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tion is flowing from the water purifier in my house RAW novel - Chapter 30
우리집 정수기에서 물약이 흐른다 31화
근력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단순히 얼굴만 조금 바뀐 것이 아니다.
“삼 주 후에 4층 던전으로 따라가게 됐다고요?”
운동을 하면서 소성환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전하자, 그가 흐뭇한 미소를 거두고 얼굴을 구겼다.
“……너무 성급한 거 아닌가?”
“그럼 그 양반은 대체 왜 따라오라고 하는 거래요?”
“글쎄요…….”
행동으로 봐서는 나를 너무 높게 평가하고 있는 거 같다.
내가 황혼에 물약을 공급하는 사람이라는 거도 모르는 것 같고.
“씁. 공략된 던전이 어렵지는 않다고 해도 엄연히 던전이거든요.”
“그렇죠.”
“최소한 마물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 하나는 있어야 한단 건데…… 혹시 뭐 그런 거 있어요?”
마물에 대항할 수단이라…….
내가 지금까지 손으로 직접 마물을 잡은 거라고는 한 번뿐이다.
“아, 그거 있잖아요. 그거.”
“그거?”
“짱돌 마스터 아니신가. 영상 보니까 아주 살벌하게 내려치시던데.”
“…….”
그렇게 말하며 소성환이 낄낄 웃는다.
그 모습이 너무 얄미워서 나도 모르게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였다.
정해연이 왜 그렇게 행동하나 했더니…….
잠깐 어울렸다고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음. 그러면 간단하게 무기 쓰는 법이라도 하나 배웁시다. 삼 주간 속성 과외로 해주죠.”
오…….
무기를 사용한다고 하니 뭔가 본격적으로 느껴진다.
“보통 무슨 무기를 쓰는데요?”
“짱돌…… 은 농담이고. 각성자들 마다 사용하는 무기들이 다 제각각이라서 모르겠네. 저 같은 경우에는…… 잠시만요.”
소성환이 잠시 어딘가로 사라지더니, 이내 무언가를 들고 나타났다.
백 년 묵은 나무도 한 방에 베어낼 수 있을 거 같은 거대한 도끼다.
“제 애병기에요. 슈퍼 울트라 자이언트 액스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너무 큰 거 아니에요?”
“모르는 소리. 이 정도는 되어야 베는 맛이 난다니깐요?”
저건 ‘벤다기’보다는 ‘짓뭉갠다’라는 게 맞는 거 같은데.
“한번 들어 봐요.”
소성환의 권유에 도끼를 들었고, 곧장 감당할 수 없는 무게에 내 팔이 아래로 축 늘어졌다.
“웬만한 사람들은 들지도 못하는 거예요. 3층 던전에서 나오는 헤비 스토닉이라는 놈 사체로 만든 건데 그놈 몸이 더럽게 무겁고 단단하거든요.”
그래도 들고 있는 정도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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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진〉
힘: 1.7
민첩: 1.9
체력: 3.1
마력: 3.2
고유 능력: 【만물의 주인】, 【아이기스의 방패】
「현재 개방된 물체 목록」
▷정수기(2단계): 물 대신 물약이 흐른다.
▷텔레비전(2단계): 채널마다 무작위로 미래를 볼 수 있다.
▷방석 : 앉는 자의 심신을 치유해 준다.
▷손전등 : 사악한 것을 정화하는 빛이 나온다.
▷옥탑방 : 내부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콘택트렌즈(2단계) : 눈에 보이는 물체를 탐색할 수 있다.
▷스위치 : 마물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
▷휴대전화 : 앨범에 찍힌 상대방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현재 방석의 숙련도가 가득 찬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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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꺼내보는 내 상태창이다.
하도 개방된 게 많아서 이제는 확인하는 데도 오래 걸리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치 중에서 가장 높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마력이다.
썩어나는 게 물약인지라 시간 날 때마다 아이기스의 방패를 소환하고 놀면서 마나 탈진 증상을 일으켰으니까.
마나 탈진이 일어날 때마다, 아주 조금씩 마나 통이 넓어진다는 걸 알아챈 이후에는 버릇처럼 하고 있는 중이다.
힘이랑 민첩은 뭐…….
……내가 싸울 일이 어디 있었겠냐.
“소성환 씨는 힘 스탯이 얼마나 되길래 이런 걸 드는 거예요?”
“음. 원래 남한테 스탯 알려주는 건 여기 업계에서 금칙인데…… 뭐, 대충 말하자면 8은 넘었죠.”
미친.
단순 수치로 따지면 대충 나보다 4배는 힘이 강하다는 거다.
물론 스텟이 그렇게 단순한 방식으로 적용되는 건 아닐 테지만.
“그보다 소성환 씨는 너무 딱딱한 거 아닌가? 앞으로 삼 주 동안 매일 만날 사이인데, 아무래도 그건 좀 아니지.”
“그럼 뭐라고 부르면 되는데요?”
“깔끔하게 형님?”
“소성환 전투조장님.”
“……성환이 형?”
“황혼 길드 소속 소성환 전투 1조장님.”
“……그래요. 편하게 조장님이라고 부르세요.”
“예. 조장님.”
리액션이 풍부한 사람이네.
이런 말 하기는 그러지만, 얄밉기도 하고. 조금 놀리는 맛이 있는 사람이다.
어쩐지 이태영이 떠오르는데.
“말은 편하게 하셔도 돼요. 어차피 저보다 나이도 많으신 거 같은데.”
“그래요? 이야. 선심 썼네. 나이가 스물넷이라고 했나?”
“예.”
“흠. 내가 길드장이랑 나이가 같으니까, 확실히 연상이네.”
뭐?
저 얼굴로 정해연이랑 같은 나이였다고……?
“뭐야. 그 얼굴은. 충격이라도 먹은 표정인데.”
“그래서 보통의 각성자들은 어떤 무기를 사용한다고요?”
“그거 아까 말하지 않았나……?”
소성환은 자신의 얼굴을 애처로운 손놀림으로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한숨을 쉬고 말했다.
“일단 원하는 무기라도 있어?”
원하는 거라.
일단 저렇게 무식하게 큰 도끼는 무리다.
내가 들 수 있으면서도, 대중적인 무기.
“역시 검이 가장 낫지 않을까요?”
“그게 가장 무난하긴 하지. 길드장도 검이고, 우리 전투조 대부분도 검이거든. 아, 총은 논외야. 그건 던전에서 못 써먹으니까.”
소성환이 내게 목검 하나를 던졌다.
목검은 가벼울 줄 알았는데, 꽤나 묵직했다.
“일단 근력운동이랑 간단하게 검 휘두르는 정도만 연습하자고.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 그래 봤자 삼 주니깐.”
목검을 주시하면서,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떠올렸다.
과연 이런 병장기들을 상대로 능력을 개방한다면 어떻게 될까.
다른 각성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검에서 불이라도 튀어나온다든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검술과 관련된 고유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게 있는 것은 선택 개방권과 특별 개방권.
‘특별’ 개방권이라길래 무언가 다르겠지, 하고 살펴봤지만, 선택 개방권과 다를 바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연회에서 있던 일도 있고, 최소한 하나 정도의 개방권은 남겨 놓을 생각이다.
지금 사용할 것은 선택 개방권.
차라리 엄청나게 비싼 검을 사서 그걸 개방해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하면서 목검을 노려보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걱정 하나는 덜었다.
다른 물건들과는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그게 능력 공유라니.
이러면 나중에 다른 검을 사용한다고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능이라서 말이야. 오히려 너 같은 경우에는 무기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몸을 이용한 격투술이 나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응? 표정이 왜 그래?”
“…….”
이제껏 개방하면서 보았던 신비한 능력들.
개방된 검의 능력은 그것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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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용 목검」
설명: 【만물의 주인】 이서진이 사용할 경우, 검에 대한 이해도가 극도로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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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을 살짝 뒤로 뺀다.
허리는 꼿꼿하게 일직선으로.
무작정 팔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지탱하고 있는 다리부터 시작한다.
허리.
어깨.
그리고 일련의 동작이 검을 든 팔까지 도달했을 때.
검을 휘둘렀다.
부웅!
자연스러운 내려치기에 소성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식으로 휘두르는 거라고. 아주 완벽해. ……응? 뭐야, 난 아직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무기에 대한 능력 개방.
물체에 특별한 무언가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단순하게 만물의 주인인 나에게 이 물건의 사용법을 알려줄 뿐이다.
“역시 검이 마음에 드는 거 같아요.”
물론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특별했다.
* * *
따로 볼 일도 있었고, 오늘 연습은 이 정도로 끝내기로 했다.
황혼 길드에서 나와 도로를 걸으며 생각했다.
‘진작 시도해 볼 걸 그랬어.’
아이기스의 방패를 얻은 이후로 그와 비슷하게 내 몸을 지킬 수 있을 만한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되도록 사용하기 간편할 거 같은 것 위주로.
그중에서 무기들은 예외였다.
물건들에 얼마나 좋은 능력이 개방되더라도 결국 그걸 사용하는 것은 나다.
아무리 좋은 명검을 개방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다루지 못한다면 말짱 꽝이다.
“그래도 한시름 놓았네.”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검을 사용하기 위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거니깐.
꾸준하게 연습한다면 여차할 때 내 몸을 지키기 위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훈련만 하는 건 재미없으니까, 내기라도 하나 하는 건 어때. 요 삼 주간 내 몸을 단 한 번이라도 스칠 수 있으면 네 승리인 거야. 뭐, 당연히 내가 훨씬 유리하니까. 난 간단한 거로 부탁할게. 내가 이기면 형이라고 부르는 거야. 어때?
소성환이 꺼낸 말이었다.
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고 해도, 가능할 리가 없는 내용이다.
당연히 거절하려던 찰나 들려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욱하고 받아 버렸다.
-쫄?
그 말 듣고 내뺄 수는 없지.
……뭐 괜찮은 수단 같은 거 없을까?
소성환은 베테랑이다.
어떤 짓을 해도 공격은 먹혀들지 않겠지.
한순간만 방심을 이끌면 된다.
곰곰이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적 소리가 미친 듯이 들리며 앞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꺄아악!”
앞을 보니, 어린아이 한 명이 차에 치여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난데없이 일어난 상황.
그것을 보며 곧장 휴대폰을 들어 119에 전화를 하려던 차에 눈에 보이는 장면이 바뀌었다.
차가 달려오고 있었고, 아이는 아직 차에 치이기 전이었다.
나는 곧장 달려 아슬아슬하게 아이를 구해냈다.
“꺄악!”
비명 소리는 그대로 터져 나왔으나, 치인 사람은 없었다.
“으아아앙!”
……뭐지?
분명, 이 아이는 아까 차에 치였었는데?
알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하고 있을 때, 메시지가 정답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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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탐색하는 콘택트렌즈」
설명: 2단계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두 물체에 능력 간의 시너지가 발생하며, 기능이 추가되었다. 몇 초 후의 미래를 탐색할 수 있다.
*숙련도가 낮은 상태입니다.
*현재 제대로 제어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위기의 순간 혹은 절호의 순간 능력이 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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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된 물체 간의 시너지.
텔레비전에서 물약이 흐르지도 않고, 업그레이드된 물체도 적었기에 잊고 있었다.
미래를 탐색하는 콘택트렌즈…….
말도 안 되는 그 기능을 보고 있자니, 누군가의 웃음 가득한 얼굴이 떠올랐다.
-쫄?
찾았다.
괜찮은 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