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tion is flowing from the water purifier in my house RAW novel - Chapter 22
우리집 정수기에서 물약이 흐른다 023화
9. 별들의 연회(1)
대한민국의 10대 길드.
그들이 매년 번갈아가며 개최하는 모임.
일명.
「별들의 연회」
일 년에 한 번 주기적으로 열리는 이 연회는 길드들에게 있어 매우 뜻깊은 자리다.
“……초대는?”
“와, 왔어! 왔다고!”
“예스으으으!!”
“야. 이거 장난 아니지? 장난친 놈 있으면 지금이라도 나와! 당장 죽여 버릴 거니까!”
“으아아아아!”
단순한 편지이지만, 그것을 받은 사람들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고작 모임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유난을 떠느냐.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것은 백이면 백 초대를 받지 못한 놈들이나 하는 이야기다.
세상에 필요불가결한 각성자.
각성자들이 설립한 길드.
그런 길드들 중에서도 정점에 위치하는 10대 길드.
그들과 같은 모임에 참여하는 것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길드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
그런 연회인 만큼, 그곳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제각각 그곳에 향하는 이유가 다르다.
누군가는 고위 각성자들과 연을 맺기 위해서.
누군가는 곧 있을 선거 유세를 위해서.
그리고 누군가는…….
“길드장님 안 나오신 지 얼마나 되셨지?”
“어림잡아 반년은 넘으셨지…….”
“……밥은 드시고 계신대?”
“하루에 두 번은 문 앞에 밥 놓고 가니까…… 그거 없어지는 거 보면 살아 있으신 거 같긴 한데…….”
흰색 가운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한 달째 굳게 닫힌 문을 보며 걱정스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연금술사 길드.
마물의 부산물을 이용해서 온갖 발명품을 만드는 이들.
한때는 그럭저럭 큰 규모의 집단이었지만, 이제는 길드라고도 부를 수 없을 정도로 간소한 모임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스스로를 연금술사라고 부른다.
“……역시 대형 길드하고는 경쟁할 수도 없는 건가.”
연금술사 길드인 만큼 남들에게 내세울 만큼 앞서가는 발명품이 있었다.
물약.
수작업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소수인 그들도 대형 길드에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한 것도 옛날이다.
“황혼 길드가 69%까지 끌어올렸다 했지?”
“거긴 무슨 괴물들밖에 없나.”
생산량도 생산 속도도 밀릴 수밖에 없는 그들이기에 승부를 걸어볼 만한 것은 오직 ‘순도’뿐이다.
하지만 그것에서조차 그들은 황혼 길드를 이기지 못했다.
타 길드에 비교한다면 높은 순도이기에, 자존심만은 어찌 지키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황혼에게 연금술사 길드라는 이름을 넘겨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웃음 소리도 들리고 있다.
실제로 합병을 제안하는 대형 길드들도 많았고.
이곳과는 전혀 다른 빵빵한 지원과 인력.
길드장은 그 모든 걸 거절했다.
결국, 그들은 연금술사 길드 내부의 인재들을 빼가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비교할 수조차 없는 연봉과 복지.
따라가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리라.
“그럼 넌 왜 안 따라간 거냐?”
“따라가면 길드장님 혼자 저러고 있다가, 아사할 게 뻔한데 어떻게 그러냐?”
“……하긴. 길드장이 해준 게 있는데 배신은 하지 말아야지. 그 개자식들.”
“너무 욕하진 마라. 걔들도 먹고살려고 그러는 거잖냐.”
“후…….”
그는 손에 들린 초대장을 보았다.
별들의 연회.
영광스러운 자리이지만, 그들은 이 자리가 부담스러웠다.
“하필이면 황혼 길드 주최냐…….”
“거기 갔다간 길드장님 쓰러지실지도 몰라.”
“역시 이건 거절해야겠지?”
“……이거 팔 수는 없냐?”
“말이 되는 소릴 해라.”
“그렇겠지?”
아쉽네.
그런 소리를 뱉으며 편지를 접는 순간.
쾅!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됐어! 됐다고!”
“길드장님?”
“연구소 안에서는 팀장이라고 부르라 했잖아!”
“진짜 팀장님이다!”
온몸을 뒤덮은 멸균복이 벗어지면서 처참한 몰골이 드러났다.
깎지 않은 수염은 지저분하게 나 있었고, 머리도 기름에 절어 산발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웨에에엑!”
“이게 무슨 냄새야!”
극도로 농축된 땀 냄새가 옷 안에서 퍼져 나왔다.
대체 얼마나 안 벗고 있던 거야?
‘설마, 내내……?’
연구원들은 급하게 코를 막았다.
“그보다 팀장님 대체 뭐가 됐다는 겁니까?”
저렇게 흥분하는 모습은 처음이기에 연구원들의 얼굴에는 호기심이 떠올라 있었다.
온갖 괴짜 같은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번에는 대체 어떤 걸 만드셨을까.
하지만 그것은 발명품이라고 하기에는 그들에게도 익숙한 것이었다.
“저 손에 들린 거!”
“저, 저거 설마!”
“드디어 눈치챘군.”
그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자그마한 유리병에 들어가 있는 액체.
“성공하신 겁니까?”
그는 대답 대신 연구원들에게 다가갔다.
그들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지만, 그의 관심사는 편지였다.
몇 년간은 오지도 않았던 초대장이다.
만약 온다고 하더라도 가지 않았을 것이고.
보낸 곳은…… 황혼 길드.
잘됐군.
“어쩌실 생각입니까……?”
“알려주러 가야지.”
“무엇을…….”
황혼 길드에조차 볼 수 없던 진한 색깔.
그는 대답 대신 자신 있는 손놀림으로 병을 내려놓았다.
“연금술사들이 아직 죽지 않았다고.”
누군가는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그곳으로 향한다.
연금술사 길드장, 박명훈이 미소 지었다.
* * *
연회에 초대되는 인물들은 대부분 정해져 있다.
대형 길드 혹은 대형 길드는 아닐지언정, 그들과 직간접적인 교류가 있는 길드 혹은 정재계의 인물.
길드 랭킹 26위. ‘스네이크’의 부길드장인 전진우도 그런 인물 중 하나였다.
“이번에 아버지는 모임에 못 나가신다고 했지?”
“예. ……아무래도 부길드장님께서 대신 참가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그가 아니라, 부친인 길드장에게 온 초대장이었다.
“가야지, 뭐. 별거 있겠어? 거기다가 이번 기회에 아버지보다 내가 낫다는 걸 증명하면 되겠지.”
전진우가 웃으며 턱을 괴었다.
오히려 잘됐다.
이번에 잘만 해결한다면 길드장 자리를 넘기고 은퇴라도 하라고 권해드려야겠어.
“황혼 길드인가.”
마침 이번 연회의 주최자가 황혼 길드였다.
각성자들에게 있어서 목숨과도 같은 물약을 가장 순도 높게 생산하는 곳.
당연히 스네이크 길드 또한 황혼 길드에서 일정량의 물약을 사들이고 있었다.
순도 65%의 물약.
그것만으로도 타 길드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지만.
그는 그보다 상등품을 원했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아버지가 여자 다루는 법을 몰라서 그래. 노친네라 그런가. 큭큭. 길드장이라고 해봤자, 새파랗게 어린년이잖아?”
황혼 길드 정해연인가.
잘만 구슬리면 물약은 물론이고, 더 높은 곳을 위한 도약도 가능할 것이다.
자신 있었다.
여자들에게 호감을 사는 일 따위는 자신에게 있어서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으니까.
‘이용 가치가 없어지면 곧바로 버릴 테지만.’
“그보다 기분 나쁘네. 날 의심한단 거야, 뭐야?”
“무, 물론 저는 부길드장님을 믿고 있습니다만…….”
“쯧. 하긴 너 같은 놈이랑 무슨 말을 하겠냐.”
전진우의 수행비서, 최성필은 그 말을 듣고 몰래 주먹을 쥐었다.
자신보다 새파랗게 어린놈한테 저런 이야기를 듣고도 참아야 한다니.
하지만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면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아버지가 시킨 일이나 똑바로 처리해 놔. 돌아오고 나서 다 확인해 볼 테니까.”
확인은 무슨.
할 일을 전부 다 자신에게 떠넘기고, 정작 부길드장인 본인은 일조차 안 하면서.
할 줄 아는 거라곤 여자를 낀 노름질뿐이다.
저런 놈이 차기 길드장이라니…….
역시 인생사는 혈연이 전부다.
자신에 대한 한 치의 의심도 없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길드를 나가는 전진우를 보면서 그는 한숨을 쉬었다.
“후우…… 이 길드 괜찮을까?”
그저 별 탈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 * *
시간은 흘렀고, 어느새 연회에 가기 하루 전이 되었다.
물론 하루 전이든, 이틀 전이든 지금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쿵!
쿵!
이제는 매우 익숙해진 방아질이다.
나는 곱게 빻은 마물의 사체를 곧장 물속으로 털어 넣었다.
물약과 함께 잘 섞이도록 손수 저어주고…….
혹시 물 온도가 내려가지는 않았는지 온도계로 섬세하게 확인해 준다.
와.
진짜 내가 들어가는 욕조도 이 정도로 열심히 준비하진 않는데.
그래도 이런 짓이 전부 다 헛된 짓은 아니라고 생각하니 자괴감은 있을지언정 마음만은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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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용 ‘?????’의 오염된 알」
설명: 타락한 요정들이 드래곤의 레어에서 몰래 훔쳐온 멸망용의 알이다. 자신들의 주인으로 삼기 위해 부화를 시도했으나, 침입자들로 인해 저지되었다.
*부화까지 72시간 18분 38초 남았습니다.
*오염된 상태에서 알이 부화할 시 멸망용이 깨어나며, 해당 위치에 10층 규모의 던전 『멸망용의 분노』 가 강림합니다.
*현재 알에는 파손 보호 마법, 마력 차단, 정보 차단 마법 등의 고대 마법이 걸려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정화가 진행되는 중입니다.
▷알의 정화가 거의 완료되었습니다!
▷정화율: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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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여유로워. 이제 거의 다 됐어.”
처음과 같은 새까만 돌은 어디 가고.
이제는 누가 보더라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밝고, 탐스러운 알이 미니 오리 욕조 위에 떠 있었다.
이 알과 만나게 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네.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추억이라고 부를 게 물 갈아준 것밖에 없구나.
부화를 위한 타이머도 이제 대략 삼 일 정도밖에 안 남았다.
정화율은 98%.
지금까지의 속도를 고려한다면 완전하게 안정권이다.
과연 이 알에서는 어떤 생명체가 나올까.
정화를 했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 생명체가 선한 존재라고 볼 수 있을까?
“……나쁜 놈이면 여기서 태어난 놈을 죽여야 하나?”
처음에는 귀찮아했지만 손수 기저귀도 갈아주고, 먹이도 주면서 잔뜩 정이 든 녀석이다.
가능하면 죽인다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죽일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고.
그러니까 제발 순둥순둥하고 귀여운 애로 태어나주렴.
들썩! 들썩!
“아이고. 그랬어요? 우리 순둥이도 그렇게 생각한다고요?”
순둥이.
태명 비슷하게 지어준 이름이다.
물론 마음에 들진 않는지, 이름을 부를 때마다 미친 듯이 알이 흔들린다.
그래. 마음껏 흔들어봐라.
그래 봤자 넌 알이잖아. 하하.
좌우로 튀는 물.
욕조 안의 물약은 이전보다 더욱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정수기의 단계가 업그레이드되면서 ‘중급’의 물약이 생산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것까지는 예상했던 부분이다.
아마 다음 단계에는 상급의 물약이 나오겠지.
“그런데 이건 몰랐단 말이야.”
집구석에 따로 빼놓은 상자 하나.
상자에 들어 있는 물약도 단 열두 개뿐이었다.
정수기에서 나오는 물약은 그 자체로 특별했지만.
이것은 조금 다른 의미로 ‘특별’했다.
기본적으로 물약은 빨간 물약과 파란 물약뿐이다.
일부러 구별할 수 있게 그렇게 만드는 것이지만, 효과 또한 색처럼 두 가지뿐이다.
체력을 회복시키는 빨간 물약.
마나를 회복시키는 파란 물약.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곳에 하나가 추가될 것이다.
이번 연회에서 활약하게 될 키포인트.
[조금 특별한 물약이 있는데, 사람 한 명만 보내주시겠어요?]
“너만 믿는다.”
나는 노란색의 물약을 보면서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