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tion is flowing from the water purifier in my house RAW novel - Chapter 178
우리집 정수기에서 물약이 흐른다 179화
48. 정해지지 않은 마음(1)
인류의 해방을 위해 악신들에 대항한 조직, 카르페 디엠.
시민들은 열광했고, 되찾은 자유를 만끽 누리며 기뻐했다.
하지만 걱정 또한 있었다.
그 규모는 세계적으로 거대했으며, 일각에서는 그들이 제2의 성좌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말이 있었다.
“그 누가 알았겠어. 그 카르페 디엠이 해방과 동시에 해체될 줄 말이야.”
그런 우려와는 달리 카르페 디엠은 해체되었다.
사람들은 물었다.
그 조직을 이용해 또 다른 이득을 취할 생각은 없었냐고.
카르페 디엠의 기둥 중 하나였던 황혼의 길드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것이 성자님의 뜻이니까요.
사람들은 감탄했고, 서서히 원래대로의 삶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가슴 한편에 남은 의문이 있었다.
“대체 성자는 누굴까?”
어떤 사람은 신성 길드장인 이루비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냐, 그런 말을 했지만, 정확한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분은 성자라기보다는 성녀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겠지.”
“크으. 양손에 철퇴를 들고 사람들을 구해주시던 그 모습을 네가 봤어야 하는데.”
“뭐야, 넌 루비 님 쪽이냐?”
“그러는 넌, 뭔데?”
“나야. 정해연 님 쪽이지.”
“사실 이유지도 만만치 않지…….”
세 사람 전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감탄을 할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도통 웃질 않으시지.”
“그러게. 분명히 엄청 잘 어울릴 텐데.”
그들이 웃는 모습을 본 사람이 없었다.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일에만 열중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사람들처럼.
“야, 그래서. 무슨 얘기 하고 있었지?”
“성자 이야기.”
“뭐, 그냥 상징적인 이름이겠지. 조직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서 가상의 인물을 설정한 거야.”
“그렇겠지?”
현재 성자교라는 집단도 있을 정도로 파급력이 높기는 했다.
원래 종교란 것이 그러했다.
눈에 보이는 사람보단,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더욱 신앙심이 깊어지는 것이다.
지금 세상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다.
오죽하면 뭔 일이 있을 때마다 ‘성자님, 성자님’ 하고는 했으니 말이다.
“근데 넌 오늘 갈 거냐?”
“아, 오늘로 일주일인가? 물론이지. 파밍해야 하니까.”
“크.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단 말이야. 이번에는 어떤 소원을 빌어볼까.”
“대체 그런 게 어디서 튀어나온 걸까?”
“우리 같은 사람이야 알 수가 있겠냐. 혹시 몰라. 성자님의 은총이라도 될지.”
“아아. 성자님.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크크큭. 그게 뭐야.”
두 사내는 시시콜콜한 농담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자라…….”
옆 테이블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붉은 머리의 여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저들은 모를 것이다.
성자가 정말로 실존하는 인물이며, 아직도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당신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분명히 직접 들었으면, 부끄럽다면서 헛기침을 하셨겠죠?”
이곳에 없는 그를 떠올리며, 정해연이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렇죠? 서진 씨.”
그렇게도 좋아하던 디저트였지만, 어째선지 하나도 맛있지 않았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누군가와 먹느냐가 중요한 것이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오늘로 일 년째네요.”
정해연은 창밖을 보았다.
하늘 높이 솟아 있는 흑색의 첨탑.
그곳에 있을 한 남자를 떠올리며 정해연이 말했다.
“……보고 싶어요, 정말로.”
오늘은 성자, 이서진이 사라진 지 일 년이 되는 날이었다.
* * *
[오늘의 HIT! 오늘 알려드릴 것은 희망의 탑에 관한 것입니다!] [아. 희망의 탑.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곳이죠.] [네, 그렇습니다! 고작해야 나타난 지 일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저희들에게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되었죠!]희망의 탑.
전 세계에 나타난 흑색의 첨탑.
정확히는 던전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전쟁이 끝난 후, 세상에 존재하던 모든 던전들이 사라졌다.
사람들은 당황했다.
던전에서 나오는 자원들은 인류에게 있어서 대체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곧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희망의 탑.
온 세상에 존재하며, 누구라도 입장할 수 있는 새로운 던전.
그곳은 그동안 인류가 본 그 어떤 던전과도 다른 형태를 띠고 있었다.
강인한 헌터가 아닌, 평범한 어린아이라도 도전할 수 있는 난이도.
탑으로 진입하는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 미션이 기다리고 있었다.
복잡한 숨바꼭질일 수도.
아주 재빠른 두더지 잡기일 수도 있다.
「희망의 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한계에 도전해 보세요.」
클리어 방법은 간단했다.
포기하지 않을 것.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그것에 맞서 싸울 수만 있다면 끝에는 각자가 원하는 달콤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던전.
그것은 저 드높은 탑에서도 딱 하나의 층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일 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2층 이상을 클리어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시도를 한 사람은 있었다.
1층만 해도 보상이 엄청난데, 그 이상은 과연 어떤 걸 주는 것일까.
도전할 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온갖 지원과 응원을 받으며 그들은 탑을 올랐고.
결과는 처참했다.
그들은 공포에 떠는 모습으로 돌아와서 말했다.
-절대로 탑을 오르지 마라.
대형 길드 중에서도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전투조였기에 그 말은 더욱 신빙성을 가졌다.
[자, 그럼 이제 희망의 탑의 보상에 관한 팁을 한 가지 드릴 것인……]뚝.
짐승의 귀를 한 여성이 신경질적으로 텔레비전을 껐다.
“……뭐가 희망의 탑이야. 뭐가 매력적인 보상이야.”
인류는 구원받았지만, 모든 것을 잃듯이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언제나 시끌벅적하던 하우스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곳은 이제 스윗 하우스가 아니었다.
기껏해야 사람 하나 겨우 살 법한 작은 옥탑방에 불과했다.
“……정말로 이게 네가 바란 거야?”
이유지는 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
일 년의 시간이 흐르고, 침대에는 먼지가 쌓였지만, 어째선지 익숙한 체취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언제나 곁에서 맡았던 좋아하는 사람의 냄새.
꽈악.
‘……그럴 리가 없잖아.’
그 누구보다 외로움이란 것을 잘 알았기에, 그가 지금 어떤 기분일지 예상할 수 있었다.
분명히 엄청나게 고독할 것이다. 마치 철창에 갇힌 것처럼.
이유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눈가를 벅벅 닦았다.
“내가 포기할 줄 알고?”
분명히 동업자라고 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같이 하는 것이 바로 친구라는 것이다.
“희망의 탑.”
그곳의 최상층에 분명히 이서진, 그가 있을 것이다.
양손에 장착한 은월의 건틀릿이 붕붕- 진동한다.
이서진이 사라졌음에도, 이것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치 아직 할 일이 있다는 듯,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좋아. 가자.”
일단은 2층부터. 천천히 올라가자.
실력이 부족할지 몰라도, 언젠가는 꼭 만나고 말 것이다.
“이건……?”
문을 열고 나가려던 이유지의 눈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열쇠였다.
그저 옥탑방의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단순한 열쇠일 뿐이다.
분명히 그럴 것이었다.
하지만 저것에서 익숙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어떤 특별한 물체를 사용할 때마다 보이던 빛이었다.
“아…….”
열쇠를 집어 든 이유지의 눈으로 상태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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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열쇠」
설명: 【만물의 주인】 이서진을 간절하게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신비로운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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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열쇠를 문에 넣었다.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건물의 옥상이 아니었다.
어느 울창한 숲이었다.
“침입자……?”
낯선 존재의 방문에 숲을 지키던 존재들이 곧바로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그들의 손에 무기는 들려 있지 않았다.
마치 짐승처럼 날카로운 손과 발.
그리고 꼬리와 귀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유지 또한 그랬다.
“다, 당신은!”
웅웅!
이유지의 손에 착용되어 있는 건틀릿이 울부짖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 안에 들어 있는 어느 웨어울프의 영혼이었다.
늑대들은 곧장 마을을 향해 달려가며 외쳤다.
“동족들에게 알려라! 족장님이 돌아오셨다!”
만남의 열쇠.
왜 이 열쇠가 그녀를 이곳으로 이끌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언제나 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서 시련을 극복했으니까.
“힘이 부족하다면, 도움을 받으면 되는 거야. 그렇지, 서진아?”
이유지는 숲 안쪽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 *
“다들 신속하게 움직여! 후회의 신이 너희들을 보살피겠다!”
저주의 신이 같은 신들을 포식하고 있던 당시.
후회의 신은 제 휘하의 천사들과 함께 외행성으로 도주하는 데 성공했다.
안심하는 것도 잠시.
충만한 신력을 포식하고, 유일신의 반열에 이르렀을 저주의 신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
“……진짜 유일신이 탄생한 거야.”
이제 유일신을 제외하고 남은 신은 후회의 신뿐이었다.
“이곳에 남아 있을 순 없어.”
지구 전체를 휘감던 그 섬뜩한 기운에는 노출되지 않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재빨리 타 차원으로의 도주를 준비해야 한다.
다행히 아직 회수되지 않은 신력이 상당량 남아 있었다.
그의 충실한 전사들도 있었다.
이것이라면 다른 곳에서도 신으로서 군림할 수 있을 것이다.
“다들 빨리 움직…….”
-안녕~?
도주를 준비하던 후회의 신에게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다.
“……아스모데우스?”
-후훗. 기억하고 있네?
색욕의 마왕, 아스모데우스.
지구에 정착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서로의 이익을 위해 거래했던 상대였다.
“……내게 무슨 볼일이야?”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말고. 오늘은 너한테 제안이 있어서 왔거든.
“제안?”
-응. 아무래도 우리 같은 존재는 더 이상 이곳에 있기 힘들 테니까. 나도 네 계획에 동참하고 싶어서.
“아. 그래서 거래를 하러 오셨다?”
-응, 정답♡
나쁠 것 없었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마왕이나 되는 자가 도와준다면 이주 계획이 훨씬 수월해질 테니까.
거기다가 상대는 색욕의 마왕. 제 욕구에 충실한 머저리일 뿐이다.
“좋아. 금방 열어줄게.”
후회의 신은 별 의심 없이 결계를 해제했다.
서큐버스 퀸, 아스모데우스가 후회의 신 앞으로 날아왔다.
“후훗. 고마워?”
그런데 그녀의 뒤에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저건 누구지?”
“아무래도 빈손으로만 오기 좀 그랬으니까. 내 마음을 담은 선물~?”
선물.
아스모데우스의 뒤에서 한 수녀 차림의 여성이 걸어 나왔다.
후회의 신은 그녀를 보며 놀란 듯 눈을 떴다.
“호오…….”
흔히 자질이란 것이 있다.
신앙심이 깊은 사람일수록, 더욱 많은 신력을 전해 받을 수 있다.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행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진실 된 마음을 가진 자만이 신의 옆에 나란히 설 수 있는 것이다.
‘……이건 정말 대단한데?’
이 백색 머리의 인간은 지금껏 보아왔던 그 누구보다도 천사가 될 자질이 충분해 보였다.
그것도 단순한 천사가 아니다.
신의 오른팔인 대천사의 지위를 얻을 자격이 있었다.
후회의 신은 곧바로 연기에 들어갔다.
“그래. 아해야. 신의 사자가 되고 싶다고 했느냐.”
“힘이 필요합니다.”
그렇다.
신의 곁에 있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힘이 필요했다.
“신을 믿는다면 네가 어떤 것을 바라든 이뤄줄 수 있을 것이란다.”
“그렇다면, 저는 신을 믿겠습니다.”
백색의 수녀가 고개를 숙였다.
“좋다. 내가 너에게 힘을 내려주겠다.”
후회의 신이 수녀의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천사로의 진화를 위해서 일정량의 신력을 주입하는 것이다.
“그래. 너는 이제부터 대천사, 라구엘이다. 후회의 신을 지키는 첫 번째 검.”
“저는 그런 게 아닙니다.”
“음. 세례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가? 그렇다면 직접 고를 수 있게 해주마.”
거기다가 검이라고 부르기엔 양손에 철퇴를 들고 있었다.
“저는 그런 이름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속도가……?“
후회의 신은 제 몸에서 신력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다급하게 손을 떼려고 했지만, 수녀는 그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저는 루비입니다. 단 하나뿐인 신을 모시기 위한 수녀입니다.”
“이, 이노옴!”
수녀가 고개를 들었다.
푸르른 두 눈동자가 어딘가에 있을 사내에게로 향한다.
“성자님. 저, 루비는 당신의 뜻에 따르지 않겠습니다.”
이것이 성자님의 뜻일지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원하는 미래는 그와 함께하는 시간들이었으니까.
“그, 그만하거라!”
후회의 신에게 있던 신력이 모조리 옮겨지고 있었다.
언제나 유일신의 옆에 붙어 있던 그녀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었으니까.
이루비의 몸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성자라고 불리던 한 사내에게서 보던 것처럼 찬란하게 빛났다.
펄럭!
이루비의 뒤로 세 쌍의 날개가 돋아났다.
이서진이 그러했듯, 그녀 또한 종족을 초월한 것이다.
“이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단순한 천사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머리처럼 순백의 색을 자랑하던 날개의 반쪽이 서서히 검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는 아스모데우스가 웃으며 말했다.
“이것 봐. 내가 말했지? 넌 그 누구보다 높은 타락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만물의 주인, 이서진.
인간과 마왕 그리고 신의 그릇을 모두 지닌 자.
그런 존재를 모시는 종자가 평범한 천사가 될 수 있을 리 없었다.
신을 모시는 천사이면서 동시에 마왕을 모시는 사천왕 중 하나.
타락천사, 이루비.
“커……커헉!”
후회의 신은 모든 신력을 빼앗기고, 말라 비틀어져 사라졌다.
“시, 신이시여.”
천사들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이루비를 보며 무심코 그렇게 말했다.
방금까지 모셨던 신 따위보다도 훨씬 더 모시고 싶어지는 순수한 사람이었으니까.
“루비와 함께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신에게는 당신들이 필요합니다.”
신을 지키는 가디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