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tion is flowing from the water purifier in my house RAW novel - Chapter 6
우리집 정수기에서 물약이 흐른다 007화
3. 불공정 계약(2)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수행원이나 비서.
하다못해 던전에 참가하지 않은 말단 길드원이 올 줄 알았다.
설마하니 이틀에 걸쳐 던전을 공략한 길드장 본인이 올 줄은…….
“안에 계십니까?”
“아. 예! 지금 열겠습니다!”
혼란에 빠져 잠시 방치하고 말았다.
이러면 안 되지.
얼마나 중요한 상대인데.
끼익-
허름한 문이 열리고 밖에 있던 상대가 드러났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적갈색의 중단발 머리.
펜스 너머에서 봤을 때도 느낀 거지만. 이렇게 바로 앞에서 보니까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예뻤다.
팬클럽이 있는 이유가 있구나.
‘……나도 팬클럽이나 가입할까.’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드, 들어오세요.”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라서 집 안은 어질러진 상태였다.
나는 그나마 깨끗한 곳에 책상을 펴고는 하나뿐인 방석을 그녀의 자리에 놔줬다.
“고맙습니다.”
“하하…… 뭘요.”
적막이 흐른다.
분명 이틀 전 그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하러 왔을 텐데,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
그 대신 정해연은 계속해서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하는 중이다.
……방석이 싸구려라 그런가.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목마르시죠? 마실 거라도 드릴게요.”
“아, 저는…….”
나는 이 분위기를 견딜 수 없어서 마실 것 핑계로 일어섰다.
……젠장. 커피고 음료수고 아무것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물이라도 주려는데 정수기에선 알록달록한 물약이 나왔다.
‘대충 음료수라고 속이면 될지도…….’
컵에 담아 정해연에게는 파란색의 물을.
내 앞에는 빨간색의 물이 든 컵을 놓았다.
“……!”
순간 정해연의 눈이 커진다.
마시라고 준 물을 마시진 않고 빤히 쳐다만 본다.
“큼큼. 저기 저희 집에는 무슨 일로…….”
“아. 실례했습니다. 이곳에 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녀가 사진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그곳에는 페트병을 휘두르고 있는 내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혀 있었다.
‘어우. 무슨 포즈가 저래.’
쌍검이라도 휘두르는 듯 비장한 자세다.
사진으로 보니 쪽팔려 죽을 것 같네.
“이 사진 속 인물. 본인이 맞으신지요?”
“예. 맞습니다.”
어차피 이미 다 조사하고 왔을 터.
평범한 소시민인 내 신상 따위는 날아다니는 낙엽 같은 거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이 병에 담겨 있던 것은 대체 무엇입니까? 혹시 평범한 인간을 도플갱어로 만드는 것이라거나…….”
순간 눈빛이 변하는 것 같았기에, 곧바로 대답했다.
“아뇨! 그냥 평범한 물약입니다!”
“물약…… 말입니까?”
큰일 날 소리를 한다. 저런 오해가 생겼다가는 계약이 문제가 아니다.
슬기로운 감방 생활 시작이다.
“그렇군요. 납득했습니다. 늦었지만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덕분에 별 탈 없이 던전의 공략을 끝마쳤습니다.”
“한 것도 없는데요, 뭘.”
“이 건에 관해선 반드시 보답을 해드리겠습니다.”
정해연이 책상에 머리를 박을 정도로 깊게 고개를 숙였다.
‘이거 진짜 부담되네.’
하지만 이해는 되었다. 그녀의 입장에선 던전 공략에 방해가 될 요소를 내가 사전에 드러낸 것이니까.
내게 있어서 보답은 정당한 계약으로 충분했다.
황혼이라는 대형 길드와 맺는 믿을 수 있는 약속.
“실례합니다만, 이런 일을 행하신 것에 대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사람 죽을 거 뻔히 아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단 것도 있고.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다른 이유라 하면?”
어떤 비장한 이유라도 듣겠다는 듯, 초롱초롱한 눈빛의 정해연.
후릅-
물 한 모금을 마시고는 말했다.
“혹시 물약 사실 생각 없습니까?”
“예?”
정해연의 눈이 끔뻑거렸다.
결과만으로 따지면 이서진의 물약 판매는 성공이었다.
“그럼 다음번에 계약서 작성을 위해 저희 측에서 모시겠습니다.”
“예. 기다릴게요.”
정해연이 일어나려 하자, 이서진이 물었다.
“물은 안 마시세요? 그거 몸에 좋은 건데.”
“마, 마셔도 되는 겁니까?”
당연히 마시라고 준 거죠.
이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해연은 마치 귀한 걸 먹듯이 조심스레 물 한 잔을 전부 비웠다.
“후아…….”
시원하다는 듯 목소리를 낸다.
‘목말랐나 보네.’
“시, 실례했습니다.”
정해연은 인사하고는 집 밖으로 나왔다.
긴장된 몸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
건물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정해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죽는 줄 알았네…….”
혹시라도 자신이 실례되는 말은 하지 않았나.
그녀는 시종일관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대단했어.”
* * *
이틀 전.
던전 출정식 당시 도플갱어 사건.
수상한 사내가 어떠한 액체를 뿌리자 그걸 맞은 세 명의 사람이 도플갱어로 변했다.
그녀는 던전에 들어가기 전.
그들의 몸에 뿌려진 액체에 대한 것과 그것을 뿌린 남자의 신상에 대한 조사를 명령했다.
혼란스러운 상황.
가까스로 던전 공략을 마치자마자 그녀가 들은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그, 극도로 정제된 고순도의 물약이었습니다!”
“……물약이라고?”
“예. 의태하고 있던 도플갱어들이 그 물약에 맞고 정체가 드러난 것 같습니다.”
“물약을 맞고 도플갱어의 의태가 풀린다고? 대체 얼마나 순도가 높길래?”
“그게…… 100%입니다.”
“응?”
정해연은 자신의 귀가 잘못된 줄 알았다.
100%.
그 어느 국가, 길드를 둘러봐도 그 정도로 정제된 물약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잘못 파악한 거 아니야?”
“……이물질이란 것 자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불필요한 요소가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물약입니다.”
물약은 마물의 마석을 가공해서 생산된다.
마기로 가득한 마석이기에 자체적으로 정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황혼 길드에서 자체 생산되는 물약의 순도는 평균 65%.
상등품은 69%
이것도 타 길드와 비교하면 가히 압도적인 수치였다.
저 정도의 물약은 생산되는 양도 한정되었으며, 나오는 족족 특정 인물들에게 팔려나간다.
그런데 100%라고?
“하하…….”
정해연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웃겨서가 아니라, 당혹스러움에 나오는 웃음이었다.
순도 100%의 물약을 마치 물 뿌리듯 뿌린 남자.
그 어떤 단체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당연히 본인이 만든 게 분명할 터.
그렇다면 그 정체는 뻔했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연금술사’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자신을 도와줬다.
분명히 어떠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그런 사람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
정해연은 공략이 끝나자마자 씻지도 못하고 곧장 연금술사의 거주지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허름한 빌라에 위치한 옥탑방이었다.
‘이곳이 그분이 계신 곳.’
그만한 연금술사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것일까.
세상에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살려는 목적인 게 분명하리라.
“지금 열겠습니다.”
긴장된 눈빛으로 안에 있는 사내를 보았다.
연금술사가 아니었다면 기억조차 하지 않을 인상.
어디에서나 볼 법한 평범한 얼굴이었다.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연금술사의 거주지는 잡동사니 및 쓰레기들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정말 연금술사가 맞나?’
그런 의문을 잠시 가졌을 때, 그분이 방석 하나를 건넸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방석에 앉는 순간.
‘……!’
정해연 정도의 실력자가 되면 자신의 상태에 대해 민감하다.
방석에 앉는 순간 정해연은 자신의 피로가 빠른 속도로 풀려가는 것을 느꼈다.
혹시나 싶어 방석에서 몸을 뗐다가, 앉았다가를 반복하자 확신했다.
이 방석.
아티팩트다.
그것도 앉은 사람의 피로를 빠른 속도로 풀어주는 신비한 방석.
그걸 알아채자마자 정해연은 소름이 돋았다.
잡동사니로 생각했던 원룸 속 물건들이 하나하나 진귀한 보물들로 보였다.
‘이것도, 저것도 전부 아티팩트……!’
분명, 이 집도 ‘일부러’ 이렇게 보이도록 수를 써둔 것이리라.
의심은 사라지고, 미칠 듯한 긴장감만이 남았다.
‘진정하자. 정해연. 너는 황혼의 길드장이야. 절대로 동요를 내비쳐서는 안 돼.’
그러한 포커페이스는 그가 가지고 온 마실 것으로 인해 단숨에 깨져 버렸다.
‘……이게 이물질이라고는 없는 완전한 물약.’
음료수라도 내주실 줄 알았더니, 갑자기 이런 물건이라니.
그것도 마치 이런 물약 따위는 차고 넘친다는 듯 일부러 허름한 컵에 따랐다.
‘아아…… 이런 물건을 저런 컵에 담다니…….’
최고급의 유리병에 담아도 모자랄 판에…….
‘이것은 시험이야. 저 물을 내게 보이면서, ‘내가 이 정도 되는 연금술사다’라고 말하고 있는 거라고.’
미칠 듯이 먹어보고 싶었지만, 먹지 않았다.
그 뒤로 어떻게 말했는지조차 잘 기억이 안 난다.
횡설수설.
마치 면접을 보는 응시생마냥 긴장된 자세로 어떠한 말을 계속 뱉었다.
그리고 마침내 연금술사의 입에서 목적이 나왔다.
“물약 사실 생각 없습니까?”
이건 무조건 잡아야 한다.
정해연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계약에 관한 건은 다음에 하도록 하고 이만 일어나기로 했다.
‘아아…….’
마시지 못한 물약이 눈에 아른거린다.
하지만 이것은 무언가 테스트일 것이 분명…….
“안 마시세요? 그거 몸에 좋은 건데.”
“그, 그래도 됩니까?”
정해연은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조심스럽게 컵을 들고 물약을 마셨다.
‘아…….’
그것은 사막에서 찾은 오아시스요.
‘성수’ 그 자체라고 부를 만한 것이었다.
소모되어 있던 마나가 단숨에 차올랐다.
정해연은 자신의 길드로 돌아가면서 다짐했다.
저런 연금술사와 인연을 맺을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다.
이것은 시험이다.
내가 과연 그 자리에 어울리는가 하는 위대한 연금술사의 시험.
“반드시 최고의 대우를 해드리겠어.”
그 어떤 던전보다도 어렵고 중요한 일이 되리라.
* * *
“후. 긴장돼 죽는 줄 알았네.”
역시 대형 길드의 길드장이라 그런가, 포스가 남달랐다.
“그런데 듣던 거랑은 이미지가 좀 많이 다르네.”
까칠하다느니, 성격이 안 좋다느니, 냉랭하다느니.
세간에서 떠돌던 그런 말들은 전부 개소리였다.
그녀는 일반인인 내게 과할 정도로 예의 있게 대했다.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였지…….”
이런 싸구려 방석에 앉히다니.
분명 저런 사람들은 오리털 방석 같은 곳에 앉을 텐데!
못 된 방석.
방석을 치울 생각으로 그것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앞에 상태창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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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방석」
설명: 【만물의 주인】 이서진이 사용하거나 권유할 경우, 앉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 준다.
【만물의 주인】 이서진과 거리가 가까울수록 회복 효과가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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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으로 된다더니 이런 방석에도 되는 거였어?”
앉자마자 묘하게 마음이 편해지면서 몸이 노곤해진다.
물약과는 다르게 지친 마음까지 회복한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이제부터 넌 싸구려가 아니다.
내가 가장 아끼는 고급 방석이다.
“그나저나 권유하는 사람도라…….”
정해연에게도 적용되었다는 뜻이다.
이 방석 덕분에 그래도 조금은 점수를 땄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만족이 되었다.
계약을 위한 밑밥도 수거했겠다…….
그럼 이제.
“텔레비전이나 볼까?”
하루 한 번, 미래를 보여주는 텔레비전.
당연히 매일 꾸준히 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처음과 같이 대박 정보가 뜨지는 않았다.
“어제는 연예인 A씨가 열애 중이라는 뉴스가 나왔었지…….”
쓸모없는 정보였다.
“이번엔 좋은 정보로 부탁드립니다.”
나는 방석에 무릎 꿇고는 텔레비전에게 기도를 올렸다.
띠링!
텔레비전이 켜지며 화면에 방송이 나온다.
“어. 어어어?”
그것은 내게, 아니, 전 국민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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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
[당첨은 공이 나오는 순서와 관계없이 당첨번호만 맞으면 됩니다.
로또 발행을 위해 조성된 기금은 공익 목적 기금에 쓰이게 됩니다.
자, 첫 번째 행운의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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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심 봤…… 아니, 번호 봤다!”