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tion is flowing from the water purifier in my house RAW novel - Chapter 164
우리집 정수기에서 물약이 흐른다 165화
45. 성좌와 성자의 싸움(3)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거죠……?”
“당연한 것입니다. 성자님에게 불가능 같은 것은 없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니, 그래도 이건…….”
하세가와 레나가 떨떠름한 표정과 함께 나를 돌아보았다.
처음 날 바라보던 그때보다 더욱 현실적인 감정이 담겨 있다.
“뭐, 보고 있는 대로입니다.”
내가 일본에 지내게 된 지 단 며칠.
그 정도의 시간만 지났을 뿐이지만, 꽤나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그것은 비단 반反성좌 집단이 머무는 아지트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저쪽으로 돌아섰던 대다수의 인물이 다시 돌아온 거로도 모자라서…… 총리를 비롯한 주요 인사까지 전부 설득하셨다고요?”
“아까 확인시켜 드렸잖아요?”
“그, 그렇긴 하지만요. 상식적으로 이상하잖아요!”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예?”
“후원자가 되어 드린다고.”
단순히 돈을 지원해 준다든가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기왕 할 거면 처음부터 끝까지.
손이 닿을 수 있는 부분은 전부 도와주는 것이다.
“그, 그 손이 닿는 부분이란 게 너무 넓잖아요!”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어요.”
“예? 어떻게요? 분명히 하나같이 배신의 신을 모시는 신실한 신도로 보였는데!”
“에이, 설마요.”
고작해야 몇 년.
거기다가 제멋대로 신을 자칭하는 자에게 진실된 믿음을 줄 리가 없다.
그들은 그저 저울을 재고 있었을 뿐이다.
어느 쪽에 붙어야 더욱 큰 이득을 볼 수 있을까.
‘익숙한 모습이지.’
이것은 성좌들이 나타나기 전부터 있었던 인간이라는 종의 특징이다.
“기껏해야 능력치 조금이랑, 던전 조금. 그마저도 많은 사람들에게 내려줄 순 없었겠죠.”
그렇다면 간단하다.
그들에게 더욱 큰 보상을 요구하면 될 뿐이다. 애초부터 불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내게 쉽게 동조했다.
특히 총리라는 자가 매우 쉬웠다.
통치자의 입장에서는 신이라는 존재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으니까.
‘배신의 신이라고 했나.’
그 녀석이 알게 되면 꽤나 좋아해 줄 것이다.
이것은 놈이 그토록 바라던 신도들의 배신이었으니까.
“거기다가 조금 재미난 짓을 해놨더라고요.”
“예?”
마왕들이 그러하듯, 성좌들 또한 각각 특수한 능력이 있는 모양이다.
배신의 신의 신력은 남을 이간질하고, 의심을 증폭시킨다.
그것을 일본에 있는 사도를 통해서 널리 퍼트린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배신이 미화될 수는 없지만.’
결국 감정을 유도할 뿐이지, 결정하는 것은 본인이다.
본디 나약한 마음일수록, 더욱 침투하기가 쉽다.
성좌들은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그렇기에 나 또한 그들을 회유하는 방법 또한 간단했다.
“내가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는 걸 알려주면 되는 거니까.”
상대방은 날 모르고, 나는 상대방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단순히 방법만 찾는다면, 내가 질 일은 절대로 없다.
“하, 하…… 정말 어처구니없을 정도네요.”
이제야 현 상황이 체감이 가는 듯 레나가 웃었다.
물론 그들이 다시 배신한다는 선택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절대로 못 하겠지.’
드래곤 하트의 개방이 다가오면서, 어떤 능력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내게 있어서 아주 낯익은 것이었다.
언령言靈.
베르니아가 주로 사용하던 마법 중 하나다.
현재 인간의 몸을 하고 있는 나는 절대로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지만.
이미 나는 ‘말’과 관련된 개방품을 가지고 있다.
거기다가 마기를 주입할 경우, 나타나는 또 다른 능력.
「진실을 강제하는 손목시계」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언령과 매우 유사한 능력을 사용해 왔던 것이다.
‘엄청나게 유용해.’
언령은 쉽게 말해서 말에 내 힘이 담긴 것이다.
나보다 수준이 높지 않다면, 절대로 약속을 어길 수 없다.
‘셀레나의 능력이 떠오르네.’
-흥. 한낱 인간이 드래곤의 능력을 흉내 내는 것일 뿐이다.
내 머릿속에서 베르니아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예, 예.”
마법이란 곧 언어다.
드래곤은 언약의 조율자가 아니라, 절대자와도 같은 존재였다.
“좋아.”
이제는 완벽한 한방만 준비하면 될 뿐이다.
단순히 신도만으로 만족했다면 이렇게까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평소와 달랐다.
‘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하니까.’
처음으로 신이라는 작자의 얼굴을 확인할 시간이다.
“멍청한 건지. 아니면 욕심이 많은 건지. 탐욕은 내가 아니라, 저놈들인 거 같단 말이야.”
이미 이쪽으로 넘어온 주요 인물들 몇 명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강림降臨.
배신의 신이 직접 이곳으로 내려온다고 말을 해둔 상태다.
성좌란 관심을 먹고 사는 존재.
역시 그냥 가만히 있을 리가 없겠지.
“……인간이랑 미적 감각이 틀린 것 같기도 하고.”
굳이 뱀의 모습을 빌려 온다는 걸 보니, 상당한 악취미인 것은 틀림없었다.
“그래도 기왕 신을 만나는 거니까, 화려하게 준비해야겠죠?”
내 말에 하세가와 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것에 관해선 누구보다 적합한 인재가 있어요.”
“누군데요?
그녀가 말했다.
“뱀의 무녀.”
* * *
“신이시여. 저는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일본의 어느 신사.
흰색과 붉은 색이 어우러진 옷을 입은 한 여성이 종을 울리며 두 손을 모았다.
댕-
댕-
그 아름다운 울림소리를 듣자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하아…….”
야마다 타나코.
산속 깊은 곳에 있는 신사를 지키는 무녀.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죠.”
신을 모시는 자로서 최대한 절제 된 감정표현을 하며 생활했지만, 오늘만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타나코는 초토화된 신사를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이런 짓을 하다니. 신의 노여움을 받게 될 것입니다.”
오늘 아침. 세 명의 남녀가 이곳 신사를 찾아왔다.
산속 깊은 곳.
위치가 위치인 만큼, 인적이 드물긴 했지만, 사람의 발길이 완전히 끊겼단 것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던 차였다.
-먼 길 찾아오셨습니다.
당연히 신사에 찾아온 목적은 하나뿐.
이곳 신사에서 모시는 신을 위해 기도하는 것.
그런 자들을 위해서 그녀가 존재하는 것이다.
평소처럼 참배를 하러 온 사람들을 인도하던 그녀는 이내 충격적인 광경을 목도하게 되었다.
-전부 다 엎어!
-때려 부숴!
-야, 이 그건 내 거라고!
-흐하하! 힘 스탯 하나 획득이다!
선조부터 대를 이어 지켜온 신사가 초토화되고 있었다.
그 말도 안 되는 만행에 타나코는 그들을 막으려 했지만, 그녀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제발, 그만……!
그녀는 알지 못했지만, 상대는 배신의 신을 따르는 신도들.
상당한 능력치를 후원받았기에 일개 무녀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신은 단 하나. 위대하신 배신의 신님 하나뿐이다. 똑똑히 알아둬!
그들은 보상이니 후원이니 하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며 웃으며 돌아갔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산속에서 생활하던 그녀는 현재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신이시여…….”
다만,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단 것은 알 수 있었다.
“어째서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는 것입니까.”
그토록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지던 신사에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동안 이어져 온 과업이 끊길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였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욱 심각할지도 모르겠군요.”
낯선 자들의 만행은 단순히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신사를 찾아와서 몇 번이고 헤집어 놓았다.
“오늘도군요.”
그러나 타나코는 꿋꿋하게 버틸 뿐이었다.
몸을 웅크리고, 때를 기다려라.
그녀가 모시는 신의 가르침이자, 선조들의 말씀이었다.
“무녀, 타나코. 배신의 신께서 너를 찾으신다.”
이번에는 또 다른 사람이 찾아왔다.
타나코는 그를 보자마자 어떠한 특별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지금까지 왔던 ‘가짜’들과는 다르다.
“나는 배신의 신의 사도, 엘론다. 의식을 진행하기 위한 몸종을 데리러 왔다.”
“……사도? 당신이 얼마 전까지 찾아온 그 테러범들의 대장입니까?”
“테러? 그런 하찮은 짓거리를 할 생각은 없다. 나는 널 만나러 온 것이다. 뱀의 무녀.”
뱀의 무녀.
그녀가 모시는 신은 조금 특별하다.
꼬리와 머리가 여덟 개 달린 이무기.
아마타노오로치.
환상 속의 괴물이라고 알려졌지만, 그녀의 가문은 오랜 세월 동안 그 이무기를 신으로 모셔왔다.
“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따로 모시는 신이 있기에.”
“감히 신의 사도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가. 원래대로라면 단번에 그 몸을 베어도 이상하지 않다만, 봐주도록 하지. 배신의 신께서 친히 너를 찾으시는 이유기도 하니까. 뱀의 무녀, 타나코.”
“그게 무슨……?”
“무지한 너를 위해 특별히 말해주도록 하마.”
이후 그 사도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린 타나코가 중얼거렸다.
“오로치께서……내려오신다고……?”
야마타노오로치가 인간계로 강림한다. 하지만 그녀가 모시던 신은 아니었다.
눈앞의 남자가 말하는 ‘성좌’라는 자가 그 가죽을 덮어쓰고 내려오는 것이다.
“그딴 허무맹랑한 환상 속 괴물이 아니다. 배신의 신은 정말로 실존하시니까. 무지몽매한 너희들을 위해 직접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와 주신다는 거다. 영광인 줄 알아라.”
사도, 엘론다는 아주 잠시 신이 내려준 신력을 사용하였다.
그의 주변에 빛이 흩날리더니, 이내 그것은 신사 전체로 퍼져나갔다.
마치 기적과도 같이 무너져 있던 신사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배신의 신께서는 상당히 자비로우시다. 이번 일만 잘된다면, 너를 사도로서 받아주실지도 모르지.”
그 말과 함께 사도는 떠나갔다.
홀로 남은 타나코는 고민에 빠졌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가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애초에 그녀와 선조들도 신의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없었으니까.
어쩌면 저 배신의 신이라는 존재가 그녀가 모시던 신일 수도 있었다.
강림은 정확히 일주일 뒤.
신사 안으로 들어가자 뱀의 동상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자리했던 것은 부서지고, 사도가 만들어낸 이질적인 것이 하나 놓여져 있다.
“그래. 결심했어.”
그녀가 마음을 정리하려던 순간.
댕-
댕-
밖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누군가가 종을 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부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이번엔 누구 입…….”
타나코가 밖으로 나가자, 그곳에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조금 전 보았던 사도라는 자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강대한 기운이 느껴진다.
“……!”
평범한 인간은 볼 수 없는 것을 마주할 수 있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자.
뱀의 무녀인 그녀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여러 마리의 이무기들이 그의 몸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그녀조차도 느낄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서, 설마……!”
승천.
모든 이무기들이 바라마지 않는 것.
“용.”
사내가 천천히 눈을 뜬다.
타나코가 울먹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아. 선조님들이시여.’
“이런 신사는 처음이라 신기하네. 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뱀의 무녀를 마주한 사내가 첫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오로치시여. 뱀의 무녀, 타나코가 당신의 진체를 뵙습니다.”
타나코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조아렸다.
오랜 세월 모셔온 신을 만나게 됐으니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잠깐, 이건…….’
무언가 낯익은 느낌에 사내가 곧바로 해명하려는 순간.
살랑살랑.
“아아……! 오로치님……!”
사내의 엉덩이 뒤에서 살랑거리는 검은색 꼬리.
그것을 보자 황송하다는 듯 타나코는 더욱 더 몸을 굽히더니 끝내 절을 하고 말았다.
“…….”
물론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는 뻔했다.
-아빠, 순둥이 꼬리 봐! 예전보다 길어졌어!
이미 한번 겪어봤던 장면이기에 사내는 당황하지 않았다.
날개 다음에는 꼬리.
별로 놀라운 것도 아니었기에 그는 엄격한 표정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뱀의 무녀, 타나코. 고개를 들어라. 오로치가 너를 만나러 왔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