 표정이 들어왔다.
“호오…….”
흔들리고 있었다.
아주 미미했지만.
오랜 세월 동안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해 온 안환재에게는 그 모습이 훤히 보였다.
‘흐음…….’
제 친우와의 신성한 결투라고 했지만,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사용한다.
그것이 안환재의 승리 방식이었다.
마치 아무런 의도도 없다는 듯이, 그가 신태웅에게 휴대전화를 던졌다.
“뭣……!”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받은 신태웅.
그 목소리를 들었는지 건너편에서 난리가 났다.
-어? 이 목소리는…… 삼촌! 삼촌이에요? 건강하신 거죠?! 그동안 해외로 출장 갔다더니 이제 돌아오신 거예요?
같은 피가 흐르진 않았지만, 안지윤이 삼촌이라 부르며 마음을 준 사람.
그것은 단순히 안지윤만 그랬던 것이 아니었다.
“……지윤 아가씨.”
-아가씨. 도련님과 길드장님에게는 비밀입니다?
-우와! 삼촌 최고!
별다른 가족이 없는 신태웅에게도 안지윤은 제 손녀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크윽!”
-삼…….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신태웅이 휴대전화를 부쉈다.
“이딴 개수작이 저한테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 겁니까!”
잡념을 떨쳐내기 위해 고함을 지른 신태웅.
안환재는 부서져 가는 대검을 들고 천천히 걸어갔다.
그로서는 이 작은 뒤틀림을 절대로 놓칠 생각이 없었다.
“신태웅이. 내가 늙어가면서 가장 서러웠던 게 뭔 줄 아나?”
“그딴 것 알고 싶지 않……!”
“그동안 할 만큼 했으니까, 쉬어도 되는 건 아닐까. 나 말고도 누군가가 대신해 주는 것 아닐까.”
신태웅이 듣고 싶지 않다는 듯 귀를 막았다.
“실제로 내가 그동안 이루어 온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해내는 사내가 등장하고 나니 그 생각은 더욱 가속화됐지.”
그러나 안환재는 멈추지 않았다.
“이 정도면 됐지. 몸도 예전 같진 않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 사내 덕분에 예전과 같은 신체를 되찾고 나니까 알 것 같더군.”
철혈의 노장.
수호 길드장.
그런 위치에 있는 만큼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을 나약한 소리였다.
언제나 옆에서 안환재를 지켜보았던 제 친우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나약해져 있던 것은 몸이 아니라, 정신이었던 게야. 어쩌면, 자네의 말에 흔들린 것 또한 그 때문일 지도 모르겠지. 모두를 지키자. 약속을 잊어버린 건 나였을 지도 몰라.”
“……그까짓 약속이 뭐가 대수라고 아직까지 기억하시는 겁니까! 고작해야 스쳐 지나가듯 했던 말 아닙니까!”
-이것은 약속입니다. 저희가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 목표이자 맹세.
더 이상 맹세는 지킬 수 없었기에 신태웅은 내지른 검을 거둘 수 없었다.
이제 마지막이라는 듯, 폭발적인 도약이 이루어진다.
“쯧. 하여간. 나한테는 그렇게 저돌적이니 뭐니 말하더니.”
두 사람의 무기가 맞닿는 순간.
신태웅의 검이 산산조각 났다.
아집의 신에게 하사 받은 신기神器.
콰지직!
제 눈에 흩날리는 그 파편을 보며 신태웅이 입을 벌렸다.
“자네야말로, 흥분하면 앞 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그 성격. 나보다 심하단 건 알고 있나?”
오른손에 들린 대검은 이미 버렸다.
이 나이 되어서 조금은 유치할 수도 있었지만, 못된 길로 접어든 제 친우를 위해서 안환재는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물론 단순한 펀치는 아니었다.
바닥에 뻗은 신태웅에게 안환재가 다가갔다.
“제 정신이 드나?”
“……뭡니까, 그 위력은. 예전보다 훨씬 무식한 주먹이지 않습니까.”
“하하. 자네가 없는 사이에 꽤나 유용한 물약이 나와서 말이야. 늙어서 그런지 건강식품은 꼬박꼬박 챙겨 먹어줘야 한다 말이지.”
“……온갖 폼은 다 잡으시더니.”
“적에게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당연한 것 아니겠나?”
“그런 사람이 마지막에 검을 버립니까?”
“크흠.”
하늘이 보인다.
신태웅의 머릿속으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시시콜콜한 제 친구의 비아냥거림만이 들릴 뿐이었다.
“……자네, 몸이.”
“어차피 한 번 죽은 몸이었습니다. 별로 이상한 것도 아니지요.”
신태웅의 몸이 서서히 흐릿해지고 있었다.
아집의 신이 제 사도에게 뿌린 신력을 회수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부터 신의 힘으로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몸.
그러나 더 이상 신태웅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이런 껍데기가 없어지더라도, 가슴 속에 자리 잡았던 그 맹세는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네요. 저야말로 고마웠습니다, 길드장…… 아니…….”
신태웅이 말했다.
“환재야.”
“크큭. 자네가 날 그렇게 부르는 건 또 처음이군.”
“어차피 마지막 가는 길인데 상관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상관없고말고.”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이전처럼 슬프지는 않았다.
그저 친우의 마지막 가는 길을 제대로 마중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울 뿐이었다.
“편히 쉬게나.”
“아가씨에게는 미안하다고 말…….”
“아, 딱 맞춰 온 모양이네요?”
그들의 얼굴로 그림자가 졌다.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신성 길드장, 이서진이 서 있었다.
“마침 왔군. 자네 덕분에 내 친우의 마지막을 제대로 보내줄 수 있…….”
“누구 맘대로 마지막입니까.”
-끄앙!
그림자에서 거구의 도플갱어가 나타났다.
당황할 틈도 없이, 그 생명체는 사라져가는 신태웅을 집어삼켰다.
“뭣…….”
그 동안 겪어본 적 없는 충격에 안환재가 입을 벌렸다.
그사이에도 작업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끄앙~ 끄앙~
마치 열심히 소화라도 하려는 듯이 스트레칭을 하는 꼬물이.
-꾸엑.
잠시 후, 온몸이 타액에 젖은 신태웅이 꼬물이의 입 밖으로 나왔다.
몸이 사라지기는커녕, 완전히 복구되어 있었다.
“……몸이.”
꼬물이의 몸속은 바깥 세계와 단절되어 있다.
외부의 힘에 영향 받지 않는다.
‘재미있는 건 저 몸속에서도 개방품의 사용이 가능하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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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재활용하는 쓰레기통+1」
설명: 【만물의 주인】 이서진이 사용할 경우, 쓰레기통 안에 넣는 물건을 보다 쓸모 있는 것으로 재구성할 수 있게 된다.
+안으로 들어온 물건의 ‘분류’ 작업이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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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를 합칠 수 있다면, 반대로 하나를 두 가지로 나눌 수도 있는 법이다.
‘신체와 신력을 떼어낸다.’
그동안 사도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했기에 알아낼 수 있던 사실이었다.
신으로부터 받은 신력을 떼어내기만 한다면, 그들은 평범한 인간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신태웅의 경우 몸 자체가 신력으로 인해 재탄생 된 것이나 다름없기에 다른 수를 사용하기로 했다.
신체는 없어지더라도,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이제 인간이 아닌, 그림자로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어차피 그림자와 인간의 경계는 이제 허물어진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큰 상관은 없었다.
“자네…….”
아직도 입을 벌리고 있는 안환재에게 신태웅이 피식 웃었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길드장님.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다시 한번 입에 담게 될 수 있을 줄 몰랐다.
“저희들이 모두를 지키자고요. 설마, 잊으신 겁니까?”
죽어서도 잊을 수 없는 맹세에 안환재가 그를 마주 보며 웃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나를 치매라도 걸린 줄 아는 겐가? 내게 그런 무례한 말을 하는 것은 자네밖에 없을 걸세.”
“그렇죠. 길드장님은 제가 옆에서 보필해 주지 않으면, 언제나 위험천만하게 다니시는 분이니까요.”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듯 이서진은 이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 대신이라고 하듯, 수많은 마물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자네, 싸울 수 있겠나?”
“아직 길드장님보다는 정정하니, 걱정하지 마시죠.”
“이거 옛날 생각나는 군.”
“일단은 여기서 살아남아봅시다.”
“이런 곳에서 죽을 순 없지 않겠나. 자네나 나나 아직 할 일이 많으니깐 말이야.”
만약 혼자였다면 무리였을 지도 모른지만, 이곳엔 그를 지탱해 줄 존재가 있었다.
어떤 적이 오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버팀목.
철혈의 노장과 그의 오른팔이 서로 등을 맞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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